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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름 ㅣ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1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20년 9월
평점 :
해리 홀레 시리즈 11번째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사랑하는 시리즈 중 하나다. 이번 작품은 전편 이후 3년이 지난 시점이다. 라켈과 결혼해 가정을 이루었고, 경찰대학에서 강의를 한다. 라켈의 아들 올레그는 경찰대학 학생이다. 이런 평온한 일상이 이어지면서 행복한 삶을 누린다. 이 행복을 보면서 편안함을 느끼지 못했다면 그것은 이 작품이 스릴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살인사건은 언제나 있지만 해리 홀레가 나와서 해결해야 할 정도의 사건은 거의 없다. 이제 그는 경찰도 아니지 않는가. 그가 다시 수사선상에 설만한 사건이 일어나야 한다. 이번에는 뱀파이어병 환자로 불리는 연쇄살인범이다.
나는 사람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처음 해리가 나오지 않고, 카트리네가 팀장으로 나올 때 누구지 하고 생각했다. 뱀파이어 살인마가 발렌틴 예트르센이라고 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가 한 과거 이력을 말할 때 이전 작품의 이야기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면서 누군지 알게 되었다. 소설을 읽을 때 내가 가장 곤혹스럽게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가 이름들인데 시리즈의 경우 더욱 그렇다. 만약 짧은 시간에 시리즈 전체를 읽게 된다면 이런 문제가 없겠지만 실제는 얼마나 긴 시간이 흘러나오는가. 다행이라면 소설 속 시간보다 더 빠르게 번역되어 나와 내가 전편의 기억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불완전한 이름 기억에도 불구하고 읽으면서 그가 누군지 알 수 있는 것은 작가가 간결하게 그 상황과 그가 어떤 인물인지 알려주기 때문이다.
유부남인 내가 틴더 앱을 사용할 이유는 없다. 총각일 때도 이런 앱이나 사이트를 이용한 적이 없다. 그래서 왜 이런 앱을 사용하는지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내가 이해못한다고 현실에서 그 필요성을 느낀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런 종류의 앱이나 프로그램 등은 항상 스릴러 등에 하나의 소재로 이용된다. 낯선 사람이 연쇄살인자라면, 그가 혹은 그녀가 스토커라면 하는 설정과 더불어서. 이 소설 속 첫 살인은 바로 이 앱을 켜고 연결되면서 생긴다. 외로움과 욕망은 하룻밤 만남으로 완전히 해결되지 않겠지만 그 순간은 넘어갈 수 있다. 실제 나이트 부킹 등도 마찬가지 아닌가. 현실에서 이런 앱 등이 살인 등으로 이어지는 빈도가 높다면 사람들은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첫 희생자가 발견되었다. 그런데 이 희생자의 피가 아주 많이 사라졌다. 목은 짐승이 문 듯한 자국이 있다. 피를 마신 것 같다. 다음 희생자가 또 생긴다. 비슷한 양의 혈액이 사라졌다. 이 사건을 두고 한 심리학자가 뱀파이어병 환자란 용어를 사용한다. 적지 않은 양의 다른 동물 피를 마시면 병이 생길 수도 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사냥한 동물의 피를 그냥 먹는 일이 있지 않았던가. 이 피로 만든 선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진짜 살아 있거나 금방 죽은 동물의 피다. 엄청난 양의 피를 마신 것 같은 흔적이 보인다. 그리고 이 사건이 더 높은 지위를 꿈꾸는 경찰총장 미카엘 벨만으로 하여금 해리 홀레를 현장으로 복귀시키게 만든다. 올레그의 약점을 이용하지만 실제는 해리가 이 사건 정보를 보고 강한 목마름을 느꼈기 때문이다.
경찰이 아닌 해리는 전편처럼 보일러팀을 꾸민다. 그 중 한 명이 뱀파이어병 환자를 주장한 심리학자다. 그는 박사 학위를 따지 못했지만 이 증상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해리는 그의 독특한 시각이 필요하다. 그리고 카트리네와 함께 움직였던 신입 경찰도 이 팀에 참석한다. 얼마 전 경찰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경찰이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이전 작품처럼 흘러간다. 현장을 둘러보고, 단서를 모으고, 증거물을 분석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프로파일링한다. 유전자 검사 결과 이번 살인자의 정체가 드러난다. 발렌틴이다. 전편에서 그는 다른 시체로 죽은 것처럼 위장하고 자신의 흔적을 지운 채 사라졌다. 성형까지 해서 얼굴을 알 수 없다. 하지만 바뀐 얼굴을 아는 사람이 있다. 여기에 아직 죽지 않은 피해자 한 명도 살아 있다.
700 여쪽에 이르는 벽돌책이다. 하지만 읽다보면 어느 순간 끝에 도달한다. 작가는 중간중간 떡밥을 풀어놓고, 독자를 함정으로 이끌고, 새로운 사실을 드러내면서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섣부른 예측은 실패로 이어진다. 여기에 라켈이 알 수 없는 병으로 혼수상태에 빠진다. 다른 커플이 삐걱거리고, 의심의 씨앗들이 곳곳에 뿌려진다. 흡혈하는 살인자가 있는데 혈액학자가 나와 의심의 눈길을 던지게 만든다. 사건이 모두 해결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른 단서 하나가 또 다른 가능성의 문을 연다. 이 사건이 해결되었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던져놓은 몇 가지 이야기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다음 편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