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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나무 ㅣ 양철북 청소년문학 13
카롤린 필립스 지음, 전은경 옮김 / 양철북 / 2008년 5월
평점 :
눈물나무는 빗물이 필요하지 않는다. 멕시코인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흘린 눈물을 먹고 자라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이야기인가! 생존을 위해서 목숨을 걸고 미국 국경을 넘어가는 멕시코 소년의 이야기다. 그런데 읽다보면 남의 나라 일 같지 않다. 수많은 불법 이민자들이 존재하는 현실이 우리나라의 동남아 등지의 불법 이민자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먼 바다를 거치거나 입국한 후 사라지는 것에 비해 미국은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야한다는 사실은 충격적인 차이다.
미국 LA나 샌프란시스코 등에서 만약 중남미 사람들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이 질문에 대해 다른 책에서 보았지만 이 책은 한 현상을 통해 보여준다. 청소부의 95%, 농장에서 법정 임금 이하로 일하는 인부들이나 가정부 대부분이 중남미인인 상황에서 그 결과는 놀라울 것이다. 거리와 빌딩은 지저분해지고, 넓은 대지에서 익은 과일과 야채는 썩고,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은 정신없는 하루 일과를 보내야 할 것이다. 그만큼 그들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하지만 그 대부분이 불법 이민자다. 이민국 경찰의 불심검문에 조심해야 하는 존재다. 이 현실적 괴리가 모순으로 존재한다.
15세 소년 주인공 루카를 통해 가난과 불법 이민자의 삶을 보여준다. 생존을 위해 국경을 넘다 강도들에게 아버지는 죽고, 미국에 안착한 가족들은 그 사실을 모른 채 불안에 떨면서 살아간다. 이민국을 두려워하는 그들의 모습은 예전 소련 영화나 소설에서 언제 비밀경찰이 들이닥쳐 자신을 끌고 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 사람들을 연상시킨다. 루카의 이모부가 가족을 외치는 모습에서 이 불안을 넘고 안정을 추구하고자 하는 마음을 알 수 있다.
책은 가슴 아픈 장면과 놀라운 사실들을 보여준다. 점점 국경을 넘다 죽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나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걸고라도 국경을 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멕시코에 존재하는 엄청난 빈부격차와 북미무역협정 후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대량 실업 등은 미국 농장에서의 한 장면으로 충분히 알 수 있다. 미국 법정 임금보다 적은 시간당 3달러가 멕시코에선 하루 일당이라는 사실과 이런 일조차 없다는 사실이 목숨을 건 행동으로 옮기게 만들기에 충분한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참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루카가 로스엔젤리스에서 받은 첫 인상이다. 버스에서 내린 그가 만난 사람과 풍경이 멕시코와 너무나도 유사하다. 에스파냐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나 주변의 식당이나 건물의 풍경 등이 별 다른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또 그에게 다가온 군 입대 모병자들은 미국이 그들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이것은 단지 요즘에 생긴 것이 아니라 미국 역사 속에서 오랜 시간 지속된 행동임을 생각하면 많은 점을 시사한다.
현재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풍족한 나라들은 수많은 불법체류자들이 존재한다. 이것은 각 나라마다 사회문제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율배반적으로 이 불법체류자들이 저임금으로 일하면서 사회 밑바탕을 지탱하고 있다. 이들이 없다면 누가 저임금에 그런 노동을 할 것인가. 일자리가 없다고 외치는 수많은 사람들이 과연 이들이 받은 급여 수준에서 일하려고 하지 않는 현실을 생각하면 그들의 존재는 더욱 큰 의미로 다가온다. 물론 이것만으로 이 문제를 재는 측도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을 이용해서 본질적인 사회문제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지배계급이 존재하는 한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토론과 합의가 이루어져야 할 문제다.
한 멕시코 소년과 그 가족을 통해 미국과 멕시코의 빈부격차와 외국인 노동문제와 인권을 풀어내고 있다. 이것이 단지 이 소년의 가족들에게 한정된 일이 아니기에 더 가슴에 와 닿는다. 그리고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적 문제이기에 더욱 그렇다. 길지 않지만 삶과 생존 그리고 가족의 비극이 잘 어우러진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