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를 보는 사나이 1부 : 더 비기닝 2
공한K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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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소설 베스트리그 TOP 5에 든 소설이다. 웹소설은 거의 대부분 판타지 등만 보던 나에게 미스터리는 조금 낯설다. 연재중인 소설은 잘 보는 편도 아니다. 요즘은 웹소설 플랫폼이 몇 개 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추천한 작품 중 겨우 한두 편 정도 찾아서 읽는 편이다. 그러다 이 소설이 출간되면서 웹소설로 연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떤 소설이기에 출간하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네이버에 들어가니 출간으로 연재된 것들이 모두 사라졌다. 인터넷에 검색하니 이전에 ‘문피아’에 연재된 적이 있다. 내가 검색으로 찾은 정보는 겨우 이 정도다. 책 정보에 의하면 2부와 3부가 나올 예정이다. 웹으로 연재되면 좋을 텐데 어떨지 모르겠다.


프롤로그에 한 남자가 아이와 가족의 걸음을 막는다. 왜? 하는 의문이 든다.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하는 사람과 막으려는 남자의 실랑이가 벌어진다. 갑자기 트럭 한 대가 균형을 잃고 달려온다. 만약 횡단보도를 이들이 건넜다면 모두 사고로 죽을 수 있었다. 이 남자가 이들을 구했다. 그리고 어느 날 길을 걷다가 시작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의 이름은 남시보이고, 공시생이다. 그의 능력은 시체를 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시체를 본 후 바로 사고 등이 일어난다고 생각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몇 일 후의 이야기란 사실을 알게 된다. 그가 처음으로 구한 사람은 학원에 다니는 한 여학생이다. 그녀의 이름은 강소담이다.


시보는 길을 걷다가 시체를 본다. 주변 사람에게 말하지만 그 누구도 시체를 보지 못한다. 실제 존재하는 시체가 아니다. 미래에 일어날 사건으로 죽은 시체를 보는 것이다. 시체를 본 후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데 이때 경찰이 도와준다. 이후 소담 씨가 옥상에서 떨어지려고 할 때 달려가 그녀를 구한다. 경비원이 볼 때 시보는 성추행범이다. 경찰에 신고한다. 경찰서 화장실에서 경찰이 목매고 죽은 시체를 본다. 미래시다. 경찰 조사를 진행하는데 담당형사가 민우직 팀장이다. 그 당시 정신을 잃은 그녀를 찾아가 사건 정황을 듣는다. 시보가 생명을 구한 것이 맞다. 시보는 자신이 시체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민 팀장에게 말한다. 이때만 해도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시보가 길에서 본 시체는 이진성이고, 경찰서 화장실에서 본 경찰은 이연우 경위다. 민 팀장은 사실 시보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러다 민 팀장이 이진성과 이연우의 살인자로 수배 중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시보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용의자의 말을 믿기는 쉽지 않다. 그가 자신의 결백을 믿고 기다려준 적이 있지만 말이다. 만약 그가 범인이 아니라면 누가 범인일까? 솔직히 말해 범인은 쉽게 추론이 가능하다. 여기에 또 하나의 사연이 추가된다. 강소담의 아버지 이야기다. 그녀의 아버지 강소담은 승객 폭행으로 죽었다. 작가는 여기서 도 인연을 맺는다. 바로 그 폭행범이 민 팀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런 민 팀장을 과연 믿어야 할까?


작가는 미스터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한정시킨다. 민 팀장이 구타한 운전수가 소담의 아버지고, 이 사건이 민 팀장의 승진을 포기하게 한다. 이런 그를 믿어야 할까? 자신의 생명을 구해 준 시보에게 소담은 작은 부채감을 느낀다. 그런데 시보가 이진성이 죽은 곳에서 시체를 본다. 다른 소설처럼 단순히 죽었다는 것을 아는 정도로 그치지 않고, 더 집중하게 되면 현장을 좀더 확대하거나 원하는 곳을 볼 수 있다. 이때 이진성이 보낸 택배용지의 주소를 본다. 그곳은 소담의 집주소다. 왜 그녀에게 택배를 보낸 것일까? 택배의 내용물은 아빠가 죽기 전 상황을 녹화한 사진이다. 분명하게 보이는 얼굴은 민 형사다. 여기서 이야기는 한 번 꼬이고, 의혹의 씨앗을 던져준다.


같은 경찰에 쫓기는 민 팀장. 소담 씨를 잧아온 다른 경찰들. 민 형사가 범인일까? 소보가 정신을 집중해 현장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외모가 보인다. 누굴까? 용의자인 민 팀장과 소담 씨를 데리고 시보의 부모님 댁으로 간다. 작가는 이때부터 시보의 능력이 격세유전되고, 시체를 보면 생기는 규칙들이 시보의 경험과 할아버지 사연으로 하나씩 밝혀진다. 시보는 지하철역에서 자신과 민 팀장이 죽은 시체를 봤다. 만약 범인을 찾지 못하면 그와 민 팀장은 죽는다. 이야기는 빠르게 나아간다. 그런데 살인 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수사나 진상 밝히기가 너무 늘어지는 것 같다. 여기에 소담 씨와의 작은 로맨스도 생긴다. 긴박하고 짜임새 있게 잘 만든 추리물은 아니다. 잘 읽히지만 아쉬운 대목이 더 많다. 쫓고 쫓기는 구성인데 왠지 긴장감이 떨어진다. 분량을 더 줄이고 압축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그래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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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를 보는 사나이 1부 : 더 비기닝 1
공한K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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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소설 베스트리그 TOP 5에 든 소설이다. 웹소설은 거의 대부분 판타지 등만 보던 나에게 미스터리는 조금 낯설다. 연재중인 소설은 잘 보는 편도 아니다. 요즘은 웹소설 플랫폼이 몇 개 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추천한 작품 중 겨우 한두 편 정도 찾아서 읽는 편이다. 그러다 이 소설이 출간되면서 웹소설로 연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떤 소설이기에 출간하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네이버에 들어가니 출간으로 연재된 것들이 모두 사라졌다. 인터넷에 검색하니 이전에 ‘문피아’에 연재된 적이 있다. 내가 검색으로 찾은 정보는 겨우 이 정도다. 책 정보에 의하면 2부와 3부가 나올 예정이다. 웹으로 연재되면 좋을 텐데 어떨지 모르겠다.


프롤로그에 한 남자가 아이와 가족의 걸음을 막는다. 왜? 하는 의문이 든다.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하는 사람과 막으려는 남자의 실랑이가 벌어진다. 갑자기 트럭 한 대가 균형을 잃고 달려온다. 만약 횡단보도를 이들이 건넜다면 모두 사고로 죽을 수 있었다. 이 남자가 이들을 구했다. 그리고 어느 날 길을 걷다가 시작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의 이름은 남시보이고, 공시생이다. 그의 능력은 시체를 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시체를 본 후 바로 사고 등이 일어난다고 생각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몇 일 후의 이야기란 사실을 알게 된다. 그가 처음으로 구한 사람은 학원에 다니는 한 여학생이다. 그녀의 이름은 강소담이다.


시보는 길을 걷다가 시체를 본다. 주변 사람에게 말하지만 그 누구도 시체를 보지 못한다. 실제 존재하는 시체가 아니다. 미래에 일어날 사건으로 죽은 시체를 보는 것이다. 시체를 본 후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데 이때 경찰이 도와준다. 이후 소담 씨가 옥상에서 떨어지려고 할 때 달려가 그녀를 구한다. 경비원이 볼 때 시보는 성추행범이다. 경찰에 신고한다. 경찰서 화장실에서 경찰이 목매고 죽은 시체를 본다. 미래시다. 경찰 조사를 진행하는데 담당형사가 민우직 팀장이다. 그 당시 정신을 잃은 그녀를 찾아가 사건 정황을 듣는다. 시보가 생명을 구한 것이 맞다. 시보는 자신이 시체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민 팀장에게 말한다. 이때만 해도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시보가 길에서 본 시체는 이진성이고, 경찰서 화장실에서 본 경찰은 이연우 경위다. 민 팀장은 사실 시보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러다 민 팀장이 이진성과 이연우의 살인자로 수배 중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시보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용의자의 말을 믿기는 쉽지 않다. 그가 자신의 결백을 믿고 기다려준 적이 있지만 말이다. 만약 그가 범인이 아니라면 누가 범인일까? 솔직히 말해 범인은 쉽게 추론이 가능하다. 여기에 또 하나의 사연이 추가된다. 강소담의 아버지 이야기다. 그녀의 아버지 강소담은 승객 폭행으로 죽었다. 작가는 여기서 도 인연을 맺는다. 바로 그 폭행범이 민 팀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런 민 팀장을 과연 믿어야 할까?


작가는 미스터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한정시킨다. 민 팀장이 구타한 운전수가 소담의 아버지고, 이 사건이 민 팀장의 승진을 포기하게 한다. 이런 그를 믿어야 할까? 자신의 생명을 구해 준 시보에게 소담은 작은 부채감을 느낀다. 그런데 시보가 이진성이 죽은 곳에서 시체를 본다. 다른 소설처럼 단순히 죽었다는 것을 아는 정도로 그치지 않고, 더 집중하게 되면 현장을 좀더 확대하거나 원하는 곳을 볼 수 있다. 이때 이진성이 보낸 택배용지의 주소를 본다. 그곳은 소담의 집주소다. 왜 그녀에게 택배를 보낸 것일까? 택배의 내용물은 아빠가 죽기 전 상황을 녹화한 사진이다. 분명하게 보이는 얼굴은 민 형사다. 여기서 이야기는 한 번 꼬이고, 의혹의 씨앗을 던져준다.


같은 경찰에 쫓기는 민 팀장. 소담 씨를 잧아온 다른 경찰들. 민 형사가 범인일까? 소보가 정신을 집중해 현장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외모가 보인다. 누굴까? 용의자인 민 팀장과 소담 씨를 데리고 시보의 부모님 댁으로 간다. 작가는 이때부터 시보의 능력이 격세유전되고, 시체를 보면 생기는 규칙들이 시보의 경험과 할아버지 사연으로 하나씩 밝혀진다. 시보는 지하철역에서 자신과 민 팀장이 죽은 시체를 봤다. 만약 범인을 찾지 못하면 그와 민 팀장은 죽는다. 이야기는 빠르게 나아간다. 그런데 살인 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수사나 진상 밝히기가 너무 늘어지는 것 같다. 여기에 소담 씨와의 작은 로맨스도 생긴다. 긴박하고 짜임새 있게 잘 만든 추리물은 아니다. 잘 읽히지만 아쉬운 대목이 더 많다. 쫓고 쫓기는 구성인데 왠지 긴장감이 떨어진다. 분량을 더 줄이고 압축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그래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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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 가족 한국추리문학선 12
양시명 지음 / 책과나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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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읽었던 작가의 이전 소설과 분위기가 다르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나 사연 등도 전작들과 완전히 다르다. 인터넷 서점 장르 분류에 의하면 스릴러라고 되어 있는데 과연 스릴러가 맞는지 의문이 든다. 만약 이런 종류의 소설도 스릴러라고 한다면 장르의 한계는 더욱 넓어질 것이다. 물론 이 소설 속에 추리적 요소나 복수 같은 이야기도 있다. 각 장에 한 사람의 화자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숨겨놓은 진짜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도 한다. 이렇게 적고 보니 추리 장르에 넣어도 될 것 같은데 소설을 읽다 보면 등장인물 각자의 사연과 현재가 그 생각을 막는다.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가 되면 이 가족에 대한 무수한 의문과 아픔으로 머리가 복잡해진다.


리아. 그녀는 학창 시절 강간을 당해 쌍둥이를 낳았다. 이 아이들을 수녀원 앞에 버렸다. 이런 사실은 나중에 나온다. 이 소설의 첫 번째 화자는 리아다. 그녀는 장애가 있는 그녀를 도와줄 사람을 찾는다. 이때 온 젊은 여성에게 어느 날 그녀에게 온 조라는 남자 이야기를 한다. 어떤 남자일까? 하는 의문을 품는데 일 때문에 온 그녀는 리아가 낸 구인 광고로 온 여성이 아니다. 조의 쌍둥이 누나 란이다. 조는 함께 살던 여자가 사고로 죽은 후 경찰을 피해 도망치는 중이었다. 평범한 일상 이야기가 갑자가 변한다. 그리고 조가 리아를 엄마라고 부르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란. 미래를 약속한 남자 친구가 있다. 리아와 만난 후 리아의 집에서 출퇴근한다. 그녀는 간호사인데 수상한 환자가 나타났다. 그 환자는 그녀에게만 치근덕거리고 다른 간호사에게 신사적으로 행동한다. 그런데 이 남자의 정체가 놀랍다. 리아를 강간하고 두 아이를 낳게 한 악당이다. 란은 그가 불편하고 두렵고 원망스럽다. 이런 사실과 다르게 그의 욕망은 더욱 강하게 불탄다. 오래 전 리아에게 했던 것처럼. 다음 이야기는 리아의 남편 문재식이 들려준다. 한때 리아는 그가 자신을 강간한 남자라고 오해했다. 문 형사는 형사 초보 시절 연쇄살인범의 단서를 찾았지만 다른 큰 사건 때문에 그냥 묻혔다. 그가 리아에 대해 가지는 감정과 언제나 쫓고 있던 살인범을 찾았을 때 보여준 행동은 어느 순간 뒤틀려 나타난다.


어느 날 갑자기 한 여성이 나타나 조의 아내라고 말한다. 그녀의 이름은 아리다. 아이를 임신했고, 아주 그럴 듯한 거짓말을 널어놓는다. 읽다가 그녀의 이야기 중 어디까지 사실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임신한 아이는 조의 아이가 맞을까? 그녀는 왜 리아의 집으로 온 것일까? 황당하고 의문 가득한 이야기 속에 조의 흔적이 흘러나온다. 이 소설 속에서 은밀한 의미에서 리아의 가족이 아닌 여자가 화자로 등장하는 장이 하나 있다. 독백처럼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 유일하게 대화가 이어지는 장이다. 화자는 술집 여자고, 그녀가 관심을 둔 남자는 란의 전 약혼자 기현이다. 란의 친부 사건 이후 그 감정의 파편에 상처 입은 한 남자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작가의 대담한 설정 중 하나는 소설 중반에 리아가 죽은 것이다. 갑작스러운 리아의 죽음은 그리움과 외로움과 두려움이 뒤섞인 결과다. 그녀의 죽음 후 리아의 가족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각 화자들이 들려준다. 유일하게 화자로 등장하지 않은 인물은 조다. 갑자기 집을 떠난 마음 약한 리아의 아들. 리아의 기일 풍경은 그리움으로 가득하다. 앞에 화자로 등장했던 인물들의 지난 과거사가 짧게 나온다. 앞에서 조금씩 쌓아 올린 이야기가 순간 빛을 발한다. 그리고 황당한 이야기가 가족들의 대화 속에 흘러나온다. 그런데 더 황당한 일이 펼쳐진다. 조의 등장이다. 예상하지 못한 그가 보여주는 행동과 말은 너무 허술하다. 그는 어떤 삶을 산 것일까?


각 화자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어릴 때 버린 자식들과의 만남, 이별, 강간범 아버지와의 만남, 복수, 새로운 미래에 대한 희망 등이 조금씩 나온다. 하지만 이들의 삶이 밝지만 않다. 리아의 사랑이 집안에 가득할 때는 문제가 없는 것 같았지만 죽는 순간부터 또 어둠이 내린다. 표지에 나오는 만나서는 안 될 가족이란 문장이 눈길을 다시 끈다. 과연 이들은 만나지 말았어야 할까? 삶의 일부와 결과만 본다면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 지 모른다. 만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아마 그리움과 외로움과 삶의 무게에 짓눌렸을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지금 첫 장면에서 리아가 휠체어에 앉아 자신의 딸에게 아들 이야기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고, 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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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잡
해원 지음 / CABINET(캐비넷)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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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해원의 두 번째 소설이다. 전작 <슬픈 열대>를 재밌게 읽은 기억이 있다. 이번 소설도 전작처럼 속도감이 대단하다. 이번에도 주인공은 여성이다. 전작에서 북한 특수요원 순이가 강렬한 액션을 선보였다면 이번에는 우리 사회 이면의 삶을 보여준다. 주인공 연희가 일하는 미래 클리닝은 범죄 현장의 시체를 처리하고 경찰이 알아챌 수 없도록 범죄 흔적을 지우는 조직이다. 그녀가 이 회사에 들어가게 된 이유는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기와 관련 있다.  1998년대 IMF 시절이다. 국가 부도로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앉고, 일자리를 찾아 돌아다닐 때다. 이후 한국 사채 시장이 엄청나게 커졌고, 불법 추심 문제가 늘 불거지던 시절이었다. 연희도 아버지의 부채를 껴안고 허우적거리던 시절이다.


미래 클리닝의 일자리를 알선한 것은 채권업자다. 처음에는 무슨 일을 하는지 몰랐다. 이자 빚은 점점 늘어나고, 일자리는 아무리 주변도 둘러봐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 청소업체가 한계에 부딪힌 그녀에게 아주 큰 일당을 주겠다고 한다. 한 건 할 때마다 60만 원이다. 처음 이들을 따라 간 현장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이들이 하는 일은 범죄 현장의 시체를 처리하고, 현장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일이다. 놀라 달아나려고 하지만 바로 잡히고, 돈 앞에 어쩔 수 없이 일한다. 돈의 마력은, 높은 일당은 그녀가 이 회사로 출근하게 한다. 이렇게 연희는 점점 불법 세계에 발을 담근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처럼 건물 붕괴 사고로 가족을 잃은 성수를 만난다.


보통의 소설이라면 성수와 알콩달콩한 사연을 만들거나 이 일을 둘러싼 사회의 모습을 깊게 파고들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감상적이고 낭만적인 이야기를 거절한다. 미래 클리닝의 원칙은 불법적인 현장만 처리하고, 일반 아이와 여성은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다. 호황일 때 이런 원칙은 잘 지켜지지만 불황이 되면 원칙은 점점 무너지게 된다. 재밌는 점은 IMF 이후 한국이 외국에 자본 시장을 열어준 것처럼 이런 불법 청소도 외국에 시장을 열어준다는 것이다. 덕분에 업체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가격 경쟁이 벌어진다. 원칙이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이 틈을 파고드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작가가 구축한 사회는 철저하게 분업화되어 있다. 누군가가 사람을 죽이면 청소 업체에 의뢰하고, 청소 업체는 깨끗하게 청소한 후 시체를 황천에 보내 분쇄한다. 만약 누군가를 죽일 일이 있다면 망나니라 불리는 조직에 의뢰하면 된다. 이 청소업도 고수익 업종이고, 지역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미래 클리닝은 강남을 맡고 있다. 업체는 협회에서 배정해준 지역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욕심은 끝이 없다. 업체 간의 다툼이 생기면 협회가 조정하지만 증거가 없다면 그냥 유야무야된다. 이 소설 속 에피소드 하나가 바로 이 업체간의 경쟁이다. 한참 궁지에 몰린 것 같은 미래 클리닝의 반격은 순식간에 벌어지고,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이끌어낸다. 통쾌하다고 말한다면 너무 잔인한 것일까?


작가가 감상을 제거했다고 말할 수 있는 대목 중 하나가 청소하던 중 발견한 목격자를 데리고 황천으로 가는 대목이다. 연희마저도 그를 구하기 위해 어떤 행위를 하지 않는다. 다만 그를 발견하는 과정에서 그녀가 보여준 아주 섬세하고 특별한 능력이 눈에 들어올 뿐이다. 이 능력이 앞으로 벌어질 중요한 사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남들이 무심코 보고 지나간 곳을 그녀는 이상함을 느끼고 파헤친다. 후반부에 이 능력은 빛을 발한다. 앞에 조금씩 깔아둔 설정과 관계가 어느 순간 하나씩 엮이면서 그녀의 일을 쉽게 만들어준다. 쉽다고 했지만 이 표현은 상대적인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까지 오기 전 그녀가 소소하게 해결한 에피소드가 바탕이 된다.


읽다 보면 한국 현대사의 비극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연희 동생이 죽은 붕괴 사고는 삼풍 백화점이지만 다른 이름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누구나 바로 연상할 수 있는 사건이다. 박정희 독재 시절 중앙정부부장을 한 김형욱 사건은 후반부에 중요한 이벤트다. 거대한 비자금을 둘러싼 탐욕의 굴레가 여러 조직과 사람들을 둘러싸고 맴돈다. 짧은 호흡으로 빠르게 몰아치는 이야기는 책에서 손을 떼기 힘들게 한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고, 시체가 계속해서 생긴다. 일상의 작은 틈새로 벌어지는 살인의 원흉이 드러날 때 그것을 덮는 세력가의 모습도 보인다. 지독하게 어두운 사회의 이면이다. 처음 시체 청소란 설정을 보고 기리노 나쓰오의 <아웃> 속 여성들을 떠올렸는데 이 소설이 작가의 이번 작품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지 궁금하다. 재미와 속도감 모두 대단한데 모두 읽은 지금 씁쓸함도 같이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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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리턴즈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나토리 사와코 지음, 이윤희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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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을 재미있게 읽었다. 재밌게 읽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자세한 기억을 사라졌다. 이 글을 쓰기 전 이전 글을 읽었는데도 잘 생각나지 않는다. 역시 저질 기억력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소설도 재밌다. 네 개의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이어지면서 펼쳐진다. 3장을 읽을 때까지는 몰랐는데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각 장이 형제자매가 주인공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각 장마다 등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펭귄철도 분실물센터의 소헤이도 물론 있지만 다른 인물도 있다. 개인적으로 이 인물을 보면서 처음에는 ‘뭐 이런 놈이 있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뭐지?’하는 의문을 바뀌었다.


<반짝반짝 데이지>는 재혼가정의 남매 이야기다. 같은 학년이지만 누가 먼저 태어났는지에 따라 누나와 동생으로 갈라진다. 누나인 료카는 엄마가 요청한 이혼 신청서를 접수하려고 한다. 그러다 자신의 발 밑에 있는 펭귄을 발견한다. 급브레이크가 걸리면서 넘어지고, 배낭 안 내용물이 쏟아진다. 내린다. 부끄럽다. 이런 그녀에게 모히칸 머리를 한 남자가 펭귄에 대해 묻는다. 봤다고 하자 손을 잡고 찾으러 가자고 한다. 이때 동생이 나타난다. 둘은 몇 년을 살면서 제대로 말한 적이 없다. 같은 학교를 다니지만 아는 척도 하지 않는다. 속내를 드러내고 이야기한다. 그녀가 잃어버린 이혼 신청서를 찾기 위해 분실물센터를 찾아간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예상을 벗어난 현실적인 결말이다.


<나의 졸업여행>은 왕따당하는 오빠 신노스케와 축구부 에이스 여동생 미스즈의 작은 여행을 다룬다. 오빠는 홀로 가고 싶지만 여동생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둘은 전철을 타고 수족관에 간다. 펭귄철도 이야기는 아주 유명하다. 홀로 돌아다니는 젠투 펭귄을 본다. 그리고 이 펭귄을 훔치려는 듯한 모히칸 머리의 남자가 있다. 이 수상한 남자가 펭귄을 봤는지 묻는다. 둘의 대답은 갈린다. 오빠는 봤다고, 동생은 못 봤다고. 신노스케는 거짓말을 잘 못한다. 착한 아이다. 경비원이 이 아이들이 수상해 잡아서 정보를 캐려고 한다. 몰래 나온 것이 알려지면 문제가 된다. 달린다. 오빠가 넘어진다. 이때 모히칸 머리를 한 남자가 도와준다. 밖에서 동생을 만나 밥을 먹으려고 하는데 동생이 맡긴 파우치가 없다. 분실물센터를 찾아가고, 이 이야기 속에 숨겨진 남매의 애정과 사랑이 하나씩 드러난다.


<UFO와 유령>은 대학병원 핼액내과 의사 세이코가 화자다. 성이 같고 글자 하나만 다른 마이코란 환자가 외박을 나갔다고 다시 돌아왔다. 열쇠를 잃었다고 말한다. 남편은 출장을 갔고. 쉽게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다. 혹시 열쇠를 찾을 수 있을까 분실물센터를 찾아간다. 그곳에서 소헤이를 만난다. 소헤이가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그녀는 인턴이었다. 반가운 만남을 뒤로 하고 혹시 열쇠를 찾으면 연락을 달라고 한다. 마이코의 집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남편을 만난다. 왜 그녀가 집에 가지 않았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아픈 과거가 흘러나온다. 병원에서 수상한 모히칸 머리를 한 남자를 발견한다. 펑크족이 떠오른다. 그런데 이 남자 그녀를 아는 듯하다. 이후 마이코를 찾아가 사연을 듣고, 자신의 아픈 과거를 말한다. 그녀가 만난 펭귄 사진과 그녀의 사연과 갑자기 창밖에 보이는 UFO는 사라졌던 삶의 열정을 깨운다.


<원더매직>은 모히칸 머리를 한 하루캄의 이야기다. 앞에 나온 이야기들에 갑자기 나와 존재감을 드러낸 인물이다. 그의 등장을 읽다 보면 나쁜 사람 같지 않다고 느끼면서 그의 화에 놀란다. 각각 다른 만남에서 그가 보여준 행동과 그 이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왜 그가 펭귄을 찾으려고 하는지도. 그는 가출 후 마술사 스승을 만나 수련하는 중이다. 일본 전통 마술보다 현대 마술에 더 관심이 많은 듯하지만 스승의 말은 잘 듣는다. 스승님은 잘 지적하지 않지만 갑자기 화를 내는 성격은 나무란다. 이 부분을 보면서 그가 보여준 이상한 행동이 이해되었다.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형과 관련된 사연이다. 전편과 이어지는 부분이 생기고, 앞에 나온 이상한 일들에 대한 설명도 가능해진다. 이번 장을 읽다 보면 그의 형이 누군지 쉽게 일 수 있고, 이전에 나온 이야기들도 잠시 머릿속에 떠오른다. 훈훈하고 가슴이 따스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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