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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 클리닉 - 비뚤어진 조선사 상식 바로 세우기
김종성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9월
평점 :
사극과 역사비평이란 두 마리 토끼를 좇고 있다. 나 자신이 텔레비전을 잘 보지 않으니 뭐라고 말하기 그렇지만 아주 가끔 보는 사극들은 정말 함량 미달이다. 사극이 역사를 그대로 옮길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왜곡의 수준으로 나아가지는 않아야 하는데 그런 모습들이 가끔 눈에 들어온다. 사극과 역사는 분명히 다른 것이다. 그러나 역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사극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보일 때면 놀라기도 한다.
비뚤어진 조선사 상식 바로 세우기란 부제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왜 이렇게 비뚤어졌을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제대로 된 역사 교육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고, 다음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사극 때문이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많은 이들이 사극과 역사를 동일시하고 있다. 몇몇 역사학자들이 인기 있는 소설이나 영화 한 편이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어 왜곡된 사실을 현실로 믿게 되는 것을 지적한 바가 있다. 이렇게 된 원인은 간단하게 말하면 역사에 대한 무지 때문이다. 학창시절 받은 역사 교육만으로 이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분석할 능력이 없다. 단순 암기용으로 시험만을 위한 것이 되거나 영어나 수학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업시간은 겉핥기용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아직도 정확하게 씻어내지 못한 일제의 잔재는 그런 왜곡을 더욱 부채질한다.
모두 네 꼭지로 조선사를 다루고 있다. 정치․외교, 풍속․문화, 임금․왕실, 인물․사건 등이다. 네 범주로 묶고, 하나씩 사례를 통해 역사를 비평하고 있다. 많지 않은 분량이지만 각각의 이야기는 중심이 잘 살아있다. 필요 없는 부분을 과감하게 짤라내고 핵심에 집중하고 있다. 사극을 자주 다루다보니 쉽고 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부분도 많다. 예전에는 몰랐던 부분도 보이고, 나의 지식과 상충하는 곳도 보이고, 다시 한 번 더 기억을 되살리게 되는 사실도 있다. 이전부터 가지고 있던 의문을 집고 넘어간 대목에서 시원함을 느끼고, 너무 앞선 듯한 대목에선 고개를 갸웃한다. 하지만 재미난 것은 확실하다.
수많은 이야기가 있다 보니 하나씩 집고 넘어가기는 무리다. 그 중 몇 가지만 생각나는 대로 말하겠다. 먼저 고종과 관련된 부분에서 그의 외교력을 높게 평가한 점에선 어느 정도 동의를 한다. 하지만 19세기말 병인양요과 신미양요에서 이겼다고 외세를 막아낼 충분한 역량이 있었다고 한 대목과 요즘 나오는 학설의 일부를 인용해 고종이 외세를 이용해 자신의 반대세력을 없앴다고 가정하는 대목에선 너무 가정이 심하지 않나 생각한다. 또 조선의 생산관계에서 노비를 새롭게 재조명한 것은 단순히 우리가 가지고 있던 선입견을 깨트리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그 당시 사회를 근본으로 돌아가 여론이라 불리고 가리키는 것이 사대부들임을 알려주고, 결과로 드러난 사실을 통해 역사 속 인물들의 심리와 의도를 파악하려는 노력은 재미나다. 최근에 많이 쏟아지는 조선사 관련 역사서의 성과물들이 이 책속에 많이 담겨 있어 기억을 새롭게 만들어준다.
조선사 클리닉이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역사를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다시 보게 되고, 뜻밖이고, 바로 읽고, 미처 몰랐던 조선의 역사를 다루니 역사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을 것이다. 그리고 조선사를 조선이란 지역에 한정하기보다 다른 나라들과의 관계의 연속성 속에서 파악한 것은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냥 무심코 생각한 많은 역사의 인과성이 이 연속성 속에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주제가 무겁지 않고, 딱딱하지 않고, 힘겹게 읽히는 책이 아니니 한 번쯤 읽어본다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