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 애가 결혼을 안 해서요
가키야 미우 지음, 서라미 옮김 / 흐름출판 / 2021년 3월
평점 :
부모 대리 맞선이란 것이 있다는 것을 이 소설을 읽고 처음 알았다. 하지만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면 중매의 변형임을 알 수 있다. 중매인 대신 회사가 들어가고, 한쪽으로 흐르던 정보를 양뱡향으로 흐르게 하면서 좀더 참여한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만들었다. 연애 결혼이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 소개팅도 알고 보면 중매의 변형이다. 아마 이 소설을 읽으면서 거부감이 많이 생긴다면 그것은 부모의 존재감이 너무 부각된 부분일 가능성이 높다. 지카코가 걱정하는 것처럼 자식이 연애를 잘 해내지 못한다면, 도모미처럼 혼자 사는 것에 자신감이 떨어진다면 이런 만남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소설은 이런 만남이 주제가 아니다. 남녀의 만남과 결혼과 노후의 삶을 블랙코미디로 다루고 있다.
흔히 맞선을 본다면 자식이 얼마나 못났으면, 혹은 뭐 그렇게 가린다고 그렇게 할까 하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맞선의 이유는 정말 다양하다. 이 다양한 이유를 지카코가 만난 상대방 부모의 말에서 그래도 드러난다. 지카코가 자신들의 사후에 홀로 남은 딸의 남은 생을 좀더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대리 맞선에 참여했다면 많은 부모들은 자신들의 바람을 충족시키기 위해 참석한다. 손자를 보려고, 아들의 뒤치닥꺼리를 맡기려고, 자신들의 노후를 편하게 하려는 등의 목적이 그대로 드러난다. 황당한 이야기 중 하나는 결혼해 각자 통장을 관리하면서 육아로 경제적 활동을 못할 때 저축한 돈으로 그 비용을 내라고 한 부분이다. 읽으면서 경악한 대목 중 하나다.
작가는 지카코를 프로그래머로 설정해 놓았다. 파견직원으로 현역에서 일을 한다. 딸은 취업 빙하기에 의류회사에 취직해 낮은 급여를 받고 힘들게 일한다. 남편도 아직 현역이다. 지금만 놓고 보면 한동안 이 가족들에게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 부부에게 자신들의 사후와 딸의 미래를 엮으면서 부모 대리 맞선에 나서게 한다. 그 계기는 중국에 있었던 부모 맞선 활동 방송이다. 지카코의 친구 중에 미혼으로 살면서 자신의 삶을 즐기는 친구도 있지만 자신의 딸이 그 정도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여기에 친한 친구의 딸이 결혼한다는 청첩장을 보내면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비교적 어린 나이이지만 참여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혼자 결정하고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남편과 딸의 의사를 물은 후 함께 참석을 결정하고, 주어진 프로필을 꼼꼼하게 분석한다.
딸의 미모가 탁월했다면 이 맞선 모임에 나왔을 가능성이 낮고, 커플의 가능성은 훨씬 높았을 것이다. 하지만 평범한 외모에 평범한 학력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당연히 맞선이다 보니 상대방의 스펙을 보지 않을 수 없다. 일단 나이와 외모를 먼저 확인하고, 남자의 직업과 연봉도 확인한다. 부모의 상황도 놓치면 안 된다, 이렇게 확인하고 같지만 현장에서 만나는 부모들의 반응과 행동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이 맞선 활동과 함께 지카코 주변 사람들의 사정이 같이 나오면서 현실의 결혼 생활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국보다 더 한 부분이 있는 일본의 남성 우월주의를 마주할 때 다시 놀라게 된다. 그리고 결혼이 왜 현실인지 돌아본다.
맞선 모임에서 적은 나이가 많은 참여자의 시선을 끌지만 현실의 모임에서는 미모의 여성이 남성들의 관심을 독차지한다. 도모미가 이런 여성들을 아르바이트라고 말한 부분에서 동의한다. 실제 중매 시장에서 의사나 사시 등의 합격자들이 돈을 받고 참석하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지카코가 처음 참석한 맞선에서도 이런 인물이 한 명 있다. 하지만 작가는 단순히 외모와 재산이 끌린 사람들이 어떤 현실에 마주하는지 보여주면서 단순 열정의 가벼움을 지적한다. 부모 대리 맞선의 긍정적 부분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과장된 부분도 있다. 인생의 경험은 그 경험자가 올바른 삶을 살았을 때 제대로 체득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카코가 힘들게 육아와 일을 병행하면서 겪었고, 남편이 어느 정도 자신의 몫을 자각한 부분은 바뀌어야 할 사회 문제이다.
여전히 가독성이 좋고, 부모 대리 맞선을 통해 결혼 제도를 돌아보는 문제의식은 탁월하다. 부모의 상황이나 연령대 등을 통해 사회 인식과 문화의 변화를 담고 있는 부분은 곧바로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한다. 아직도 내 속에 남아 있는 남성 우월주의를 주의하게 되고, 최근에 결혼한 직원들의 바뀌고 있는 인식과 아직도 그대로인 인식을 생각한다. 그리고 혼자 사는 남녀들의 삶을 여전히 가족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설정에는 거부감을 느낀다. 사회가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어느 정도 해결된다면 억지로 결혼이란 제도 속에 서로를 묶지 않아도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