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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달의 무르무르 ㅣ Nobless Club 13
탁목조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저자의 약력을 찾아보았다. 충분한 자료가 없다. 그가 출간한 작품들을 보니 대부분 판타지 소설이다. 이름이 완전히 낯설지는 않다. 아마도 예전에 자주 간 문피아에서 작가의 이름을 본 적이 있는 모양이다. 노블레스 클럽 13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장르문학에 대한 향수가 강한 나에게 이 시리즈는 지난번에도 말했듯이 그냥 지나갈 수 없다. 작품의 완성도가 조금 부족한 경우도 있지만 재미란 측면에서 만족도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도입부에 작가가 창조한 세계에 대한 설명이 간단하게 나온다. 창조주가 만든 가이아와 일곱 달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읽던 소년들은 일곱 번째 달이 없다고 하면서 팽개쳐 버린다. 그리고 이야기는 일곱 번째 달에서 시작한다. 그 시작은 무르무르 족의 고든이 한 암컷을 찾고, 그녀에게서 자신의 아들을 얻는 장면이다. 무르무르 족은 암컷이 없다. 그래서 다른 인종을 통해 아이를 얻는데 대부분 한 번 낳고 암컷은 죽는다. 한 번에 네다섯 명을 낳는다. 그런데 이 암컷은 약해 보이고, 단 한 명만 낳았다. 그가 바로 주인공인 무르무르의 스포러다. 이 이름은 버섯의 포자를 뜻한다. 자식을 번성하라는 의미다.
스포러의 탄생까지 간략하게 소개하면서 그의 성장을 짧게 다룬다. 배우는데 욕심이 많은 그는 보통의 무르무르와 다르다. 끝없는 지식욕과 탐구욕은 그를 성장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성장이 결코 빠르게 진행되지는 않는다. 그의 아버지 고든과 함께 다니면서 어느 정도 부를 얻고, 암컷을 가져 자식들을 많이 낳고 싶어 한다. 그런데 이 인종은 특이하다. 철저하게 일부일처제고, 자신의 암컷이 죽으면 다시 다른 암컷을 구하지 않는다. 색맹이고,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 능력 모두가 특급은 아니다. 스포러가 지식욕 때문에 다른 무르무르 족에서 비술을 배우고, 이를 알게 된 그 족속들이 그들을 쫓는다. 도망치다 부를 축적하고, 능력을 키우기 위해 모듬이란 조직에 가입하게 된다. 그리고 본격적인 여행과 이야기는 펼쳐진다.
모듬이란 조직을 처음에 특이하다 생각했는데 중반을 넘어가면서 그 조직 구성원들이 다양한 것을 보면서 우리가 흔히 모듬 회니 모듬 정식이니 하는 것으로 부르던 이름이 생각났다. 사전을 찾아보니 모임의 잘못된 표현이란다. 작가가 이 사실을 알았는지 모르지만 이런 식으로 다양한 인종과 괴수의 이름을 짓는다. 작가에 의해 창조된 세계가 완전히 새롭게 다가오기보다 고대 생물이나 다른 소설에서 본 듯한 형태를 그대로 혹은 변형해서 만든 것 같은 느낌이 강하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인종들은 책을 덮고 난 지금 단지 이야기의 서장일 뿐임을 알려준다. 작가 자신도 후기에서 다른 이야기가 있음을 암시한다.
책 뒷장에 그림자, 아니무스, 아니마, 페르소나, 집단무의식 등 융의 원형적 상징들이 살아 숨 쉬는 이야기라고 하는데 사실 무식한 내가 이것을 간파할 정도는 아니다. 아니 무시하고 읽었다. 장르문학에서 이런 장치들이 그 힘을 강하게 발휘하면 오히려 속도만 더디다. 다만 그가 만들어낸 세계와 창조물들이 펼치는 모험과 도전이 얼마나 흥미롭고 탁월한지가 더 관심이 있다. 물론 완성도 높게 이야기를 구성하고 풀어낸다면 금상첨화다. 사실 이런 작가를 만나기는 너무 힘들다.
스포러가 속한 모듬이 한 목적지로 향해 나아가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전형적인 판타지 소설의 방식이다. 하지만 하나의 사건이나 사냥을 통해서 스포러가 성장하는 속도가 다른 소설에 비해 빠르지 않다. 이런 속도 조절이 쉽지 않은데 장편을 쓴 이력 때문인지 아주 능숙하다. 한꺼번에 확 성장한 스포러를 기대한 나에게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만약 한 권으로 끝나는 소설이었다면 분명히 그런 장면이 있을 수 있지만 장편을 머릿속에 담고 쓴 글이다 보니 그런 모양이다. 아직 이 작가의 장편을 한 번도 읽은 적이 없는데 문장이나 이야기를 풀어내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실력이 녹녹하지 않다. 어떤 느낌이고, 재미가 있을까? 다음 이야기를 나오길 기다리는 것이 더 빠를까? 아니면 다른 시리즈를 보는 게 빠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