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름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1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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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홀레 시리즈 11번째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사랑하는 시리즈 중 하나다. 이번 작품은 전편 이후 3년이 지난 시점이다. 라켈과 결혼해 가정을 이루었고, 경찰대학에서 강의를 한다. 라켈의 아들 올레그는 경찰대학 학생이다. 이런 평온한 일상이 이어지면서 행복한 삶을 누린다. 이 행복을 보면서 편안함을 느끼지 못했다면 그것은 이 작품이 스릴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살인사건은 언제나 있지만 해리 홀레가 나와서 해결해야 할 정도의 사건은 거의 없다. 이제 그는 경찰도 아니지 않는가. 그가 다시 수사선상에 설만한 사건이 일어나야 한다. 이번에는 뱀파이어병 환자로 불리는 연쇄살인범이다.


나는 사람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처음 해리가 나오지 않고, 카트리네가 팀장으로 나올 때 누구지 하고 생각했다. 뱀파이어 살인마가 발렌틴 예트르센이라고 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가 한 과거 이력을 말할 때 이전 작품의 이야기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면서 누군지 알게 되었다. 소설을 읽을 때 내가 가장 곤혹스럽게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가 이름들인데 시리즈의 경우 더욱 그렇다. 만약 짧은 시간에 시리즈 전체를 읽게 된다면 이런 문제가 없겠지만 실제는 얼마나 긴 시간이 흘러나오는가. 다행이라면 소설 속 시간보다 더 빠르게 번역되어 나와 내가 전편의 기억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불완전한 이름 기억에도 불구하고 읽으면서 그가 누군지 알 수 있는 것은 작가가 간결하게 그 상황과 그가 어떤 인물인지 알려주기 때문이다.


유부남인 내가 틴더 앱을 사용할 이유는 없다. 총각일 때도 이런 앱이나 사이트를 이용한 적이 없다. 그래서 왜 이런 앱을 사용하는지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내가 이해못한다고 현실에서 그 필요성을 느낀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런 종류의 앱이나 프로그램 등은 항상 스릴러 등에 하나의 소재로 이용된다. 낯선 사람이 연쇄살인자라면, 그가 혹은 그녀가 스토커라면 하는 설정과 더불어서. 이 소설 속 첫 살인은 바로 이 앱을 켜고 연결되면서 생긴다. 외로움과 욕망은 하룻밤 만남으로 완전히 해결되지 않겠지만 그 순간은 넘어갈 수 있다. 실제 나이트 부킹 등도 마찬가지 아닌가. 현실에서 이런 앱 등이 살인 등으로 이어지는 빈도가 높다면 사람들은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첫 희생자가 발견되었다. 그런데 이 희생자의 피가 아주 많이 사라졌다. 목은 짐승이 문 듯한 자국이 있다. 피를 마신 것 같다. 다음 희생자가 또 생긴다. 비슷한 양의 혈액이 사라졌다. 이 사건을 두고 한 심리학자가 뱀파이어병 환자란 용어를 사용한다. 적지 않은 양의 다른 동물 피를 마시면 병이 생길 수도 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사냥한 동물의 피를 그냥 먹는 일이 있지 않았던가. 이 피로 만든 선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진짜 살아 있거나 금방 죽은 동물의 피다. 엄청난 양의 피를 마신 것 같은 흔적이 보인다. 그리고 이 사건이 더 높은 지위를 꿈꾸는 경찰총장 미카엘 벨만으로 하여금 해리 홀레를 현장으로 복귀시키게 만든다. 올레그의 약점을 이용하지만 실제는 해리가 이 사건 정보를 보고 강한 목마름을 느꼈기 때문이다.


경찰이 아닌 해리는 전편처럼 보일러팀을 꾸민다. 그 중 한 명이 뱀파이어병 환자를 주장한 심리학자다. 그는 박사 학위를 따지 못했지만 이 증상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해리는 그의 독특한 시각이 필요하다. 그리고 카트리네와 함께 움직였던 신입 경찰도 이 팀에 참석한다. 얼마 전 경찰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경찰이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이전 작품처럼 흘러간다. 현장을 둘러보고, 단서를 모으고, 증거물을 분석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프로파일링한다. 유전자 검사 결과 이번 살인자의 정체가 드러난다. 발렌틴이다. 전편에서 그는 다른 시체로 죽은 것처럼 위장하고 자신의 흔적을 지운 채 사라졌다. 성형까지 해서 얼굴을 알 수 없다. 하지만 바뀐 얼굴을 아는 사람이 있다. 여기에 아직 죽지 않은 피해자 한 명도 살아 있다.


700 여쪽에 이르는 벽돌책이다. 하지만 읽다보면 어느 순간 끝에 도달한다. 작가는 중간중간 떡밥을 풀어놓고, 독자를 함정으로 이끌고, 새로운 사실을 드러내면서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섣부른 예측은 실패로 이어진다. 여기에 라켈이 알 수 없는 병으로 혼수상태에 빠진다. 다른 커플이 삐걱거리고, 의심의 씨앗들이 곳곳에 뿌려진다. 흡혈하는 살인자가 있는데 혈액학자가 나와 의심의 눈길을 던지게 만든다. 사건이 모두 해결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른 단서 하나가 또 다른 가능성의 문을 연다. 이 사건이 해결되었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던져놓은 몇 가지 이야기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다음 편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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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벰버 로드
루 버니 지음, 박영인 옮김 / 네버모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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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 버니의 전작 <오래전 멀리 사라져버린>을 인상적으로 읽었기에 선택했다. 전작이 미국 4대 추리 범죄 문학상을 휩쓸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이미지가 조금 흐릿해졌지만 후속작이 나왔다는 소식은 기억 속에 강하게 남아 있었다. 알고 보니 이 작품도 아주 많은 상을 받았다. 상복은 타고난 듯하다. 그리고 이번 소설은 미국의 많은 작가들이 다룬 케네디 암살 사건을 중심으로 두 인물의 이야기가 나온다. 뉴올리언스의 마피아 보스 카를로스 마르첼로의 심복인 프랭크 기드리와 오클라호마의 작은 마을에서 무책임한 알코올 중독자 남편과 사는 샬럿이다.


케네디 암살을 둘러싼 수많은 음모론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마피아가 죽였다는 것이다. 이 소설은 그 음모론을 따라간다. 케네디 암살 배후자로 카를로스라고 정한 후 그가 했다는 사실을 지우기 위해 이 작업에 동원된 사람들이 한 명씩 죽는다. 무기 공급자, 실제 저격자, 탈출용 차를 준비한 기드리 등이 바로 그 대상이다. 이 작업은 하는 인물은 암살자 바로네다. 전작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암살자가 바로네까지 중심인물이 한 명 더 늘어났다. 두 도망자와 그 중 한 명을 쫓는 암살자의 이야기가 다른 시점과 사연을 가지고 펼쳐진다.


기드리는 아주 매력적인 혼혈 남성이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친구를 팔아넘기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아주 소심하지만 상황 파악은 아주 빠른 인물이다. 케네디 암살 사건을 듣자 그가 주차해둔 차가 어떤 의미인지 바로 안다. 그리고 카를로스의 최측근 세라핀이 이 차를 처분하라고 했을 때 그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삶에 대한 욕망은 미세한 말의 차이 등을 깨닫고 세파핀이 준비해둔 곳을 벗어나 달아난다. 이미 그가 갈 수 있는 곳곳을 카를로스의 수하 등이 지키고 있지만 말이다. 실제 그는 한 마을 보안관에게 잡힌다. 다행이라면 그의 간청이 통해 겨우 달아난다. 이 때문에 그 마을 보안관 등은 바로네에게 죽게 된다.


샬럿은 사진작가를 꿈꾼다. 하지만 자신이 사는 마을과 남편은 그녀의 꿈을 가로막는다. 알코올중독자 남편은 폭력을 휘두르지 않지만 무능력하다. 어느 날 밤 두 딸을 데리고 남편을 떠난다. 로스엔젤리스에 있는 이모를 찾아 긴 여행을 시작한다. 어린 두 딸은 엄마가 왜 떠났는지 정확한 이유를 모른다. 그녀가 남편을 떠난 이유 중 하나는 두 딸이 자신처럼 삶의 또 다른 가능성이 막히길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낡은 차에 두 딸과 늙은 개를 태우고 많지 않은 돈을 가진 채 떠난 여정에서 기드리를 만난 것은 우연이지만 그와 함께 다니게 된 데는 기드리의 계산 때문이다.


냉혹한 킬러 바로네. 이 소설 속에서 가장 냉혹하고 주저함이 없는 인물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조금도 주저 없이 해낸다. 그가 계산한 대로 살인을 하는데 대단한 암살자다. 그가 분노해서 저지른 살인은 기드리를 풀어준 마을 보안관 등이 유일하다. 물론 그가 분노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살인의 순간에 그가 보여준 침착함과 대범함과 냉혹함에 놀랄 뿐이다. 냉혹한 성격은 그가 의심받는 상황을 해결하는 장면에서 바로 드러난다. 그의 유일한 문제는 기드리가 눈치 채면서 달아났고, 그가 손에 난 상처로 몸이 아프다는 것이다.


중반 이후 기드리와 샬럿의 로맨스가 펼쳐진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 결성된 일행이지만 일주일간의 여행은 둘의 현재를 바꾸기에 충분하다. 사랑을 몰랐던 기드리에게는 특히 그렇다. 가족의 사랑을 몰랐기에 샬럿과 아이들과의 동행은 그의 삶을 뒤흔든다. 기드리는 자신의 목숨을 가지고 큰 도박을 하고, 이 도박은 어느 정도 성공한다. 다만 그를 쫓는 바로네가 너무 뛰어난 암살자이자 추적자란 것이 문제다. 작가는 이들이 언제 마주하고,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전혀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을 볼 때, 에필로그를 볼 때 눈시울을 붉히고 아련한 여운과 먹먹한 감정을 느낀다. 이 두 연인의 삶을 떠올리며 잠시 숨을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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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 프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7
이디스 워튼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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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부정확한 기억에 의하면 이디스 워튼의 소설을 한 권 읽은 적 있다. 하지만 워낙 오래 전이고 지금처럼 서평을 쓰지 않던 시절이라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여성 최초의 퓰리쳐상 수상자란 소개글에 혹해서 읽었던 것만 떠오른다. 집 어딘가 뒤지면 그 책이 나올 수도 있지만 찾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언젠가 이 작가의 작품에 혹한다면 아마 새로운 번역본으로 읽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아주 낮다.


작가의 이름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중 한 권에 혹해서 선택했다. 두께도 상당히 얇은 편이다. 그런데 나는 이 소설을 읽는데 며칠 걸렸다. 최근 몇 년 동안 나쁜 습관이 하나 생겼는데 몇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것이다. 보통 이 정도 분량이면 늦은 밤 두 시간 정도면 충분한데 이상하게 피곤함과 일들이 꼬이면서 우선 순위가 뒤로 밀렸다. 그리고 첫 부분을 읽으면서 내가 예상한 것과 달라 집중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적응하고 더 집중하게 되면서 작가가 그려내는 풍경과 그들의 심리 묘사와 행동이 나를 조금씩 사로잡았다.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을 때 그 매력이 드러나는 소설이다.


프롤로그는 화자가 어떻게 이선 프롬을 만나게 되었는지, 그 집에 가서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산 이선 프롬의 한 시절을 그려내는데 이 시간들은 그의 삶에서 가장 열정적이고 행복했지만 동시에 절망으로 가득한 순간이다.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주저하고, 가슴앓이 하는 모습은 섬세한 묘사를 통해 그 감정이 그대로 전해진다. 읽으면서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아마 그 모습에서 나의 과거가 떠올랐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선의 결혼은 사랑으로 맺어진 것이 아니다. 어머니가 아픈 것을 돌아주던 7살 연상의 친척 누이가 그의 아내가 되었다. 친척 누이 지나는 결혼 후 알 수 없는 질병에 걸리고, 이선에 불평불만을 내뱉는다. 그녀와 집을 돌보기 위해 지나의 친척 매티가 온다. 매티는 집안일을 잘 하지 못하지만 그녀가 보여준 몇 가지 감수성 등이 이선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마을 처녀 총각들이 모여 춤을 추는 곳에 간 그녀가 마을 총각과 대화를 나눌 때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이선의 심정은 불안과 초조로 가득하다. 아! 이 순수한 열정과 감정이라니.


이선의 경제력은 풍족한 편이 아니다. 아니 겨우 생계를 유지하는 정도다. 아내 지나가 새로운 의사를 만나러 가면서 둘 만이 남는 하룻밤 시간이 생긴다. 하지만 이 둘은 이 시간 속에서 자신들의 솔직한 감정으로 표출하지 못한다. 머뭇거리고, 주저하고, 그리워하고, 아쉬워하면서 여운을 남기는 행동과 심리 묘사는 역시 답답함을 느끼게 하고, 이 둘의 미래는 어떤 것일까 추측하게 만든다. 여기에 지나가 아끼는 접시마저 깨어지면서 작은 불안 요소를 하나 남긴다.


이 둘의 관계를 조용히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 바로 아내 지나다. 그녀가 새로운 의사를 만나러 간 이유가 드러나고, 새로운 아이를 고용했다고 말하면서 매티를 내보낸다고 할 때 이 둘은 처음으로 격렬하게 충돌한다. 이선은 매티와 둘이서 몰래 떠나는 상상도 하지만 착한 이선은 그런 행동을 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문제 등으로 더 나아가지 못한다. 그리고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마주한 이 두 남녀가 표출하는 감정은 앞에서 느낀 답답함을 단숨에 날리고 격렬하고 열정적이고 위험한 행동으로 이어진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마무리다. 에필로그는 그런 점에서 하나의 멋진 반전이다.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지만. 시간적 여유가 좀더 많아지면 다른 작품도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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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산장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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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하쿠바산장 살인사건>으로 제목을 바꾸어 개정판이 나왔다. 왠지 어색한 제목 변경이다. 일본어로 모두 표기했다면 덜 어색했을 텐데 ‘백마’만 ‘하쿠바’로 바꾸었다. 내용 상 어떤 변화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집에 있는 책이 구판이라 구판을 읽었다. 백마산장이란 제목이 붙어 있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백마산장이란 단어보다 펜션 머더구스란 단어를 더 많이 봤다. 실제 이 소설은 영국의 동요 머더구스를 이용해 트릭을 만들고, 밀실 트릭도 함께 엮었다. 고전 추리소설의 느낌이 강하게 풍기는 작품이다. 머더구스에 얽힌 암호는 암호풀이 좋아하는 독자라면 한 번 도전할 만하다.


이 소설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두 개씩 있다. 이 각각의 이야기는 서로 상응한다. 프롤로그에서 두 사람의 죽음이 나온다면, 에필로그에서는 이 죽음들과 다른 죽음의 비밀이 밝혀진다. 이 죽음들과 상관없이 형사가 등장해 펜션의 숙박객들을 모아놓고 범인을 지적하는 부분은 전통적인 추리소설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범인을 지적할 때 장면은 너무나도 익숙하다. 그런데 단순히 한 명의 범인을 지적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 사건들 이면의 이야기들이 더 흘러나와 색다른 맛을 준다. 특히 두 개의 에필로그는 앞에 나온 의문을 깨끗하게 해소해주는 역할을 한다.


나오코의 오빠 하라 고이치가 죽은 뒤 기묘한 엽서 한 통이 나오코에게 왔다. 오빠 고이치는 펜션 머더구스에서 음독자살했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이 엽서가 이 자살에 의문을 품게 한다. 오빠의 죽은 지 1년만에 그 펜션에 간다. 처음에는 혼자 갈 생각도 했지만 친구 마코토가 동행하면서 함께 간다. 이 둘은 상당히 다른 외모를 가지고 있다. 남자들의 관심을 끄는 미모를 가진 나오코와 반대로 마코토는 남자로 자주 오해받는다. 성격도 나오코가 좀 더 감상적이라면 마코토는 냉철한 이미지다. 이 둘은 콤비가 되어 머더구스 펜션에서 일어난 사건을 파헤치고, 동요 머더구스를 둘러싼 비밀을 밝혀낸다.


머더구스 펜션은 각방에 정해진 이름이 있다. 그리고 각방에 머더구스가 쓰여진 역자가 걸려 있다, 이 펜션을 구입할 때부터 있었고, 판매자가 이것을 떼지 말라고 했다. 이 액자 뒤에는 동요의 번역이 있다. 나오코 일행은 각방을 돌면서 이 머더구스를 복사하고, 나중에는 원문과 대조한다. 이 동요는 펜션의 각방과 연결되어 있고, 하나의 규칙으로 해독될 때 하나의 문장이 만들어지고, 트릭이 풀린다. 이 트릭이 풀렸다고 앞에 있었던 죽음에 대한 단서가 단 번에 나오는 것은 아니다. 세 번째 죽음이 일어난 후 도착한 형사와 함께 힘을 합친 후 살인자의 정체가 밝혀진다.


이 펜션은 매년 한 명씩 사람이 죽었다. 첫 번째 죽음과 마지막 죽음은 같은 곳에서 일어났다. 끊어진 다리에서 떨어져 죽은 것이다. 두 번째 죽음은 나오코의 오빠 고이치의 자살(?)이다. 나오코와 마코토는 고이치가 걸어간 길을 그대로 이어간다. 트릭을 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 펜션이 매년 같은 사람들이 와서 묵는다고 해놓고, 이전과 같은 상황이나 장면들을 재현한다. 사실 세 번째 죽음이 없었다면, 인간이 탐욕이 멈추었다면 아무 일 없이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탐욕은 쉽게 멈추질 않고 점점 자란다. 이 탐욕의 이면에는 한 가지 숨겨진 비밀이 있는데 이것이 밝혀졌을 때 새로운 상황이 펼쳐진다.


이 작품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작품들 중 한 편이다.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작품들 편차가 너무 심해 호불호가 갈리는데 이번 작품은 마음에 든다. 영국 고전추리의 느낌 때문이다. 트릭을 풀고,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과 범인을 지목하는 부분 사이에 큰 구멍이 있지만 말이다. 밀실 트릭도 특별하지 않는데 다른 작품들에서 흔히 사용한 방식을 그대로 재현했다. 실제 이 트릭을 푸는 과정을 좀더 다루었다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좀더 나오코의 탐정 놀이가 흥미로웠을 텐데. 작가는 여자는 무섭다고 썼지만 이야기 속에 나오코를 둘러싼 남자들의 관심은 ‘미녀는 괴로워?’ 혹은 ‘귀찮아?’가 아닐까. 최근 사놓고 묵혀두고 있는 책들을 한 권씩 읽고 있는데 이 작품도 그 연장선에서 읽었다.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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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통하는 마음 - 제7회 스토리공모전 대상 수상작
전우진 지음 / 마카롱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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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대상 수상작이다. 이 공모전의 다른 상을 수상한 작품이 먼저 출간했는데 왜 대상 수상작은 출간되지 않았지 하는 의문을 품었었다. 그러다 이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반가웠다. 개인적으로 이 공모전 수상작품들에 완전히 빠져들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좋은 작가들의 작품이 당선된 것을 보았기에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책에 대한 사전 정보를 읽지 않았는데 덕분에 예상하지 못한 장면을 마주했다. 그 당시 놀람과 어리둥절함이란 정말 예상 외였다. 평범한 가정주부가 송곳으로 자기 손바닥을 찌르다니 말이다. 그때부터 나의 상상력은 널뛰기 시작했고, 전개는 나의 예상을 벗어났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작가의 분신인 듯한 인물을 만난다. 바로 야간 알바인 우진이다. 이름도 같다. 작가 소개와 글 속 상황이 상당히 맞아떨어진다. 아니라면 작가의 멋진 연출이다. 하지만 그의 경험과 현실이 가득 담겨 있는 것을 사실일 것이다. 야간 알바를 하면서 글을 쓰고, 시나리오를 쓴 후 몇 번이나 고쳤지만 계약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더러운 그 동네 현실을 간결하게 보여주니 말이다. 우진이 좋은 시나리오를 쓰고, 시대에 맞는 글을 쓰기 위해 고전보다 한국 작가의 최근 작품들을 읽는다고 한 부분은 왠지 짠한 느낌을 준다. 꿈과 현실의 괴리감이 느껴진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평범한 가정 주부였다가 편의점 점장이 된 정숙 씨다. 50대 초반의 그녀는 정년퇴직을 앞두고 명예퇴직한 남편 근배와 함께 산다. 딸 주영은 서울에서 외국 기업의 하청업체에서 채색 일을 한다. 이런 평범한 주부가 눈앞에서 교통사고를 직접 본 후 철물점으로 달려가 자신의 손을 찌를 때까지 그냥 평범한 안성의 어느 편의점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 손을 관통하는 경험을 하면 정숙은 타임슬립이 가능해진다. 대단한 능력이다. 그런데 그 시간은 겨우 15분 전이다. 여기에 문제가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그 관통하는 고통을 본인뿐만 아니라 딸 주영도 겪어야 한다는 점이다. 당연히 딸에게서 전화가 온다.


정숙 씨가 이 능력을 각성하게 된 계기는 결코 유쾌하지 않다. 늦은 밤 일하다가 돌아오는 중 강간을 당할 뻔했는데 이때 각목에 박힌 못이 손바닥을 관통하면서 이것을 알게 된다. 그 후 딸 주영이 화상을 입었을 때 이 능력을 사용하면 딸도 같은 고통을 겪는다는 것을 안다. 당연히 딸은 이 능력의 사용을 반대한다. 그런데 수능을 망친 후 엄마에게 시간을 더 돌려달라고 부탁한다. 한 번에 15분이면 수십 번을 찌르면 몇 시간을 돌릴 수 있다고. 실제 딸의 부탁을 받고 실천에 옮기는 데 그 고통 때문에 딸이 포기한다. 작가는 여기서 이 능력의 한계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이런 정숙 씨의 능력을 사회 정의 구현 등에 썼다면 또 다른 판타지소설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평범한 50대 정숙 씨 앞에 아주 멋진 20대 초반의 꽃미남을 등장시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를 펼친다. 이 꽃미남 성재가 등장할 때 다른 알바생을 뽑았지만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손을 찌른다. 이 강렬한 감정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성재에 대한 그녀의 감정을 표현한 글들은 ‘어떻게’라는 의문을 먼저 던지지만 그녀도 한 명의 여자라는 사실을 떠올리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다만 성재의 정체가 궁금하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불분명하게 드러난 성재의 과거는 여전히 의문스럽다.


정숙 씨가 바람을 필 때 남편 근배 씨는 술을 마시고, 집에 늦게 들어온다. 세상 한가롭게 사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평범한 일상에 작은(?) 변화가 생기고, 친하게 지내던 관계도 의심으로 가득해질 때 이 한가로워 보이는 일상에 균열이 생긴다. 작가는 이 균열을 각자의 사연으로 잘 표현한다. 미세한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고, 결말은 어떻게 될까 하는 호기심을 불러온다. 그러다 생긴 파국은 예상 외였고, 그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또 다른 반전을 품고 있다. 어떻게 보면 불필요한 사족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읽다보면 앞 이야기와 조용히 이어지면서 색다른 재미를 준다. 특별한 능력이 가진 한계를 평범한 사람의 일상 파괴 속에서 멋지게 재구성했다. 정숙 씨와 근배 씨 콤비의 활약을 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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