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거짓말 창비청소년문학 22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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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완득이> 작가의 작품이다. 사실 <완득이>를 읽지 않았다. 그 유명도를 생각하면 약간 의외다. 예전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놓쳤다. 언젠가 읽자고 생각만 했는데 이번 소설을 먼저 읽게 되었다. 그래서 그녀의 다른 작품과 비교할 것이 없다. 약간 선입견을 가지고 달려들었는데 몇 쪽을 넘기지 않아 놀라운 이야기에 부딪혔다. 평범할 것 같은 가족들의 일상에서 한 소녀의 자살이 튀어 올라온 것이다. 

여중 1학년 천지가 자살했다. 아침에 엄마에게 3개월 뒤에 있을 생일선물로 MP3를 사 달라고 한 그녀가 말이다. 제목과 상관없이 약간 밝고 경쾌한 이야기를 기대한 나에게 충격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유를 모른다는 것이다. 유서도 없고, 사전에 어떤 낌새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녀와 혈연관계이거나 친구관계였던 사람들의 충격과 당혹함과 의문과 두려움이 곳곳에 드러난다. 이제 작가는 천지의 과거 속으로 파고들어 그들이 제대로 알지 못했던 천지의 삶을 보여준다.

가족. 참 좋은 단어다. 따스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우린 흔히 자기 자식이나 가족들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신한다. 이 자신감이 맞는 것은 그들의 품 안에 있을 때뿐이다. 밖에서 그들이 받는 고통과 스트레스와 힘겨움이 안에서 표출되지 않을 때 혹은 자신들이 더 힘들다고 생각할 때 이 자신감은 거짓이 된다. 자신들이 안다고 생각하는 그곳에 멈춰 있을 뿐이다. 천지의 엄마와 언니 만지가 바로 그런 곳에 멈춰 있으면서 천지를 파악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천지의 자살은 의문이자 고통이고 아픔이다. 엄마가 말했듯이 결코 뭍을 수 없는 고통과 아픔으로 말이다.

만지가 천지의 흔적을 좇고, 친구를 만나고, 정보를 수집해서 하나의 진실에 다가간다면 친구였던 연화는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다. 알게 모르게 천지를 괴롭히고 학대한 그녀가 천지의 의연함과 냉정한 모습과 삶에 상처를 입은 것이다. 천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생일 초대 시간을 잘못 알려줘 망신을 주는 등 앞과 뒤가 다른 행동으로 가장 큰 피해를 준 인물로 부각되지만 더 깊이 들어가면 다른 친구인 민지도 그에 못지않다. 알고 있던 사실에 한 번 더 확인시켜줘 충격을 주고, 가해자들을 방관하면서 은연중에 동조한 것이다. 아니 더 심한 말을 하기도 했다.

사고로 죽은 아빠 때문에 홀로 두 딸을 키우던 엄마에게 천지의 부지런함과 의연함은 좋은 딸을 가진 부모의 자랑이었을 것이다. 반면에 덜렁거리는 것 같은 큰딸 만지는 오히려 불안하게 보였다. 그런데 죽은 것은 작은딸이다. 단순히 판단착오일까? 아니면 현실의 힘겨움 때문에 천지가 보낸 무수한 메시지를 읽지 못한 것일까? 사랑하는 딸을 잃은 후 일상 속에 자신의 아픔과 고통을 숨기는 그녀를 보면서 밖으로 드러난 밝음과 가벼운 듯한 행동들이 더 가슴 아리게 다가온다. 자장면을 먹고 토한 후 그녀가 내뱉는 말에서 그 아픔은 더욱 커진다.

아주 무겁고 어두울 수 있는 내용인데 작가는 그 무게에 짓눌리지 않는다. 가끔은 일상의 삶을 재현하여 어둠을 살짝 걷어낸다. 하지만 이 과장된 행동이 앞으로 드러날 사실 하나하나에 무게를 더한다. 현실에서 떠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단어와 문장들은 가슴 층층이 아픔을 쌓아둔다.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자신의 죽음을 말하는 천지의 독백과 마지막 순간에도 간절하게 바랐던 도움의 손길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겁나고 무섭고 미안하다고 말하는 그녀를 생각하면 그녀의 꿈이 현실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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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균형 아시아 문학선 3
로힌턴 미스트리 지음, 손석주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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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놀라운 사실들을 만나고, 그런 일이 가능할까 생각하고, 과거 우리나라의 흔적을 느꼈고, 마지막 문장을 읽는 순간 눈시울을 붉혔다. 읽는 동안 단 한 번도 눈물을 자아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들의 비극이 우리의 비극과 겹치는 장면에서 가슴이 아렸고, 이성적으로 판단했을 때 이해할 수 없는 수많은 사건들을 보면서 분노했다. 그런데 왜 에필로그에서 만나고, 스쳐지나간 그들의 삶이 가슴 먹먹하게 만들고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을까? 

네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미망인이자 셋집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는 디나, 천민계급을 벗어나고자 하였지만 계급의 벽에 의해 가족들이 죽은 재봉사인 삼촌 이시바와 조카 옴, 유일한 대학생이자 학교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마넥 등이 그들이다. 이들이 중심이라면 그들과 관련된 과거와 현재 속에 만나게 되는 가족과 친구들은 인도 사회의 처절하면서도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삶속으로 우릴 데려간다. 그 속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사건과 사고와 사실들은 그들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네 사람의 과거로부터 현재로 오는 과정은 인도 계층의 삶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과거 속에서 만나는 삶보다 더 큰 충격으로 와 닿는 것이 있다. 그것은 재봉사들의 사건이다. 어느 날 출근길에 총리의 연설을 위해 강제로 버스에 태워지거나 세를 내고 살던 집이 어느 날 갑자기 포클레인 등에 의해 밀려버린다거나 노숙자처럼 자다 경찰에 의해 강제 노역에 처해진다. 이 불행들은 보면서 그래도 그들은 기술이 있으니 다행이란 생각을 약간 했는데 결말에 이르게 되면서 어쩌면 이렇게 처절하고 처참하고 불행한 삶이 있나 한탄을 하게 된다. 

하룻밤 잘 곳과 한 끼 식사를 걱정하는 그들에 비해 비교적 좋은 환경을 가진 두 사람의 고민은 사치처럼 보인다. 최소한 삶의 가장 낮은 곳으로 그들은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들의 고민과 아픔이 약하다는 것은 아니다. 가진 것들이 많았기에 박탁감은 더 클 수도 있다. 하지만 재봉사들이나 그들과 함께 무허가촌에 살았던 도시 빈민들의 삶은 그 무엇으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충격적이다. 가끔 다큐멘터리에서 영상으로 본 적이 있지만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현실의 높은 벽은 그 이상의 의미와 충격으로 가슴속에 파고든다. 

900쪽에 가까운 이야기다 보니 수많은 사람이 등장한다. 네 사람과 관련되어 등장하는 그들의 삶은 다양한 계층의 삶을 보여준다. 디나와 관련된 사람들은 전문직이거나 부유한 사람들이고, 마넥의 주변도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재봉사들의 주변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낯설면서도 익숙하다. 낯선 것은 현재 내가 주변에서 잘 보지 못하거나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익숙한 것은 그들의 기록에서 우리의 과거 역사가 얼핏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와 경찰과 폭력이 결합된 곳에서 만나게 되는 현실은 불과 수십 년 전 우리나라를 자연스럽게 연상하게 만든다. 지금도 휘황찬란하고 거대한 부의 그늘 속에 그 흔적이 점점이 남아있지만 말이다.

표지의 사진을 보면서 진짜일까? 생각했다. 이 사진은 소설 속 장면이다. 내가 느낀 것은 대단하다, 저런 것이 가능할까, 진짜일까? 하는 의문과 감탄이었다. 그런데 작가는 이 장면을 묘사하면서 대단함보다 긴 장대 위에 서 있는 아이들의 안전에 더 초점을 맞춘다. 배부르고 안전한 곳에 있는 나에게 신기하고 대단한 장면으로 다가온 것이 가난하고 굶주린 사람들에겐 불안과 공포를 안겨준 것이다. 이 다른 시각이 나 자신의 현재 위치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적절한 균형. 이것은 마넥이 기차에서 만남 남자와의 대화 속에 나온 것이다. 그는 삶에 대해 ‘희망과 절망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소설 속 상황과 진행들은 대부분 절망에 가깝다. 그들의 사이에 있던 벽이 무너지고 행복한 미래를 꿈꿀 때 과거의 절망들은 사라지고 희망이 꽃을 피운다. 하지만 그 희망은 무참하게 짓밟힌다. 다시 절망 속으로 빠진다. 그런데 수 년이 지난 후 그들의 모습을 보면 꼭 절망 속에서 살고 있는 것 같지가 않다. 그리고 권력의 소용돌이 속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휘둘리는 사람들과 가장 비참할 것이라고 생각한 그 순간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그들의 강인한 생명력은 가슴 속 깊이 여운을 남긴다. 그것은 그들의 삶속에서 이 땅의 선조들이 보여준 것과 동일한 것을 보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 한 권을 두고 둘러앉아 이야기를 한다면 그 소재와 주제가 무궁무진할 것 같다. 너무 긴 글이 될 것 같아 여기서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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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1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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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읽고 싶었던 소설이다. 워낙 유명한 책이다 보니 그런 생각이 더 들었다. 요즘 나오는 일본소설과 분명히 차별화되는 소설이란 것을 알고 보았지만 노벨상에 대한 환상은 이번에도 깨졌다. 상에 대한 선호도가 있지만 노벨상을 받은 책 중 정신없이 읽은 것은 <파리대왕>을 비롯한 몇 권을 제외하면 찾기가 쉽지 않다. 80년대 이전이나 최근 몇 년을 찾아보면 없지는 않겠지만 이 상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차라리 요즘엔 각국의 문학상 수상작이 더 재미있고 뛰어난 경우를 많이 보았기에 더욱 그렇다.

지극히 일본적이라는 평을 읽은 적이 있고, 이 소설의 번역을 위해 번역자와 몇 개월을 같이 살았다는 이야기도 기억한다. 작품의 힘도 중요하지만 번역도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 대목이었다. 많지 않은 분량이라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지만 왠지 가슴에 걸리는 아련한 슬픔이나 날카로운 현실에 대한 비판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풍경에 대한 묘사나 감정의 깊이에 대한 서술도 역시 무덤덤하게 다가온다. 흥미위주의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책의 감수성과 나의 것이 전혀 맞지 않기 때문일까? 생각도 해본다. 

노벨문학상이라는 화려한 타이틀과 순수한 서정의 세계를 그린 아름다운 문체라는 수식어도 현대 작가들의 비디오적인 문장과 전개에 비하면 약간은 순박한 느낌이다. 기생과 얼치기 지식인의 사랑을 기본으로 한 마을의 풍경을 아름답게 그려내었다고 하지만 이전에 읽던 한국문학의 수준에 비해 특별히 탁월해 보이지 않는다. 이국적인 풍경과 생활이라는 측면에선 동의하지만 취향에 딱! 맞는 작품은 아니다. 몇 년이 지난 후 다시 읽는다면 새로운 느낌과 재미를 발견할지 모르지만 현재는 아니다. 그리고 민음사의 거창한 번역 의도에 비해 나오는 책들의 번역이 가끔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안타깝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위대한 개츠비>를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재미있다고 하고, 탁월한 작품이라고 했는데 두 번이나 읽은 나는 그 재미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흔히 하는 말로 아직 책들이 내 마음속에 문을 열고 속삭여주지 않았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최고의 문장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하는 <무진기행>이 생각난다. 이 책과 <설국>을 언제 같이 한 번 읽어봐야겠다. 혹시 새로운 느낌을 줄지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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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존 모중석 스릴러 클럽 12
앤드루 그로스 지음, 김진석 옮김 / 비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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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푸른 표지와 블루존이란 제목에서 바다를 연상했다. 아마 해양모험스릴러 정도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블루존의 의미가 FBI 증인 보호 프로그램의 안전망에서 벗어난 사람을 일컫는다니 엄청난 오해를 했다. 낯선 작가지만 출판사와 이런 오해 덕분에 책을 선택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읽히고 재미있었다. 그런데 이 낯선 이름의 작가가 이미 제임스 패터슨의 공동저자 경력이 있다니 놀랍다. 그 중 몇 권은 내가 읽은 적이 있기에 놀람은 더 커진다.

소설은 한 노인의 죽음과 한 여자의 불안한 귀가로 시작한다. 이 둘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기에 같이 표현한 것일까? 이런 의문을 뒤로 하고 벤저민 라브라는 한 무역상의 하루로 이어진다. 그에게 FBI가 방문한 것이다. 그가 거래한 사업체 중 콜롬비아 마약상의 돈을 세탁하는 일을 하는 업체가 있는 것이다. 당연히 그는 이런 사실을 부인한다. 하지만 증거를 잡은 FBI가 쉽게 물러날 리가 없다. 긴 감옥 생활과 마약상들의 암살 등을 이유로 그를 압박한다. 

처음 FBI가 펼치는 압박과 위협을 보면서 공권력에 분노를 느꼈다. 벤저민이 전혀 죄가 없는 듯한 작가의 연출 덕분이다. 그리고 그에겐 두 딸과 아들 하나가 있다. 아내와 함께 단란하고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있던 현실에서 이런 위협과 압박은 공권력이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한 가정을 파괴하는 것처럼 다가왔다. 이런 장면들을 보면서 작가들의 연출에 의해 FBI 등이 정의의 사도나 권력 남용으로 느껴지는 모습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던 중 가족들이 모여 이 상황을 어떻게 해쳐갈 것인지 논의를 한다. 이때 어딘가에서 총탄이 날아온다. 이제 그들은 마약상에게 노출된 것이다. 생존을 위해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정해져 있다. 바로 벤저민이 FBI에 협조를 하고, 가족들은 증인 보호 프로그램으로 보호를 받는 것이다. 그런데 큰딸 케이트가 자신의 삶을 찾겠다고 가족들과 함께 떠나지 않는다. 이 결정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인간관계와 자신의 삶을 살게 만들었지만 늘 그녀를 불안과 긴장 속으로 몰아간다. 

가족과 떨어져서 의심과 불안 속에 살던 그녀에게 FBI 요원이 찾아온다. 감옥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가족들과 함께 살던 아버지가 사라진 것이다. 그냥 사라진 것만이 아니라 증인 보호 프로그램을 운영하던 요원 한 명이 고문을 당하고 죽었다. 아버지의 실종과 이 끔찍한 살인사건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혹시 아버지도 죽은 것은 아닐까? 의심과 불안과 공포가 점점 자라난다. 그러다 친구가 머리에 총을 맞아 병원에 실려 가는 사고까지 발생한다. 위태하게 이어져 오던 생활의 균형이 깨어지는 순간이다. 

작가는 능수능란하게 그녀의 불안과 공포를 키워가면서 하나씩 새로운 사실을 내놓는다. 그 사이에 한 명씩 사람이 죽는다. 연관성이 없을 것 같은 사건들이 그녀를 중심으로 맴돌며 이어진다. 이 과정은 빠르고 변화가 심하다. 감질나게 입질을 하던 것을 한방에 터트린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였다. 거짓과 조작과 형제애와 믿음과 음모와 비밀 등이 엮인다. 반전이 일어난다. 그런데 왠지 그 반전이나 설정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 추악한 진실을 받아들이기엔 그 시간들과 그 시간 속에 쌓여간 사랑과 믿음이 너무 큰 탓이다.

빠르고 재미있게 읽힌다. 패터슨과 공동으로 작업을 한 탓인지 그의 장점이 보인다. 이런 장점은 속도감과 구성과 문장에서 먼저 다가온다. 하지만 패터슨의 초기 작품이 준 재미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것은 아마도 캐릭터가 주는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단독작품으로 이 정도라면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 기억해야 할 작가가 한 명 더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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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탐정이 되다 인형 탐정 시리즈 1
아비코 타케마루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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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 대한 정보 없이 이 작품만 읽는다면 <살육에 이르는 병>의 작가란 사실에 놀랄 것이다. 너무나도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잔인하고 섬뜩하고 반전이 뛰어났던 그 작품과 귀엽고 코믹한 분위기를 지닌 이 소설이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니 대단한 변신이다. 뭐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표지부터 전혀 공포스럽지도 잔인하게 느껴지지도 않지만 내용도 역시 그렇다.

모두 네 편의 연작단편이 실려 있다. 첫 만남은 유치원 크리스마스 파티다. 화자인 오무츠가 복화술사 토모나가와 인형 마리오의 놀라운 공연을 보는데 이상한 점이 보인다. 이 둘이 동시에 말하는 것이다. 다른 교사의 부탁으로 저녁식사를 요청하러 갔는데 복화술사가 갑자기 달아난다. 왜일까? 원장의 부탁으로 그의 집을 찾아간다. 낡은 집이다. 두 남녀와 한 인형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비밀이 드러난다. 마리오가 말을 하는 것이다. 토모나가의 감정을 표현하면서 말이다. 이 두 남녀는 서로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이 감정은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더 발전할 모양이다.

이런 기본 설정을 깔아둔 상태에서 첫 사건이 발생한다. 유치원에서 키우던 중 죽은 토끼의 시체가 파헤쳐 산산조각 나있는 것이다. 왜? 누가? 이런 잔인한 짓을 했을까? 이 사건 속에 숨겨진 의미는 어떤 것일까? 의문이다. 그런데 인형 마리오는 너무나도 쉽게 이 사건을 해결한다. 새로운 캐릭터이자 안락의자형 인형탐정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두 번째 이야기는 살인사건이다. 토모나가가 공연하던 텐트 속에서 코믹마술사가 죽은 것이다. 살인범을 찾는 것도 재미있지만 시리즈에 중요한 역할을 할 다른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경부 오다기리와 연적처럼 오무츠에게 다가온 절세미녀 하루카다. 거기에 오무츠 엉덩이에 묻은 아이스크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다양한 반응은 절로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명탐정 마리오의 추리는 경부 오다기리의 설명만으로 간단하게 해결된다. 그런데 약간의 오차가 발생한다. 이 부분이 인간적이고 더 재미나다.

세 번째는 극장이다. 살인사건은 다른 곳에서 벌어졌다. 피해자의 일기에 나온 지크프리트란 단어 때문에 오다기리 경부가 졸리는 오페라에 온 것이다. 졸고 있던 그에게 경고를 하려고 했는데 우연한 만남이 술자리로 이어진다. 여기서 사건 이야기를 듣는다. 이전에 텐트 속 살인사건을 해결한 적이 있기에 경부는 살짝 기대를 한다. 자세한 설명을 한다. 우리의 명탐정 마리오는 단숨에 범인과 이유를 추리한다. 과연! 대단하다. 그런데 그 해결은 이전과 다르다. 인간미가 물씬 풍긴다.

마지막은 마리오가 사라진다. 텔레비전 명인 열전에 나가 멋진 공연을 보여준 후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마리오가 사라진 것이다. 허둥지둥하는 데 마리오를 찾은 경비가 나타난다. 아! 마리오가 산산조각 나 있다. 이를 본 토모나가는 기절한다. 인형탐정은 죽었다. 여기서 비밀 하나가 밝혀진다. 앞으로 멋진 활약을 펼쳐야 할 주인공이 죽을 리 없다. 그는 다시 이 사건을 풀어내고, 인형탐정은 부활한다. 그리고 이 두 남녀의 애정과 사랑은 좀더 성숙해진다. 마리오의 한 마디는 웃음을 터트리게 만든다. 

네 편의 단편을 통해 만난 주인공들의 모습은 사랑스럽다. 순수하고 순진한 모습을 가진 동시에 날카롭고 탁월한 분석과 추리능력을 보여준다. 사건 자체가 끔찍하지 않아 가볍게 읽을 수 있다. 그렇다고 트릭 수준이 낮은 것은 아니다. 시리즈다 보니 두 연인의 성장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후 시리즈는 장편이라고 하는데 주인공들 외에 다른 캐릭터들도 나와 즐거움을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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