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소녀
왕원화 지음, 신주리 옮김 / 솔출판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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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두 번째로 번역된 그의 책이자 두 번째로 읽은 그의 책이다. ‘끝에서 두 번째 여자친구’를 재미있게 읽었기에 그의 다른 책을 선택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변함없이 재기발랄하고 위트와 유머가 넘치고 동시대의 느낌이 잘 살아있다. 하지만 이번엔 그 긴 여정이 왠지 불안정하고 어색함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그 이유에 대한 것을 저자의 후기에서 알게 되었지만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다.  

 

 우리나라에 불고 있는 얼짱이니 몸짱이니 개똥녀니 목도리녀 등등의 수많은 짱과 녀들은 사실 한동안 호기심을 불러오지만 어느 순간부터 짜증의 대상이 되었다. 상업적 목적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녀들의 모습은 마케팅이나 단순한 호기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짜증에 이 소설에 나온 수많은 여자들이 나에게 즐거움의 대상이길 보다는 약간의 거부감을 준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이 출간된 2000년 무렵에 보았다면 이런 느낌은 사라지고 감탄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두 남자들의 만담과도 같은 이 소설이 여자들 평하는 모습은 놀라움도 주지만 과장된 모습을 주기도 한다. 두 사람이 평하는 여자들을 내 주변의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읽다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에 그 정도일까? 하는 의문을 자아내는 여자도 있다. 어느 정도까지 믿고 안 믿고는 개인의 경험이나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일관성 없는 전개와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약간은 질리게 된다. 웃음을 자아내고 놀라운 관찰력에 감탄하고 다양한 연예인들의 등장에 동시대를 살고 있구나! 하고 느끼지만 왠지 알맹이가 빠진 듯하다. 남녀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정작 남녀의 실체가 없는 듯하달까? 이전에 본 소설엔 아픔과 슬픔과 기쁨이 자연스럽게 전해져 왔지만 이번 소설에선 그런 감정보다 재미를 위한 분석이나 나열만 머릿속으로 들어온다.  

 

 나와 장바오의 대화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여자들이나 그들 자신의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려보지만 명확한 인상을 쉽게 그려내지 못한다. 앞에서 마른 몸매였다가 뒤로 가면 약간 뚱뚱한 모습으로 변하고 감정의 흐름도 여자에 대한 분석 속에 묻혀버린다. 하지만 이 책의 재미는 수많은 여자들과 그들의 분석과 갈등과 밀고 당김에 있다. 동시대를 살고 있음을 알게 하는 연예인들과 다른 나라의 작가임을 알게 하는 문장과 대사들은 낯설음과 알고 있음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변함없이 넘쳐나는 위트와 유머와 문장은 재미를 전해주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사람 냄새가 줄어들어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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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달의 무르무르 Nobless Club 13
탁목조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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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저자의 약력을 찾아보았다. 충분한 자료가 없다. 그가 출간한 작품들을 보니 대부분 판타지 소설이다. 이름이 완전히 낯설지는 않다. 아마도 예전에 자주 간 문피아에서 작가의 이름을 본 적이 있는 모양이다. 노블레스 클럽 13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장르문학에 대한 향수가 강한 나에게 이 시리즈는 지난번에도 말했듯이 그냥 지나갈 수 없다. 작품의 완성도가 조금 부족한 경우도 있지만 재미란 측면에서 만족도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도입부에 작가가 창조한 세계에 대한 설명이 간단하게 나온다. 창조주가 만든 가이아와 일곱 달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읽던 소년들은 일곱 번째 달이 없다고 하면서 팽개쳐 버린다. 그리고 이야기는 일곱 번째 달에서 시작한다. 그 시작은 무르무르 족의 고든이 한 암컷을 찾고, 그녀에게서 자신의 아들을 얻는 장면이다. 무르무르 족은 암컷이 없다. 그래서 다른 인종을 통해 아이를 얻는데 대부분 한 번 낳고 암컷은 죽는다. 한 번에 네다섯 명을 낳는다. 그런데 이 암컷은 약해 보이고, 단 한 명만 낳았다. 그가 바로 주인공인 무르무르의 스포러다. 이 이름은 버섯의 포자를 뜻한다. 자식을 번성하라는 의미다.  

 

 스포러의 탄생까지 간략하게 소개하면서 그의 성장을 짧게 다룬다. 배우는데 욕심이 많은 그는 보통의 무르무르와 다르다. 끝없는 지식욕과 탐구욕은 그를 성장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성장이 결코 빠르게 진행되지는 않는다. 그의 아버지 고든과 함께 다니면서 어느 정도 부를 얻고, 암컷을 가져 자식들을 많이 낳고 싶어 한다. 그런데 이 인종은 특이하다. 철저하게 일부일처제고, 자신의 암컷이 죽으면 다시 다른 암컷을 구하지 않는다. 색맹이고,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 능력 모두가 특급은 아니다. 스포러가 지식욕 때문에 다른 무르무르 족에서 비술을 배우고, 이를 알게 된 그 족속들이 그들을 쫓는다. 도망치다 부를 축적하고, 능력을 키우기 위해 모듬이란 조직에 가입하게 된다. 그리고 본격적인 여행과 이야기는 펼쳐진다.  

 

 모듬이란 조직을 처음에 특이하다 생각했는데 중반을 넘어가면서 그 조직 구성원들이 다양한 것을 보면서 우리가 흔히 모듬 회니 모듬 정식이니 하는 것으로 부르던 이름이 생각났다. 사전을 찾아보니 모임의 잘못된 표현이란다. 작가가 이 사실을 알았는지 모르지만 이런 식으로 다양한 인종과 괴수의 이름을 짓는다. 작가에 의해 창조된 세계가 완전히 새롭게 다가오기보다 고대 생물이나 다른 소설에서 본 듯한 형태를 그대로 혹은 변형해서 만든 것 같은 느낌이 강하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인종들은 책을 덮고 난 지금 단지 이야기의 서장일 뿐임을 알려준다. 작가 자신도 후기에서 다른 이야기가 있음을 암시한다.  

 

 책 뒷장에 그림자, 아니무스, 아니마, 페르소나, 집단무의식 등 융의 원형적 상징들이 살아 숨 쉬는 이야기라고 하는데 사실 무식한 내가 이것을 간파할 정도는 아니다. 아니 무시하고 읽었다. 장르문학에서 이런 장치들이 그 힘을 강하게 발휘하면 오히려 속도만 더디다. 다만 그가 만들어낸 세계와 창조물들이 펼치는 모험과 도전이 얼마나 흥미롭고 탁월한지가 더 관심이 있다. 물론 완성도 높게 이야기를 구성하고 풀어낸다면 금상첨화다. 사실 이런 작가를 만나기는 너무 힘들다.  

 스포러가 속한 모듬이 한 목적지로 향해 나아가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전형적인 판타지 소설의 방식이다. 하지만 하나의 사건이나 사냥을 통해서 스포러가 성장하는 속도가 다른 소설에 비해 빠르지 않다. 이런 속도 조절이 쉽지 않은데 장편을 쓴 이력 때문인지 아주 능숙하다. 한꺼번에 확 성장한 스포러를 기대한 나에게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만약 한 권으로 끝나는 소설이었다면 분명히 그런 장면이 있을 수 있지만 장편을 머릿속에 담고 쓴 글이다 보니 그런 모양이다. 아직 이 작가의 장편을 한 번도 읽은 적이 없는데 문장이나 이야기를 풀어내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실력이 녹녹하지 않다. 어떤 느낌이고, 재미가 있을까? 다음 이야기를 나오길 기다리는 것이 더 빠를까? 아니면 다른 시리즈를 보는 게 빠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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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야귀문 1 - 매화의 사랑
세가와 타카쯔구 지음, 김현숙 옮김 / 이야기(자음과모음)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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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그림에 기모노를 입은 두 남녀의 모습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음양사’로 이미 헤이안 시대의 귀신 이야기에 맛을 들인 나에게 이 소설 또한 호기심을 불러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궁중 무사와 음양사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소설을 어찌 쉽게 물리칠 수 있겠나! 계속해서 출간되어지는 소설임을 감안한다면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도 있으니 더욱 그렇다.  

 

 시작과 전개를 보면서 이전에 본 ‘음양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바쿠의 ‘음양사’가 보여주는 예스러움이 조금 부족하고, 세이메이처럼 매력적인 인물이 아직은 없지만 나쁘지 않은 시작으로 1권을 마무리하였다. 세이메이와 미나모토노처럼 이 소설 속에도 궁중무사 나쯔키와 음양사 이찌죠가 있다. 하지만 독자 대상을 좀더 젊은 층으로 잡아서인지 이 둘의 행동은 치기로 가득하다. 세이메이가 보여준 놀라운 능력도, 알 수 없는 미묘하고 매혹적인 부분들이 부족하지만 놀라운 미소년들이다.  

 

 사건의 시작과 마무리가 미스터리처럼 진행된다. 어느 날 아버지의 돈으로 관직을 산 나쯔키가 어린 시절 친구인 미유키를 만나고 돌아오던 중 마주친 귀신과 미소년의 모습을 보던 중 감독관이 귀신의 모습에 기절하면서 시작한다. 궁중에서 천황의 아기가 죽은 후 궁전에 묘한 기운이 감돌지만 이 사건 이후 한 명의 상궁마마가 목이 잘린 채 죽은 것이 발견된다. 모두 귀신의 침입으로 생각한다. 미소년 나쯔키는 상관의 동성애적 취향 탓에 사랑을 받고, 이에 질투하는 무리와 다툼도 생긴다. 여기서 음양사 이찌죠와 만나고 둘은 사건을 함께 풀어간다. 

 

전형적인 미소년에 음양사 소설이다. 약간 야오이 같은 느낌을 주는 장면도 있지만 몇 가지 관계와 사건을 깔아둔 상태에서 1권은 끝난다. 나쁘지 않게 읽었고, 좋아하는 음양사와 귀신의 이야기라 즐거웠다. 하지만 원작에서 그렇게 표시한 것인지 아니면 번역에 의한 것인지 모르지만 가끔 나오는 영어 단어는 시대극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너무 심하지 않나 생각한다. 애니로 만들어져 본다면 약간 덜할지 모르지만 한 편의 출간된 소설이라면 주의해야하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관계가 만들어지고, 콤비로 발전하는 모습이 눈에 훤하게 들어오는 이 시점에 새로운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도 숨겨져 있기에 다음 권에 손이 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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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새 - 상 - 나무를 죽이는 화랑 Nobless Club 8
김근우 지음 / 로크미디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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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작가 김근우를 만난 것은 <바람의 마도사>였다. 10대에 통신 연재 후 출간된 판타지였는데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다. 하지만 이 소설의 기본은 서양 판타지였고, 기존에 있던 무협의 새로운 변주였을 뿐이었다. 그 후 나온 <흑기사>에서 그의 발전된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후 최근에는 많은 권수가 있는 판타지는 멀리하고 있다. 시간도 부족하고, 약간 힘에 부치기 때문이다. 한 번 잡으면 끝을 봐야 하니 멀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이번엔 단 두 권이다. 선택에 주저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결과는 만족스럽다.  

 

 일단 재미있다. 판타지의 기본 골격을 유지하고 있다. 바리데기 공주 설화를 바탕으로 한국 설화들을 버무리고, 비틀어서 거대한 이야기를 만들었다. 작가의 상상력과 잘 준비된 조사가 없었다면 아마도 이 책은 부실한 내용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의 말처럼 수목신앙과 무속신앙을 바리데기 설화와 엮어내면서 흥미진진하게 이어간다. 그래서인지 낯익은 등장인물과 설화가 등장하여 약간은 혼란을 주기도 한다. 공간과 시간이 실제 역사와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 이 부분은 어떤 부분에선 아쉬웠고, 다른 부분에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이야기는 신라를 약간 바꾼 서야란 나라에서 시작한다. 물론 이 서야가 신라를 본떴지만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는다. 화랑제도나 세속오계 등을 그대로 사용하고, 처용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신라인 듯한데 연호가 다르고, 지명도 달리하면서 새로운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낸 것이다. 뭐 이런 것은 판타지 소설에서 자주 보게 되는 것이라 큰 거부감은 없다. 

  

 

 소설 속 주요인물을 꼽으라면 두 사람 있다. 한 명은 화랑 바오 가람이고, 다른 한 명은 피리새다. 상권이 서야란 공간에서 벌어지는 왕위 쟁탈과 다음에 일어날 사건을 위한 준비작업이라면 하권은 본격적인 피리새의 여행을 다룬다. 작가는 이 과정을 지루하게 만들기보다 각 단계마다 하나의 사건을 일으키고, 이것을 해결하는 구성으로 지루할 새가 없게 만들었다. 최종 목적지를 향해 하나씩 관문을 돌파하는 RPG게임이나 기존의 판타지 소설 같다고 해야 하나! 그 과정에서 하나씩 밝혀지는 그들의 능력과 비밀스러운 과거는 읽는 즐거움을 준다.  

 

 첫 부분에 시선을 끈 것은 경무청 소속 두 요원이다. 수도국 직원을 사칭하고 가람을 조사하러 온 이 두 사람이 능청스러움과 눈치 빠른 행동으로 가람의 무거움을 들어 내준다. 안타깝게도 이들의 등장은 사실 많지 않다. 하지만 금방 새로운 인물이 대신한다. 천문박사 가리박사다. 그가 등장하여 웃음을 유발한다. 피리새를 서역 가리온으로 모셔가서 제천의식을 펼치고자 하는 것이다. 하권은 바로 이 과정에서 각 나라별로 발생하는 사건이 있고, 이것을 피리새와 가람 등이 해결하는 방식이다. 기본적인 구성인데 나름대로 잘 짜여있다. 그리고 소설을 읽다보면 점점 가리박사의 정체가 궁금해진다. 그 비밀은 마지막에 드러나는데 이것도 작가는 중간에 문장으로 그 정체를 살짝 암시한다. 물론 그것을 알아차릴 정도라면 대단한 사람이다.  

 

이 소설 속에서 만나게 되는 신화나 무속은 기존에 나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것과 어느 부분은 동일하고, 어떤 부분에선 살짝 방향을 달리하고 있다. 삼국시대 역사를 빌려와 각각 다른 나라를 만들어내었지만 사실 이 부분이 아쉽다. 국가의 부침을 너무 길게 잡고 있고, 연호 사용이 서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형 판타지라고 하면서 한국의 설화나 무속 신앙을 빌려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소설의 기본 구성에서 기존 판타지의 틀을 그대로 유지한 점은 실수는 적을지 모르지만 새로움을 기대하기엔 무리다. 가장 마음에 든 것은 역시 재미와 운명에 대한 해석이다. 운명을 확신하고 운명 저 너머를 보고 곧장 나아가란 말에선 숙명관을 벗어난 작가의 시각을 알 수 있어 더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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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들 그렇게 눈치가 없으세요?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노석미 그림 / 살림Friends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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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즈 네신의 어린 시절을 다룬 책이다. 이 책의 제목이 되는 이야기는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그 바탕에 흐르는 감정은 슬픔과 아픔과 그리움과 사랑이다. 그가 처음 세상에 대해 눈 뜬 것이 자신의집이 불타는 순간부터였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남의 불행을 이용해 자신이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이 나오는데 그것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다. 그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은 마치 하룻밤의 축제, 신나는 명절처럼 느껴졌다는 감정이다. 이런 감정과 기억들이 이후부터 꾸준히 나온다.  

 

 터키를 말할 때면 늘 이스탄불이 생각난다. 하지만 이 책에선 이스탄불이 배경이 아니다. 카슴파샤란 곳인데 어딘지 잘 모르겠다. 아마 해군사령부에서 일한 하산 아저씨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바다 근처에 있는 모양이다. 그가 살던 시절이나 지역은 결코 부유하지 않았다. 그들의 생활수준을 드러내는 장면들이 곳곳에 넘쳐난다. 네신의 동생이 잘 먹지 못해 구루병에 걸린 것이나 어머니가 결핵에 걸린 것부터 몇 년 지난 옷을 물려받는 등의 이야기까지 삶의 경제수준을 드러내어준다. 이런 상황에서도 결코 그의 삶은 부족함이 없다. 그것은 그를 사랑하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기 때문이다.  

 

 책속에 그를 풍자작가로 만든 것이 무엇인지 말한다. 그 무엇이 바로 그의 어린 시절 삶이다. 눈물 속에서 여기까지 왔다고 말한다. 그 어린 시절 이야기를 실고 있는데 어느 대목에선 옛날 한국의 풍경과도 묘하게 겹친다. 흔히 형제의 나라란 입 발린 소리를 하는데 가끔은 그런가! 하고 생각할 때도 많다. 결코 풍족하지 못하고, 부모님들은 언제나 아이들이 바르게 자라길 바라고, 열심히 공부하길 원한다. 이런 삶의 모습이 지나간 우리의 부모님 세대를 연상하게 만들었다.  

 

 총 33개의 에피소드로 되어 있다. 처음엔 각각 독립된 이야기인가 했는데 읽다보니 모두 연결되어 있다. 구루병에 걸린 동생부터 결핵으로 고생하는 어머니까지 그의 성장과 맞물려 이야기는 진행된다. 그 삶속에서 사랑을 받으며 자라고, 주린 배를 움쳐지며 다니고, 친구들과 싸우고, 그 싸움의 결과로 예상하지 못한 지위에 오른다. 하지만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싸움 이전까지 모습을 보면 어린시절 싸움을 정말 못했던 나의 과거가 살짝 생각난다.  

 

 많은 이야기 중에 다른 곳에서 본 문장이지만 가슴으로 파고드는 것이 있다. 그것은 한때 그가 오랜 세월 동안 가난 때문에 부끄러웠다고 말한 것과 그것이 작가가 되기 전까지만 그랬다는 말이다. 글을 쓰기 시작한 후 그의 깨달음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것은 “모두가 가난한 나라에서는 가난이 부끄러운 게 아니라 재산이 많은 게 더 부끄러운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현재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를 신앙처럼 숭배하고 부르짖는 현실을 생각하면 정말 맞는 말이다. 네신은 이것을 다시 그 당시에 많이 말해지던 백만장자가 되려면 지켜야 할 철칙을 비판함으로서 얼마나 허구적인 표현인지 알려준다. 흔히 말하는 아메리카 드림이 단지 몇 퍼센트의 상류층을 위한 환상임을 지적하고 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면서 부조리한 현실을 비판하고, 그 시절의 가난과 불행이 되풀이 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이 글을 쓴 목적이 바로 그것이다. 또 이야기 속에서 말했지만 어린 시절 기억을 사실 그대로 복원하는 것은 무리다. 앞에서 기억과 이야기의 혼돈을 겪었다고 했는데 이미 나 자신도 경험했다. 하지만 세부적인 사실에선 착오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 시절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리고 곳곳에 품어져 나오는 풍자와 해학은 단숨에 이 책을 읽게 만든다. 비록 아픔과 슬픔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온다고 하여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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