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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요나라 사요나라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요시다 슈이치의 연애소설이라기에 가슴 저리고, 기쁨 가득한 사랑이야기로 가득할 것으로 착각했다. 하지만 이 소설은 가슴 저리고, 먹먹하고, 아프고, 끊임없이 사랑과 사람에 대해 생각하고 묻게 만든다. 두 남녀의 과거와 현재가 나로 하여금 좀더 진실하게 나의 사랑을, 다른 사람의 과거를 묻고, 생각하게 한다. 비록 초반에 미스터리처럼 숨겨진 그들의 관계를 알게 되긴 하였지만 그 이후 펼쳐지는 그들의 과거와 현재는 사요나라란 말로 덮어버릴 수 없이 거대한 산이 되어 다가온다.
시작은 한 여자가 옆집에 택배를 부탁하면서부터다. 이 여자 사토미의 어린 아들이 얼마 전 살해당한 사건이 있었다. 언론은 이 불쌍한 여자에게 초점을 맞춘다. 보통의 어머니라면 아들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울음으로 지내겠지만 그녀는 다르다. 점점 더 화장이 짙어지고, 매스컴을 도발적으로 대한다. 이런 그녀를 언론이 점점 밀착하는 당연하다. 숨겨진 다른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그들은 생각한다. 이런 그녀의 옆집에 한 부부가 살고 있다. 그냥 평범한 이 부부가 이 연애소설의 주인공들이다. 도입부는 단지 이 부부와 그들의 과거를 뒤좇는 기자 와타나베의 관계를 드러내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다. 그리고 드러나는 과거는 단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의 현 위치를 묻게 한다.
만약 당신의 가족이나 여자친구나 친구가 윤간을 당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대할 것인가? 만약 그 윤간을 한 사람이 당신이라면 어떨까? 소설은 이렇게 피해자와 가해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피해자는 흔히 두 번 세 번 사회로부터 공격을 당한다. 직접적인 피해 이후 은연중에 퍼지는 말이나 행동으로 인해 계속 피해를 입는다. 자신의 과거로부터 달아날 방법은 없다. 만약 말하지 않았다가 드러나면 그 연인은 배신감이 휩싸이고, 과거를 먼저 듣고 말해줘서 고맙다고 외치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는 그 순간 다시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과거에 집착하고 또 다른 가해자로 변한다. 이 가해자는 단순히 한두 사람이 아니다. 그녀를 둘러싼 모두다. 당연히 감싸고 보호해야할 아버지조차 그렇다. 그녀는 어디로 가야할까?
그녀를 강간한 남자 넷의 현재는 모두 다르다. 그중 한 남자는 이 과거를 잊지 못한다. 그날 밤 사건은 우발적이었다. 자신의 감정은 솔직했지만 젊은 혈기와 분위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가해자인 그도 과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선배 덕분에 좋은 회사에 다니지만 과거는 술자리 농담이나 뒷담화로 따라다닌다. 그러다 우연히 피해자를 모습을 본다면 어떨까? 만약 그녀가 행복하다면 그는 조금은 과거의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거로인해 계속 피해자로 남아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둘의 과거를 점점 파고드는 와타나베는 일정한 거리에서 그들을 바라보지만 동시에 자신의 이야기로 감정이입 되기도 한다. 한 아이의 살해사건이 사랑이야기로 넘어가는 그 과정을 중계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운동선수였던 그의 과거가 가해자의 경력과 대비되고, 그의 가정사가 그들의 현재 삶과 비교된다. 이런 순간순간 드러나는 사실들은 그 실체에 다가갈수록 가슴 아프고, 아리고, 강렬해진다.
현실은 가혹하고 미묘하고 미스터리로 가득하다. 흔히 어떻게 가해자와 피해자가 함께 사느냐고 묻곤 한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피해자에겐 그 가해자보다 더한 드러나지 않는 수많은 가해자들이 주변에 있다. 우린 단지 그가 가해자였다는 것만 생각하지 우리가 가해자일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만약 그 가해자가 피해자에 대해 진솔한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고, 한 순간의 실수도 아니고, 단순한 재미나 충동에 의해 벌어진 것이라면 다른 문제다. 하지만 그 만남의 순간을 아직도 기억하고, 그 느낌을 생생하게 느끼면서 그 사건을 반성하고 잊지 못한다면 어떨까? 그리고 그 피해자가 다른 가해자들로부터 계속해서 피해를 입는다면 말이다. 용서하지 못해 같이 살고, 용서해서 사라진다고 말하는 그녀의 삶은 일어 사요나라가 아닌 우리말 ‘안녕’으로 이해하고 싶다. 헤어질 때 안녕이 아닌 만날 때 안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