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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드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554
윤지양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6월
평점 :
어렵고 난해한 시집이다.
처음 몇 편의 시를 읽으면서 머릿속에 이상의 시들이 떠올랐다.
사실 이상의 시도 읽은 지 상당히 오래 되었기에 비교의 대상이 아니다.
읽을 때 몰랐던 것 중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만’, ‘목수’, ‘물장난’의 구분을 세 편의 시로 생각한 것이다.
백지에 세 글자만 적혀 있는 것을 보고 무슨 의미일까 생각했다.
목차를 분명히 먼저 읽었는데 제대로 깨닫지 못한 것도 있다.
‘ㅂ’이란 제목의 시가 세 편이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첫 두 편이 주사위를 해체한 모양에 단어들을 늘어놓았다면 마지막 시는 ‘ㅁ’과 ‘ㅇ’의 모양을 계속 떠올렸다.
갑자기 “One day, the couch believed herself to be a poet”란 영시가 나와 당혹스러웠다.
번역이 없나 하고 생각했지만 영어 시가 번역일 것이다.
내 생각이 맞다면 뒤에 나오는 시 “어느 날 소파는 자신이 시인이라고 생각했다”가 원문이다.
“봄, 벼랑, 발가락”이란 시는 돌멩이 그림에 말풍선을 붙여놓았다. 음…뭐지?
일반적으로 읽게 되는 시도 있지만 기호화되고, 이미지가 먼저 다가온 시들은 난해하다.
해설을 차분하게 읽으면 더 많이 이해될지 모르지만 이것이 선입견으로 작용할 수 있어 그만둔다.
사실은 읽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그들도 이해하는 것처럼 다가올 때가 많다.
오히려 이 시집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말은 비시각각 프로젝트 프롤로그에서 말한 것이다.
“시가 되는 것이 따로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생각을 증명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시를 써왔습니다.”
처음 몇 편의 시를 읽고 난해해 중단했었다. 그러다 그냥 읽자는 생각을 하고 다시 든 후 무작정 읽었다.
지금 내 수준에서 이 시집이 이해되지 않지만 언젠가는 조금이나마 이해되는 그날이 오지 않을까?
시가 아닌 듯, 끝나지 않은 듯한 시들이 머릿속을 뒤흔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