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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붕의 메타버스 이야기 - 디지털 신대륙에 사는 신인류, 그들이 만드는 신세계
최재붕 지음 / 북인어박스 / 2022년 5월
평점 :
<포노 사피엔스>를 재밌게 읽었다. 거대한 시대 변화의 한 축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았다. 기존에 알고 있던 정보들과 저자만의 이해가 곁들여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코로나 19 이전에 읽었던 시대 변화의 연장선을 다루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은 최근 가장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는 메타버스다. 이 단어의 유래를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우 크래시>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오래 전 재밌게 읽었던 소설이다. 단순히 사전적 정의로 보면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 등을 뜻하는 영어 단어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의 가상세계를 가리킨다.”이다.
이 메타버스가 세계적인 이슈로 빠르게 발전한 데는 역시 코로나 19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집밖으로 잘 나가지 못하면서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새로운 만남을 이어갔다. 하지만 세상은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 예상하는 것보다 빠르게 변한다.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혼용해서 사용하기도 했다. 새로운 개념과 약어가 계속 나오지만 관심을 두지 않으면 무슨 의미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의 차이도 설명을 읽고 정확하게 구분하게 되었다. NFT에 대한 이야기는 여전히 어렵다. 분명하게 과도기인데 과열된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투기와 투자의 차이로 다가온다. NFT의 흥미로운 지점 중 하나는 최초 생산자에게 이후 판매 수익의 일부가 지속적으로 돌아가는 구조도 가능하다는 부분이다.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디지털 세계가 메타버스다. 저자도 이 새로운 대륙에 대해 살짝 걱정을 내비치지만 현 문명이 유지되는 동안은 존재할 것이다. SF소설에 자주 나오는 종말 후 세계를 설정하고 읽다 보면 무슨 짓인가 하고 생각하지만 이 세계가 굳건하게 존재하는 동안은 바뀌고 있는 디지털 세계가 더 발전할 것이다. 이 디지털 신대륙을 두고 각국 혹은 각 기업들이 경쟁하고 있다. 새로운 식민지 전쟁이란 표현까지 사용한다. 저자는 MZ세대를 말하면서 슈퍼 사피엔스의 등장이라고 말한다. 인터넷이 아닌 스마트폰 세대의 탄생으로 바뀐 경제, 문화의 변화를 말한다. 명확하게 규정하기 힘든 실체이지만 분명하게 이 세대는 존재한다. 읽다 보면 과도하게 표현되었다는 생각도 들지만 주변에서 이런 사람들이 한 명씩 보인다. 기존 가치관이나 삶의 방식과 다르게 살아가는 세대가 말이다.
디지털 신대륙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이 세 가지 있다. 탈중앙화, 팬덤 경제, 오리진 등이다. 탈중앙화의 상징으로 BTS와 ARMY를 말한다. 방탄소년단 초기를 기억하는 나에게 이 책 속 몇몇 부분은 강하게 와 닿는다. 한때 말 많았던 보람튜브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는 다른 아이 콘텐츠와 비교해 눈에 확 들어온다. 팬덤에 대한 기존의 정의가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또 다른 문화 권력을 이해한다. K-콘텐츠 이야기에 ‘오징어 게임’이 빠질 수 없다. 그 엄청난 열풍을 기억하기 색다를 것이 없지만 ‘아기 상어’가 유튜브 100억 뷰를 넘었다는 사실은 아주 놀랍다. 영어로 ‘baby shark’로 검색하면 정말 그 숫자가 나온다. 몇 년 전 베트남 한 식당에서 이 음악을 들었던 것이 생각난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44억 뷰임을 생각하면 정말 놀랍다.
저자는 메타버스를 설명하기 위해 바뀌고 있는 시장의 흐름을 타고 몇몇 성공한 기업들을 소개한다. 개인적으로 낯선 곳도 있고, 우연히 뉴스에서 본 곳도 있다. 간결하고 단편적인 설명이라 아쉬운 점이 있지만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 장에서 ‘인간다움’을 강조한 것은 이 모든 변화의 중심이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최초나 1등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말한다. 하드웨어 최고 사양의 삼성전자 갤럭시 핸드폰보다 애플의 아이폰을 더 선호하는 이유도 나온다. “신대륙은 공감의 대륙”이라고 표현한 것에 눈길이 간다. 이 부분을 보면서 현재 한국에서 점점 강해지고 혐오의 감증이나 서열주의 팽창 등을 생각하면 조금 암울하다. 하지만 저자도 말했듯이 과도기를 거치면서 스스로 자정할 것으로 생각한다.
풍부한 자료와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비교적 쉽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전에도 느꼈지만 이것도 재능이다. 최근 암호화 화폐가 폭락하고 수많은 문제가 생기고 있는데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한 주의도 말한다. 고속 인터넷이 집집마다 깔리면서 엄청난 속도로 인터넷이 우리에게 가까워졌지만 아직 우리의 갈 길은 멀다. 세계 경제대국 일본이 점진적으로 추락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와 닮은 꼴들이 눈에 들어온다. 디지털 문화에서 일본을 추월했다고 자찬하기 전에 중국에 뒤떨어진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 재밌고 빠르게 읽는 와중에 메타버스, 암호화 화폐, NFT 등에 대한 공부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기존 방식으로 아이들을 키우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 애를 어떻게 키워야 할 지 더 고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