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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제7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엄성용 외 지음 / 마카롱 / 2020년 2월
평점 :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중 단편 수상작품집은 처음 읽었다. 장편 부분 작품들은 몇 편 재밌게 읽었다. 사실 단편 수상집이라 잠시 주저한 부분이 있는데 예상외의 완성도와 재미를 주었다. 모두 다섯 편으로 약간 취향을 타는 부분이 있지만 즐겁고 재밌게 읽었다. 다섯 편이 다루고 있는 장르는 다양하다. 한가지 공통점이라면 반전이 있다는 점이라고 할까. 올해 수상작품집 때문에 이전 수상작들도 궁금해졌다. 앞으로 기대해도 좋을 공모전이 아닌가 생각한다.
<롸이 롸이>라는 제목을 보고 중국어 래(來)가 떠올랐다. 중국과 관련된 이야기인가? 미세먼지를 다룬다는 점을 감안하면 은연중에 이 제목을 사용했을지도 모르겠다. 미세먼지가 심해져 마스크 없이 밖으로 나가는 것이 힘든 가까운 미래 이야기다. 이 시대에 담배는 마약처럼 취급된다. 이런 담배를 몰래 제공하는 인물이 있다. 그녀는 오컬트 동아리 회원이다. 그녀는 자신의 마을로 동아리 회원들을 초대한다. 담배도 일정의 금액도 지급하겠다고 말한다. 미세먼지 가득한 세상에서 그 마을은 청정한 공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요구한 조건을 따르지 않고 살짝 엿보면서 상황이 급반전한다. 이후 펼쳐지는 장면들은 코믹하면서도 섬뜩하다. 금연의 중요성이 이렇게 드러나는 작품이 있을까? 간접흡연도 역시 위험하다.
<휴먼 콤플렉스 임상 사례>는 SF와 일기의 형식을 지닌다. 인류가 보호종으로 지정될 정도의 먼 미래다. 주인공은 심리상담사이고 그가 담당했던 상담자 K에 대한 이야기다. 휴먼 콤플렉스란 단어에서 알려주듯이 이 시대는 인류가 네오테니언, 합성 유전자인, 케미컬 클론, 방사능 돌연변이 등보다 못한 존재다. 배설행위, 교미에 비유되는 성교, 나노봇에 의한 치료 불능 등이 콤플렉스다. 임상 사례란 단어가 K의 상담임을 알려준다. 평범한 SF 단편처럼 읽히던 내용이 마지막으로 달려가면서 분위기가 바뀐다. 콤플렉스에 대처하는 최악의 모습이다.
<용옹기이>는 이 수상단편집에서 가장 재밌게 읽은 작품이다. 긴박한 상황을 앞에 놓고,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 보여주면서 3대의 숙원을 다룬다. 처음에 예상한 <용옹기이>의 가치가 내 예상을 빗나갔고, 혹시 다른 책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기대도 마찬가지다. 백수 용수산이 수상한 그림자를 피해 다니면서 느낀 압박감이 긴장감을 불러오고, 하루라는 시간은 속도감을 불어넣었다. 군더더기 없이 진행되는 와중에 예상하지 못한 장면들이 나오고, 코믹함도 잊지 않았다. 인간의 탐욕이 상황을 어떻게 인지하는지 잘 보여준다.
<구독하시겠습니까>는 유튜브와 몰카 문제를 다룬다. 평범한 직장인 미이의 삶을 뒤흔들고 위협하는 일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진다. 미이는 자신의 삶이 인터넷에 나온다는 사실을 몰랐다. 이 영상을 본 직원이 은밀히 다가와 성희롱을 하면서 알게 된다. 이 계정을 알고 그녀가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조치는 다 취하지만 해결되지는 않는다. 직장 동료들은 많은 구독자들 때문에 부러워할 뿐이고 그녀가 몰카 희생자란 사실을 믿지 않는다. 자신들이 몰카의 희생자가 되었을 때 분노하지만 정작 가장 큰 피해자는 무시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주는 수많은 카메라는 씁쓸하고 섬뜩하다.
<페이스트리>는 깨어진 가족이 합창을 통해 뭉쳤다가 다시 해체된 이야기다. 한강 다리 밑 포장마차 천막에서 그들은 사람들의 욕을 합창으로 따라한다. 이 천막은 그들의 주거지이자 영업장소다. 사람들은 이들을 찾아와 욕을 내뱉으면서 쌓인 불만과 걱정을 털어낸다. 직장 상사, 시어머니, 애인, 친구 등에게 욕을 쏟아내는데 어딘가에서 한 번 이상은 본 모습이다. 이 합창단은 유명해지고, 방송출연까지 요청 받는다. 방송작가마저도 자신의 불만사항을 토해내는 장면은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집을 떠날 때 사먹고, 딸이 잘 만드는 페이스트리는 가난과 희망의 상징이다. 마지막 방송사고와 그 뒷 이야기는 현실적이면서도 낭만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