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맛있게 먹는 7가지 방법
송주영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일보 미술칼럼 ‘송주영의 맛있게 그림보기’에 연재된 글들이다.

43개의 글 중에서 28개의 맛을 선별해 7부로 나누었다.

저자는 선사시대 미술에서 시작해 동시대의 미술까지 다룬다.

단순히 미술에 대한 해석과 정보만 전달하지 않고, 미술교육까지 폭넓은 분야에 대해 말한다.

미술교육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나 또한 얼마나 많은 편견에 갇혀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몰래 대입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예술가에 대한 우리의 편견과 선입견을 다룰 때 오래 전 생각했던 것을 다시 확인했다.

철수와 영희가 아니라 철수와 영이라고 지적한 부분은 새로운 사실이었다.


1부부터 강하게 시선을 끌었다.

많은 미술 서적을 읽다 보면 서로 다른 해석으로 한 그림을 풀어낸 것을 보게 된다.

도상학적으로 풀어낸 것은 이해를 도와주지만 자신의 해석을 강조하는 듯한 느낌도 받는다.

스토리텔링으로 그림 보기’는 많은 경우 나의 해석과 다른 해석에 대한 좋은 본보기다.

김홍도의 <노상파안>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낸 부분은 재밌다.

그렇지만 이 그림을 다른 식으로 해석한 것을 본 적 있기에 또 다른 시각으로 상상한다.

미술 감상에서 제목이 ‘무제’인 경우 난감할 때가 많다.

작가, 관람자, 그림을 둘러싸고 있는 외부의 모든 것이 함께 찾아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좋은 비평은 있어도 정답은 없다.”는 것은 그 자체로 즐겁고, 무한한 맛의 세계를 의미한다.


미라가 물감이 되었다는 이야기에 솔직히 깜짝 놀랐다.

어릴 때 미라의 저주 같은 이야기에 얼마나 혹했는지 생각하면 더욱더.

머미 브라운의 비밀과 이 물감이 비교적 현대까지 사용되었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케이블에서 <미이라 2>를 보는데 이 사실이 떠올라 살짝 집중을 깨졌다.

달항아리’가 원래 있는 단어가 아니란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달항아리를 내세우는 케이크까지 있는데 말이다.

이제 그 케이크 가게를 지날 때면 한동안 계속 이 이야기가 떠오를 것 같다.

백자대호에 대한 세계의 관심을 다른 식으로 해석한 것도 한 번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사실에 새로움을 더한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루벤스의 동양인에 대한 최근 정보들은 고려인이 아닌 명나라 사람이다.

국뽕에 살짝 찬물을 끼얹는 듯하지만 사실 확인은 필요한 일이다.

렘브란트의 <야경>이 밤이 아닌 낮을 배경으로 한다는 정보는 이전에 본 적이 있다.

그림의 일부가 잘린 것도 역시 그렇지만 미술 복원은 다른 이야기를 전해준다.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의 소설과 영화 덕분에 더 유명해진 베르메르.

그의 위작을 둘러싼 이야기는 다시 읽어도 재밌다.

폴리베르제르란 이름보다는 베르메르가 더 익숙한 것도 사실이다.

마르셀 뒤샹의 그 유명한 작품이 어떤 의미인지 알려주는데 이번에도 역시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동시대 미술로 넘어오면 사실 대부분 모르는 예술가다.

신디 셔먼이나 니키 리의 사진은 그냥 보면 일반 사진이다.

하지만 일관되게 작업해온 것들을 보면서 형식과 내용의 설명을 들으면 다르게 다가온다.

우리가 막 찍는 사진과 예술가의 작업이 어디에서 갈리는지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수박 그림이 팔레스타인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이런 정보를 잘 전달해주지도 않고, 편향적인 시선으로 팔레스타인을 보기 때문이다.

현대 미술가의 성공 비밀이 네트워크라고 할 때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이것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란 것도 역시 말한다.

6부는 미술사 속의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좀더 많은 이야기를 읽고 싶다.

이 부분만 가지고 한 권의 책을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음식의 맛도 다양하게 먹어봐야 알고, 공부해야 하듯이 그림도 더 공부하고 맛봐야 한다.

기존의 미술 해설과 다른 부분이 많아 더 좋았는데 다음 책도 기대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그나르 주식회사 - 김동식 AI 초단편선
김동식 지음 / 요다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AI를 주제로 한 초단편소설 모음집이다.

단편소설만 쓴 김동식 작가의 새로운 단편집이다.

프롤로그 포함 열여덟 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AI 기술의 발전을 세 단계로 분류했다.

약인공지능, 강인공지능, 초인공지능 이렇게 말이다.

이 세 단계는 세 개의 장으로 나누어진다.

이 단계별로 생길 수 있는 일들을 단편소설 속에 녹여내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날카로운 통찰력은 재미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프롤로그에서 인류가 AI를 사용하게 되는 첫 단계를 알려준다.

인류의 노동력 등을 대체하는 AI에게 인류는 지속적으로 가스라이팅을 한다.

이 가스라이팅을 보고 로봇 3원칙이 떠올랐다.

인류가 로봇이나 AI에게 멸망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대책이다.

그리고 어떻게 인류가 AI를 더 사용하면서 자신들의 삶을 맡기는지 보여준다.

그 속에는 자기 삶의 불만 등을 대체하기 위한 것부터 시작해 점점 발전한다.

늙은 자신의 외모를 보여주지 않기 위한 노력이 어떤 식으로 변하는지도 보여준다.

인간의 욕망이 그대로 투영된 상황들을 현실의 사건들과 엮었다.

<AI 상속법>은 동물에게 유산을 상속한 것을 빗대어 풀어내었는데 마지막이 섬뜩하다.


어느 정도 AI가 발전하면 인간들이 맡을 부분은 점점 줄어든다.

늙은 스타를 죽이는 킬러가 등장한 이유가 비용 절감이란 부분에 놀란다.

AI가 모든 부분에 적용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인간들의 반격은 사실 한시적이다.

이 한시적인 시간 속에 인간들은 자신들의 욕망과 이익을 챙기기 위해 노력한다.

이것을 잘 보여주는 단편이 <모솔 유튜버의 합방>과 <딥페이크 시대의 기본 소양> 편이다.

<드라마 성공 공식>은 최근 말이 나오는 AI 창작물을 좀더 발전시켰다.

이 단계까지 오면 우리가 누리게 될 창작물의 재미는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납치 사건을 두고 누가 거짓말하는지를 다룬 이야기는 진화한 보이스피싱 문제를 보여준다.


AI가 마지막 단계에 들어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이미 영화 등으로 많이 나와있다.

그 단계 이전에 일어날 수 있는 사건 등을 다루고 있는데 웃픈 미래를 보여준다.

<인류보다 월등한> 외계종족의 등장과 대화하는 과정 속에 인간의 착각과 오만을 집어넣었다.

진화한 외계인과 대화가 가능한 AI, AI의 통역에 기대야 하는 인류.

가장 공평한 복지가 선별도, 일괄도 아닌 랜덤이란 현실 비판.

점점 발전한 AI의 학습 능력 등에 기대야 하는 인류의 문제를 다룬 <AI 노벨상>

이 단편에서 마지막 장면은 다음 이야기 <프로그램의 습성>과 연계하면 더욱 섬뜩하다.

이런 와중에 인류가 현재 가진 유일성을 풀어낸 이야기가 <철통 보안 콘서트>다.

하지만 과연 이런 철통 보안이 가능한지는 살짝 의문이 든다.

작가는 AI를 인간을 위한 도구와 인간을 위협할 무기란 두 가지 입장에서 썼다고 한다.

이 이야기들 속에서 독자들은 자신의 사유를 통해 더 많은 것을 상상하는 재미를 누릴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온화한 슬픔
엄현주 지음 / 문이당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 만나는 작가다.

읽을까? 말까? 한동안 주저한 소설이다.

대치동에서 미혼모와 단 둘이 사는 열다섯 살 소녀의 성장일기란 말에 읽기로 했다.

엄마가 단 둘이 사는 아이의 이야기는 이미 여러 번 봤다.

오래 전 소설들이 결손과 아버지에 대한 호기심을 가득 채운 것과 다른 전개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삶을 흔들 정도는 아니다.

이 여중생이 살면서 경험하는 다양한 현실들이 나의 마음 곳곳을 찌른다.


미혼모의 딸인 송화는 한의원을 하던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

한의원에서 일하던 엄마는 샌드위치를 가게를 열었다.

자신들이 살던 집은 전세를 주었고, 가게 한 구석에 방을 만들어 살고 있다.

열다섯 살 소녀의 엄마는 이제 겨우 서른다섯 살이다.

엄마의 꿈은 딸이 한의사가 되어 아버지의 한의원을 다시 여는 것이다.

한국에서 한의대에 들어가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이다.

비록 송화가 대치동 중학교에서 반1등을 늘 한다고 해도 말이다.

자신을 위해 홀로 열심히 일하는 엄마는 보면서 송화는 열심히 공부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송화가 만나고 경험하는 일들을 담고 있다.


여중생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가족을 빼면 당연히 친구다.

부유한 아이들이 사는 동네답게 아이들은 유학과 어학연수를 말한다.

송화에게는 다른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친구들은 수업이 끝나면 잠시의 쉴 틈도 없이 학원을 돌아야 한다.

이렇게 비싼 돈을 들여 학원을 보내는 이유는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다.

부모의 바람과 다른 결과가 뻔하지만 불안감에 풀어놓지 못한다.

이런 와중에 유학을 말하는 친구가 나오는데 그 이면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건물주인 약사 아저씨가 기러기 아빠란 것은 의도적인 것이다.

아내와 딸이 미국에서 유학을 하는데 이 비용을 홀로 끼니를 때우면서 부담한다.


임대 비용을 올리면서 악덕 건물주였던 약사 아저씨에 대한 감정이 어느 순간 변한다.

기러기 아빠로 살면서 샌드위치와 라면 등으로 끼니 때우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자식의 유학비를 벌기 위해 임대료를 올린 것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약사 아저씨는 방학이 되어 아내와 딸이 올 것을 기대하고 즐거워한다.

하지만 둘은 연락이 제대로 되지 않고, 실의에 잠긴다.

이때 송화는 잠시 약사 아저씨의 친구이자 딸이 된다.

송화도 자신의 아버지라면 하고 잠시 상상을 한다.

그리고 이 둘을 이어주는 길고양이 플루토가 나타나면서 더 가까워진다.

현재 삶이 바쁜 둘이지만 잠깐이나마 서로의 안부를 묻고 정을 나눈다.


송화의 엄마는 대학생 때 임신해서 아이를 낳았다.

아이의 아빠가 누군지 가족들에게 말하지 않았고 부모의 도움을 받아 키웠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다른 삶을 살지만 한 가지 꿈을 가지고 있다.

딸 송화가 한의사가 되어 아버지의 한의원을 다시 여는 것이다.

아직 젊고 이쁜 그녀에게도 사랑이 찾아오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중학생 딸이 딸린 여자를 쉽게 받아줄 남친의 엄마는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생기는 몇몇 에피소드는 우리 삶의 인식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혼자가 된 엄마와 올케 사이의 갈등도 풀어야 할 문제다.

이 문제가 풀릴 때 또 다른 사건 하나가 끝나고 약간의 희망을 보여준다.

중학생들이 보여주는 청춘의 밝은 빛과 현실의 무게가 적절히 엮여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화로 배우는 마인크래프트 지구 대백과 마인크래프트 UNOFFICIAL BOOK
마인크래프트 장인 조합 지음, 김나정 옮김, 사마키 다케오 감수 / 제제의숲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마인크래프트 게임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 책을 읽은 것은 아이가 요즘 이 게임에 완전히 빠져 있기 때문이다.

마인크래프트 게임은 채널을 돌리다 보면 자주 보는데 솔직히 좋아하는 캐릭터는 아니다.

게임을 잘 모르는 나에게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가 가장 궁금했다.

아이가 열심히 무엇인가를 만들어서 보라고 할 때도 솔직히 무엇인지 모르겠다.

이 모름과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이란 두 가지 조합이 나를 이 책으로 인도했다.

그런데 이 책은 마인크래프트에 대한 설명서과 아닌 지구에 대한 백과사전이었다.

예상한 것과 전혀 달랐지만 몇 가지 정보는 아이와 대화하는데 유용했다.


저자 소개를 보면 2014년에 창단된 마인크래프트 게임을 사랑하는 동호회라고만 나온다.

감수자가 일본인이고, 번역도 있는 것을 보면 일본 책이다.

그런데 책 속 내용에는 곳곳에 한국 정보를 넣어 놓았다.

이 한국 정보 때문에 이 동호회의 정체가 궁금했는데 나의 검색 실력으로는 더 찾지 못했다.

아마 편집하는 과정에 한국 정보를 넣은 듯한데 공부에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은 지구와 마인크래프트 게임 속 세상과 비교해서 알려준다.

지구의 구조부터 시작해서 자구의 자원과 동식물 등에 대한 풍부한 자료를 소개한다.

읽다 보면 학창 시절 지구과학 등을 다시 공부하는 느낌도 생긴다.

이런 단순한 정보의 나열을 피하기 위한 장치를 곳곳에 넣었다.

하지만 이 게임을 하지 않는 나에게는 공부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각각의 자원에 대한 이해를 높여줄 것 같다.

특히 이 게임 초보자라면 과학 공부와 함께 할 수 있어 더 유익하다.

이 유익함은 대충 이 책을 읽는 사람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

왜 이런 말을 하느냐 하면 우리 아이가 자주 글자 읽는 것을 대충하기 때문이다.

대신 나처럼 아이와 게임을 두고 대화를 하려고 한다면 천천히 읽을 필요가 있다.

네모로 가득한 이 세계를 좀더 이해하고 즐기기 위해서 말이다.

책을 읽는 중 아이와 간단한 대화를 하다 마인크래프트 이야기를 하니 대단히 좋아했다.

게임을 모르지만 아는 척한 것 하나가 대화의 물꼬를 튼 것이다.


앞에서도 말한 한국의 정보를 담은 것도 좋은 교육 자료다.

편집자의 노력과 정성이 돋보이는 부분인데 새롭게 배운 것도 적지 않다.

게임 공략 정보도 나온다고 하는데 이 부분은 게임을 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하지만 장비나 자원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자원이 무엇이 있는지 알려준다.

유튜브로 이런 정보를 얻을 수도 있지만 목차를 이용하면 더 빠르게 알 수 있다.

교과서에 나오는 과학 용어도 많이 넣었다고 하니 과학과 좀더 가까워질 수도 있다.

단순히 게임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 지식도 같이 쌓는다면 더 좋은 일이다.

물론 책속에도 말했지만 현실과 다른 부분이 있으니 제대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아이에게 주기 전 틈틈이 훑어보면서 아는 채를 좀더 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의 손에 닿았을 뿐
은탄 지음 / 델피노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작가의 첫 작품이다.

작가는 언론사 취재기자로 활동 중이고, 소설의 배경도 언론사다.

자신의 전문 분야를 배경으로 서지영과 서은우,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서울쥐와 시골쥐>도 오마주했다고 하는데 주인공 둘이 “서” 씨 성인 것도 이 때문이다.

나의 시선을 끈 것은 초능력으로 얽힌 사이와 조현병이란 단어 때문이었다.

초능력라는 인물이 조현병 환자라는 가능성을 알려주었다.

읽는 내내 이 가능성은 머릿속을 어지럽게 했고, 하나의 장치가 되었다.

상당히 가독성이 좋고, 약간 섬섬한 로맨스로 진행된다.

이 섬섬함에 가끔씩 뿌려지는 독한 맛은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한다.


지방 도시 상산읍에 살고 있는 서지영.

제과 공장 직원이고 할아버지 병수발을 십수 년째 하고 있다.

이런 그녀가 바라는 것 중 하나가 서울로 떠나는 것이다.

할아버지가 살아 있는 동안에 이 일은 끝날 수 없다.

그런데 어느 날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사람저널> 대표 서은우가 서울로 오라고 한다.

늘 공장에서 쳇바퀴 돌아가는 일정을 살아가던 그녀에게 기회가 온 것이다.

서울로 떠나는데 장애가 되었던 할아버지 장례까지 치룬 상태다.

가장 친한 친구들을 뒤로 남겨두고 그녀는 서울로 향하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작은 언론사 대표인 서은우는 초딩 때 짧은 인연이 있었다.

언론사 출신이었던 그가 펀드 환매조작 사선으로 사직하고 언론사를 차렸다.

영업은 자신이 홀로 하고, 기자들은 취재한 기사만 쓰면 된다.

직원이 10명이나 되는 상당한 규모의 언론사다.

<사람저널>은 출판도 하는데 대부분 대필인 듯한 자서전과 자기계발서 등이다.

처음 지영이 이 회사에 왔을 때 한 일은 단순 사무직이었다.

고졸이지만 기자가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던 그녀의 기대와는 많이 달랐다.

대표가 어느 날 지영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키면서 문제는 더 커진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앞으로 이어질 두 사람의 관계를 맺어주는데 있어 작은 해프닝일 뿐이다.


대표가 지영에게 좀더 관심을 드러낼 때 자신의 비밀 하나를 말한다.

자신이 마인드 컨트롤 능력을 가진 초능력자란 것이다.

이 능력은 상대방의 손을 잡아야 하고, 지속 시간은 겨우 5분이다.

이 황당한 이야기는 지영에게 놀리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초능력을 시현하면서 보여준 몇 가지 일들은 의혹을 품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둘이 함께 움직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점점 둘 사이가 가까워진다.

은우에게 끌리는 이유가 그의 초능력 때문일까? 아니면 실제 마음이 움직인 것일까?

둘 사이의 로맨스는 어느 순간 멈출 수 없는 한계까지 도달한다.

언제나 최고 행복한 순간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긴다.

이 소설의 반전은 바로 이 예상하지 못한 일에서 일어난다.


곳곳에 작가는 자신의 기자 경험을 녹여내었다.

기자들이 취재뿐만 아니라 영업까지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털어놓는다.

메르스 등은 그대로 말하면서 왜 코로나 19는 다른 이름으로 부를까 하는 의문이 있다.

두 사람의 숨겨진 사연이 하나씩 밝혀질 때 의외의 상황에 놀란다.

둘 모두 큰 아픔을 안고 있고, 이 아픔은 그들의 마음을 갉아먹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은우의 전 여친 이윤경의 비중이 늘어난다.

그냥 질투하는 여자정도로 생각했는데 재밌는 일들이 생긴다.

거대한 연극의 연출자였던 재욱이 경쟁자로 활약하지 못하고 사라진 것도 아쉽다.

은우가 하는 말이 아니라 은우를 믿는다는 말은 가장 사랑스러운 고백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