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라이너 쿤체 지음
전영애*박세인 옮김 [봄날의책] (2024)
귀한 시집 한 권이 세상에 나왔다.
독일 시인 라이너 쿤체의 시 전집 <시>가 출간된 것이다.
내가 지니고 있는 책 몇권(사실 적지 않다. 가끔 산 줄 모르고 책을 또 사는 정도)
가운데 가장 아끼는 책이 2005년에 출간된 라이너 쿤체 시인의 얇은 양장본 시집
<시>와 <보리수의 밤>이다.
지금은 중고를 구하기 힘들고 그나마 가격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돈독에 오른 책 사냥꾼들에 의해 지금은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오른 탓이다.
우리 부부가 신혼 때 전영애 교수님이 마련하신 여백 서원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 전영애 교수님이 이 두 권의 책에 축복을 담아 사인해주셨던 기억이 있다.
내가 이 책 두 권을 가장 아끼는 이유다.
특히 서원을 방문했을 때 전영애 교수님은
이 시집 <시>와 <보리수>를 각각 200부 밖에 안 찍었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말 그대로 얼마나 귀한 시집인지 그 때 알았다.
이후 근 10년이 지나는 동안 전영애 교수님은 부지런히 서원을 가꾸시면서
쿤체 시인의 시 전부를 번역도 하고 고치셨던 모양이다.
특히 따님이자 동료 연구자이기도 한 박세인 번역가와 함께 한 작업이기에
이 시 전집은 번역가 두 분에게도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작업일 듯하다.
한 줄 한 줄 결코 서투르게 지나쳐 옮김 없이 고민하셨을 두 분이기에
새로 나온 이 시집도 참 귀하게 느껴진다.
이제 출판사가 바뀌고 쿤체 시인의 시 전집이 번역되어 출간된 것이 반갑다.
이번에 출간된 신간은 과거에 출간된 얇은 양장본의 표지 재질을 그대로 닮았다.
다만 책이 합쳐져 두툼해진 것이, 그동안 쿤체 시인과 역자의 연륜과 우정만큼이나 시집 역시 두툼하게 자라나고 있었던 모양이다.
가끔 시집을 꺼내 읽을 때마다
도대체 시인은 그 엄혹한 시절 어떻게 그렇게 버티어 내고도
이처럼 따뜻한 시를 써낼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뿐이다.
억지로 해주는 위로가 아님에도, 큰 위로를 행간에서 읽곤 한다.
라이너 쿤체 시인의 사연 가운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시인이 사모님과 만나게 된 사연이다. 국경을 넘어 라디오로 처음 알아차린
사모님과 시인과의 인연이 소설 같았던 기억이 난다.
궁금하신 분들은 <시인의 집>(전영애 지음, 문학동네)를 읽어보면 알 수 있다.
또 이 책에는 쿤체 부부와 전영애 교수와의 곡진한 우정과 교류의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다. 특히 쿤체 부부가 서울을 방문했을 때 보았던 인상을 남긴 시가
재미있기도 하고 인상깊다.
책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사기 마련이기에 보통 타인에게 꼭 사라고 말하지 않는다.
책이란 지극히 취향에 민감한 사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집은, 절판되기 전에 꼭 구하시길!^^
당신의 재테크를 위해서가 아니다.
당신이 살아 있고 글을 읽을 수 있는 동안, 시인의 작은 시들을 읽고
이따금씩 큰 기쁨을 누리는 행운을 느껴보시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이건... '어머 이거 꼭 사야해' 시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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