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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 - 그때가 더 행복했네 ㅣ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 1
이호준 지음 / 다할미디어 / 2008년 4월
평점 :
추억과 그리움으로 가득 차있다. 사라지고 잊혀져가는 것들을 사진과 함께 담아낸 이 책이 읽는 내내 옛 기억을 되살려주었다. 이젠 우리 주변에서 점점 사라지고 낯설어지는 용어와 단어들이 작가의 글과 사진과 함께 아련한 추억을 떠올려준다. 예전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던 것들이 산업화와 생활의 편리 때문에 희귀하고 박물관의 유물처럼 변하고 있다. 작가는 이런 것들을 멋지게 한 권의 책속에 살려내었다.
모두 네 꼭지, 사십 편으로 엮었다. 각각 마다 문장과 서술을 달리하여 풀어내는데 읽다보면 어떤 부분은 자신의 경험담 같고, 어떤 부분은 다른 사람의 기억을 빌려 그려낸 듯하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나의 경험이나 기억과 다르지만 전체적인 윤곽에서 보면 아득한 옛 기억이나 추억으로 되살아난다. 이 사라져가고 잊혀져가는 것들 중 아쉬운 것도 있고, 약간은 담담한 느낌을 주는 것도 있고, 어떤 것은 어쩔 수 없는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네 꼭지에 담긴 사진이나 이야기 속에 나의 경험과 동떨어진 것을 꼽는다면 첫 꼭지다. 내가 자란 곳 또한 산업화로 번성했던 도시다보니 할아버지 집에 가서야 겨우 볼까 하는 원두막이나 돌담이나 초가집이나 다랑논이나 장독대다. 죽방렴이나 염전 같이 삶의 터전이 다른 곳에 있거나 섶다리나 대장간처럼 이미 사라져버린 것들도 있다. 오히려 텔레비전에서 더 자주 보았는데 가끔 이런 장소나 풍경은 그리움과 여유와 즐거움을 준다.
둘째 꼭지에 담긴 추억과 기억들은 어린 시절 우리집이나 친척집 등에서 자주 보아온 것이다. 고무신이나 등잔에 대한 이야기는 나보다 더 이전 일이고, 연탄이나 손재봉틀, 괘종시계, 도시락은 순간적으로 감상적인 분위기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특히 예전에 연탄 때문에 일가족이 죽는 경우가 많아 뉴스시간이면 한 달에 몇 번씩이나 나오던 것이 생각난다. 도시락에 대한 추억은 지금 생각해도 부끄러웠던 순간과 즐거웠던 순간을 동시에 떠올려줄 정도로 정겨운 기억이다.
세 번째, 마지막 꼭지에 가면 다시 나의 기억과 멀어진다. 몇몇은 얼마 전에도 경험하였지만 대부분 이것을 보기 위해서는 작가의 말처럼 힘겹게 찾아가지 않는 이상 주변에서 보기 힘들다. 이들 중 몇몇은 예전에 너무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던 것이라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근데 이렇게 시간이 지나고 하나씩 사라지고 잊혀지는 것을 보니 문득 왜 그때 유심히 자주 챙겨보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내원마을처럼 아예 마을 자체가 사라지는 경우를 생각하면 더욱 보고 싶어지는데 참 사람 마음을 알 수 없다. 또 동시상영관이나 오래된 극장에 대한 기억은 학창시절 빼놓을 수 없는 추억인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는지 보면서 살포시 미소를 짓는다.
재미있고 유쾌하며 아늑하고 따뜻한 시간을 주는 책이다. 책 속에 나오는 공간과 시간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겐 그냥 밋밋하고 낯설고 신기한 풍경일 것이다. 조금이라도 그 시절을 경험한 사람들에겐 과거의 시간 속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떠나는 기분이지 아닐까 생각한다. 유려하면서 잘 다듬어진 문장과 잘 찍은 사진은 이런 기분을 더욱 북돋아준다. 너무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그 변화가 어쩔 수 없는 것들이 태반이지만 이 기억과 기록들이 우리의 삶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