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롭고 정결한 음악. 그때 손열매와 어저귀가 부딪혀 엉덩방아를 찧는다. - P50
열매는 자기가 그렇게 높이 올라온지는 모르고 있었다. 본인은 그저 걸었을 뿐이니까. - P52
그 말을 들은 손열매는 마음이 누그러졌다.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때 열매도 태풍으로 집 벽이 날아가 버린 동화 속 돼지 삼형제 같은 기분이었으니까. 한동안 요양 병원에서 지내느라 자주 만날 수 없었는데도 ‘어딘가에‘ 할아버지가 있는 것과 ‘어디를 가도‘ 없는 것은 너무달랐다. 항상 허전했다. - P57
게다가 택배만 찾아서 얼른 돌아가는것도 아니고 매점 앞 파라솔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시간을 끌었으니까. - P69
자신의 곤궁함을 감춰 가며 서로의 복을 빌어 주는 애틋한 목소리. - P75
열매 니는 할애비가 니 이름을 왜 열매로 지은지 정녕 모르는겨? 나무가 내놓은 가장 예쁘고 잘난거라 그렇게 한겨. - P78
그때 얼음이 달그락하고 녹아서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유리잔을 타고 삼 밀리미터쯤 이동한 것에 불과했지만 그 낙하는 안전줄 없이 뛰어내린 번지 점프처럼 열매에게 걷잡을 수 없는 하강감을 주었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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