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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의 섬 ㅣ 아르테 미스터리 8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8월
평점 :
호러 소설 <보기왕이 온다>로 유명한 작가의 본격 미스터리다.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서늘함과 높은 가독성을 좋아한다. 지금까지 세 편을 읽었는데 현재까지 모두 좋았다. 이번 소설의 경우 표지가 너무 올드한 느낌이 있는데 옛날 일본 그림 느낌이 강하게 난다. 그리고 역자가 말한 것처럼 이 소설을 영상화하는 것이 상당히 힘들 것 같다. 하지만 어떤 기발한 발상을 가진 감독이 나와서 영상화하는데 성공한다면 정말 대단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영상화하기 힘든 소설로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를 꼽는다. 소설만으로 느낄 수 있는 반전과 충격이라고 생각한다.
한때 초능력이나 초자연적인 것을 방송에서 열심히 방영한 적이 있다. 최면을 이용해 전생을 본다거나 영적인 장소를 찾아간다거나 하는 방송 등이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방송을 나오면 채널을 돌렸지만 상당히 오랫동안 나왔다. 이 소설의 첫 도입부는 그런 방송 시대의 한 풍경을 다룬다. 당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우쓰기 유코가 한 섬에서 촬영을 하는 중이다. 이 장면을 보는 한 소년이 있고, 그의 눈에는 방송 스탭이 웃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우쓰기 유코가 이 섬에 원령이 있다고 말한다. 산을 올라가자고 하면서 끝난다. 20년 전에 우쓰기 유코가 마지막으로 활약한 곳이다. 이 방송은 제대로 방영되지 않았다.
소사쿠는 직장내 상사의 가스라이팅과 괴롭힘으로 자살하려고 했다. 아버지가 자살하려는 그를 발견해 집으로 데리고 왔다. 어떤 영적인 것이 작용했다고 말한다. 낯가림이 심한 편인 소사쿠에게 친구는 많지 않다. 그 중 한 명이 아마미야 준이다. 이들과 함께 노는 친구로 미사키 하루오가 있다. 준과 하루오는 마음의 상처를 입고 의기소침해진 소사쿠를 불러내 말을 나눈다. 그러다 여행을 가기로 한다. 여행지는 어린 시절 그들이 열광했던 우쓰기 유코의 마지막 예언이 일어날 무쿠이 섬이다. 자신이 죽은 20년 후 저 너머의 섬에서 참극이 일어나고, 6명이 죽는다는 예언이다. 이들에게는 이 예언은 단순히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재밌는 추억 여행일 뿐이었다. 소사쿠의 상처 입는 마음을 달래는 목적도 같이.
직항 노선이 없는 작은 섬이다. 한 번 배를 놓치면 다음 날 가야 한다. 그러면 예언한 날을 놓친다. 이 섬에무쿠이 섬으로 가는 배에 뒤늦게 타는 통통한 여성이 있다. 준이 관심이 보인다. 섬에 가면 저주를 받아 위험하다고 말하는 인물도 있다. 섬에 도착한 후 예약한 숙소는 원령이 내려온다고 거절하고, 힘들게 다른 숙소에 간다. 이 숙소 주인은 외지인이다. 이 집 곳곳에 숯으로 만든 이상한 깜장 벌레 갯지렁이 모양의 조각이 있다. 원령을 막는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숙소의 저녁 풍경은 조금 평범하다. 우쓰기 유코의 예언을 믿고, 그것을 확인하러 온 자칭 영능력자도 있다. 준에게는 강력한 수호령이 있어 무사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섬은 고립된다. 예언의 하나가 이루어진다.
중간에 잠을 깬 준은 하루오가 없는 것을 발견한다. 숙소 밖으로 나가는데 죽은 채 물위에 떠있는 그를 발견한다. 첫 번째 죽음이다. 섬의 경찰은 추락해서 익사한 것처럼 말하고, 시체에 누구도 손을 데지 말라고 한다. 이때 가장 늦게 배에 탄 여성이 자신은 간호사라고 말하면서 고무장갑을 끼고 시체를 짧게 검시한다. 뒤통수에 난 상처를 발견한다. 누군가가 때려 죽인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스스로 정체를 밝힌다. 우쓰기 유코의 손녀 가즈미다. 그녀는 할머니의 영능력이 거짓이라고 말한다. 할머니의 예언들이 누군가에 의해서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과 연결되어 예언의 실현이라고 추앙하는 일까지 생긴다. 우스기의 숭배자 중 한 사람이 자칭 능력자인 레이코다. 그녀는 배에 타려는 사람들을 막은 적이 있다.
타살이란 사실이 밝혀지자 소사쿠는 분노해서 달려나가고, 새로운 죽음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난다. 이 과정에 가즈미는 원령의 정체를 파악하려고 한다. 20년 전 기억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그 사이에 섬에 새롭게 생긴 변화를 안다. 실제 소설 중반에 이 원령의 정체가 드러난다. 하지만 원령보다 더 무서운 것이 존재한다. 이 섬의 참극을 불러온 저주의 속박이다. 원령의 예언에 사로 잡힌 사람들은 어느 순간 이성을 상실한다. 역자가 말한 것처럼 언어의 힘은 소사쿠를 파괴한 것처럼 그것을 믿는 순간 정신을 좀먹는다. 우리사회에서 자주 보는 모습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전으로 이끌면서 크게 한방 먹인다.
이 소설은 요코미조 세이시의 <옥문도>에 대한 오마주라고 한다. 아주 오래 전에 읽어 정확하게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 이전 글을 찾아 읽어도 마찬가지다. 중반 이후 원령의 정체가 밝혀진 후 보여주는 섬 사람들의 반응은 그렇게 낯설지 않다. 작가는 이런 상황들을 앞에 조금씩 밝혀 놓았지만 가독성에 많이 놓쳤다. 세심하게 읽었다고 해도 찾아냈을 것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농촌의 문화에 대한 흥미로운 시선 변화를 지적한 부분이 나온다. 언론의 자극적인 편집에 의해 강화된 이야기 부분이다. 작가가 이 소설에서 말한 몇몇의 추리 작가들은 각 지역의 민담이나 공포 이야기를 현실의 욕망 등과 엮어서 잘 풀어낸 작가들이다. 빠르게 읽히고, 재밌고, 생각할 것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