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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하우스 - 드론 택배 제국의 비밀 ㅣ 스토리콜렉터 92
롭 하트 지음, 전행선 옮김 / 북로드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드론으로 물품을 배송하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다. 지금도 언론을 통해 아마존 등의 거대 기업들이 드론 택배 시도하고 있음을 보도하고 있다. 코로나 19 이후 한국의 각 가정은 마트보다 인터넷 배송으로 식품 등을 구입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가 점점 더 비대면 영업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 소설은 이런 현실보다 더 나아가 지구 온난화, 엄청난 실업난, 대량 총기 사건 등으로 불안정해진 미래 세계의 한 시점을 배경으로 한다. 이야기는 클라우드란 대기업을 무대로 펼치는 SF 스릴러다. 가독성이 뛰어나고, 자신도 모르게 점점 바뀐 체제에 익숙해져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 최대의 판매 행사일이다. 이 날 대량 학살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은 사람들로 하여금 열린 광장으로 나가길 주저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들은 생필품 등을 클라우드의 드론 택배로 구입한다. 클라우드는 점점 거대해지고, 클라우드의 지점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도시를 이룰 정도까지 커졌다. 높은 실업률은 안정적인 직장인 클라우드로 사람들의 발걸음이 향하게 만든다. 이 소설의 두 주인공 팩스턴과 지니아도 이렇게 입사 시험을 치른다. 입사 시험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하지만 가끔 시험에 떨어지는 사람이 생기고, 한 달 뒤나 되어야 재시험의 기회가 생긴다.
팩스턴은 퍼펙트에그란 제품을 발명해 시장에 내놓았던 기업의 CEO 출신이지만 클라우드의 가격 정책 때문에 망했다. 그가 바라는 것은 특허를 받아 파는 것이다. 하지만 그때까지 먹고 살기 위해 클라우드에 입사했다. 퍼텍트에그를 만들기 전 교도소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상당히 불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이 이력이 그를 클라우드의 보안요원으로 일하게 한다. 그가 바란 것은 빨간 셔츠, 즉 배송 직원이었다. 보안요원으로 그에게 배당된 첫 임무는 클라우드 내부에 유통되는 마약의 거래자를 찾아내는 것이다. 이 일이 탐탁치 않지만 어느 순간 이 일에 점점 빠져들고, 자신의 등급을 올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지니아는 산업스파이다. 본명이 아니다. 거액으로 고용되었는데 이 일은 장기 프로젝트다. 배송 일에 투입되었고, 그녀의 일을 보면 업무 강도와 이 클라우드가 어떻게 노동력을 착취하는지 잘 보여준다. 매력적인 그녀의 모습은 권력을 가진 나쁜 남자가 어떤 짓을 저지르는지, 그런 인물이 어떻게 클라우드 속에서 계속 일하는지 알려주는데 이 부분이 단순히 재미만 추구하는 오락소설이 아님을 알려준다. 최저 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하는 그들을 보면 저자의 후기를 무심코 보고 지나가기 쉽지 않다. 별 등급을 이용해 직원들을 평가하는데 아주 비인간적이다. 하지만 효율적인 방식이라고 말한다. 최근 배달앱의 평점이 가게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기사를 봤기에 더 와 닿는다.
두 주인공이 교차하고, 클라우드의 창업자 대표 깁슨 웰스가 자신의 철학 등을 알린다. 깁슨은 암에 걸려 살 날이 1년도 남지 않았지만 그가 만들어낸 제국 클라우드는 국가의 권력을 넘어선 상태다. 국가 규제를 무력화시키고, 기업 이익 극대화를 위해 인력을 갈아 넣는다. 각 클라우드 지점의 보안 책임자들은 통계를 조작해 자신들의 위치를 공고하게 다진다. 이 소설의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바로 이 부분이다. 마약 사건이 일어나고, 성 추행 등의 범죄가 벌어져도 조용히 사건을 무마하면서 밖으로 그 사건을 내보이지 않는다. 대외적인 통계 수치에는 아주 평화로운 곳이다. 권력에 대한 견제가 없는 곳이 어떻게 타락하는지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흔한 할리우드 영화처럼 남녀 두 주인공은 연인 관계가 된다. 지니아가 팩스턴에게 접근한 것은 그가 보안요원이기 때문이다. 만남이 이어지고, 잠자리를 가지고, 감정이 교류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감정이 생긴다. 그리고 이 둘이 나눈 대화 속에서 순간적으로 통찰력이 생기고, 자신의 일을 이룰 단서를 발견한다. 지니아가 냉정하게 자신이 목표한 바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장면이 서늘한 감정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팩스턴이 점점 클라우드를 대변할 때 답답해진다. 하지만 이 모습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편하고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삶을 살려고 하는 우리 말이다. 거대 기업이 한 국가의 권력을 넘볼 때, 기술의 발전에 사람들이 종속될 때, 깁슨이 딸에게 기업을 상속할 때, 이 모든 장면들이 결코 낯설지 않았다. <시녀 이야기>를 비롯한 몇 권의 소설에 대한 부분은 팩스턴의 심리적 변화와 더불어 강하게 경고성 메시지를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