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래 미스터리 - 어른들을 위한 엽기적이고 잔혹한 전래 미스터리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홍정기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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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 동화에 다양한 장르의 미스터리를 더해 잔혹하고 엽기적인 이야기로 만들었다. 읽다 보면 잔혹한 표현에 놀란다. 어느 순간 순화된 전래 동화에 익숙해진 탓이다. 작가의 말을 읽다 보면 단편들을 읽으면서 느낀 어색함이나 비과학적인 부분들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전래 동화에 외국어를 쓴 것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작가가 의도적으로 비튼 이야기를 읽다 보면 전래 동화의 또 다른 변주를 그려낸 작가의 작품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개인적으로 이런 작업은 반갑고 재밌다. 물론 아이들에게 이 단편들을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이미 아이들의 머릿속에서는 덜 잔혹한 변주가 일어나고 있다.


<콩쥐 살인사건>은 ‘콩쥐팥쥐’ 이야기를 잔혹하게 비틀었다. 작가는 단순히 콩쥐팥쥐에 그치지 않고 다른 장르의 도구를 이 소설 속에 빌려 온다. 이 단편에서 스토커란 단어가 나와 어색했는데 작가의 말을 읽고 조금 풀렸다. 이 단어를 보면서 일본 라이트노벨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전래 동화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잔혹함을 더했다. 콩쥐를 돕는 동물들이 나오지만 살인 의지가 더 강하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을 마주한다. 개인적으로 반전을 위한 반전 같은 느낌이라 아쉽다. 이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 역할도 조금 뜬금없는 느낌이다. 이런 점들을 제외하면 생각하지 못한 장면들이 재미를 준다.


<나무꾼의 대위기>는 ‘선녀와 나무꾼’의 변주다. 노총각 나무꾼이 위험에 빠진 사슴을 숨겨 준 후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하는 곳을 알게 된다는 설정은 동일하다. 하늘에서 내려와 온천에서 목욕하는 선녀의 옷을 훔친 것까지는 좋은데 한 선녀가 시체로 발견된다. 뭐지? 하는 순간 산신령이 나타난다. 세 자루의 도끼를 들고. 선녀의 시체를 보고 살인자로 나무꾼을 의심한다. 나무꾼이 변론한다. 사슴과 사냥꾼이 불려온다. 이때 토끼 한 마리가 나타나 탐정 역할을 한다.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고, 숨겨진 이야기들이 흘러나온다. 반전으로 이어지는데 진짜 반전과 예상하지 못한 마무리로 깜짝 놀라게 한다.


<살인귀 VS 식인귀>는 엽기적이다. 떡장수 엄마가 나올 때 ‘해와 달’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야기의 시작은 목을 매고 죽으려는 소녀 이야기다. 떡은 모두 팔리지 않고, 늦은 밤 산을 넘어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엄마의 시선을 따라간다. 깜깜한 밤 산에서 만난 약장수는 호랑이를 두려워하던 그녀에게 작은 안심을 준다. 그런데 진짜 무서운 것은 역시 인간이다. 예상한 식인귀는 약장수다. 그럼 살인귀는 누굴까? 식인귀가 떡장수의 딸을 잡아먹기 위해 간 곳에 살고 있다. 작가는 여기서 단순하게 풀어내지 않고, 한 번 더 꼰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설정을 하나 더 넣었다. 다른 작품에 등장한 언년이가 나와 살짝 반가웠다.


<연쇄 도살마>는 보름달이 뜨면 집안에 있는 동물들이 한 마리씩 죽는다. ‘여우 누이’의 변주다. 먼저 닭들이 죽고, 집에 있는 세 마리 소까지 한 마리씩 죽는다. 아버지는 아들들에게 누가 이 동물들을 죽이는지 감시하게 한다. 첫째 일남의 주장은 막내 미호란 것이다. 전래 동화를 따라가면 맞는 설정이다. 하지만 그대로 따라가면 재미없다. 앞에 작은 암시를 하나 깔아둔다. 그리고 마지막에 드러나는 사실들은 예상한 것과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예상하지 못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이남의 행동이다. 마지막 장면을 읽으면서 간을 그렇게 빼내 먹어야 하는 의문이 생긴다.


<스위치>는 ‘혹부리 영감’을 다른 식으로 엮었다. 만화 <강철의 연금술사>에서 자주 나왔던 등가교환을 소재로 했다. 화자는 푸른 눈을 가진 백정의 아이로 태어나 다른 아이들의 놀림이 되었다. 어느 날 도깨비를 만나 푸른 눈을 그에게 준 후 하나의 선물을 받는다. 이것이 등가교환을 일으키는 보물이다. 자신이 필요한 것을 조건에 맞춰 말하면 바로 교환된다. 작가는 백정 자식의 현실적 어려움과 신분 상승의 욕망을 잘 풀어내었다. 등가 교환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바꾸어 나가는 모습은 이 아이디어를 장편으로 바꾸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 특별한 도구가 만들어낼 수많은 이야기의 가능성에 눈길이 간다. 아니면 이 아이템을 연작 소설로 만들면 어떨까? 여러 가지를 상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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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신호가 닿지 않는 곳으로 - 로켓 발사 앤솔러지
곽재식 외 지음 / 요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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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발사 앤솔로지다. 얼마 전 발사에 성공한 국산 로켓 누리호 발사 기념 SF 단편집이다. 실제 이 프로젝트 기획은 2021년 10월 누리호 1차 발사가 계기였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좋아헸던 장르인 SF이기에 이런 프로젝트는 언제나 환영이다. 그리고 이 앤솔로지에 참여한 작가들도 쟁쟁하다. 수많은 장편과 단편을 내놓은 작가들이다. 물론 내가 이들의 작품을 모두 읽었거나 다 아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거나 다른 앤솔로지 등에서 만난 적이 있다. 아! 한 사람은 예외다. 가장 발표한 소설이 적은 최의택 작가다. 그 외의 작가들은 불과 한두 달 전에 만났다. 어떻게 보면 다작이다, 라고 느낄 때도 있지만 이런 다작이 결국 걸작을 만들기도 한다.


여섯 작가 중 첫 번째 작가는 곽재식이다. 얼마 전 그의 단편집을 읽었다. 그때 안 사실이지만 그의 작품 수는 생각보다 훨씬 많다. 최근에 또 SF 장르 관련된 책을 내 놓은 모양이다. <돌덩이일까, 외계인의 로켓일까>는 시종일관 유쾌하고 유머로 가득하다. 2017년에 발견된 오우무아무아의 정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해프닝을 시사와 엮었다. 정권에 따라 하나의 프로젝트가 어떻게 평가받는지 잘 보여준다. 오롯이 로켓 개발에만 거대한 예산을 쏟아 붓게 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이 거대한 예산이 문제다. 정권에 따라 갈리고, 이것을 이용한 언론전과 국민의 쉽게 변하는 마음이 재밌게 펼쳐진다. 그리고 마지막에 예상하지 못한 한방을 보여준다.


최의택의 <나의 탈출을 우리의 순간들로 미분하면>은 가장 어렵게 읽었다. 가상 지구 밸리와 진짜 지구를 배경으로 한다. 폐허가 된 진짜 지구에 내려온 소녀가 밸리의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이다. 실제 인간을 가상 지구에 업로드하는 과정에 기억의 손실이 있지만 다운로드할 때는 손실이 없다. 진짜 지구에 내려와 경험하는 일들이 조금 혼란스럽게 펼쳐진다. 설정 자체가 어렵다가 보다 작가가 그려내는 세계와 행위들이 나의 머릿속에 바로 입력되지 않는다. 이 작가의 장편이 먼저 나와 있던데 아직은 단편보다 장편에 더 익숙한 작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풀어내야 할 이야기가 많은 작가란 의미다.


이산화의 <재시작 버튼>은 타임루프 속에 갇힌 우주선 조정사들 이야기다. 자신들의 추락이 반복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시작해 이것을 벗어날 방법과 이유를 찾아간다. 이런 상황은 영화 <사랑의 블랙홀>에서 이미 본 것이다. 이 리셋을 깨트리기 위한 노력은 실패의 반복으로 연결된다. 이 반복 속에 드러나는 하나의 사실과 그것을 막으려는 어떤 의지의 작용이란 설정도 재밌다. 화려하지 않지만 소소한 재미가 있다. 그리고 이런 타임 리셋 소설을 읽을 때면 오래 전 딘 쿤츠의 소설을 읽을 때 느낀 반감이 많이 사라진 것에 놀란다. 최근 이런 종류의 소설에 익숙해진 덕분일 것이다.


박애진의 <4퍼센트>는 읽으면서 애잔했다. 우주도약항법사였던 엄마가 우주선 결함으로 죽은 후 오보로 인해 그 가족들이 피해를 입는다. 화자인 딸은 우주 식물을 키우는 연구를 하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데 어느 날 자신이 중단한 연구를 인공지능 자매 아랑이 계속 연구해 가능성을 인정받는다. 이 소설은 성공하지 못한 과학자의 삶을 아주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성과를 제대로 보지 못한 연구와 그 연구의 일부를 가지고 기업에 취업한 후 연구를 강탈하는 선배, 가능성 있는 연구를 특허 신청하자 자신들의 돈벌이를 위해 연구를 폐기하기 위해 특허를 사려는 기업 등 말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우주로 나아가는 화자와 아랑의 모습과 마지막 장면은 진한 여운을 남긴다.


해도연의 <천장 우주>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달에 가서 소금을 채취해 돈을 벌겠다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는데 예산 문제로 우주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한다. 이 우주 엘리베이터를 처음 본 것이 존 스칼지의 <노인의 전쟁>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로켓을 타고 우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읽다 보면 이상한 이야기가 조금씩 흘러나온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와 다르다. 수만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존재하는 천장이 있다. 읽다가 미터의 개념이 다른가? 하는 의심을 했다. 비슷한 이름(나에겐 그랬다)과 여러 인물의 이야기가 뒤섞여 앞부분은 조금 혼란스러웠지만 작가가 설정한 우주를 보고 연작이나 장편으로 개작을 바랐다.


전혜진의 <잘 가요, 은숙 씨>는 가슴 먹먹한 이야기다. 은숙 씨는 정말 나쁜 남편을 만나 고생하다 이혼당했다. 다행히 혼자 사는 고모가 있어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남편은 한 마디로 개새끼다. 양심도 없다. 그가 바라는 것은 돈이다. 이혼한 전처의 장례식장에서도 부조함을 노리고 나타난다. 아들 앞으로 갈 유산을 노린다. 이런 은숙 씨가 바라던 것이 하나 있다. 지구를 떠나 우주로 가는 것이다. 열심히 노력했고 사업 감각이 있던 그녀는 생각보다 많은 돈을 유산으로 남겼다. 이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 은숙 씨를 우주로 보내고 싶다. 아폴로 13호가 우주로 나간 1969년 태어난 은숙 씨의 바람대로. 이 프로젝트를 위해 고모와 은숙 씨 딸과 친구들이 나섰다. 읽는 내내 먹먹했고, 로켓이 발사되었을 때 살짝 눈시울이 붉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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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은밀한 감정 - Les émotions cachées des plantes
디디에 반 코뵐라르트 지음, 백선희 옮김 / 연금술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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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고, 공쿠르 수상 작가가 쓴 책이라 선택했다. 가끔 이런 선택이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을 주는 경우가 있다. 지금 이 책이 그렇다. 솔직히 말해 재미는 바라지 않았다. 내가 잘 몰랐던 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좀 읽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상당한 재미를 누렸다. 새로운 정보와 지식들이 쏟아져 나왔고, 어떤 대목에서는 판타지 소설 속 장면들과 결합했다. 이 책에서 반복해서 말하는 주장 중 하나가 있다. 식물은 인간 없이 살 수 있지만 인간은 식물 없이 살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이다. 인간이 사라진 공간을 다시 채우는 것은 식물이다. 인간보다 먼저 이 지구에서 살아온 것도 식물이다.


열다섯 장에 나누어 식물의 삶과 감정에 대해 말한다. 과학자들의 끈질긴 연구 결과에 의해 밝혀진 수많은 식물 관련 정보는 대단히 방대하다. 이미 알고 있는 몇 가지 정보도 있지만 저자가 풀어낸 이야기 속 식물의 삶은 나의 상상력을 초월한다. 사실에 기반한 정보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믿기 어려운 것들도 상당히 나온다. 특히 멕시코 농부 호세 카르멘의 놀라운 업적은 내가 알고 있던 농업 지식을 완전히 뒤흔든다. 특별한 비료를 사용하거나 지질이 특별한 곳에서 농사를 짓지 않는데도 그의 농산물은 다른 농산물을 압도한다. 어떻게 보면 마법사처럼 보인다.


식물의 수확량이나 건강을 위해 클래식 음악이 좋다는 이야기는 이미 여러 번 들었다. 뉴스에도 여러 번 나왔다. 그런데 음악을 이용해 병충해 등을 물리칠 수 있다고 한다. 유전자변형 작물이 처음에는 높은 생산성을 보여주지만 점점 내성이 생긴 병충해에 의해 더 강하고 많은 농약 등을 뿌려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이 책 전에 읽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행성> 속 쥐들이 떠올랐다. 인간의 유전자 조작을 쥐들의 개조를 통해 이겨내는 장면이다. 원래 그 식물 자체가 병충해를 이겨내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고개를 끄덕이지만 다른 곳에서 낯선 병충해 등이 왔을 때 너무 쉽게 무너진 인류의 역사를 보면 전적으로 여기에 의존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과학을 뛰어넘는 듯한 이야기는 개인적 체험으로 채워져 있으니 잠시 유보하고 싶다. 하지만 식물이 종의 번식과 안정을 위해 하는 행위들은 충분히 과학적이다. 모습을 바꾸고, 동맹을 만들고, 음모를 꾸미고, 그들의 공포와 고통과 기쁨 등을 전달한다. 또 한곳에 머물지만 다른 매개체를 통해 자신들을 다른 곳으로 옮긴다. 번식을 위해 꽃들이 색이나 향기 등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알려주는 대목은 낯익지만 여전히 재밌다. 식물이 느끼는 공포나 슬픔 등의 감정을 보면 판타지 속 외계생물체가 보여준 모습이 전혀 황당하게만 다가오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이 회사에 있는 화분들이다. 사 놓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씩 죽는다. 예전에는 이상한 곰팡이 같은 것이 피었는데 이제는 그냥 마른다. 처음 올 때의 싱싱함이 사무실의 탁한 공기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죽어간다. 쉽지 않다. 읽다 보면 식물의 감정을 풀어내지만 그 시각은 인간의 시각이다. 감정도 인간의 감정으로 해석한다. 인간이 제대로 알 수 없으니 자신의 입장에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 해석이 식물을 이해하고, 우리와의 공생을 위한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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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1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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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시리즈 마지막 편이다. <고양이>, <문명>으로 이어져 온 이 시리즈는 이번 <행성>으로 끝을 맺었다. 6권으로 완결되었는데 이전에 나온 <제3인류>의 권수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전편에서 제3의 눈을 가진 쥐의 왕 티무르를 피해 뉴욕 항에 도착하는 장면에서 이번 이야기가 시작한다. 그들이 바란 것은 미국이 개발한 강력한 쥐약으로 평온한 일상을 사는 미국이었다. 하지만 도착해서 본 풍경은 온통 쥐로 뒤덮여 있다. 그들의 배를 보고 쥐들이 바다를 헤엄쳐 온다. 닻을 타고 배에 올라온다. 첫 장면부터 쥐떼와의 대결이 펼쳐진다. 이 전투에서 배에 탄 수많은 사람들과 동물들이 죽는다. 바스테트의 친구들도 많이 죽었다. 이 시리즈를 읽다 보면 가까운 동물이나 사람들이 계속 죽는다.


닺을 올려 쥐떼 군단의 공격을 막아내지만 이제는 갈 곳이 없다. 그러다 뉴욕의 높은 빌딩의 신호를 본다. 앵무새를 보내 협상을 하려고 하지만 앵무새는 돌아오지 않고, 드론이 날아와 짚라인 줄이 내려온다. 고층 빌딩을 이런 짚라인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욕의 고층 빌딩에 약 4만 명의 인간과 수천 마리의 고양이와 개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의 주식은 주로 쥐 고기이고, 야채 등은 빌딩에서 키운다. 식수는 비로 충당하고 있다. 바스테트 일행이 이곳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상당히 안정적으로 이 도시가 유지되고 있었다. 그리고 강력한 쥐약의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쥐약에 대한 내성이 생긴 쥐의 탄생으로 무력화되었다고 한다. 이 군단의 왕은 알 카포네로 불린다.


쥐 군단의 서해전술은 무시무시하다. 천적이 사라지고, 인류가 만들어 놓은 식량 등이 이들을 더욱 번성하게 한다. 쥐의 왕은 제후들을 거느리고 인간의 고층 빌딩을 공략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쥐의 이빨로 빌딩의 하단부를 갉아내어 무너트리는 것이다. 빌딩을 지을 때 쓴 재료의 강도에 따라 건물이 무너진다. 사람들은 더 높고 더 강한 빌딩으로 몰린다. 하지만 이때 우리는 이 빌딩도 언젠가는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빌딩에서 이전에 강력한 쥐약을 만든 유전자 과학자를 만난다. 그리고 드디어 인류의 연락망을 망가지게 한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 개발된다. 도박이지만 성공하면서 세계가 연결된다. 문제는 이 인터넷을 통해 프랑스의 티무르가 바스테트가 어디 있는지 알게 된 것이다.


인류가 쌓아 올린 과학 기술은 대단하다. 사람이 없어도 자동 항법으로 대양을 건너는 것이 가능하다. 프랑스와 미국의 두 군단의 쥐가 뉴욕에서 만난다. 일단 티무르가 꼬리를 내린다. 미국 쥐는 덩치가 더 크다. 하지만 티무르는 제3의 눈을 가지고 있다. 불을 사용할 수 있다. 인류의 지식이 인류의 공격하는 무기가 된다. 쥐의 이빨에 강한 건물도 불은 견딜 수 없다. 인간과 바스테트는 대응법을 만들어내지만 거대한 쥐 군단을 압도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쥐들은 티무르의 지식을 바탕으로 인간들을 더 압박한다. 뉴욕을 벗어나야 하지만 쉽지 않다. 이들을 구하기 위해 달려온 기갑부대마저 쥐의 공격에 무력회되지 않았던가. 핵폭탄 이야기가 나오지만 뉴욕만 폭격한다고 해결된 문제도 아니다. 작가는 지식과 서해전술을 엮어 인간의 종말이 다가왔음을 암시한다.


쥐 군단과 인간과 고양이 등을 포함한 동맹의 대결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고층 빌딩에 머무는 수많은 사람들은 102개의 인간집단으로 나누어져 있다. 재밌는 점은 총회의 회장이 힐러리 클린턴이란 것이다. 교묘한 방식으로 총회를 자신이 바라는 대로 이끈다. 하지만 위기 앞에서 이 정치력은 너무 쉽게 무력화된다. 이 틈을 파고들어 고양이들을 103번째 집단으로 인정해달라고 한다. 이 총회의 가입 조건이 쥐의 왕들을 죽이는 것이다. 이때 쥐의 왕은 자유의 여신상을 머리를 날리고 자신들의 얼굴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그곳에 머문다. 인간들은 드론을 통해 이 상황을 지켜본다. 택배 드론은 그렇게 무겁지 않은 작은 고양이를 실고 날아갈 수 있다, 재밌는 발상이다. 이런 상상력이 이 소설 곳곳에 나온다. 실존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읽으면서 수많은 생각이 오간다. 서해전술을 막을 방법이 과연 없을까? 기갑차량을 고장 나게 한 원인은 고치면 가능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은 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그들이 어떻게 위기 상황을 넘어갔는지 감안하면, 그 어마 무시한 숫자를 생각하면 내가 생각한 몇 가지는 금방 무력화된다. 실제 인간이 세운 요새들이 쥐 군단의 공격에 무너지는 광경을 보면 숫자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행위와 지속적인 공격이 지닌 무서움을 깨닫는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마지막에 내놓았을 때 지독하게 인간의 역사와 닮아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 위기 상황에 대한 해결책으로 전 생물종의 공존과 협력을 이야기할 때 다시 생각이 많아진다. 언제나처럼 이 소설의 가독성은 아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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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도 살인사건
윤자영 지음 / 북오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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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과 밀실처럼 섬을 꾸민 살인사건을 엮었다. 세월호 이후 바뀐 수학여행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현직 교사가 느낀 학생에 대한 감정이 어느 정도 녹아 있는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자극적이다. 현직 학교 생물교사가 쓴 글이다 보니 그 내용이 소설 곳곳에 스며 있다. 그리고 어떤 대목에서는 노골적으로 학교 수업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와 별개로 이 소설은 가독성이 아주 좋다. 살인자가 누군지는 파악하는데 크게 무리가 없지만 진짜 범인이 누군지 하는 것은 전혀 예상 밖이다. 독자의 취향에 따라서는 사족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생물 교사의 화학 지식과 청소년들의 일탈과 잔혹함을 잔인한 살인사건으로 풀어낸다. 재밌고 빠르게 잘 읽힌다.


이 소설에서 탐정 역할을 하는 학생이 한 명 있다. 바로 영재다. 반에서 외톨이처럼 지내는데 그는 뛰어난 관찰력과 묘사 능력을 가지고 있다. 십자로로 들어오는 와중에 쓴 글이 섬의 모습이나 특성을 아주 간결하면서도 잘 잡아낸다. 이런 그에게 다가온 친구가 부회장 민선이다. 반 회장 장희종이 엄마의 돈을 믿고 망나니 짓을 할 때 반의 일을 묵묵히 처리하는 학생이 민선이다. 실제 이 십자도로 수학여행을 오게 된 것도 장희종이 바란 것이다. 세월호 이후 학년 전체 수학여행은 불가능하지만 반 단위로 교육적 목적으로 떠나는 것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런 말썽쟁이들과 함께 수학여행 가는 것을 담임 고민환 선생은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희종의 엄마에게 넘어간 교장은 희종의 엄마와 함께 선생의 약점을 잡고 성사시킨다.


인천 서창고등학교 2학년 7반 23명은 담임과 부담임 이지현 선생과 함께 배를 타고 오지섬 십자도에 들어간다. 이 섬에는 여름 휴가철이 되어야 사람들이 들어오는 곳이다. 하지만 희종의 엄마가 돈을 뿌려 학생들이 3박 4일 동안 머물 수 있게 된다. 섬은 휴대폰이 터지지 않고, 유일한 연락 방법은 이장집 유선전화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평소 정기적으로 운행하는 배가 없고, 수학여행 마지막에 들어올 예정이다. 그 동안은 섬은 거대한 밀실이 된다. 학생과 교사 이외에 이장과 학생들 식사를 담당하는 이씨 부부와 청년회장이 있을 뿐이다. 다른 사람이 몰래 들어온 것이 아니라면 범인은 이들 중에 있다. 공정한 추리 소설이라면 당연한 것이다.


첫날 밤 어느 수학여행과 다름없이 학생들은 몰래 가지고 온 술을 마신다. 선생은 학생의 술을 적발하지만 희종은 돈으로 이장을 유혹한다. 고민환 선생은 이장이 술을 팔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엄청난 가격을 말하는 희종에게 넘어가려고 한다. 이때 청년회장이 나타나 이 거래에 끼어든다. 이장의 술을 자신이 사고, 자신이 이 술을 희종 무리에게 판 것으로 만들어 죄의식을 살짝 덜어준 것이다. 정상가격의 열 배가 넘는 돈을 주면서 안주까지 부탁한다. 술과 안주를 제공하면서 좋은 경치를 보여주는 술자리로 등대까지 추천한다. 이 정도면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어른이다. 희종 패거리가 어른을 깔보는 것도 이런 어른들 영향이 있다.


첫날 밤 시체를 발견한 인물은 영재다. 새벽에 잠이 오지 않아 산책을 나갔다가 등대에 비친 시체 윤곽을 보고 선생에게 말한다. 처음에는 고민환 선생에게 말하려고 했지만 그는 술에 취해 잠들어 있다. 결국 이지현 선생을 깨운다. 등대에 가기 전 청년회장도 깨워 같이 간다. 그곳에서 발견한 것은 목을 메단 이장의 시체다. 자살처럼 보인다. 하지만 관찰력이 뛰어난 영재는 자신이 처음 발견한 당시 쓴 글을 돌아보면서 타살 가능성을 제기한다. 자살이 아니라면 누가 왜 죽였을까? 그리고 둘째 밤에 범인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의심한 이씨가 범인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그는 다음 날 아침 학교 식당에 자살한 것처럼 꾸며진 채 발견된다. 독자에게 작가는 타살임을 분명하게 알려줬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직 이 사실을 모른다. 영재만 사건 현장을 돌아보고 의심을 품고 과학적 사실을 알아챈다. 이 사실을 민선과 이지현 선생과 공유한다.


마지막 밤이 되었다. 이번에 그 대상은 누굴까? 둘째 날 아침 명신이 복통을 앓아 누었는데 희종 패거리는 또 술을 마실 생각을 한다. 술은 이장집에 담근 술이 있다. 아이들은 담근 술을 들고 다시 등대로 간다. 술을 마신다. 그런데 평소보다 빨리 취한다. 이상하다. 이때부터 이 소설에서 정말 죽이고 싶은 인물이 누군지 알려주기 시작한다. 그리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려준다. 청소년 범죄의 한 모습이 드러난다. 참혹하고 잔인하다. 무서운 것은 이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이 이 일을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아플 때 보여준 행동과 대비된다. 이 살인 계획의 트릭 등은 그렇게 낯설지 않다. 하지만 진짜 반전은 마지막에 나온다. 2014년 연말에 좋은땅이란 곳에서 나온 <십자도 시나리오>란 소설이 있는데 같은 소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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