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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원
존 마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DNA매치란 방식으로 운명의 상대를 알려주는 서비스가 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내 평생의 연인을 유전자 정보 바탕으로 손쉽게 찾아준다. 비용도 우리가 이용하는 결혼 정보회사보다 저렴하고, 필요 이상으로 만날 필요도 없다. 물론 상대방도 이 서비스를 신청해야 한다. 이 서비스가 상용화된 지 10년이 지났고, 초창기에는 수많은 문제를 만들기도 했다. 이 매칭 시스템으로 상대방을 만나고, 결혼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결혼을 약속한 커플이 자신들의 사랑을 실험하기 위해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이 매칭은 당사자가 상상도 하지 못한 사람을 이어줄 때도 있다. 이 소설은 이런 현실 속에서 다섯 명의 인물을 통해 DNA매치와 사랑 등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아이를 낳고 싶은 이혼녀 맨디, 런던 전역을 공포로 몰아놓고 있는 연쇄살인범 크리스토퍼, 결혼식을 앞둔 닉, 지구 반대편 호주에 연인이 있는 제이드, 대기업 CEO 엘리 등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이들은 DNA매치를 통해 상대방을 소개받는다. 그런데 이 매칭이 결코 평범하지 않다. 맨디가 매칭된 남자 리처드는 교통사고로 죽었고, 연쇄살인범 크리스토퍼의 연인은 경찰이다. 닉은 동성애자도 아닌데 남자가 매칭되었다. 제이드는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다. 엘리는 평범한 연애가 힘든 대기업 CEO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작가는 이 다섯 명의 등장인물들이 DNA매치로 운명의 상대를 소개받고, 이 매칭이 얼마나 강력한 끌림이자 유혹인지 차근차근 이야기를 쌓아가면서 보여준다. 맨디는 직접 만나지도 못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고, 그의 엄마와 누나를 만나 친분을 쌓고, 결국 리처드의 냉동 정자로 인공수정한다. 닉은 또 어떤가. 결혼식 날짜를 잡아놓고 자신들의 결혼이 운명인지 확인하려고 한다. 결과는 닉의 상대방이 남자라고 알려준다. 닉은 단 한 번도 남자에게 끌린 적이 없는데. 실제 그를 만나러 가서 자신의 변화를 확인해보려고 한다. 첫인상과 달리 어느 순간 자신도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 이 정도만 해도 이 매칭이 얼마나 위력적인지 알 수 있다.
이 매칭의 실수처럼 보이는 커플도 있다. 바로 제이드다. 제이드는 오랜 인터넷 만남을 끝내고자 호주로 직접 가서 매칭 상대방을 만난다. 실제 마주한 그는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중환자다. 왠지 모르게 그에게 끌리지 않는다. DNA매치로 만났다고 해도 바로 운명의 상대임을 아는 사람이 있고,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사람도 있다. 제이드는 자신이 후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니다. 그녀가 끌리는 사람은 딴 사람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하나의 가설을 세운다. 나중에 이 가설이 맞음을 확인했다. 동시에 DNA매치가 얼마나 강렬하고 유효한지 다시 확인시켜준다.
엘리는 DNA매치 유전자를 발견하고, 이것을 하나의 사업으로 키운 인물이다. 중반에 그녀의 정체가 드러난다. 일반적인 연애가 불가능했던 것은 그녀의 성공 이후 다가온 남자들 때문이다. DNA매치를 통해 데이트 상대를 찾는다. 한 남자가 나타난다. 이 남자의 신원을 조사하고, 한 번 만난다. 두 번 만난다. 이 남자에게 끌리고 빠져든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몇 가지 사실들이 드러나면서 긴장감을 불러온다. 그녀가 이 사업을 크게 만들기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이 과정에서 생긴 문제점은 무엇인지 등이 나오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일어난다. 어떻게 보면 SF 로맨스에 가까운 이야기를 스릴러로 끌고 가는 두 이야기 중 하나다.
스릴러에 가장 적합한 인물은 크리스토퍼다. 그는 사이코패스이자 연쇄살인범이다. 그의 분량이 늘어나면 스릴러에 더 가깝게 다가가지만 작가는 그의 살인 행각을 자세하게, 자주 보여주지 않는다. 왜 그가 이런 연쇄살인을 저지르는지 알려줄 때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DNA매치로 만난 연인으로 인해 자신의 감점이 흔들리고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 소설의 기본 설정이 얼마나 정확한지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재밌는 점은 크리스토퍼의 연쇄살인이 엄청난 공포를 몰고 왔을 텐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한 번도 다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작가는 각 인물들이 등장해 이야기를 펼치는 순간의 시간 속도와 흐름을 제각각으로 다루면서 인물들의 연관성을 지운다. 이 편집과 구성은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여주고, 빠른 장면 전환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여기에 연쇄살인범과 DNA매치를 둘러싼 비밀 등이 나오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몇몇 뻔한 장면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이 뻔함이 DNA매치의 과학성을 높여준다. 그리고 각 단계나 사건마다 스스로에게 질물은 던진다. 과연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매칭의 허점은 무엇일까? 혹시 다른 반전이 나오지 않을까? 등등. 세부적인 부분에서 트집 잡을 부분들이 있지만 속도감에 열심히 책장을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