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의 과학 - 하나의 세포가 인간이 되기까지 편견을 뒤집는 발생학 강의
최영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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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의 과학

최영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개별적이고 보편적인 개체로서 나의 위치를 알려주는 발생학


 

인간의 몸은 하나의 세포가 개의 세포로 증가하여 온전한 개체가 된다. 우리는 이와 관련한 현상을 얼마나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바쁜 일상에 쫓기다보면 이러한 주제로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일일이 생각해볼 기회가 흔치 않다. 우리에게 익숙한 하면서도 사실 모르고 있는 생물학분야에 발생학이 있다. 발생학은 세포가 하나의 개체로 변화하는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발생학과 재생생물학을 전공한 저자가 국내 과학잡지에 2 동안 연재한 글을 모은 탄생의 과학 이렇게 탄생하게 되었다. 상아탑에서 연구를 하는 과학자가 자신의 전문 연구 분야를 대중과 나누기 위해 쉽게 말을 고르고, 핵심을 전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작업은 매우 가치있는 일이다. 생물학 분야 중에서 발생학이라는 구체적인 분야를 일반 독자들에게 소개한 시도는 드물기 때문에 더욱 책에 주목하게 되었다.

 

탄생의 과학 발생학이 관심을 갖는 영역 전반을 소개하고 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과정에서부터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에 대해 개괄적이면서 때론 구체적인 사례들을 소개한다. 책을 읽으면서 수정란이 분열과 분화를 거듭하며 온전한 개체로 되어가는 대부분의 과정이 산모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되었다. 저자는 수정이라는 현상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남성중심적인 시각을 지적한다. 예를 들면 수정 과정에 정자들의 경쟁과 능동성만 언급되어왔던 부분이 온전하지 못한 설명임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난자는 수동적으로 정자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치열한 경쟁을 거치는 존재다. 나팔관은 내부의 온도차와 액체의 흐름을 만들어내어 정자가 나아갈 방향을 밝히고, 난자는 화학 신호를 내보내 정자의 방향을 유도한다. 저자는 양자 물리학자 닐스 보어의 (“과학의 목표는 점진적으로 편견을 없애는 ”) 인용하며, ‘수정이라는 생명 현상에 고착된 대중의 편견을 바로잡고자 한다. 발생학이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접점을 발견할 있는 부분이다.

 

 

우리의 삶과 무관하지 않은 줄기세포

 

책에서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는 주제는 줄기세포 관련이 있다. 줄기세포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가 유래된 세포 의미한다. 줄기세포는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논문 조작 사건 미용을 목적으로한 전직 대통령의 불법 줄기세포 시술과 관련한 의혹으로 우리에게 익숙해진 용어이기도 하다. 저자는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에 관한 과학적 지식과 경험을 공유한다. 생명체 내의 수정란은 끊임없이 분열하고 분화하면서, 다양한 세포가 된다. 다양한 기능을 가진 세포로 있는 능력을 발달잠재력이라고 한다. 세포들은 발달잠재력에 따라 여러 등급의 세포들을 만들어낸다. 줄기세포의 경우, 세포의 분화가 진행됨에 따라 이들의 발달잠재력은 점차 낮아지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세포 분화의 후기 단계에서는 다른 종류의 세포로 분화될 가능성이 매우 낮아진다는 의미다. 저자는 일반 세포(발달잠재력이 없는 세포)로부터 역으로 발달잠재력이 높은 만능 줄기세포 유도해낸 실험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실험은 세포의 유연성이란 관점에서 생명체를 다시 보게 해주었다.

 

발생학자들이 줄기세포와 관련한 연구에 주목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유도 만능 줄기세포 연구가 자폐증과 같은 병의 원인을 분석하는데 도움을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줄기 세포를 배양하여 임상 실험에 응용하면, 동물실험 문제를 크게 줄일 있다고 한다. 동물실험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많은 우려와 반대의 움직임을 보이는 이슈가 되고있다. 동물실험은 특히 신약 개발 분야에서 저항을 맞고 있다. 그런데 저자에 따르면, 줄기세포 연구가 신약 개발 과정에서 동물실험을 크게 줄이거나, 대체할 있다. 게다가 골수이식 분야에서 병의 치료에 활용될 수도 있다. 백혈병과 같은 희귀 질환의 치료를 위해서는 골수이식을 통해 건강한 혈액성분을 만들어낼 있는 조혈 모세포를 이식해야한다. 언젠가 지하철에서 조혈 모세포 기증 관한 광고 내용을 적이 있다. 발생학의 기본 개념을 이해하게 되니 조혈 모세포 기증 어떤 역할을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런데 줄기세포 연구에는 장미빛 미래만 있을까? 2018 중국의 연구팀이 배아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세계 최초의 복제 원숭이를 탄생시켜 화제가 되었다. 사건은 인간 복제도 원리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하기 때문에 일반 대중과 학계의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물론 생물학계는 국제적인 연구지침으로 실험실에서는 인간 복제 배아를 14 이내로만 유지하도록 정해놓았다. 수정된 17 부터는 신경계가 발달하기 때문에, 그로인해 배아가 고통을 느낄 있는 여지를 없애기 위함이다. 저자의 언급대로 생명의 시작을 어디서부터 것인가의 문제는 윤리적인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따라서 문제는 과학자 혹은 정책입안자들 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으며 이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과정에서 과학자 관련 종사자들은 올바른 전문지식을 대중에게 소개하고 과학행위의 의미를 공유하는 역할을 담당할 있다.  여느 기술과 마찬가지로 줄기세포 연구도 인류에게 유익하게 사용되거나 아니면 특정 집단의 이익만을 위해 사용될 있다. 저자는 책에서 독자들이 주목해볼만한 생명과학 연구 주제의 문제점 혹은 우려사항을 담은 부분도 함께 언급해주었으면 좋았을 같다. 그러면 발생학 분야 전반을 독자들에게 쉽게 전달하려는 노력에 더하여 과학연구의 명암을 균형있게 전달할 있었을 같다.

 

 

발생학, 인식의 확장으로서의 역할

 

책에서 제시하는 발생학연구의 결과를 통해 세포의 놀라운 발달잠재성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지식은 분명히 우리의 편견을 바로잡아주기도 한다. 그러나 과학 연구도 결국 사람이 수행하는 일이기에, 연구 과정과 결과에 연구수행자의 인식 한계 해석이 개입되기 마련이다. 수정란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언급한 책의 전반부에서 저자는 수동적인 난자, 무기력한 난자라는 일반의 편견을 바로잡았다. 난자는 101일이 넘는 치열한 경쟁을 거치고, 수정을 유도하기 위해 화학 신호를 끊임없이 내보내고 있었다. 균형감이 결여된 남성중심의 시각으로 형성된 생명현상의 편견은 합리적 과학행위를 통해 얻은 사실을 지속적으로 나눔으로써 바로잡을 있다. 이것은 과학으로서의 발생학이 나와 세계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는데 도움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책에는 자세히 나오지 않지만 저자가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의 문제를 언급한 부분이 흥미로웠다. 저자에 따르면, 배아 발달과정 초기에 인간은 남성과 여성, 어느 쪽으로도 발달할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인간에게는 모두 남성 여성 결정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이었다. 저자는 성결정 유전자로 SRY유전자 언급한다. 분화할 세포가 SRY유전자를 읽게되면, 남성 결정유전자들이 차례로 활성화되어 남성의 특성을 갖추어가고, 반대로 여성 결정 유전자들은 발현이 억제된다고 한다. 놀라운 사실은 우리 몸이 발생 초기에 결정된 성을 유지하기 위해 평생동안 노력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성정체성은 평생동안 이를 유지하도록 유전자에 프로그램되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저자는 실험을 언급한다. 실험자가 쥐의 성결정 유전자를 제거하니, 암컷의 난소 세포가 고환으로 변했던 것이다. 실험결과는 유전자에 기록된 성정체성의 유지 기작을 설명해준다. 어느 성인 남자가 인생의 어느 시기에 생물학적으로 여성화되어버린 사람의 사례를 알게된 적이 있다. 이것은 마법이나 신의 저주가 아니라 실제로 희귀하지만 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할 있다. 책은 우리 몸이 발현된 성적 특성과 더불어 잠재되어 있는 다른 성의 존재를 알려준다.  

 

그렇다면 이러한 지식을 통해 성소수자들의 생물학적인 특징을 이해해볼 있지 않을까? 플라톤의 향연에는 가지 형태의 인간 원형(남성-남성, 남성-여성, 여성-여성이 몸을 이루는 인간형) 등장하는데, 이들은 머리 둘에 팔과 다리 각각 개씩을 갖춘 인간이었다. 몸에 있는 인간은 사이가 너무 좋은 나머지 신들의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었다. 신화같은 이야기에서 신들은 원형 인간을 둘로 나누어 버렸고, 원형 인간은 지금의 인간으로 분리되었지만 언제나 자신의 반쪽을 갈망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성결정 유전자의 발현 기작을 이해하게 되면 신화적이고 은유적인 이야기가 근거없는 상상의 결과만은 아니라는 점도 있다. 저자는 발생학의 지식을 통해 인간이 남녀 모두의 잠재성을 지니고 있다는 , 우리 몸이 발생 초기에 결정된 성을 유지하도록 평생 노력한다는 , 그리고 안의 다른 성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사실 또한 알려준다. 우리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물을 , 앞서 언급한 성결정 유전자의 발현 기작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보다 넓혀줄 있다.

 

인간이 가지 생물학적인 성의 잠재성을 함께 가진다는 이해에서 출발하면, 수십 억의 인간이 각각 개별적이고 다양한 성의 잠재성을 갖고 있다는 인식에도 이를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인간의 수만큼이나 다른 유전자를 지닌 사람들이 다양한 성적 특성을 지닐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이어질 있다. ‘남성 여성 정말로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따져볼 있다. 우리는 남성 여성 이분법적인 개념에 익숙하지만, 생물학의 지식에 따른다면 이런 이분법적인 구분은 허구적인 믿음일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인간의 성을 유전적인 정의에따라 분류할 있다고 해도, 개별적인 인간의 모습, 무수히 다양한 성적 특성은 가지 개념의 범주로 나누기에는 부족해보인다. 과연 다양하고 개별적인 인간을 가지 성의 기준으로 분류할 있을까? 그렇게 하기에 남성 여성이라는 개념들은 불확정적이고 모호하다는 인상도 준다. 인간으로서 우리는 모두 남성성과 여성성을 각각 어느 정도 지니고 있으며 실제로 개별적 인간은 무수히 많은 성적 특성의 양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종종 이렇게 다양한 개별 인간을 가지 모호한 개념으로 분류하도록 강제할 , 개념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이는 개별 존재들은 비정상이라는 누명을 쓰기도 한다. 무수한 다양성을 보이는 모든 생명체들에게 우리는 과연 정상혹은 비정상이라는 잣대를 들이댈 있을까? 마찬가지로 우리는 인간에게  정상 남자혹은, ‘정상 여자라는 개념을 적용할 있을까? 사람들이 믿고 있는 정상 남자 정상 여자라는 관념들은 분명히 생명을 어느 단계에서부터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처럼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구분의 기준을 어디에 두는지에 따라 판결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는 보다 진지하고 포괄적인 고민을 요구한다.  

 

성의 문제에 있어서 정상 비정상 문제는 종교의 문제도, 정책입안자의 문제도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생물학에서정상 비정상이라는 표현은 자연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통해 부조리함을 알아차릴 있다. 미묘하지만 다양한 인간의 성적 특성을 고려하면 인간을 분류하는 이런 기준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우리의 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포들이 평생 노력한다는 위의 연구는 성의 정의, 성의 유동성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합니다”(79)라고 언급했다. 나는 저자의 견해를 통해 사람들이 성소수자 것이 개개인의 의지나 도덕적 타락에 의한 것이 아니며, 생명체가 본질적으로 지니게된 다양성의 메커니즘으로 이해할 있다고 보았다. 진화와 유전학의 관점에서 다양한 성소수자 모습은 생명체가 마련한 결과의 부분일 뿐이라는 것이다. 진화기작은 애초에 생존의 문제 이외에 방향이나 목적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부분에 대해 과학자로서 저자의 언급을 기대해보게 된다.

 

 

인간에서 우주로

 

안에 남성과 여성의 잠재성을 모두 지니고 있다는 생물학 지식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지금 순간에도 몸의 세포들은 유전자의 정보에 따라 성의 발현 특징을 유지하기 위해 쉼없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럴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믿지만, 만약 외부의 어떤 영향으로 나의 성결정 유전자에 변형이 발생하게되면, 원리적으로 나는 언제든 여성화될 있을 것이다. 이제는 철학적인 시각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묻는 과정에 현대생물학이 알아낸 지식을 반드시 고려해야할 것이다. 물론 플라톤과 같은 고대의 철학자들은 지금과 같은 생물학 지식이 없었지만, 상당히 예민하고 명민한 관찰자였음은 있다. 신화적 상상력으로나마 인간의 특징을 파악하고 분류하려는 시도를 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물학 연구를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를 더하게 되면 인간이 만들어 놓은 편견들을 바로잡을 있을 것이다. 역사 속에서 우리는 영향력있는 지식인들이 수많은 편견을 만들어내고 사회에 영향을 미쳐온 사례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있다. 이러한 편견을 바로잡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편견을 바로잡는 책임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발생학이라는 과학은 사람들의 편견을 바로잡는 역할을 수행할 있고, 그래야한다고 생각한다.

 

책을 통해 인간이 하나의 세포에서 수십 개의 다양한 역할을 해내는 세포로 이루어진 온전한 개체로 변화되어감을 보았다. 현상은 우리 몸은 하나의 소우주다라는 표현이 결코 진부한 것이 아님을 일깨워준다. 인간의 세포 내에 있는 2만여 개의 유전자들이 만들어내는 생명현상은 경이로울 뿐이다. 하나의 세포는 유전자의 정보에 따라 분열과 분화를 거듭하며 다양한 기능을 갖는 개체로 되어간다. 특히 배아의 분화과정에서 어느 순간 초기 대칭성이 깨어지고, 몸의 좌우 비대칭이 형성되는 기작은 매우 놀라운 이야기였다. 특히 발생학 분야의 연구를 통해 알아낸 인간의 발생 과정은 다른 동물들의 발생 과정과 크게 다를바 없이 커다란 공통점을 지닌다는 점에 주목해본다. 과정에서 얻어진 인간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오히려 인간중심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에까지 인식을 넓혀 생명현상을 바라볼 있기 때문이다. 세포가 지닌 다양한 발달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생명체가 현재의 모습대로 이루어지고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은 모든 생명체를 동등하게 바라보는데 도움이 있다. 그러면 우리가 거대한 자연이라는 우주 속의 일부임을 인식하는데 과학이 기여를 있다고 생각한다.

 

탄생의 과학 발생학자의 지식을 일반 독자들과 나누는 기회를 마련해주었다. 다만 인간 혹은 생명체에 대한 저자의 철학적인 견해를 들을 있는 기회가 있다면 좋았을 같다. 저자는 책에서 과학 활동을 통해 얻어진 합리적 인식이 우리의 편견을 끊임없이 시험대에 올릴 있음을 보여주었다. 신화적 상상력은 인간의 왜곡을 통해 편견으로 이어지기 쉽다. 그리고 이러한 편견은 역사를 통해 반복되어 나타났으며, 심지어 인간을 억압하고 커다란 고통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편견들은 구약성서의 삼손이 무너뜨린 필리스티아 신전의 거대한 기둥처럼 과학 활동에서 얻어진 지식을 통해 언제든 무너질 있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지식이 인간과 세계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도울 있음을 보다 설득력있게 제시해주었다. 이제 과학분야의 지식 없이 인간과 생명을 가진 존재에 대해 성찰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탄생의 과학 나와 세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인식의 기회를 열어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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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배6구역 읽으며

윤재철 지음 | [창비]

 


 

「주인 떠난 빈집

   대문에는 출입금지 노란 테이프 두르고

   철거 예정 딱지 붙은

   이미 갇혀버린 좁은 마당 한켠에

   70년대생 늙은 감나무


   아직도 푸른 잎사귀 사이로

   주황색 가득 매단

   골목길 내다보고 있다

   벌써 무릎만큼 자란 풀들은

   길바닥으로 내려서고


   들여다보는 사람 하나 없이

   이별은 발밑에 있는데

   70년대80년대90년대2000년대2010년대

   아무 의심 없이 내려섰던

   지층은 벌써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감나무는 이별을 모른다

   단지 겨울 지나며

   도시 어딘가 숨어 사는 텃새들

   마지막 사랑처럼 날아와 맞출

   주황색 가득 매단          


 (계간지 《창작과비평》 2019 겨울호, 109-110)





[서툰 감상]


솔직히 고백하자면 시를 어떻게 읽어야할지 모르겠다. 시나 소설은 내게 외계어나 마찬가지다. 소위 문과생들에게 수식이 가득 과학책이 어떻게 보일지를 생각해보면 비슷하지 않을까? 오랫동안 나는 시를 모르겠다고 말하기 두려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해하지도 못할 시집을 사서 만다라처럼 책상 앞에 놓아두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문학계간지를 읽어보는 경험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도 호기심을 가지고 나의 심리적인 벽을 넘어보려 시도해본다. 일단 그냥 글자를 따라 읽어나간다. 사실 어떤 시가 가장 마음에 드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잡지에 실린 중에서 윤재철 시인의 방배6구역이란 시를 읽다가 어떤 기억을 떠올렸기에 나는 시를 읽으며 떠오른 단상을 글로 잡아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해본 것이다.



서울이란 대도시를 바라볼 때마다 떠오른 생각이 있다. 우리는 우리가 지녀왔던 무언가를 망각하기로 결심한것이 아닐까하는 점이었다. 도시의 골목 골목은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고, 살던 사람은 장소를 떠나고 있다. 내가 어렸을 살던 집터는 이제 건물과 간격이 거의 없을 정도로 들어찬 오피스텔이 들어서있다. 사실 재개발 구역 뿐만 아니라 서울의 상가들은 점점 어디론가 빠져나가고 있다. 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서울 시내에는 임대라는 글자를 걸어둔 상가가 많아지고 있다. 반면 어디에선가는 새롭고 번듯한 대형상가 혹은 백화점과 같은 몰이 등장한다. 언젠가 이태원 재개발 지구에 올라가본 적이 있다. 이태원 역에서 골목길로 올라가면 인적이 드물고 출입금지 테이프가 둘러쳐진 집들을 있다. 사람들이 빠져나간 집들과 앙상한 나무 혹은 인적이 없는 마당에 수북히 났던 잡초의 흔적들을 있다. 윤재철 시인이 방배6구역에서 묘사한 바로 풍경을 있는 것이다



시에서는 아직 푸른 나뭇잎이 달려 있지만, 시간이 지나 한겨울이되면 푸른 감나무잎마저 모두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에는 주황색 감들만 매달리게 것이다. 이태원 재개발 구역을 다녀볼 , 여름 사람이 관리하지 않아 마당에 무덤마냥 수북하게 자라난 잡초와 내부의 곳곳에 둘러쳐진 거미줄을 기억한다. 아직 재래주택이 모여있는 골목길 담벼락에는 심심치않게 감나무가 서있는 것을 발견할 있다. 주인없는 감나무들은 언제 베이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올해도 나뭇가지 가득 감을 내놓는 것이다. 아직 나무에 매달린 감들을 보며 상상해본다. 감나무가 처음 감을 열기 시작했을 무렵, 시부모를 모시고 신혼살림을 시작한 어느 며느리가 한가득 매달린 감을 따는 모습을 말이다. 며느리는 작은 바구니에 가득 감을 담아 이웃과 나누어 먹었을 법하다. 어렸을 보았음직한 이런 풍경은 이제 이상 없을지도 모른다. 주인이 떠나고 철거가 예정된 집들과 감나무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윤재철 시인의 시는 어쩌면  인간이라는 글자와 이별이 예정된 우리의 모습을 경고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너무 유치한 감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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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를 울린 과학책 - 10인의 과학자들이 뽑은 내 마음을 뒤흔든 과학책
강양구 외 지음 / 바틀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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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를 울린 과학책

황정아 외 9명 지음 | [바틀비]

 



과학자들의 내밀한 생각을 발견하는 즐거움

 

틈틈이과학자를 울린 과학책에서 여러 저자들이 서평을 읽어보았다. 저자들은 모두 물리학 혹은 생물학분야 전공자들이다. 이제는 어느 누가 이과 전공인 사람들보고 필력이 약하다고 있을까. 저자들은 모두 편견과 달리 인문적인 소양과 필력을 인정받은 필자들이다. 이제는 문과 전공인 사람들도 과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이해를 갖추도록 요구받는 세상이다. 이과 전공인 사람들 역시 인문적인 소양이 필수적인 사회가 되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교육 현실에서 이과와 문과를 구분하는 제도는 사람의 인생에서 오랫동안 결핍에 대한 자기 위안이나 변명이 되기도 했다. ‘나는 수학을 못하니까 문과, 혹은 과학을 싫어하니까 문과다라는 식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기피사유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

 


이과 분야를 공부한 사람이 신춘문예로 등단한 사람도 있고, 문과 공부를 사람이 양자 역학 공부에 도전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사회는 그만큼 다원화되고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다. 과학자를 울린 과학책 이런 분위기의 연장선에서 나온 기획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책의 출판을 기획한 과학책방 갈다 이명현 대표는 이미 학창시절부터 별을 좋아하던 덕후였지만 문예반에서 문학을 읽고 글을 쓰며, 문장을 다듬어온 인물이기도 하다. 물론 다른 저자들도 글쓰기에 남다른 감각을 가지고 있으며 흔히 아는 이공대생들과는 다른 학창시절을 보냈으리라 생각한다. 이들은 다만 시를 읽고, 소설을 읽는 일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을 뿐일 것이다. 책의 필자 10명은 각각 씩의 책을 골라 서평을 쓰는 기회를 마련했다. 제목은 과학자를 울린 과학책이지만 반드시 과학지식을 전달하는 과학책만 고른 것은 아니다. 소설이나 과학사에 감춰져 있던 여성과학자들에 대한 논픽션 도서도 있다.

 


서평은  독후감과는 달리 이야기하는 책에 대해 거리두기라는 객관화를 요구한다. 예를 들면 라는 주어를 많이 쓰기 보다는 필자라고 한다던가 하여 스스로를 대상화, 객관화하는 노력을 의도적으로 투입한다. 하지만 완벽한 객관화라는 것이 가능할까? 그리고 거리두기라는 방식이 필자자신의 이야기를 하면 안되는 것일까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어떤 글이든 대상이나 현상에 대한 필자의 견해와 문제의식이 표출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완벽한 객관화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는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든 글에서 드러나게 마련이다. 책에 실린 20편의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서평들은 무엇보다 책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문제의식을 책과 결부시킨 글들이다. 바로 저자 자신들의 어쩌면 부족했던, 혹은 부끄러웠던 과거의 경험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솔직함이 내게는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다. 과학자들이 자신의 내밀한 생각을 표출하고 독자가 이들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낄 있었다. 저자 각각의 개별적인 구체성을 통해 사회현상과 주제에 대해 필자가 갖는 문제의식이 내게는 피부로 다가왔다.

 


서평의 기본 목적은 서평을 읽는 이가 해당 책을 읽게 하거나 혹은 읽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책에서 저자들은 자신들을 울렸던 고른 만큼, 독자도 이와 같은 책을 읽게 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적일 것이다. 책을 읽고  나는 이미 책에 소개된 권의 책을 읽고자 온라인 장바구니에 권의 리스트를 만들어 두었다. 과학자/과학저술가 이전에 생활인으로서 이들을  이과와 문과를 구분하는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역시 문이과 제도가 만들어 놓은 편견 속에서 나의 무관심과 무능에 대한 변명으로 제도를 끌여들였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독자로서 저자들이 부러웠던 점은 이들이 전문지식을 통해 사회에 기여를 부분보다는 필자가 감명을 받고 각자 영향을 받은 책들이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책들을 읽은 후에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것이다. 이들에게 영향을 책들을 읽는다는 것은 이들이 세상을 보는 관점에 변화가 찾아왔다는 , 그래서 삶의 의미가 한층 달라지고 더욱 깊어졌다는 의미가 것이다. 그러면 어떤 책이 나를 변화시킨 책이라고 말할 있을까? 많지 않은 책을 읽으며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나는 어떤 책에 감동을 받고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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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편집장
고경태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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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편집장

고경태 지음 | [한겨레출판]

 



기존의 전통과 관행에 균열을 내는 사람

 


언론분야는 개인적으로 생소한 분야다. 굿바이, 편집장 읽고나서 저자에 대한 인상을 마디로 이야기해보면 그는 기존의 전통과 관행에 균열을 내려고 노력해온 사람이라고 정리해볼 있을 같다. 무엇보다 언론인으로서 저자는 일을 만드는사람이다. 사회 조직이나 어떤 형태의 시스템이든 집단에 속해있다면 나서서 일을 만드는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것이다. ‘일을 만드는 스스로 과정과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진다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전통이란 우리에게 하나의 의식이 되고 안정감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그러나 전통이 고착화된 관행이 일상이 되어버린 조직에서 저자 같은 구성원은 일을 벌이고 튀는유형의 사람이 되어버린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일을 만드는유형의 인간이 수는 없다. 불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그럴 필요도 없다. 하지만 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서 자신의 삶을 보다 주도적으로 살기 위해서도 일을 만드는사람이 지금 보다 많아지면 좋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기자이자 편집자/편집장의 역할을 맡았던 저자가 일을 만들지 않았다면, 한겨레 토요판 모습은 분명히 지금과 판이하게 달랐을 것이고, 한겨레의 가지 굵직한 이슈들이 나오지 않았거나 조금은 다른 양상으로 결과했을 것이다.

 


예를 가지 들면 저자가 기획했던 동물 기사가 있다. 바로 불법 포획되어 서울대공원으로 팔려 훌라후프를 돌리며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던 남방돌고래 제돌이삶에 관한 기사였다. 저자가 토요판을 책임지고 있을 진행되었던 취재와 보도의 결과, 제돌이가 다시 자유를 얻어 제주 앞바다로 나갈 있게된 일련의 과정들이다. 이야기는 개별 동물의 사례를 통해 동물권에 대한 관심과 주목을 요구하였고, 다시 이것이 인권의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통찰을 주었던 사례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저자가 일을 만들지 않았다면, 제돌이는 여전히 동물원에서 훌라후프를 돌리고 있을 것이다. 당시 대선을 앞둔 긴박한 시국에 토요판 1면을 돌고래 이슈로 채워넣으려 했던 저자의 시도는 내부에서도 많은 반대에 부딪혔다고 한다. 고경태 대표는 당시에 사람들이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제돌이 문제, 보다 크게는 동물권에 대한 문제의 중요성에을 감지했던 것이다. 저자는 사회에 묻혀있던 굵직한 이슈들의 징후를 예민하게 느끼고 감수하는 능력을 지닌 같다. 나는 이런 사회의 문제들에 대한 예민한 감수 능력을 예술가의 역할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이들에게는 당연하지 않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예술가적 감수성을 가지고 시대의 징후 예민하게 느꼈던 사람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울러 일을 만드는편집장에게는 이러한 예민한 예술가의 감수성 또한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관점에서 책은 대한민국 저널리즘의 역사 100 중에서 저자가 언론에 몸담았던 지난 30 년간의 경험이 녹아있는 기록이라 있다. ‘엄숙, 근엄, 진지하기만 했던 언론 매체의 분위기를 김규항과 김어준의 쾌도난담코너를 통해 바꿨던 시도는 단지 가지 예에 불과하다. 한겨레신문의 토요판 기획하는 과정에서 저자가 내외에서 비판과 마주했던 일들은 다른 인상적인 예이다. 진보 언론사의 성격임에도 여러 사람이 모인 공간이니만큼 견해 차이도 다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자가 담았던 조직에서 특히 일을 만드는 책에서 기획을 의미한다. 기획은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완성하는 여정이라고 말한다.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이미 여러 가지가 유치하게 다가올 있겠다. 하지만 저자는 남의 흉내를 내고 따라하는 이야말로 유치한 것이라고 말한다. 기획단계에서 튀는아이디어를 추진하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상황은 보수 언론사에서도 다를바 없을 것이다. 다만 데스크를 누가 지키느냐의 차이일 같다. 그런 점에서보면 저자가 편집의 책임을 맡은 자리를 지키며 씨끌벅적하면서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관철해낸 일들을 따라가다보면 신기한 점이 두가지가 아니다. 본인은 뚝심이라고 판단할 지라도, 남들에게는 아집으로 보일 있었을 것이다. 역시 정답이란 없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지 않는다면 반듯한 결과를 얻더라도 기껏해야 칭찬도 진부할 것이란 생각도 해본다. 저자가 들려주는 지난 날의 경험들은 다양한 가치와 견해가 공존하는 민주사회, 직장에서 책임을 사람의 자리지킴과 물러남은 어떻게 결정되는가의 물음을 추가로 내게 던져주었다.

 


책을 읽으며 가지 인상적인 사건을 들자면, 역사학자 한홍구 선생과 작가 서해성 선생이 만들어나간 한홍구와 서해성의 직설코너에서 생긴 필화였다.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하여 칼럼의 제목을 감 없이 지은 것이 발단이었는데, 기사가 나간 다음날부터 저자는 분마다 울리는 전화와 욕설, 협박에 한동안 시달리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코너의 글을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고, 글의 맥락을 차분히 따져보는 사람이라면 신문사에 욕하지는 않았을 같다. 기사 이후 8일간 260명의 독자라는 사람들이 절독선언을 했다고 한다. 신문사의 편집국장이 다음날 신문 1면에 사과문을 게시한 사례는 다시봐도 아쉬운 사례이긴 하다. 독자들이 기사를 보고 화를 냈다고 해도 모든 사례에 대해 사과를 필요는 없을 터이다. 다만 여기에서도 정답을 알려주는 이는 없다. 실제로 쉽지는 않은 문제다. 사건은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해 저널리즘 분야의 종사자들 뿐만 일반 독자들에게도 생각해볼만한 꺼리를 준다고 본다. 나아가 강준만 교수의 언급에도 주목해보게 되는데, 일종의 팬심 가지고 특정인에게 충성하려는 행동을 하려면 하지 말라는 주문이었다. 중요한 것은 정작 본질적인 이슈 갖고 싸우라는 말이었다. 이것은 특정인에 대한 팬심 갖고 있는 사람들의 미디어 컨트롤에 대한 경계를 경계하는 말이었다. 저널리즘에 익숙하지 않은 내게도 귀담아 듣고 사회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관찰할 염두에둘만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구성에 대한 부분을 가지 언급하자면, 저자가 챕터 뒤에 주석을 달아 놓은 것이 내게는 읽기에 아주 불편하다는 점이다. 책을 천천히 읽으면서 생각으로 빠져들곤 하지만, 책의 구성만큼은 책읽기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구성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짧은 주석이라면 해당 페이지의 하단에 각주 처리하여 책을 뒤적이지 않아도 되도록 하고, 보다 주석이라면 책의 뒤에 미주 한꺼번에 모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물론 책을 읽는 습관에 따라 상관없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경우는 주석도 살펴보면서 확인까지 해보며 읽기 때문이다. 매번 챕터의 주석이 있는 부분의 페이지를 찾아  확인하며 읽는 과정은 내게는 고역이다. 책을 읽는 흐름을 깨뜨림과 동시에 손이 분주해져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물론 책의 구성에 정답은 없을 것이지만, 사람에 따라 독자의 읽는 방식에 따라 독서를 하기에 불편을 느낄만한 부분이 있다. 이따금씩 주석에 나온 2 자료를 찾아보는 사람들에게는 저자처럼 주석의 내용이 많은 저자의 글쓰기 방식의 경우, 책의 뒷면에 주석을 한꺼번에 모아두는 것이 나을 같다.  

 


책을 읽으면서 편집자, 편집장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일해온 저자의 개인사를 따라가보았고, 나아가 언론 역사의 단면을 있었다. 묻혀 있던 다양한 사회 이슈들을 공론화하였고, ‘걱정 입에 달면서도 많은 일들을 해낼 있었던 저자의 기획 원칙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여러 사건 중에서 역사적인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을 항상 가져야 결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항상 열린 마음으로 호기심을 갖고 사람살이를 살피는 것이 중요한 같다. 저자는 이렇게 나온 유치한 생각’, ‘아이디어들에 꽂히면 즉각 실행해나갔던 것이다. 기획자로서 가장 중요한 행동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놓고 보니 자기 계발서같은 뉘앙스를 같아 조심스럽지만, 일단 해보라 것이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다. 특정인이 관여된 경우라면 일단 이들을 만나고, 이야기해보는 것이다. 걱정많은 사람들에겐 귀담아들을만한 조언이다. 사람이 모든 일에 전문가가 아닌 만큼 함께 만들어갈 사람을 찾고 섭외하는 일도 일의 성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능력일 것이다. 굿바이, 편집장 읽으며  30여년간 언론분야에서 숨가쁘게 지켜왔던 저자의 업에서, 편집장의 자리에서 길어올린 삶의 통찰을 살펴볼 있다.     

 


책의 어디엔가는 편집장으로서 저자의 궤적을 보여주는 시가 있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이다. 시는 워낙 많은 맥락에서 인용되고 활용되어 식상할지로 모르겠다. 하지만 다시 읽어보며 느끼는 감정은 시가 그래도  일을 벌이는사람의 고단함에 대한 위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속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대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158, 재인용 부분)  

 


그러므로 저자가 지니고 실천해온 철학을 마디로 뭐라고 묻는다면, 나는 기존의 관행에 균열을 내기라고 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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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태 대표는 주간지 편집기자 생활을 시작으로하여 한겨례에 입사한 편집자, 편집장 언론분야에 30 몸담았던 분이었습니다. 오늘은 책에 대한 내용 보다도 유치한 생각이 어떻게 아이디어가 있는가?’ 대해 기획과 편집자의 시선으로 본인의 생각을 정리하는 자리였습니다. 여기서 아이디어라는 것은 제가 이해하기에는 문제의식을 반영하는 글쓰기(기사쓰기와 같은) 기획의 관점에서 적용되는 아이디어로 적용 범위를 좁혀야 이해가 쉬울 같습니다.  

 


우선 본인의 글쓰기에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는 종을이야기하며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강연 참석자 중에는 대부분이 언론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인 같았습니다. 언론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나 이미 면접을 봤던 사람도 있었구요. 우선 고경태 대표가 본인의 글쓰기에 자극을 주고 심지어는 혁명적 영향을 주었다고 하는 책은 이오덕 선생의 우리글 바로쓰기 박경리 작가의 토지였습니다. 종을 이야기했는데, 각각 여러 권의 책이라 읽기에는 노력이 필요할 같습니다.

 


저자의 글쓰기 방침은 우선 쉽게 써야한다는 것입니다. ‘쉬운 입말이라고 표현하더군요. 문어체보다는 입에서 나오는 구어체로 쉽고 솔직하게 쓰는 것이 좋은 같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단문쓰기를 언급했습니다. 물론 박경리 선생의 문장은 복문도 많은 편이지만 읽히는 문장이라는 이야기도 덧붙였구요


 

고경태 대표는 유치한 ’, ‘유치한 생각이란 남의 흉내를 내는 것이기에 낮은 곳에서 생각해보자고 합니다. 아이디어라는 것은 질문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말입니다. 질문이란 문제의식을 갖는 , 그리고 같은 침묵을 통해 나타나게 된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문제의식을 발견하게 되어 곳을 파다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계속 나오게 되더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본인(이미 6권의 책을 펴낸 저자로서) 경험을 돌아보면, 책을 썼던 것이 계속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더라는 말이구요. 유치한 생각은 (당대의) 담론을 일상의 것으로 끌어다 놓는 시도이기도 하다고 합니다


 

고경태 대표가 한겨레에서 일하는 동안 사회의 이슈가 되었던 주제는 책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 서울대공원 돌고래 제돌이 방사와 동물권 논의, 형제복지원 사건 보도,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 양민 학살 사건 등과 같은 굵직 굵직한 이슈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젊은 언론인들, 기자들에게 베트남 양민 학살 사건 같은 시간이 지난 사건들오 여전히 제대로 조명을 받고 있지 못하기에, 궁금증을 가지고 탐사를 해보라고 말합니다. 아직 해결해야할 숙제가 많다고 말이죠. 이런 점에서는 유치해보이더라도 역사의 맥락 파악하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말합니다. 역사적 사건들을 개별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이들 사이의 연관성을 파악하는일, 시대 정신 혹은 시대의 징후를 포착하는 노력을 하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있게된다는 말입니다.  

 


참고로 사진에 나오는 한겨레 21에서 시노하라의 8·15’ 표지 기사는 태평양 전쟁에 참전한 할아버지, 60년대 일본 전공투 세대인 아버지, 그리고 당시 20대인 대학생 아들, 이렇게 3대가 맞는 일본의 패전 기념일(815) 의미를 짚어보기 위해 취재한 기사였습니다. 거대한 주제의 담론으로만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개별주체들이 받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조명함으로써 역사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독자들에게 전달하려고 했던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 상당히 인상적인 기획 취재였습니다.

 


저는 강연이 끝나고 질문 시간에 고경태 대표에게 가지를 질문했습니다.

 

[1] 굿바이, 편집장에서 인문학 칼럼 연재를 중단한 착한 필자’ 1, 2 나오는데, 실명을 밝히고 있지 않습니다. 저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죠. 대답을 들었습니다. 저는 지금 여기서 대답하진 않겠습니다

 

[2] 중에 형제복지원관련 보도를 3부에 걸쳐 장편의 글을 연재했는데, 기사가 소설 구조를 차용한 글쓰기 시도한 기사입니다. 저도 글쓰기 방식이 궁금해져서 질문했는데요, 질문은 기존의 탐사 보도와 관련 기사 글쓰기와 기사가 어떤 점이 다른가를 물었습니다.  자세한 대답은 아니었습니다만, ‘소설 구조 적용한 기사라는 젓은 서사 내러티브를 사용하여 호흡의 글을 썼던 것인데, 편이 200 원고지 120매정도의 글이었다고 합니다. 제가 A4용지 장에 대략 1500자로 계산합니다만, 그렇다면 기사는 A4용지 16 정도의 기사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러니까 일반적인 기사 치고는 상당히 글인 셈입니다.

 


이렇게 서사가 있는 논픽션 글쓰기 방식이 실제 기사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는지 다시 물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글은 일단 호흡이 길기 때문에 요즘에는 흔히 활용되는 것은 아닌 같습니다. 일단 서사 내러티브를 적용하려면 탄탄한 구성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호흡의 글과 탄탄한 구성을 갖추기란 쉽지 않으며, 독자가 읽지 않으려 한다는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이상 고경태 저자의 저서 굿바이, 편집장출간 기념 강연회를 다녀온 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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