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자은, 불꽃을 쫓다 설자은 시리즈 2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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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설자은 시리즈 2권이다.

책 속지에 3권 제목이 나와 있다. 반가운 일이다.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의 마지막 이야기에서 바로 이어진다.

왕 직속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신라 남장여인 탐정 이야기다.

이번에는 무거운 두 편에 소소한 재미가 있는 한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삼국 통일 이후 신라를 배경으로 다양한 사건들을 해결한다.

하지만 그 사건 해결은 결코 빠른 시간 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느린 해결이 아마도 그 시대에는 최상의 해결 방법이었을 것이다.

실제 현재의 사건들도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리는 사건들이 수두룩하다.


왕의 직속이 된 후 처음으로 마주한 사건이 <화마의 고삐>다.

금성 안에서 화재 사건이 일어난다.

의문의 화마 속에서 발견된 참혹하게 타 죽은 시체들.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일어나는데 쉽게 단서를 찾을 수 없다.

한 가지 단서라면 이들이 불에 타 죽은 것이 아니라 목이 베여 죽은 것이다.

식객 목인곤과 왕이 내려 준 말갈족 부하들을 동원해 최대한 단서를 모은다.

화재 현장에서 맡은 수상한 냄새와 이 냄새를 찾기 위한 개 길들이기.

왕의 직속 부하가 되었다고 하지만 생활은 결코 부유해지지 않는다.

동생 도은의 눈치를 보면서 사건을 수사하는 자은.

왕이 다른 사람을 이용해 수사하려는 것을 막는 자은.

거짓 사건 해결보다 진실을 찾아내려는 자은의 의지 표현이다.

그리고 하나씩 밝혀지는 통일 이후 여러 국가와 민족 사이의 갈등.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해결하는 자은의 모습은 절로 눈길이 간다.


하나의 사건 해결 이후 설자은의 악명이 금성을 뒤덮는다.

이런 시기에 탑돌이를 하는 도은에게 자은이 납치되었다는 글이 적힌 돌멩이가 날아온다.

돌멩이를 싼 천이 설자은이 입는 비단이란 사실을 도은은 금방 알아챈다.

집에 달려오지만 어디에도 자은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목인곤만 보인다.

범인들이 원하는 재물을 챙겨 보내지만 더 많은 재물을 달라는 요청만 온다.

자은은 말갈족 형제들의 호위를 받는 중인데 수상하다.

그러다 생각보다 빨리 자은이 나타나면서 이 사건이 이상해진다.

자은이 아니라면 납치된 인물을 누구란 말인가?

해답은 생각보다 간단하고, 납치 의도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이 단편에서 진짜 자은과 산아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용왕의 아들들>은 왕의 명으로 다른 지역으로 발령난 인물들의 신고로 시작한다.

도적떼를 만나 자신들의 재물을 빼앗겼다고 하는 데 구체적인 피해사항이 없다.

언제나처럼 목인곤과 부하들을 동원해 금관소경의 최씨를 만나러간다.

최씨가 왜 정확한 피해사실을 적을 수 없는지 알게 된다.

바로 자신의 딸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또 다른 여성 납치 사건과 이어진다.

용 모양의 탈을 쓴 강도들이 오소경으로 떠나는 가족의 딸을 노린 것이다.

그리고 이 무리들의 수장이 이 가족에게 준 물건도 수상하다.

도적들이 내세우는 주장과 수상한 행동은 확실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추리는 단서의 조각으로 하나씩 맞추어지고, 결국 원하지 않았던 해답을 얻는다.

개인적으로 씁쓸한 마무리를 보면서 점점 단단해지는 설자은의 다음 활약을 기대한다.


#장편소설 #신라탐정 #미스터리 #수사극 #설자은불꽃을쫓다 #리뷰어스클럽 #설자은시리즈 #문학동네

#정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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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욕 혁명 - 맛은 즐기고 칼로리는 낮추는 비밀
레이첼 허즈 지음, 장혜인 옮김 / 인라우드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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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일까? 나의 폭식이 시작한 것은.

친구와 함께 한상차림 식당에서 반찬까지 싹 다 먹을 때였을까?

아니면 패밀리 레스토랑 뷔페에서 배가 터질 때까지 먹었을 때였을까?

아니면 김밥 한 줄이면 되던 것이 라면에 김밥으로 바뀌었을 때였을까?

물론 이 이전에도 많이 먹었던 적은 있지만 이 순간들처럼 자주는 아니었다.

늘어난 뱃살은 점점 더 많은 음식을 원했고, 곱빼기는 일상이 되었다.

어쩌면 이 모든 일은 어릴 때 음식을 남기지 말라는 외할머니의 말에서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저런 이유와 핑계를 댈 수 있지만 저자는 또 다른 가능성을 말해준다.

그리고 맛과 식욕과 음식의 관계에 대해 조금씩 배운다.


저자는 네 가지 맛에 대해서 하나씩 풀어낸다.

단맛, 신맛, 잔맛, 쓴맛 등인데 여기에 다른 맛들도 같이 다룬다.

감칠맛, 지방맛, 칼슘맛, 매운맛 등이다.

감칠맛과 매운맛은 익숙하지만 지방맛과 칼슐맛은 처음 본다.

우리가 학창 시절 배웠던 혀의 맛 지도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 번 잘못된 정보가 얼마나 오랫동안 우리를 지배하는지 잘 보여준다.

그리고 이 맛들이 우리들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려준다.

왜 내가 그렇게 많은 달콤함에 끌렸는지, 이것이 살로 갔는지.

어떤 대목에서는 아직 의문을 품게 하지만 많은 곳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후각과 음식과의 관계는 절대 떼어 놓을 수 없는 것이다.

음식을 먹을 때 맡게 되는 냄새는 그 맛을 더한다.

강한 음식 냄새는 추억과 연결되기도 하는데 이 부분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미각은 살아있지만 후각을 잃은 사람이 살이 쪘다는 부분은 인상적이다.

후각이 미식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음식의 맛은 이것에만 적용받는 것은 아니다.

색과 모양과 소리 등의 감각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지식을 이 책을 통해 좀더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많은 마케팅에 현혹되고 있는지도 알려준다.


한동안 궁금했던 것 중 하나가 열량 없는 감미료의 섭취 문제다.

아스파탐과 수크랄로스처럼 열량 없는 감미료를 섭취해도 비만과 제2형 당뇨에 취약해진다.”는 것이다.

이 정보는 최근 무가당으로 홍보하는 수많은 음료수와 과자 등을 생각하면 쉽게 지나갈 수 없다.

MSG에 대한 정보도 우리는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

MSG가 괴담처럼 나쁜 것은 아니지만 높은 나트륨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잘 잊고 있다.

그리고 운동 경기를 보면서 먹는 것과 승패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음식을 먹는 것을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한 통계 자료는 우리의 상식과 다른 부분이 많다.

요식업에 종사하는 분이라면 참고할 정보가 많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단순히 음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서 우리가 얼마나 허약한지 깨닫는다.

읽는 동안 특정 음식에 입맛을 다졌고, 많은 생각을 했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음식들이 나를 얼마나 살찌게 하는지, 마트가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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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설자은 시리즈 1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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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신라 신문왕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설자은 시리즈 2권이 얼마 전에 나왔다.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보다 <보건교사 안은영> 시리즈를 더 기대했다.

아마 훨씬 먼저 나왔고, 판타지 요소가 강하게 들어 있어 그런 모양이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설자은 시리즈가 먼저 나왔으니 이것부터 즐기자.

설자은의 실제 본명은 미은이고, 성별도 여성이다.

당나라 유학 가기로 한 오빠 자은이 병으로 죽자 셋째 오빠가 남장을 해서 보냈다.

유학 자금도 환불받을 수 없고, 자은과 닮은 외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이 남장을 하고 홀로 유학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작가는 이 유학 시절 이야기는 아직 풀어내지 않고 있다.


네 편의 연작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단편 <갑시다, 금성으로>는 당에서 귀국하는 배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룬다.

추레한 모습을 한 자은이 다른 유학자들과 다른 배를 타고 귀국한다.

이런 그에게 살짝 살갑게 다가오는 인물이 있는데 바로 목인곤이다.

목인곤은 백제 출신 장인인데 자은이 미스터리를 푸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둘이 콤비를 이룬 설정은 수많은 미스터리의 설정과 닮아 있다.

그리고 목인곤은 자은이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나중에 설자은 집에 식객으로 머문다.

첫 단편은 이 둘의 만남과 배의 살인 사건과 미스터리한 실종을 다룬다.

쉽게 생각할 수 없는 트릭의 이면에 숨겨진 사실의 조각은 씁쓸하다.


금성에 돌아온 설자은의 본격적인 미스터리 해결은 <손바닥의 붉은 글씨>에서 시작한다.

나당 전쟁의 공신이었지만 모든 부하를 죽인 장군의 죄책감과 업화를 연결했다.

밖에서 보기에는 전쟁 영웅이지만 자신은 그 현장에서 죽지 못한 것을 한탄한다.

이런 그가 병들고 손에 이상한 글자가 나타나자 업화라고 집안 사람들은 생각한다.

하지만 오빠 설자은과 아는 사이인 듯한 딸 산아가 자은에게 사건 해결을 부탁한다.

자은은 자신의 정체를 아는 여동생 도은의 도움으로 이 집에 들어간다.

그리고 이 괴이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조사를 시작한다.

이 과정에 그 부대원이었던 두 사람과 그 날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고, 인곤의 도움과 자은의 추리력이 합쳐져 사건을 풀어낸다.

마지막에 펼쳐지는 서늘하고 참혹한 장면은 이 시대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보름의 노래>는 신라 시대 길쌈 대회를 배경으로 한다.

두 패로 나누어 누가 더 많이 옷감을 지어내는가 하는 대회다.

도은의 패가 나라에서 준 베틀로 베를 짜는데 잠시 쉬는 사이 베틀이 부서졌다.

누가 의도적으로 베틀을 부순 것인데 수상한 일이다.

다행이라면 인곤의 탁월한 능력으로 금방 새롭게 베틀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만큼 베를 짜지 못해 질 수밖에 없다.

누가, 왜 이런 행동을 한 것일까? 상대 패에서 이기기 위해 한 행동일까?

이것을 조사하는 과정에 드러나는 일들은 여성 잔혹사의 사연들이다.

설자은의 관찰력과 추리력이 결합되면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난다.


마지막 단편 <월지에 엎드린 죽음>은 왕의 연회에서 벌어진 죽음을 다룬다.

아름다운 경주의 월지를 떠올리면서 읽다 보면 내가 얼마나 많은 곳을 놓쳤는지 알 수 있다.

이 이야기 속에 자은의 전 연인으로 추정되는 산아의 남편 진오룡이 등장한다.

진오룡의 질투와 호승심이 기본적으로 이야기에 깔려 있다.

이것은 추후 다른 시리즈에서 둘의 갈등이 벌어질 것을 암시하는 듯하다.

그리고 이 연회의 하이라이트인 매잡이 공연이 펼쳐진다.

멋지게 매는 다른 새를 잡고, 매잡이의 품으로 돌아간다.

연회가 화려하게 진행되는 순간 이 매잡이의 시체가 월지의 연못에 떠오른다.

왕이 있는 연회에서 시체가 떠다니다니 놀라운 일이다.

조용히 있으려는 자은으로 하여금 이 문제를 풀게 하는 인물은 오빠인 호은이다.

사건을 해결한 후 드러난 사인은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숨겨진 다른 사연들은 시대의 비리를 알려주고, 마지막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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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시타 호가 곧 출발합니다
비르지니 그리말디 지음, 지연리 옮김 / 저녁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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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작가의 데뷔 소설이다.

번역기를 통해 안 원제는 “내 남은 인생의 첫날”인 듯하다.

이 제목은 책 후반부에 나오는 세 여성의 인생 모토 같은 것이다.

물론 이 문장은 창작이 아닌 영화에서 인용된 대사의 일부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가장 멋진 장면은 도입부에 나온다.

마리가 엉망진창인 남편 로돌프의 생일날에 한방 먹인 그 장면이다.

영화라면 아주 멋진 마지막 장면 같은 상황을 만들어 놓고 마리는 여행을 떠난다.

이 여행은 고독 속에 100일 동안 크루즈를 타고 세계를 일주하는 것이다.


마리의 결혼 생활 20년을 보면 놀랍고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너무나도 수동적이고 자신을 억누르고 살았기 때문이다.

남편이 얼마나 많은 바람을 피는지도 딸들이 알려줘서 알았다.

이혼을 말하고 떠날 수 있었던 것은 딸들의 응원도 한몫했다.

어린 시절부터 꿈꾸었던 세계 여행을 떠나는데 이 거대한 유람선에서 절친을 사귄다.

비행기에서 처음 만난 60대의 안, 투자은행에 다니는 스물다섯 살의 카미유 등이다.

이 둘 또한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있고, 이 사연은 여행과 함께 풀려나온다.

그리고 유람선을 타고 여행하는 장면은 오래된 드라마 <사랑의 유람선>을 떠올린다.


바다 위에서는 한정된 공간이지만 기착지에서는 그 공간이 확장된다.

대서양을 먼저 지난 후 태평양을 거쳐 다시 마르세유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세계적인 관광지를 모두 거치는 듯한 일정은 읽는 내내 그 도시를 상상하게 한다.

세 여인이 마주하는 각각의 상황과 에피소드들은 또 다른 재미다.

가장 활기차게 이 여행을 즐기는 인물은 카미유다.

학창 시절 뚱뚱했던 그녀는 위 절제술과 성형으로 아름다워진다.

이 미모로 각 여행지에서 탄탄한 멋진 남자를 사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뚱뚱했던 과거 때문에 남자들을 제대로 사귀지 못한 것을 살짝 숨긴 채.

그녀의 연애는 한순간이고, 이 연애는 그녀의 블로그에 기록되어 많은 구독자를 불러온다.


육십 대의 안은 평생의 반려자와 결혼하지 않고 잘 살아왔다.

주변 사람이 볼 때 가장 이상적인 커플 같았는데 오해와 실수가 이어지면서 파국을 맞이한다.

안은 반려 도미니크에게 계속 연락을 하지만 그는 전화도 받지 않고 대답도 없다.

이런 그녀를 옆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마리와 카미유가 한다.

마리는 각 여행지에서 마음에 드는 엽서를 사서 그에게 보내라고 한다.

많은 엽서에 자신의 감정을 담아 보냈지만 그 어떤 대답도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다 사용하던 카드마저 중단되는 일이 벌어지면서 더 낙담한다.

마리 등은 그녀를 도와주면서 이 세계일주를 즐길 수 있게 한다.

유쾌하고 즐겁고 화려한 여행은 계속 이어지지만 그녀가 바라는 것은 하나다.


100일이라는 시간과 많은 관광지는 시간 제한과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기항지에서 마리가 작은 일 때문에 부딪힌 회색머리의 남자는 처음에는 불쾌했다.

옆방의 이탈리아 여자는 평온을 깨트리는 소음으로 그녀를 불편하게 한다.

이런 것들을 빼면 새로 사귄 친구들과 함께 하는 세계일주는 그녀를 너무나도 행복하게 한다.

이 유람선에 절대 금지된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연애 금지다.

고독을 내세운 유람선이기에 연애를 하면 바로 배에서 내려야 한다.

한 노인 커플의 작은 연애 행동이 하선으로 이어질 뻔한 적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독자들은 마리의 연애 감정이 조금씩 싹트는 것을 본다.

고독 속에 여행하는 것을 내세웠지만 사람의 마음은 유람선과 함께 출렁거린다.

읽는 내내 유쾌함과 작은 성장이 이어지고, 세 여성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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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 번의 팔월
최문희 지음 / 문이당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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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제목들의 작가지만 처음 만났다.

작가의 책들을 보면 실존 인물들을 소재로 한 책들이 눈에 띈다.

난설헌, 이중섭, 정약용 등이 그렇다.

이번 소설은 현대 배경이고, 약간의 미스터리 요소를 넣었다.

신춘문예 출신 모경인의 죽음을 두고 다양한 시선과 관계들이 풀려나온다.

그가 목맨 줄의 매듭을 보고 장르 소설가이자 사립탐정인 우정이 타살로 규정한다.

경찰에 신고부터 해야 하는데 시체를 발견한 사람들의 과거 사연이 흘러나온다.

뭐지? 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이고, 16년 전 사건은 하나의 단서다.


가장 먼저 나온 강문혁의 유고 에세이 기념회를 보고 단편인 줄 알았다.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장편 소설이란 것을 알게 되었고, 읽는 호흡도 바꾸었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한 지역과 한 가문과 엮여 있다.

경기도 양평 쌍돈마을과 강산문원이란 지역 도서관 겸 작업실이다.

강문혁이 오랫동안 식물인간처럼 있다가 결국 죽었다.

그의 절친인 경인이 그의 메모들을 모아 한 권의 유고 에세이로 만들었다.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필작가 수준의 창작이다.

그리고 이 사실을 두고 엮이고 꼬인 관계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모경인. 신춘문예 출신 작가이지만 그가 이룬 것은 잘 보이지 않는다.

많은 동생들이 강원도에서 힘들게 생활고를 겪으면서 지낸다.

그가 신춘문예 당선된 사실을 부모님께 알렸을 때 반응은 현실적이다.

경인은 친구 강문혁과 닮은 꼴을 하고 다녔고, 나쁘게 말하면 빌붙어 살았다.

작가라는 타이틀이 바로 성공과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대학교 시간 강사가 전임이나 교수로 가는 길은 좁고 힘들고 돈이 많이 든다.

현실적으로 이 일은 아주 힘들다.

이에 비해 미국 하버드를 졸업하고 서울대 교수가 된 강문혁.

그의 삶도 결코 평탄하지 않고 뒤틀려 있다.


이 둘과 연관된 인물 중 가장 중요한 인물은 개명 전 조안숙이었던 조안이다.

조안의 언니 조순숙의 죽음은 모경인과 강문혁과 연결되어 있다.

조안은 간호대학을 졸업한 후 편입으로 한의대에 입학했다.

출판사 대표 나주연은 조안을 마녀라고 부르는데 중반까지 그 존재가 희미하다.

경인과 조안의 관계는 쉽게 가까워지지 못하는 연인처럼 보인다.

이 둘 사이에 파고드는 모양새인 문혁.

경인과 문혁의 뒤틀린 관계를 늘 불만스럽게 보는 배우정.

문혁을 위해 다른 사람들을 돈으로 부리는 강회장.

이 강회장의 왜곡되고 폭력적인 욕망은 읽으면서 계속 의문을 가지게 한다.


엇갈린 사랑, 풀리지 않는 과거, 계속되는 회상.

우정이 경인의 시체를 발견하고 계속 타살을 주장하는 것은 왜일까?

이 공간이 다른 시간과 공간으로 넘어가서 펼쳐내는 이야기는 결코 명확하지 않다.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는 장면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다.

범인을 찾으려는 노력보다 회상에, 과거에 더 빠져든다.

타살의 가능성이 검토되고, 용의자가 말해지지만 확실하지 않다.

마지막에 밝혀지는 과거의 한 사건은 두 청춘을 집어 삼켰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그 죽음에 대한 충분한 해답은 아닌 것 같다.

아니면 내가 그 이유를 놓친 것일까? 마지막 장을 다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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