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소크라테스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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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회 시바타렌자부로상을 수상작이다. 이사카 고타로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이런 수상이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 그의 이력을 검색하면 상당히 많은 상을 수상한 이력이 나온다. 일본 서점대상의 경우는 받은 적이 있지만 최종후보작에만 엄청 올라가 있다. 아직 나오키상을 받지 못한 것은 약간 의외다. 사실 이 정도 작가의 경우 어떤 상을 받았는지는 별로 관심이 없는데 인터넷 서점에 한 번에 정리된 것을 보고 몇 자 적었다. 그리고 작가 데뷔 20년 작품이란 설명을 작가의 말에 그대로 적었다. 그의 성장과 변화를 엿볼 수 있는 글이다. 개인적으로 공감할 부분이 많았다.


다섯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 내용을 몰랐을 때는 특정인물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연작 단편으로 생각했다. 각 단편의 주인공이 모두 다르다. 읽다 보면 이소켄 선생이 여러 번 나오는데 동명이인인지, 아니면 진짜 같은 선생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같은 인물이 다른 이야기에 잠깐 등장하는 경우가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후일담 같은 등장을 좋아하는데 작가는 아주 멋지게, 또는 감성적으로 등장시킨다. 눈시울을 붉게 만들기도 한다. 나보다 좀 더 꼼꼼하고 세밀하게 읽은 독자라면 시간의 흐름도 같이 찾아서 풀어내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보니 대화나 말투에서 눈높이를 맞추어야 한다. 많은 청소년 문학을 읽을 때 느끼는 괴리감이 이 부분들인데 작가는 상당히 잘 풀어내었다. 표제작 <거꾸로 소크라테스>부터 시작해 마지막 <거꾸로 워싱턴>까지 모두 한 가지 공통된 부분을 다룬다. 바로 선입견이다. 사실 인간이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실수를 저지르는 부분 중 하나가 선입견이다. 그 사람의 단편적인 일상이나 말이나 행동 등을 보고 쉽게 단정짓는다. <거꾸로 소트라테스>의 경우는 담임이 가진 선입견을, <슬로하지 않다>는 전학생의 모습에 대해, <비옵티머스>는 반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한다고 생각한 초보 교사에게, <거꾸로 워싱턴>은 역시 한 전학생과 새아빠에 대한 선입견이다. <언스포츠맨라이크>는 살짝 다른 이야기와 전개도 상황도 조금 다르다.


개인적으로 첫 단편인 <거꾸로 소크라테스>를 읽고 이 모든 계획을 짠 소년 안자이가 계속 나오길 바랐다. 그런데 다음 이야기에서 다른 소년이 나왔다. 조금 아쉬웠다. 그런데 이 아쉬움은 금방 사라졌다. 소년들이 마주하는 세계, 즉 학교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그것을 풀어가는 소년 등의 활약이 너무 재밌었기 때문이다. 이 상황들을 풀어가는 방식은 이전에 읽었던 것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독자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유인하고, 마지막에 반전처럼 상황을 풀어낸다. 그리고 작은 것들을 이야기 속에 심어 놓고, 이것을 간접적으로 가볍게 다루는 듯하면서 여운을 남긴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문구는 농구에서 1분은 영원이라고 한 대목이다. 시간이 정해진 경기를 볼 때면 이 1분이 가끔 진짜 영원처럼 다가온다. 이기고 있을 때는 1초가 길고, 질 때는 이 1분이 순식간이다. 그리고 이 단편에 나온 인물이 다른 이야기 속 서로 다른 공간에서 등장할 때 진한 울림을 준다. 아직 젊어서 그렇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가끔 우리는 현재와 미래를 너무 가볍게 다룬다. 그것은 좋은 점과 나쁜 점 모두에 해당된다. 미래에 대한 공포 마케팅은 현재에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에게 더욱 강하게 다가온다. 삶에서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누군가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각각의 단편들을 읽다 보면 아이들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재밌는 상황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각각의 이야기 속에 개성 강한 아이들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재밌고 풍성하게 만든다. 현실에서 보기 드문 아이들이지만 없다고 말할 수도 없는 아이들이다. 대표적으로 안자이나 교수 같은 아이들이다. 그리고 이 단편에서 시간의 흐름을 알게 하는 몇 가지 설정들이 있다. 하나는 영화고, 다른 하나는 같은 인물이 다른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것이다. 물론 작가는 이것을 아주 재밌게 잘 사용한다. 이 단편집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의 나를 많이 떠올렸다. 그런데 생각나는 것이 별로 없다. 저질 기억력 탓일지, 이런 친구가 없었던 것일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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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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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시자와 요의 소설은 자주 본다. 자주 본다고 쓰고 난 후 검색하니 올해 겨우 3권째 일뿐이다. 그런데 올해 출간된 책이 총 네 권이다. 다른 다작의 작가에 비하면 많은 편은 아니지만 편집자들의 눈에 작가의 소설이 눈에 들어온 모양이다. 가끔 이런 작가들을 만난다.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소설들을 재밌게 읽었기에 앞으로 더 나오길 바라지만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다만 바랄 뿐이다. 이 단편집에 실린 다섯 편의 소설들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직관적인 트릭이나 공포가 아닌 한 템포 돌아가는 방식으로 풀어가는 서술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어떤 부분에서는 예정된 상황이 그대로 일어나는 서늘함도 담고 있다.


표제작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는 한 폐쇄적인 마을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다룬다. 살인자는 화자의 할머니이고, 피해자는 고조할아버지다. 할머니 유골을 정리하기 위해 왔다. 과거 이야기가 하나씩 흘러나오는데 화가 날 정도다. 이 폐쇄적인 마을이 할머니를 왕따시켰는데 가장 큰 이유가 외지인이란 것이다. 시아버지가 치매가 있어 마을에 피해를 입혔는데 이것을 할머니 탓으로 돌리고 괴롭힌다. 무라하치부란 용어가 있을 정도로 과거에는 흔한 일이었던 모양이다. 여기에 경창까지 가세했다니 현대 사회가 무색하다. 화자가 하나씩 풀어낸 이야기를 듣다 보면 화가 나는데 이 이야기를 다 들은 그의 여자 친구가 이 살인 사건의 다른 면을 말한다. 여기에 살짝 착각 혹은 초자연적 상황까지 엮으면서 할머니의 강렬한 바람이 서늘하게 다가온다.


<목격자는 없었다>는 하나의 실수를 바로잡기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다 상황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을 다룬다. 초보적인 실수로 숫자를 잘못 쳐 좋은 실적을 쌓지만 이 사실을 숨기려고 한다. 실제 발주와 입력된 숫자의 차이는 자신의 돈으로 메운다. 문제는 이 사실을 누구도 몰라야 한다는 것이다. 열심히 변장해 배송까지 잘 했는데 교통 사고 현장을 목격한다. 정체가 들키지 않기 위해 바쁘게 달아난다. 그런데 이 사건이 제대로 된 목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사실이 왜곡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이 소설의 제목대로 서늘하게 흘러간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과 더불어. 인간의 뒤틀린 집념이 만들어낸 비극이다.


<고마워, 할머니>는 첫 장면을 읽으면서 상황이 바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다 과거 속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미국에서 마음껏 먹다 살이 찐 손녀가 일본에 돌아온 후 뮤지컬 속 소녀를 보고 다이어트에 성공한다. 살이 빠진 후 예쁜 얼굴이 드러나고, 광고 등에도 나온다. 할머니는 손녀를 밀착 관리한다. 학교 생활도 막고, 먹고 싶은 것도 먹지 못하게 한다. 프렌차이즈 통닭집에서 무료로 먹을 수 있는 쿠폰까지 버릴 때는 어찌나 아깝든지. 그리고 첫 장면으로 돌아온다. 그 과거 이야기 속에 억눌려 있던 감정들이 어떤 상황을 만들어냈는지 알게 될 때 “고마워, 할머니”란 표현이 무서워진다.


<언니처럼>은 육아에 지친 언니가 아이를 죽였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화자에게 언니가 어떤 존재였는지 알려준다. 하지만 문제는 이 사건으로 그녀를 보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를 위축시킨다. 아이가 짜증을 내고, 힘들게 달래지만 다음에는 더 심해진다. 그러다 손찌검을 한다. 오해가 겹치고, 피로도가 높아지고, 남편은 같이 아이를 돌볼 마음이 전혀 없다. 너무 흔하게 자주 본 모습이다. 이렇다고 모든 엄마들이 완전히 무너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상황이 되면 작은 실수가 큰 사고로 발전할 수 있다. 읽으면서 답답하고 불편하고 불안했다.


<그림 속의 남자>는 읽으면서 일본 고전 미스터리 한 편을 읽는 느낌이었다. 소재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 등이 그렇게 느껴졌다. 상실의 고통을 겪은 화가가 그린 그림과 그 화가를 옆에서 지켜본 수집가가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내는 방식이다. 단순하게 화가의 광기를 다루지 않고 화가의 불행했던 과거를 같이 보여주면서 한 사건의 이면을 새롭게 해석해낸다. 이 해석까지 오는 과정을 보면서, 화가가 그렸다는 그림을 떠올리면서 인간의 복잡한 마음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걸작을 그리고 위해 살인을 저질렀다는 세간이 평가를 뒤집는 해석은 앞의 소설과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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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의 불편함
마리커 뤼카스 레이네펠트 지음, 김지현(아밀) 옮김 / 비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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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다. 장르 소설보다 시간이 훨씬 더 걸렸다. 읽으면서 작가가 풀어내는 이야기들과 심리 묘사가 머릿속에서 의문 부호를 계속 던졌다. ‘진짜?’라는 물음이 나오는 것은 내가 사는 곳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강 건너 도시에 대한 반감이 나올 때면, 집 텔레비전을 상자 속에 놓아둔다는 이야기를 볼 때면 그들의 닫힌 세계가 기묘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한 가족이 보여주는 뒤틀리고 암울한 일상과 조금씩 공간을 잠식하는 광기가 계속해서 불편하게 다가왔다. 이것은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난 다음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3부로 나누어서 진행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1부에 나오는 맛히스 오빠의 죽음이다. 강에 스케이트를 타러 갔다가 얼음 속에 빠져 죽었다. 이때부터 엄마는 속된 말로 산송장처럼 살아간다. 무너진 일상과 닫힌 세계 속 소녀는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 자신의 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근친상간의 위험한 순간까지 나아간다. 시간이 흘러 농장에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소들을 살처분해야 하고, 이 행위는 격렬한 반발로 이어지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시간의 흐름 속에 어둠은 더 깊이 일상 속으로 스며든다. 여기에 아이들의 자연에 대한 호기심 가득한 행동들이 생기를 불어넣어준다.


큰오빠의 죽음과 함께 무너진 가정의 풍경, 오버 오빠가 보여주는 광기어린 행동들은 왜? 라는 질문과 함께 불편함을 계속 느끼게 한다. 남은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부모는 자신들만의 세계 속에 매몰되어 있고, 성경의 가르침을 제외하면 모두 배척한다. 이 덕분에 성 지식은 없어지고, 뒤틀리고 위험한 행위만 남는다. 야스가 변비로 고생할 때 아빠가 하는 치료법이란 것이 항문에 비누를 넣는 것이라니. 이 장면을 보고 열두 살 소녀의 몸이 이 가족에게 어떤 의미인지 엿볼 수 있다. 오빠와 동생들이 경악할 만한 행동을 하는 것은 또 어떤가. 이런 행동을 순진하고 호기심 가득한 문장으로 표현한다. 아이의 호기심을 빼고 상황만 본다면 잔인하고 경악할 일이다.


지독하게 금욕적인 삶을 강요하는 공동체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탈과 호기심 가득한 성욕은 부모의 관심이 사라지는 순간 위험해진다. 닫힌 세계 속에서 정보는 단편적이고 상상력은 괴상한 쪽으로 흘러간다. 아이들에게 가해지는 성폭력은 얼굴을 찌푸리게 하고, 입에서 욕이 튀어나오게 한다. 이런 분노는 폭발시키기보다 조용하고 차분한 묘사 속에 사그라든다. 멀어진 부모 사이를 보면서 아이는 순진하게 바라는 바를 표현한다. 순수한 표현 속에서 아이는 이전처럼 가족의 일상 회복을 바란다. 그러나 이 회복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그 이후를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문장도 그렇지만 내용도 쉽지 않다. 문장보다 표현하는 상황이나 감정이 더 머릿속을 복잡하게 한다. 작가 사진을 보고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선입견의 작용이다. 실제 학창 시절 이 때문에 작가가 고생한 모양이다. 뤼카스란 이름을 스스로 붙였고, 남성과 여성의 이분법에서 벗어나고자 했다고 한다. 2020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연소 수상자다. 홍보 포인트 중 하나다. 만약 이 소설에 대한 이해를 더 깊이 하고 싶다면 책 소개와 언론에서 발췌한 평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담담하면서 세밀하게 묘사한 문장 속에 담긴 폭력과 잔혹함과 일상 속에서 평범한 듯 다루어진 광기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 소설도 한 동안 머릿속에서 다양한 변주를 일으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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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의 아이
시게마쓰 기요시 지음, 권일영 옮김 / 크로스로드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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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정말 오랜만에 시게마쓰 기요시의 소설을 읽었다. 그의 작품을 모두 읽지 않았지만 아주 강렬한 느낌을 받은 몇 작품 때문에 늘 관심을 두고 있다, 그러다 아주 자극적인 표지와 섬뜩한 사건을 소재로 한 이 소설이 눈에 띄었다. 7년 전 중학교 2학년 학생이 반 학생들을 독살한 사건이다. 단순히 그 사건을 파헤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작가는 7년이 지난 후 이야기를 풀어낸다. 가장 먼저 가족을 묻고,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그것도 피로 이어진 것이 아니라 재혼으로 만들어진 부자 사이를 말이다. 그리고 묻는다. “우리는 대체 자식의 무엇을 믿어야 하고 어느 부분을 읽어 내야만 하는 걸까” 하고.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와 관련된 사건이 터지면 항상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내가 가해자의 부모라면, 혹은 피해자의 부모라면 하고. 현재 모습을 보면 사이코패스의 가능성은 전혀 없지만 가해자 가족이 된다면 어떻게 피해자 부모에게 사과하고 아이를 바르게 키울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한다. 하지만 피해자라면 어떨까? 현실에서 마주한 수많은 사건 사고를 보면서 내 속에서 강하게 꿈틀거리는 분노를 발견한다. 그 피해의 정도에 따라, 그 가해자의 사과 여부와 재발 가능성에 따라 그 분노와 행동은 달라질 것이다. 물론 이것은 머릿속 상황일 뿐이다. 작가는 보통 이렇게 흘러가는 이야기 대신 더 끔찍한 상황을 설정하고 풀어낸다. 어떤 대목은 전혀 가슴에 와 닿지 않지만 머릿속은 그 가능성에 서늘해진다.


한적한 뉴타운 아사히가오카의 한 중학교에서 급식 독살 사건이 생긴 지 7년이 지났다. 급식 살인 사건의 가해자는 중학교 2학년 학생이다. 아이들이 독에 중독되어 죽고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웃는다. 왜 이런 짓을 했을까? 독극물은 어디에서 구했을까? 경찰 발표에 나온 것을 보면 보통의 사이코패스와 별 차이가 없다. 작가는 단순히 이 소년을 뒤쫓기보다 재혼 후 가족이 된 중학생 아들 하루히코와의 관계에 더 집중한다. 피가 아닌 법률에 의해 가족이 된 후 그는 아버지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결혼 전 하루히코가 학교에서 당한 학폭 등을 감안해서 이사하고, 싼 가격에 산 집을 리모델링해 나름 세심한 배려로 집을 지었다. 그리고 이사 와 보통의 화목한 듯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7년 전 사건에서 가해 학생은 피해 학생들을 목요일의 아이들이라고 불렀다. 미성년자 사건이다 보니 얼굴이 언론에 알려지지 않았고, 얼마 전 풀려났다. 시미즈와 새가족들이 이사한 동네에 이 사건의 가해자 주택이 있었는데 그곳에 갔다가 하루히코를 보고 이웃집 아줌마가 놀란다. 자세히 보니 닮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런데 학교에서도 하루히코를 보고 당시 선생이 기절한다. 전학 당시 분위기가 닮은 점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시미즈에겐 충격적인 일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 대해 하루히코가 아닌 옆집 여학생 마야에게 듣는다. 그리고 얼마전에는 집에서 키우던 개가 그 독극물로 죽었다. 이렇게 7년 전 사건 가해자의 그림자가 서서히 그 마을을 덮는다.


시미즈는 어느 날 편의점에서 학생들이 그 사건의 범인 우에다를 님까지 붙여 속삭이는 것을 듣는다. 만화 잡지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쪽지가 끼워져 있는 것을 본다. 하루히코와의 대화는 서로 거리를 두고 겉돈다. 정중하지만 아내를 사이에 두고 서로 친한 척한다. 하루히코가 이전 학교에서 당한 폭력은 홀엄마에 대한 아이들의 저열하고 비열한 언어와 합성 사진 폭력 등이었다. 학교는 언제나 이런 문제에서 제3자로 물러나 비겁해진다. 하루히코가 바라는 것은 엄마가 행복해지는 것이다. 엄마가 웃는 것을 바라는데 자신의 숨겨진 비밀을 알아챈 새아버지가 다가오자 죽이겠다는 협박을 한다. 이것이 목요일의 아이 우에다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새롭게 사귄 친구의 정체는 무엇일까?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점점 어둠 속으로 빠져든다.


읽다 보면 그 무거움과 어둠에 마음이 어지럽다. 머리도 혼란스럽다. 뒤로 가다 보면 예전에 본 일본 영화의 한 장면이나 설정이 떠오르기도 한다. 우에다가 하나의 도시 전설이나 신화로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머릿속은 더 복잡해진다. 뭐지? 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일까? 그 마음이 세상의 종말을 바라는 부분으로 이어질 때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몬스터>가 떠오른다. 인간의 심리를 극단적으로 몰고 간 그 만화 말이다. 악에 대해 작가는 새로운 시선을 보여준다. 이 소설의 백미는 우에다가 말하는 세상의 종말과 그 뒤에 숨겨져 있는 감정 사이를 날카롭게 파고든 부분이다. 사람이 저지르는 악을 우리의 이해 한도 속으로 우겨 넣으려고 한 시도를 비판한다. 가볍게 읽기 어려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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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타로 한국추리문학선 11
이수아 지음 / 책과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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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추리문학선 11권이다. 검색해보니 이 문학선도 상당히 읽었다. 개인적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조금 갈리기는 했지만 한국 추리문학을 읽는다는 재미는 충분히 누렸다. 이 소설을 선택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도 한국추리문학선이란 브랜드였다. 그리고 읽으면서 예상 외의 재미에 놀랐다. 드라마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머릿속에서 가상 캐스팅도 몇 명 해보았다. 아쉬운 점이라면 최근 드라마를 보지 않으면서 젊은 배우들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큰 미해결 사건을 바닥에 깔아두고, 다른 살인 사건들을 해결하는 방식이라 드라마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마담 타로는 사라진 여동생을 찾기 위해 경찰을 그만 두었다. 타로를 선택하게 된 사연이 나오는데 경찰이라고 어디나 들어갈 수 없다는 현실이 잘 드러난다. 이런 곳을 살짝 들어가는 인물이 바로 무당이었기에 선택한 것이 타로 점이다. 자신이 배운 심리학 등을 이용해 타로 점을 보는데 내공이 쌓이면서 좋은 반응을 얻는다. 이것을 이용해 동생의 행방을 쫓는데 언제나 한 발 늦는다. 그러다 경찰에게서 연락이 온다. 동생이 죽은 채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엄마가 죽었던 모습과 똑같다. 엄마를 죽인 범인으로 아버지는 감옥에 들어 있는데 말이다. 시체의 얼굴을 확인하니 동생이 아니다. 동생과 신분증을 바꾼 다른 사람이다. 다시 동생을 찾으러 간다.


불행한 가족사가 있는데 마담 타로가 먼저 집을 떠났다. 그 후 엄마가 죽었고, 배우를 꿈꾸었던 동생은 텐프로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녀가 마담 타로가 된 것도 텐프로들을 만나 동생의 행방을 찾기 위해서다. 화류계 여성들을 상담하다 경찰에게 단속되면서 그녀의 과거사가 하나 흘러나온다. 이혼했다는 정보다. 단속 경찰서에서 예전에 알던 후배 경찰 성훈을 만나고, 성훈은 전 남편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그러다 전 남편과 부딪히고 사건 파일을 우연히 본다. 그녀의 눈에 피해자의 손톱이 눈에 들어온다. 전 남편과 대화를 하는지, 싸움을 하는지 모를 이야기를 하다 이 사건에 대해 말한다. 싸움이 더 커지지만 타로 탐정이 처음 활약한 이야기다.


이렇게 마담 타로는 탐정처럼 몇 개의 살인 사건에 간여한다. 어떤 사건은 경찰 시절 돌보던 나비 문신을 했던 소녀를 찾다가 보험사기처럼 보이는 사건을 마주한다. 그리고 어느날 한 마담이 찾아와 동생의 행방을 알려면 자신의 지인이 죽은 사건을 해결해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경찰이 아니다 보니 사건 파일을 찾을 수 없다. 후배 성훈의 도움으로 파일을 얻는다. 쉽게 답을 찾지 못한다. 다른 에피소드처럼 이럴 때마다 그녀는 타로 점을 친다. 타로가 바로 범인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사건을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게 해준다. 이 시각은 다른 정보와 엮이면서 범인을 찾는데 도움을 준다. 타로 탐정으로 점점 성장한다.


읽고 난 후 평범한 대한민국 경찰이 갑자기 명탐정이 되었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하나의 사건만 들여다보고, 경찰이 얻지 못하는 정보를 얻고, 여유를 가지면서 범인을 잡는 게 더 쉬워진 것이다. 실제 범인을 잡는 것은 여전히 경찰들이다.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진행에 아쉬움을 느낀 부분은 마지막 연쇄살인범의 등장이다. 비약적인 전개이고, 상황을 납득할 만한 설명도 부족하다. 현실에서는 상상 이상의 것도 가능하다고 하지만 소설이란 것을 감안하면 좀더 설명이나 복선 등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랬다면 더 긴장감을 느끼고, 예상 외 상황을 복기하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이혼한 전 남편과 자주 부딪히는 모습을 보면서 다음 이야기에서 이들의 진전된 관계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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