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독소전쟁 - 모든 것을 파멸시킨 2차 세계대전 최대의 전투 ㅣ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오키 다케시 지음, 박삼헌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1년 1월
평점 :
일본의 이와나미 시리즈 59번째 출간작이다. 한국에서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라는 출판사가 이 시리즈를 꾸준히 내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일본 출판사들을 잘 모르지만 이와나미문고라는 이름은 여러 번 다른 책에서 본 적이 있다. 내가 이 책에 끌린 이유 중 하나도 이와나미문고란 이름 때문이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2차 대전 당시 왜 독일이 소련을 침공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전의 침공들처럼 독일이 패배하게 되었는지 하는 부분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모두 읽은 지금 그 의문의 상당 부분이 해소되었고, 독소전쟁의 내용을 새롭게 업그레이드했다.
독소전쟁의 시작은 1941년 6월 22일이다. 나치 독일과 동맹국 군대가 소련을 침공했다. 이 이전에 스탈린에게 독일의 침공 정보가 도착했지만 그는 이 사실을 무시했다. 영국의 허위 정보란 잘못된 믿음이 큰 역할을 했다. 초반 독일의 전격전은 이전부터 알고 있던 그대로였다. 독일이 강한 것도 있었지만 소련의 문제가 더 큰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가장 큰 이유로 스탈린의 숙청으로 군 고위 장교들이 사라지면서 전력이 많이 약화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 자주 이야기하는 부분 중 하나가 장교의 존재다. 소련이 초반에 고생한 것이나 진격한 독일군이 중간급 장교들의 죽음으로 지휘 등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가끔 멍청한 장교들이 사병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지만 훈련받은 장교의 중요성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강해진다.
경이적인 초반의 진격도 소련군의 반격과 길어진 병참과 러시아의 자연 환경 등으로 점점 그 위력이 감퇴한다. 통계자료를 보면 엄청난 숫자의 소련군 포로를 가지고 있지만 사망자의 숫자도 그에 못지않다. 군단이 패배한 상태에서 각 생존자들은 유격전으로 독일군과 싸운다. 이때 장교들 상당수가 죽는다. 또 하나 더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러시아의 날씨다. 추위가 문제가 된 것은 41년의 겨울이 아니다. 전쟁이 고착되고, 병참에 문제가 생기면서 일어난 일이다. 병참의 문제는 전쟁사를 읽다보면 언제나 만나게 된다. 혹자는 전쟁의 승리는 병참의 승리라는 말까지 한다. 러시아의 철도와 독일의 철도 폭이 달랐고, 진흙길은 독일군의 진격 속도를 늦추어주었다.
여기에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당시 소련이 가지고 있던 용병 사상이다. 바로 작전술이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과 전투에서 이기기 위한 전술 사이에 존재하는 사상이다. 저자는 작전술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우선 전쟁의 목적을 정하고, 그것을 위해 국가 자원을 전력화하는 것이 ‘전략’이다. 작전술은 그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전선의 각 방면에 ‘작전’ 또는 ‘전역’을 상호 연관되도록 배치한다. 각각의 작전을 실행할 때 발생하는 전투에 이기기 위한 방책이 ‘전술’이다.” 작전술의 대가들도 대숙청으로 물러나 있었지만 연속적인 패전으로 다시 전선으로 복귀한다. 이 작전술과 함께 생각해야 할 것이 히틀러의 무리한 고집 등이다.
나폴레옹도, 1차 대전 당시 독일도 러시아를 침공하고는 패배했다. 물론 2차 대전의 독일도 패배했다. 왜 이런 무리한 공격을 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수탈전쟁으로 요약할 수 있다. 나치가 정권을 잡은 후 독일은 점점 성장했지만 엄청난 부채 등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소련 침공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여기에 히틀러의 세계관이 엮이고,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절멸전쟁으로 나아간다. 독일군과 소련군 모두 이 대학살을 시도하는데 그때 죽은 사망자의 숫자가 어마어마하다. 두 독재자가 독소전쟁 당시 보여준 모습은 무능과 탐욕으로 가득하다. 물론 독일은 패배할 수밖에 없는 길을 가고 있었지만 히틀러가 아니었다면 그렇게까지 많은 군인들이 러시아 땅에서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공개된 사료들은 이 독소전쟁을 다른 시각에서 보게 만든다. 독일의 패배 원인을 단순하게 히틀러의 잘못으로 몰빵했던 이론이 깨어지고, 소련이 숨겼던 사실들이 하나씩 밝혀졌다. 이 사실들이 저자가 보여준 전장의 지도보다 나를 더 흥분하게 만들었다. 사실 전쟁 지도는 꼼꼼하게 읽어도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쉽게 발견할 수 없다. 그리고 중요한 전쟁 사이사이에 정치적 선택과 경제문제 등이 이 전쟁의 이해를 돕는다. 레닌그라드 포위전이 얼마나 참혹했는지 알려주는 대목은 그 긴 시간보다 더 놀랍다. 인육 이야기도 처음 들었다. 독소전쟁사가 정치적으로 이용되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내가 가진 독소전쟁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고개를 끄덕인다. 2차 대전 당시 가장 치열했고, 많은 사망자를 낸 전쟁이 궁금하다면 이 책이 좋은 길잡이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