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어스 게임 3 - 혁명의 시대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71
레오폴도 가우트 지음, 박우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니어스 게임 시리즈 마지막 권이다. 생각보다 3권이 빨리 출간되었다. 다행이다. 2권의 기억이 많이 사라지기 전이라 더욱 그렇다. 이 시리즈 완결을 보면서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상당히 비현실적인 전개이지만 천재들이 보여주는 활약과 협업과 연대는 뛰어난 가독성과 함께 큰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TV 미니 시리즈로 제작 준비 중이라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상상한 것보다 영상으로 그 이미지가 구현되면 더 화려하고 속도감이 나지 않을까 상상한다. 최근에 나온 SF 영화들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더 기대하게 된다.


2권에서 형 테오를 만나 그들은 베이징으로 온다. 카이의 아버지가 공안에 잡혀 있다. 그를 풀어주기 위해 페이티드 울프로 변신해 감옥 안으로 들어가지만 그를 빼낼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다. 여기에 키란의 시바도 중지시켜야 한다. 남은 시간은 겨우 6일이다. 이 시리즈에서 천재들의 활약은 시간의 제약을 벗어난다. 툰데가 뭔가를 만들어낼 때도, 렉스가 해킹 등을 할 때도 그 속도는 엄청나다. 어떻게 보면 엄청 황당한 설정인데 이것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면 이 천재들의 활약이 아주 화려하고 멋지고 재밌다. 그리고 이들을 미행하는 소년들이 나타난다. 누구의 하수일까? 카이의 인맥은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키고 빠르게 상황을 진행시킨다.


그들이 베이징으로 온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이야보 장군의 딸 나야를 추적해 데이터를 찾는 것이다. 그런데 터미널이 먼저 그들에게 다가와 공동전선을 펼칠 것을 제안한다. 카이의 아버지를 풀어주겠다고 말하면서. 이들을 믿을 수 있을까? 테오가 터미널을 위해 일한 적이 있고, 아직도 한 발 걸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로지 팀은 갈등을 일으킨다. 아버지를 구해야 하는 카이의 입장과 형을 믿고 힘들게 찾은 렉스가 느낀 배신감 등이 엮이면서 툰데가 잠시 떠난다. 그리고 한 소녀가 툰데에게 다가와 자신들을 소개한다. 그들은 로지를 존경하고 키란의 음모를 깨트리려고 케냐 등에서 왔다. 새롭게 등장한 이들은 터미널과 키란을 무너트리기 위해 힘을 합친다.


이번에도 로지 삼총사는 제대로 쉴 틈 없이 전세계를 누빈다. 베이징에서 사건을 해결한 후 다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멕시코로 날아간다. 여기서도 로지 멤버들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세상을 멈추려는 키란의 의도를 키란 연구소 직원들에게 알려 그 작업을 멈추려고 한다. 베이징이 카이 가족들과의 만남이었다면 멕시코에서는 렉스 가족과의 만남이다. 이 만남은 두 가족에게 로지 친구들을 소개하는 자리이자 그들이 하는 일에 대한 설명의 장이다. 현실이라면 이 장면이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지만 이 소설은 빠르게 닫히고 순수한 가족애와 걱정으로 훈훈하게 마무리된다. 거대한 적이 앞에 있는 상황이라 이 문제를 깊게 파고들 수도 없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얼마나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다시 한번 더 깨닫게 되었다. 실물이 아닌 숫자로 데이터로 움직이는 세계에서 그 자료가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은행 통장마저 실물이 점점 사라지는 현실에서 그 돈은 어디로 갈까? 소유권을 증명하는 수많은 서류가 사라진다면 그 혼란은 어떻게 될까? 생각만해도 끔찍하고 혼란스럽다. 이런 엄청난 재난을 막는데 앞장서고, 이 사실을 알리고 터트리는 인물이 로지 삼총사다. 그들의 친구들이다. 소설이 아닌 영상으로 재빠르게 이 장면들을 풀어낸다면 순간적으로 이 황당한 사실(어른 천재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을 돌아볼 틈이 없다. 현실의 복잡한 모습을 단순화하여 속도와 재미를 극대화한 소설이다.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
 
스키드 문학과지성 시인선 554
윤지양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렵고 난해한 시집이다.

처음 몇 편의 시를 읽으면서 머릿속에 이상의 시들이 떠올랐다.

사실 이상의 시도 읽은 지 상당히 오래 되었기에 비교의 대상이 아니다.

읽을 때 몰랐던 것 중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만’, ‘목수’, ‘물장난’의 구분을 세 편의 시로 생각한 것이다.

백지에 세 글자만 적혀 있는 것을 보고 무슨 의미일까 생각했다.

목차를 분명히 먼저 읽었는데 제대로 깨닫지 못한 것도 있다.

‘ㅂ’이란 제목의 시가 세 편이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첫 두 편이 주사위를 해체한 모양에 단어들을 늘어놓았다면 마지막 시는 ‘ㅁ’과 ‘ㅇ’의 모양을 계속 떠올렸다.

갑자기 “One day, the couch believed herself to be a poet”란 영시가 나와 당혹스러웠다.

번역이 없나 하고 생각했지만 영어 시가 번역일 것이다.

내 생각이 맞다면 뒤에 나오는 시 “어느 날 소파는 자신이 시인이라고 생각했다”가 원문이다.

“봄, 벼랑, 발가락”이란 시는 돌멩이 그림에 말풍선을 붙여놓았다. 음…뭐지?

일반적으로 읽게 되는 시도 있지만 기호화되고, 이미지가 먼저 다가온 시들은 난해하다.

해설을 차분하게 읽으면 더 많이 이해될지 모르지만 이것이 선입견으로 작용할 수 있어 그만둔다.

사실은 읽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그들도 이해하는 것처럼 다가올 때가 많다.

오히려 이 시집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말은 비시각각 프로젝트 프롤로그에서 말한 것이다.

“시가 되는 것이 따로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생각을 증명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시를 써왔습니다.”

처음 몇 편의 시를 읽고 난해해 중단했었다. 그러다 그냥 읽자는 생각을 하고 다시 든 후 무작정 읽었다.

지금 내 수준에서 이 시집이 이해되지 않지만 언젠가는 조금이나마 이해되는 그날이 오지 않을까?

시가 아닌 듯, 끝나지 않은 듯한 시들이 머릿속을 뒤흔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
 
상속 게임
제니퍼 린 반스 지음, 공민희 옮김 / 빚은책들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462억 달러. 462억 이 아니다. 한국 돈으로 하면 무려 55조 원이다. 처음 462억 달러란 단어를 보았을 때 <오징어 게임>의 456억 원이 떠올라 한화로 착각했다. 이런 어마어마한 금액을 갑자기 에이버리가 상속받았다. 이 거대한 부를 상속한 부자는 자신의 딸과 손자들에게는 소액의 유산을 남겼을 뿐이다. 에이버리에게 이 유산을 남긴 거부는 토비아스 호손이다. 에이버리가 만난 적도 없는 인물이다. 왜 그녀에게 유산을 상속했을까? 그가 남긴 미안하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엄청난 거액을 상속받으면서 모든 것이 행복하게 끝날 것 같지만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때부터다.


에이버리는 엄마가 죽고, 아버지는 어디에 있는지 모른 채 이복 언니와 함께 산다. 학교를 열심히 다니지만 학비를 자신의 손으로 벌어야 한다. 이때 나쁜 일이 하나 생긴다. 언니의 전 애인 드레이크가 언니와 살겠다고 하면서 집에 들어온 것이다. 낡은 자신의 차에 머물겠다고 말하고 하루가 지났을 때 교장실에 불려간다. 그곳에서 그레이슨 호손을 처음 만난다. 그가 이 곳에 온 이유는 에이버리가 유언장 발표에 참석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변호사가 보낸 편지를 그녀의 언니가 스팸인 줄 알고 찢은 것이다. 이렇게 두 자매는 텍사스 호슨 하우스로 가게 된다. 1등석에 앉아서.


호손의 유언장 발표는 훈훈한 보상으로 시작하여 경악으로 끝난다. 하인 부부에게 10만 달러씩 주지만 딸 둘에게는 반지와 나침반을, 네 명의 손자에게는 25만 달러를 상속할 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에이버리에게 간다. 단돈 몇 천 불이 없어 고민하던 그녀에게 이런 사실은 거짓말 같다. 모두가 황당한 듯하 표정을 짓는다. 현실이 아닌 것 같다. 호손의 죽음으로 거액을 상속받아 편안하고 화려하게 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다. 물론 에이버리에게는 다른 의미이지만. 결코 좋은 이야기가 그 자리에서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 유언장에는 조건이 하나 붙어 있다. 이 집에 에이버리가 네 명의 손자들과 1년 이상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조건 왠지 수상하다.


거대한 저택에 비밀 통로도 많다. 호손 가의 네 남자들은 모두 멋진 남성들이다. 호손은 매년 집을 증축했고, 아이들에게 투자 등을 가르쳤다. 부족함이 없는 삶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치열한 노력이 보인다. 호손이 남긴 단서를 찾아 그가 낸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 과정은 멋진 네 남자와 에이버리와의 접촉과 밀당의 연속이다.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이들 중 둘이 사랑했던 한 소녀의 죽음 이야기가 나온다. 처음 간단한 책 소개를 보고 예상한 것과 다른 전개다. 상상도 못한 부는 그녀의 삶을 완전히 바꾼다. 정보가 새면서 파파라치가 따라붙고, 누군지 알 수 없는 인물이 그녀의 목숨을 노린다. 평범한 삶과 완전히 동떨어진 삶이 그녀 앞에 펼쳐진다. 물론 돈으로 알 수 있는, 상상만 했던 일도 가능하다.


책을 읽다 보면 가장 먼저 든 생각이 하나 있다. 바로 에이버리와 호손의 관계다. 숨겨둔 손녀인가? 아니면 딸? 모르고 있다가 이제 발견했다고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맞지 않다.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호손이 게임을 좋아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이 가족의 숨겨진 비극도 하나 나온다. 이야기는 이렇게 엮이고, 욕망은 숨겨진 채 밖으로 조금씩 드러난다. 네 명의 손자와 힘을 합쳐 호손이 낸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집 곳곳에 단서를 숨겨 놓았다. 그리고 네 명의 손자들과 에이버리의 로맨스 기운은 또 어떠한 가? <꽃보다 남자>가 소개글에 들어 있는 이유가 조금은 이해된다.


제목에 게임이란 단어가 들어 있듯이 상속을 위해서는 이 게임을 풀어야 한다. 조건 중 하나가 손자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인데 이 설정이 상당히 유혹적이다. 이 네 남성에게 끌리지 않는 여자가 없다는 표현도 나오지 않는가. 단순한 게임과 로맨스의 결합으로 진행하지 않고 작가는 여기에 상속자를 노린 살인 시도를 넣어 살짝 긴장감을 높인다. 여기에 필요 이상의 소비 장면을 넣어 대리만족을 충분히 시킨다. 읽다 보면 낯설지 않은 설정이란 생각이 든다. 현재 드라마로 제작 예정이라고 한다.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지만 출연진을 가끔 보는 편인데 이 소설 속 주인공들을 누가 맡을 지 궁금하다. 이 소설이 시리즈라고 하니 한 번 끝까지 달려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
 
옥토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6
규영 지음 / 폴앤니나 / 202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 <부산행>의 제작사가 드라마 제작을 결정했다고 한다. “길몽 팔아서 1억 번다고요?”란 문구가 아주 노골적으로 시선을 끈다. 이 두 가지가 이 책을 선택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생각한 것과 조금 다르지만 책장은 술술 넘어갔다. 곁가지가 많이 빠지고, 약간 허술한 듯한 구성이지만 높은 가독성과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이것을 충분히 덮어준다. 드라마 제작 때문인지 읽으면서 누가 옥토를 할 것인지, 마담은 누가 맡을 지, 꿈을 사고 파는 과정을 어떻게 표현할지 등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떠올랐다. 젊은 배우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가상 캐스팅에 실패했다. 아쉽다, 하지만 다른 독자들이라면 자신만의 캐스팅이 가능할 것 같다.


옥토. 평창동 꿈집의 마담이 달샘의 태몽을 듣고 지어준 별명이다. 하지만 옥토가 바로 이 꿈집에 들어간 것은 아니다. 작가는 달샘의 이야기와 꿈집을 이야기를 같이 풀어내면서 자연스럽게 둘이 어울리게 만들었다. 달샘의 집은 떡집이고, 꿈집의 시작도 떡집이었다. 그리고 평창동 꿈집이 과거 받게 된 저주를 살짝 끼어 넣어서 미스터리와 무게를 더한다. 평창동 꿈집이 파는 꿈들이 얼마나 비싸고, 효과가 영험한지 말하고, 과거 저주가 4대 마담에서 실현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야기가 가볍고 빠르게 진행되면서 생긴 빈틈을 이런 설정들이 잘 메운다.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설정과 캐릭터의 힘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다.


달샘은 쌍둥이다. 남동생 환희가 태어난 후 부모님은 떡집 이름을 환희 떡집으로 바꾸었다. 아들 환희가 제주도에서 살겠다고 하자 아들 따라 제주도로 내려갔다. 이 환희 떡집이 상당히 잘 되어 그 동네가 오랫동안 유지되었다. 사실 떡도 특별한 날에 먹는 것이다. 아이가 태어나거나, 승진하거나, 시험을 치거나 할 때 그 바람을 담아 주문한다. 부모님이 제주도에 내려갈 때 떡집 문을 닫으려고 했지만 달샘이 거절했다. 자신이 벌어서 월세를 내겠다고 한 것이다. 떡을 만드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혼자 하기 힘들다. 그러다 사고가 난다. 앞 이빨 두 개가 날아가고, 팔을 깁스를 해야 한다. 달샘이 꿈집에 가게 된 이유다.


꿈을 파는 일을 처음 한 곳이 평창동 꿈집이다. 길몽 하나의 가격이 최소 5백만 원이나 한다. 꿈을 파는 것이 돈이 된다는 것을 안 1대가 옆집과 다투다 저주를 받아 대대로 문제가 생기지만 꿈집의 성공은 시대를 지나면서 더욱 커진다. 흥미로운 것은 이 저주가 그대로 현실화되었다는 것이다. 이 꿈집을 무너트릴 인물로 달샘이 선택받는다. 달샘이 꿈집에 온 이유는 단순히 돈이었는데 그를 둘러싼 상황이 그의 용도를 바꾼다. 작가는 이 상황을 복잡하게 풀어내기 보다 간결하게 다룬다. 그 바탕 중 하나는 오해가 겹쳐 있고, 그 사이를 탐욕이 채운 것이다. 소설 속 달샘이 보여주는 순수함은 어떻게 보면 어리숙하고, 어떻게 보면 현실 인식 부족이다.


인간의 욕망은 시간의 흐름 속에 뒤틀리고 바뀐다. 첫 바람이 무엇인지 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진실은 수면 아래에서 조용히 웅크리고 있다. 좋은 꿈의 가격이 최소 5백만 원이란 사실은 서민은 꿈도 꿀 수 없다는 것이다. 1억에 옥토의 꿈을 사겠다는 제안은 불가능을 넘으려는 욕망에서 비롯한 것이다. 한 사람의 미래에 대해 길몽과 흉몽이 동시에 나오는 경우도 보여주는데 선택은 그 꿈을 사는 사람이 한다. 그리고 분명하게 말한다. 길몽을 산다고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길몽은 그 노력에 작은 결과를 덧붙여주는 것이라고. 이 소설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지점들이다.


그렇게 두툼한 분량이 아니다. 읽으면서 더 보고 싶은 이야기도 있는데 그냥 끊어졌다. 대표적인 것이 옥토의 로맨스다. 산몽가들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도 더 나왔으면 좋겠는데 너무 단편적이다. 책 후반부에 옥토와 마담이 강원도 양양 낙산해수욕장에서 겨울 바다를 구경하는 장면을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배경음악으로 무엇이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통통하고 앞니 두 개 빠진 옥토를 떠올리면 살짝 미소 짓게 되고, 누가 이 역을 맡을 지 궁금해진다. 가끔 자신에게 온 길몽을 가볍게 차버리는 일이 생기는데 읽는 순간 안타까웠다. 좋고 나쁜 꿈을 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꿈을 해석하는 것도 이에 못지 않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좋은 꿈보다 어릴 때 꾼 악몽들이 먼저 떠오른 것은 길몽이 없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악몽이 너무 인상적이기 때문일까? 하는 의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
 
스냅드래곤 - 2022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도서, 2022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2022 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추천도서 Wow 그래픽노블
캣 레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재밌게 읽고 있는 Wow 그래픽노블 신작이다. 제목 <스냅드래곤(Snapdragon)>을 얼핏 보고 용을 먼저 떠올렸다. 드래곤이란 단어 때문이다. 사전에서 그 뜻을 찾아보면 ‘금붕어꽃’이 나온다. 인터넷 검색으로 들어가면 IT 칩이 먼저 나온다. 살짝 혼란스러운 순간이다. 책을 읽다 보면 스냅 가족들이 이름에 꽃을 붙이기로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상당히 특이한 집이다. 스냅은 학교에 특별한 친구를 두지 않고 있다. 어떻게 보면 왕따 느낌도 있다. 엄마와 둘이 살고 있다. 첫 문장이 ‘우리 마을에는 마녀가 산다.’이다. 어느 날 애완견 굿보이가 사라져 마녀의 집으로 용감하게 굿보이를 찾으러 간다. 마녀 잭스를 처음으로 만난다.


안대를 하고 검은 옷을 입은 잭스를 마을에서 마녀라고 부른다. 잭스는 크록스를 신고, 인터넷으로 로드 킬 당한 동물 뼈로 모형을 만들어 판매한다. 외투를 벗고 일상복으로 갈아 입은 잭스를 보고 처음에는 남자라고 생각했다. 외모가 주는 선입견이다. 이 선입견은 실제 젊었던 과거에도 혼란을 불러왔다. 짧은 단발에 남성의 특성을 더 부각시킨 외모다. 하지만 그녀는 평범한(?) 노인일 뿐이다. 잭스가 하는 일을 보게 되면서 스냅은 끌린다. 자신이 구조한 아기 주머니쥐를 돌보게 도와주면서 둘은 계약을 맺는다. 잭스가 어떻게 동몰 뼈를 구하고, 모형을 만드는지 알려줄 때 동물에 대한 강한 애정이 드러난다.


스냅이 아기 주머니쥐를 구할 때 같이 있던 남자 아이들 중 한 명이 루이스다. 그는 이런 괴롭힘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이후 루와 스냅은 친구가 되고, 루는 자신의 성향을 알려준다. 루는 여자가 되고 싶은 아이다. 스냅 엄마의 치마를 입고 좋아하고, 화장을 한다. 이런 성향을 친구들에게 알리면 놀림감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에게 스냅이 있다. 이 둘의 관계는 성별을 뛰어넘고, 사회 편견도 신경쓰지 않는다. 루의 모습과 닮은 인물이 바로 잭스다. 이야기가 더 진행되면서 잭스와 스냅의 할머니가 서로 아는 사이란 사실이 밝혀진다. 그리고 이들이 어떤 사이였는지도.


어떻게 보면 평범한 할머니와 소녀의 만남을 작가는 마법을 집어넣으면서 조금씩 변화시킨다. 잭스가 왜 눈 한쪽이 없는지 알려주고, 스냅이 본 동물 영혼에 대한 이야기도. 처음에는 이 마법을 보고 약간 어리둥절했지만 읽다 보니 어느새 그들의 능력에 거부감 없이 적응했다. 이것은 잭스와 루이스의 성 정체성 문제와도 이어진다.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에 끌고 들어와 평범하게 풀어낸다. 이들의 성 정체성을 놀리거나 거부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보다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 중 한 사람처럼 그려내고 보여준다. 그리고 일상에서 일어나는 작은 소동이나 문제들을 마법으로 해결하는데 화려하게 포장하기 보다 소소한 재미와 유머로 풀어내었다.


노인 잭스와 소년 스냅의 결합은 서로에게 도움을 준다. 잭스가 만드는 모형이 정적이었는데 동적인 모형을 스냅이 제안한다. 이 작은 실험이 잭스에게는 새로운 도전이다. 스냅에게는 잭스와 함께 로드 킬 당한 동물들을 묻고, 시간이 지난 후 뼈를 발굴해 동물 뼈 모형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잭스가 펼치는 마법을 배우는 것이다. 마법 수련은 생각처럼 쉽지 않지만 많은 노력 끝에 우연히 발화한다. 그 변화 중 하나가 루이스의 외모 변화다. 이 변화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여 내었는지 전체 흐름을 천천히 읽지 않으면 그 차이를 알 수 없다. 마지막 장면으로 넘어가면 생각하지 못한 만남과 기묘한 결합을 보게 된다. 작은 판타지가 만들어낸 작지 않은 재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