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는 출근합니다 소원라이트나우 7
김선희 외 지음 / 소원나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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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라이트나우 시리즈 7권이다. 이 시리즈는 처음 읽는다.

아르바이트를 소재로 한 앤솔러지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모두 청소년들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낯익은 작가들이 보여 선택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가끔 무거운 이야기도 같이 담겨 있다.

알바에 필수적인 계약서와 아동 학대, 노인 문제 등이다.

다양한 장르를 이 앤솔로지가 담고 있는데 당연히 작가의 선택 사항이다.

장르 속에서 청소년들의 성장과 활약은 변함없이 이어진다.


김선희의 <인형의 탈을 쓰면>은 인형 탈 아르바이트와 로맨스를 엮었다.

친구 대신 인형 탈 아르바이트를 한 후 다른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익명이 보장되어 있다 보니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열심히 한다.

그러다 놀이공원 아르바이트에서 마음에 드는 아이를 발견한다.

그 두근거리는 감정과 엮이고 꼬인 관계와 상황 등이 재밌게 풀린다.


범유진의 <마법소녀 계약주의보>는 최근 자주 보는 마법소녀 이야기가 먼저 떠올랐다.

지나는 마법 생쥐 핑키에 의해 마법소녀 틴틴이 되어 악덕 고용주를 처벌한다.

그녀의 마법 총알을 맞으면 악덕 고용주들은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알바생에게 사죄한다.

수많은 알바생들에게 이 마법소녀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핑키와 틴틴 사이에는 정확하지 않은 계약 관계가 존재한다.

악덕 고용주를 응징하는 틴틴이 핑키의 음모에 놀아난 것이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무수히 많은 비슷한 상황이 머릿속을 떠돌았다.


정해연의 <그 아이>는 미스터리처럼 이야기가 풀려나간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첫날부터 매일 밤늦게까지 편의점에 앉아 있는 그 아이가 이상하다.

홍구는 혹시 하는 마음에 인터넷검색을 하는데 아동학대 아이들의 모습과 닮아 있다.

확신을 가지고 경찰에 신고하는데 몸 어디에도 학대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그 아이 민준의 말을 들으면 단순히 부모가 늦게 들어와 혼자 있기 무서워 편의점에 있는 것이다.

민준은 자신의 부모가 가난해 늦게까지 일한다고 생각하지만 민준의 부모는 시의원과 대학교수다.

다만 아이를 방치하고 제대로 돌보지 않을 뿐이다.

아이의 착각, 부모의 방치, 집에 홀로 있는 두려움 등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우리가 흔하게 만나는 부모님의 일상을 진한 여운과 함께 전달한다.


박하령의 <역방향으로 원 스텝!>는 SF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 작가는 처음인데 쓴 책 중에 낯익은 제목이 보인다.

AI와 노인문제를 엮었는데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인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뒤로 가면서 드러나는 사실은 무시무시한 미래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작가가 곳곳에 풀어놓은 AI우울증이나 미래의 모습은 장편이 된다면 더 멋질 것 같다.

시간되면 집에 있는 책을 찾아 한 번 읽어봐야겠다.


허진희의 <호 탐정의 조수가 되고 싶어>는 부녀 관계를 이야기한다.

딸 나리는 현실 속 아이돌콘서트를 바라지만 아버지는 미래의 부를 쫓는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의 재건축으로 아파트 가격이 높이 올라가길 바란다.

부동산 앱 <부동산은 미다스>에 어느 날 자신들 아파트의 단점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나타난다.

아빠는 이 인물을 7층에 사는 사람이 미다스의 딸이라고 단정하지만 나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인아이스크림 가게에서 할머니를 도와준 7층 여성의 정체는 탐정이다.

그녀는 탐정 직업을 좋아하지만 이 일을 계속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상한 인물이다.

호 탐정은 나리에게 아르바이트를 제안하면서 미다스의 딸을 찾으려고 한다.

마지막에 미다스의 딸 정체가 드러나는데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다.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가득한데 장편이나 연작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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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인류 보고서 - 리얼 하드코어 오피스 생존기
김퇴사 지음 / 비에이블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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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하드코어 오피스 생존기란 부제가 달려 있다.

정말 읽는 내내 나의 회사 생활을 돌아봤다.

공감할 이야기로 가득하다. 아마 많은 직장인들이 그럴 것이다.

SNS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후 책으로 나왔다.

한 컷 만화가 이런 재미를 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읽으면서 신문의 시사만평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 컷 안에 핵심을 콕 집어넣어 크게 공감하게 한다.

어느 정도 과장되어 있다고 생각한 것도 ‘한국이라면 가능할지도’라는 생각을 한다.


직장인에게 퇴사욕구는 당연한 욕망이다.

아닌 직장인이 있다면 그 직장인은 회사에 세뇌된 직장인이다.

아니라면 자신의 직장이 주변 사람들보다 월등히 좋은 복리와 급여를 주거나.

대부분의 직장인은 속된 말로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계속 다닌다.

취준생들이 듣는 자아실현이니 하는 헛소리는 경영인들의 바람이다.

아니라고? 자아실현 중이라고? 그럼 당신은 그들이 바라는 좋은 직장인이다.

장기근속하는 직장인에 대한 작가의 표현은 너무 적확하다.

더 나은 조건으로 이직에 실패한 직원이다.

회사에 오래 다니다 보면 이런 직원(나 포함)들을 많이 본다.


예전에 비해 회사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당연한 듯하던 야근이 거의 없어진 듯하지만 아닌 회사도 많다.

야근을 보는 상사의 시선과 평가가 엇갈리는 만화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빨리 퇴근해라고 말하고, 카톡으로 일거리를 주는 상사로 가득한 회사로 변했다.

직원과 회사의 변화 싸움에서 회사가 일방적인 승리를 거둔다면 이 오피스툰 그대로다.

회사 생활의 실태를 그대로 보여주기에 오래 다닌 직장인일수록 더 공감할 수 있다.

물론 자신들의 회사가 최신 변화를 수용했다면 ‘나때는 말이야’를 말하겠지만.

영업전략 편에서 매출하락의 핑계들은 정말 익숙한 핑계들이다.

아마 몇 년만 회사를 다녔다면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일 것이다.


처음 그림체를 보고 미국 그래픽노블 <슈퍼맨>이 떠올랐다.

이 낯선 그림체로 직장 실태를 그려내었기에 약간 거리를 두고 더 웃을 수 있었다.

남의 동네 같지만 나의 직장 생활이란 부분에 더 공감한다.

올드한 느낌의 그림체이지만 섬세한 표정이나 동적 표현이 아주 좋다.

어떤 그림에서는 두 사람의 차이를 틀린 그림 찾기처럼 찾는 재미도 준다.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안면인식장애가 있는 것일까?

이제 몸이 무거워 회사에 속박되어 있는 몸이지만 한때는 매일 퇴사를 외친 적이 있다.

가슴속에 퇴사의 꿈을 품고 하루하루를 버틴 날도 적지 않다.

하지만 현실의 무거움에 그 꿈은 사그라지고 이런 오피스툰의 위안으로 버틴다.

회사 휴식시간에 이 오피스툰을 감히 볼 수 없어 집에서 몰래 조금씩 봤다.

혹시 집안밖의 사람들에게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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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세상과 사랑에 빠지기 열다
헤르만 헤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림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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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헤세의 글을 읽었다.

이 책은 헤세의 글을 폴커 미헬스가 엮었다.

헤세의 에세이뿐만 아니라 소설의 일부와 시, 편지들을 같이 엮었다.

방대한 자료 속에서 발췌해서 엮었는데 좋은 글들이 많다.

개인적으로 이런 아포리즘 같은 글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 취향을 많이 탈 것 같다.

좋은 글, 의미심장한 문장 등을 모으는 독자에게는 딱 맞을 듯하다.

오래 전 읽었던 그의 소설들을 생각하고 다가 간 나에겐 소설과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를 좀더 잘 이해하는 데는 많은 도움이 된다.


읽다 보면 빠져들게 되는 데 갑자기 중략된 부분이 나온다.

소설의 일부를 인용한 글이라 생략한 듯하다.

아주 오래 전 대학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소설의 제목도 보인다.

한때 <데미안>에 빠져 그의 소설을 열심히 찾아 읽은 적이 있다.

하지만 다른 소설들은 나의 취향과 동떨어져 있었는데 이번에 그 이유 중 일부를 알게 되었다.

물론 그 시간 동안 나의 취향이 바뀌고, 생각도 바뀐 것도 감안할 필요는 있다.

나이가 들어가는 부분에 대한 글은 많이 공감한다.

만약 어릴 때 이런 글을 읽었다면 아마 지금처럼 충분히 공감하지 못했을 것이다.

헤세의 긴 세월 동안 쓴 글들을 편집한 이 책이 주는 매력 중 하나다.


헤세가 살았던 시기에 두 번의 세계 대전이 있었다.

1차 대전 이후에 얼마나 많은 지식인들이 무너졌는지는 그후 문학에서 자주 나온다.

두 번의 세계 대전을 겪은 지식인이라면 인간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남았을까?

온갖 폭력과 야만이 판쳤던 그 시기는 지금 생각해도 암울하다.

이런 시기를 겪은 탓인지, 인도 철학 등의 영향 탓인지 개인에 천착한다.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의 글은 공감할 부분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혁명에 대한 반감이 드러날 때 나의 시선도 살짝 날카로워진다.

헤세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기에 이 반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아마 다시 헤세의 소설을 읽게 된다면 조금 다른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헤세는 삶을 부정하지 않고 긍정하면서 살았다.

삶의 고난과 고통, 욕망과 즐거움에 대한 글들은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종교와 깨달음에 대한 글들은 진한 성찰의 결과물이다.

가슴보다 머릿속에 담아 두고 공부한다면 좀더 넓은 시각을 가질 것이다.

개인에 오롯이 집중한 그의 글들은 사람이 모두 다르다고 말한다.

개인의 고유성에 대한 이 부분은 우리가 너무 쉽게 간과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노인의 지혜에 대한 글은 요즘 같은 시기에 더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늙으면서 점점 추악해지는 인간들을 볼 때면 늙는다고 지혜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늙으면서 덜 추악해지기 위해서는 배우고 닦아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을 이 책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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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1 - 당한 만큼 갚아준다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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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시청률 42.2%는 정말 믿을 수 없는 수치다.

한참 일본 드라마를 볼 때 20%만 넘어가도 초대박이라고 불리는 것을 보았기에 더욱 그렇다.

그리고 이 시청률을 보면서 머릿속에서 큰 착각을 했다.

이 드라마가 80년대 나왔을 것이란 착각이다.

한국 드라마도 요즘 시청률 40%가 거의 없지 않나? 아닌가?

주말이나 일일드라마를 제외하면 거의 보기 힘든 시청률로 알고 있다.

이 대단한 기록을 한 드라마의 원작이라니.

최근에 몇 권 읽은 작가의 작품들이 지닌 가독성은 또 어땠는가?

1권이 나오자마자 받아 놓고 묵혀 두고 있던 내가 바보처럼 느껴진다.


취직이 잘 되던 시절 일본 명문대학 게이오 출신 한자와는 산업중앙은행에 입행한다.

취직이 잘 되던 시절이라고 해도 들어가기 힘든 곳은 언제나 존재한다.

금융권이 그런 곳 중 하나다.

입사가 내정된 후 이들이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게 묶어 두는 장면이 나온다.

지금 생각하면 아주 낯선 모습이다. 이때가 1988년이었다.

그 후 산업중앙은행은 거품경제 이후 도쿄중앙은행으로 합병되었다.

은행 합병은 우리에게도 낯선 모습이 아니다.

IMF 이후 한국의 많은 은행들도 망하고 합병되었다.

작가는 이 사이 있었던 이야기는 생략하고, 이야기 중간중간 한자와의 동기들 이야기를 넣는다.

시대의 변화를 알 수 있게 만드는 설정 중 하나다.

그리고 이 동기들 중 한 명이 본사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정보를 한자와에게 보내 미리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비하게 만든다.


처음 제목을 보고 ‘한자’ 와 ‘나오키’ 두 사람을 떠올렸다.

한자와가 성이다. 나오키는 당연히 이름이다.

한자와는 오사카지점 융자과장으로 발령난다.

사건이 터진 것은 그가 일하던 중 그가 거쳐간 서부오사카철강 대출이 부도난 것이다.

서부오사카철강은 오랫동안 은행에서 새로운 거래를 뚫어려고 하다 실패했다.

그런데 지점장 아사노가 단번에 뚫은 거래처다.

이 과정에서 철저하게 재무제표를 검토해야 했는데 지점장이 제대도 검토하지 않는다.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5억 엔 대출을 성사시켰다.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진짜 문제는 이 대출 책임을 한자와에게 모두 전가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 사실에 한자와는 분노한다. 그리고 이 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


직장 상사가 부하 직원의 공은 가져가고, 과는 전가하는 일이 낯선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자와는 반발하고, 이 대출 과정에서 생긴 문제들을 파고든다.

새로운 사실들이 나올 때마다 왜 지점장이 자신이 아니고 신입 행원을 데리고 갔는지,

왜 그렇게 서둘러야만 했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가공 매입을 발견한다.

이 거래처 사장을 만나 사실을 확인하고 둘은 사라진 서부오사카철강의 사장 히가시다를 쫓는다.

내부에서는 한자와를 파멸시키려고 하는 노력을 저지하고, 외부에서는 히가시다를 찾아 채권을 회수해야 한다.

안팎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적지 않다.

은행 내부 감사가 오고, 일방적으로 한자와 잘못으로 몰려고 하지만 결코 한자와는 수긍하지도 물러서지도 않는다.

직장인의 한 명으로써 이 모습을 보고 속이 시원해졌다. 물론 비현실적인 장면이다.


통쾌한 복수극이다. 그 과정에 어떤 음모가 있는지, 숨겨진 사람의 정체도 쉽게 알 수 있다.

한자와의 기지와 대범함이 합쳐져서 만들어내는 복수는 어떤 순간에는 너무 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복수에 일말의 주저함도 없기에 섬뜩함을 느낀다.

흔히 하는 말로 적으로 만들어서는 안 될 인물이다.

그리고 프롤로그에 작은 거짓말을 하나 심어 놓았는데 에필로그에 이것이 무시무시한 힘을 발휘한다.

독한 인물이다. 다음 권의 줄거리를 보니 또 새로운 부당한 업무가 내려졌다.

이번에는 어떤 방식으로 이 난관을 헤쳐 나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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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에게 그래픽 노블 1
이루리 지음, 모지애 그림 / 이루리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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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세상을 떠난 작은 형을 그리면 쓴 글이다.

이때 작은 형은 고등학교 1학년생이었고, 어버이날 선물을 사러 가던 중이었다.

작가 후기에 이 부분이 간략하게 나오는데 이 그래픽노블의 한 장면과 겹쳐진다.

적지 않은 나이 차이를 가진 작은 형에 대한 기억과 추모의 감정이 담긴 책이다.

작가의 후기는 형제자매와 함께 자란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부분이 많다.

이미 글로 출간된 내용이지만 작가 이름의 출판사 브랜드의 첫 그래픽노블로 재탄생했다.

정성스럽게 포장된 책을 받고 먼저 놀랐는데 대충 그림을 훑어보고는 살짝 취향을 탔다.

하지만 자세를 잡고 읽기 시작하면서 이 취향은 조금씩 바뀌었고, 어느새 빠져들었다.

몇몇 장면은 내 기억 속 영화 등의 이미지와 겹쳐지는 부분도 있지만 재밌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 왔을 때 그 간단한 한 마디에 눈시울을 붉혔다.


시작은 고전 명작 SF만화 <기생수>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우주에서 뭔가가 날아와 창문을 툭 치고, 아빠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다음 날 아침 아빠는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식탐을 부리고, 가족들에게 막말을 하고, 상을 뒤집는다.

아이는 아버지 등에 올라탄 괴물을 봤고, 손으로 그 괴물을 꺼내려고 한다.

하지만 다른 괴물이 올라탄 큰형에게 끌려 나오고, 자신의 방으로 물러난다.

이때 작은 형이 동생에게 괴물을 봤는지 묻는다.

자신은 오래 전 그 괴물을 봤다고 말하는데 창밖에 무수히 많은 괴물들이 보인다.

이 순간 우주 괴물이 지금 온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상징임을 암시한다.


두 형제는 곳곳에 있는 이 괴물들을 물리치기 위해 많은 실험을 한다.

불로 태워 보려고 하고, 올가미를 던져 뽑아내려고 하지만 모두 실패한다.

마지막 올가미 작전은 사람 목에 걸리면서 경찰서까지 가는 일이 생긴다.

그런데 우연히 목욕탕에 가서 비눗물에 괴물들이 녹아내리는 모습을 본다.

두 형제는 열심히 어른들의 등을 비누 거품으로 밀어 괴물을 녹여낸다.

이 장면을 보고 비누 거품총을 든 두 형제가 괴물을 물리치는 장면을 떠올렸다.

보통의 SF소설이라면 이런 활극도 가능했겠지만 작가가 바라는 바는 아니다.

이 유쾌한 장면은 다른 방식으로 흘러가면서 잠시 암울해진다.

그리고 아버지와 형이 지하철역으로 달려가는 장면과 비극이 교차한다.


작가의 글을 그림으로 표현한 모지애 작가는 솔직히 낯설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처음에는 그림체가 취향과 동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더 많이 나아가면서 세세한 부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괴물들의 모습이 모두 다르고, 정확하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맟추었다는 것을 말이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그림체가 아닌 이야기를 더 잘 전달하기 위한 그림체다.

물론 내가 이 그림작가의 다른 작품을 보고 비교한 것은 아니지만 느낌이 그렇다.

그리고 원작을 그래픽노블로 재탄생하는 과정에서 그림작가의 연출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원작을 읽지 않은 나에게 마지막 형이 남긴 편지와 그 울림은 정말 멋지고 강렬했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흔하고 쉬운 단어인 ‘사랑해’가 왜 그렇게 어려운지 잘 보여준다.

이 단어가 가진 힘은 진심일 때, 그 단어를 받은 사람의 가슴을 울릴 때 세상의 모든 괴물을 물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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