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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소크라테스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1월
평점 :
제33회 시바타렌자부로상을 수상작이다. 이사카 고타로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이런 수상이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 그의 이력을 검색하면 상당히 많은 상을 수상한 이력이 나온다. 일본 서점대상의 경우는 받은 적이 있지만 최종후보작에만 엄청 올라가 있다. 아직 나오키상을 받지 못한 것은 약간 의외다. 사실 이 정도 작가의 경우 어떤 상을 받았는지는 별로 관심이 없는데 인터넷 서점에 한 번에 정리된 것을 보고 몇 자 적었다. 그리고 작가 데뷔 20년 작품이란 설명을 작가의 말에 그대로 적었다. 그의 성장과 변화를 엿볼 수 있는 글이다. 개인적으로 공감할 부분이 많았다.
다섯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 내용을 몰랐을 때는 특정인물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연작 단편으로 생각했다. 각 단편의 주인공이 모두 다르다. 읽다 보면 이소켄 선생이 여러 번 나오는데 동명이인인지, 아니면 진짜 같은 선생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같은 인물이 다른 이야기에 잠깐 등장하는 경우가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후일담 같은 등장을 좋아하는데 작가는 아주 멋지게, 또는 감성적으로 등장시킨다. 눈시울을 붉게 만들기도 한다. 나보다 좀 더 꼼꼼하고 세밀하게 읽은 독자라면 시간의 흐름도 같이 찾아서 풀어내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보니 대화나 말투에서 눈높이를 맞추어야 한다. 많은 청소년 문학을 읽을 때 느끼는 괴리감이 이 부분들인데 작가는 상당히 잘 풀어내었다. 표제작 <거꾸로 소크라테스>부터 시작해 마지막 <거꾸로 워싱턴>까지 모두 한 가지 공통된 부분을 다룬다. 바로 선입견이다. 사실 인간이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실수를 저지르는 부분 중 하나가 선입견이다. 그 사람의 단편적인 일상이나 말이나 행동 등을 보고 쉽게 단정짓는다. <거꾸로 소트라테스>의 경우는 담임이 가진 선입견을, <슬로하지 않다>는 전학생의 모습에 대해, <비옵티머스>는 반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한다고 생각한 초보 교사에게, <거꾸로 워싱턴>은 역시 한 전학생과 새아빠에 대한 선입견이다. <언스포츠맨라이크>는 살짝 다른 이야기와 전개도 상황도 조금 다르다.
개인적으로 첫 단편인 <거꾸로 소크라테스>를 읽고 이 모든 계획을 짠 소년 안자이가 계속 나오길 바랐다. 그런데 다음 이야기에서 다른 소년이 나왔다. 조금 아쉬웠다. 그런데 이 아쉬움은 금방 사라졌다. 소년들이 마주하는 세계, 즉 학교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그것을 풀어가는 소년 등의 활약이 너무 재밌었기 때문이다. 이 상황들을 풀어가는 방식은 이전에 읽었던 것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독자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유인하고, 마지막에 반전처럼 상황을 풀어낸다. 그리고 작은 것들을 이야기 속에 심어 놓고, 이것을 간접적으로 가볍게 다루는 듯하면서 여운을 남긴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문구는 농구에서 1분은 영원이라고 한 대목이다. 시간이 정해진 경기를 볼 때면 이 1분이 가끔 진짜 영원처럼 다가온다. 이기고 있을 때는 1초가 길고, 질 때는 이 1분이 순식간이다. 그리고 이 단편에 나온 인물이 다른 이야기 속 서로 다른 공간에서 등장할 때 진한 울림을 준다. 아직 젊어서 그렇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가끔 우리는 현재와 미래를 너무 가볍게 다룬다. 그것은 좋은 점과 나쁜 점 모두에 해당된다. 미래에 대한 공포 마케팅은 현재에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에게 더욱 강하게 다가온다. 삶에서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누군가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각각의 단편들을 읽다 보면 아이들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재밌는 상황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각각의 이야기 속에 개성 강한 아이들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재밌고 풍성하게 만든다. 현실에서 보기 드문 아이들이지만 없다고 말할 수도 없는 아이들이다. 대표적으로 안자이나 교수 같은 아이들이다. 그리고 이 단편에서 시간의 흐름을 알게 하는 몇 가지 설정들이 있다. 하나는 영화고, 다른 하나는 같은 인물이 다른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것이다. 물론 작가는 이것을 아주 재밌게 잘 사용한다. 이 단편집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의 나를 많이 떠올렸다. 그런데 생각나는 것이 별로 없다. 저질 기억력 탓일지, 이런 친구가 없었던 것일지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