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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미닛 룰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22
로버트 크레이스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두 명의 은행 강도가 은행을 털려고 한다. 기관총을 쏘고, 은행원을 겁준다. 그런데 이 둘은 너무 여유롭다. 은행을 털 때 지켜야하는 2분 규칙을 어기고 있다. 2분 규칙은 은행을 털 때 돈을 챙기든 챙기지 못하든 2분 안에 은행을 나와 튀는 것이다. 이 2분은 은행원이 비상벨을 울리고, 경찰이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소요되는 시간이다. 한껏 여유를 부리고, 돈을 챙기고 나온 그들은 기다리고 있던 경찰 병력을 맞이한다. 멋지게 총을 쏘지만 결국 죽고 만다. 사건은 종결되었다. 하지만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한다.
은행털이 맥스는 긴 수감생활을 마치고 출소한다. 이런 그에게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아들이 죽었다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온갖 불법행위로 감옥을 들락거린 그에 비해 아들은 착실하게 자랐고 경찰이 되었다. 부전자전이란 말이 무색하게 훌륭하게 자란 것이다. 비록 그 아들이 아버지를 부정했을지라도 말이다. 사고로 죽은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총격에 의해 살해당한 것이다. 혼자만 죽은 것이 아니라 다른 동료 네 명과 같이 죽었다. 맥스가 원한 것은 누가? 왜? 죽였냐는 것이다. 그런데 경찰들이 너무 사건을 허술하게 다룬다. 화가 난다. 아마추어인 자신이 보아도 다른 범인이 있는데 사건을 빨리 종결하는 것이다. 이에 그는 도움을 요청한다. 그녀는 바로 그를 잡았던 FBI요원인 캐서린이다.
캐서린은 함께 일하던 남편 때문에 FBI를 그만 둔 상태다. 남편은 어린 다른 여자와 놀러갔다가 사고로 죽고, 그녀의 경제는 점점 나빠진다. 엄마는 새롭게 남자를 사귀라고 말한다. 삶이 정체되어 있고, 힘겹다. 그런 순간에 맥스가 보낸 한 통의 편지는 그녀를 이 허술한 조사와 뒤를 알 수 없는 사건 속으로 끌어당긴다. 맥스에 대한 의심이 마음 한 곳에 살고 있지만 진실에 대한 열망과 그 속에 담긴 옛 일에 대한 열정이 그녀를 강하게 몰아붙인다.
잘 읽힌다. 한 번 잡으면 끝을 보게 만든다. 아버지의 역할을 제대로 못했던 맥스를 회개한 인간으로 만들어내고, 강한 부성애로 무장했다. 작가는 그에게 탁월한 능력을 주기보다 아버지의 위치에 더 큰 비중을 두었다. 사실 머리를 쓰거나 중요한 추리를 하는 것은 캐서린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이야기를 이끌고, 만들고,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은 역시 맥스다. 아들이 죽은 원인과 정확한 범인을 알고 싶어 하는 그의 절규는 가슴 속까지 울리게 만든다. 그가 울게 될 때 가슴 한 곳이 아리고, 그가 한계에 부딪힐 때 안타까움이 전해진다.
속도감 있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잘 만들어진 캐릭터와 빠르게 진행되는 전개와 뻔한 사실을 숨기고 있는 경찰과 뒤에 나올지 모르는 반전은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는다. 하나씩 사실이 밝혀지고, 새로운 의문이 생기고, 묘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안타까운 사실이 드러나고, 다시 진실이 알려지는 순간 긴 숨을 내쉬게 된다. 이런 순간들의 연속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읽기를 멈출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경찰들이나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맞서 아들을 둘러싼 의혹을 벗겨내려는 그의 행동들은 누가 뭐라고 해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멋진 아버지의 모습이다. 진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벗어던지는 그에게 박수를 친다. 새롭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작가가 한 명 더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