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표지로도 꾸려진 어머니의 여행 가방에는 아직도빨간 크리스마스 리본이 달려 있다. 평범한 캐리어이지만 그걸 보면 어머니가 생각나 미소가 나온다. 어머니가 어딘가에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쓰신 게 떠올라 웃음이 나기도 한다. 그런 것치고 어머니는 여행을 참 많이 다니셨기에. - P4

어머니는 여행을 하며 많은 글을 쓰셨지만 아무런 글도 남기지 않은 여행이 더 많았다. 그 여행은 참으로 헐렁했고 망연히 바라보기만 했을 것이고 다만 여행자가 되어 목적 없는 휴식을 했으리라. - P6

그건 어머니의 글 속에도 나오지 않은,
내 기억 속 보물로 간직하고 있기에. - P7

최고 권력자하고도 평등하되 누구한테도 겸손할 수 있는 자존심의 폭을 가질 수만 있다면 그런 정신의 호강이 또 어디 있겠는가. - P28

그러나 꿈을 꾸기 위해선 먼저 감정이 독자적이지 않으면 안된다. 꿈처럼 독창적인 것도 없기 때문이다. - P31

이렇게 맛있는 뱀장어만 취했다고 해서 그때 우리집이 특별한 미식가 집안이거나 부자여서 딴 고기가 흔했던 것은 결코 아니다. 어디서 간고등어 한 손만 생겨도 매우 귀하게 여겨어른들 상에나 올리고 새우젓도 ‘기‘라 부를 정도로 육식에굶주렸었다. - P35

밑도 끝도 없는 한마디 말이 방금 낚아올린 붕어처럼 싱싱하고 기운차게 비늘을 번득일 적도 있지만 제법 긴 사연이 그물에 걸린 한 떼의 어군처럼 흡족하게 요동을 칠 적도 있다. - P39

대부분의 내 소설은 도저히 잊어버릴 수 없음에서 비롯된것들이다. - P44

걱정이란 요리조리 빠져나갈 구멍을 궁리할 때 생기는 법이다. 이게 저의 전부입니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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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너에게 향기로운 헛것을 보여주고 싶다.
2023년 10월고선경 - P5

방수가 잘되는 페인트를 엎지르고서우리는 온몸이 젖고 있었다 - P13

네 손의 아이스크림과 내 손의 소다수는 맛이 다르다 너의 마음은 무성하고 청보리밭의 청보리가 바람의 방향을 읽는 것처럼 쉬워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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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의 한계 상황들을 돌파할수 있는 대안으로 선택한 미국은 더 이상 대안이 아님을 알게 되었고 불안정한 유학생 신분으로 마주하는 궁핍한 생활은 사람을 자꾸 비겁한 죄인으로 만든다. - P296

사실 비겁함은 어느 순간부터 화제의 감정에서 배제되어왔다. 정체도 전체도 알 수 없는 거대한 도시에서 타인에게 결정권이 있는 취약한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비겁하지않을 수가 없는 일이다. 누구나 다 비겁하기 때문에 누구도타인의 비겁함을 문제 삼지 않고, 그러느라 자신의 비겁함마저 무시해버린 것이다. - P297

그림자조차 되지 못한 ‘사소한‘ 절망들은 평범한 슬픔이자 보통의 슬픔처럼 생겼다. 무심코 보면 온전한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낱낱이 부서져 있다. - P297

갈등의 패턴 속에서 사람을 만나고 집단에 소속되고 관계를 만들어나가지만 그 모든 시간이 자신의 성장을 담보한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 이들은 여전히 이쪽과 저쪽 사이에서 위도 아래도 아닌 상태로 공회전을 반복한다. 성장점이 부재한 채로 성장의 가면을 쓰고 가던 길을 계속 가야한다. - P298

현이야말로 소설을 쓴 것이다. 자신에대해 자신이 쓴 즉석 소설이자 스스로도 그 의도를 알 수없는 자전소설. 그러나 즉석에서 쓴 것이기에 그 허구 속에는 진실된 서사가 있다. 그가 살고 싶어 하는 그의 이야기에는 그가 살고 있지 못한 현실이 있기 때문이다. - P300

규정되지 않은 타인과 만날 때 자신의 심층과도 만날수 있다. - P307

도피한 뒤 정착할곳을 찾지 못한 사람은 자신이 누군가의 도피처가 되어줌으로써 간접적으로 정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 P311

좋은 이웃이야말로 도시의 피난처이자 정착지다. 도피한 뒤 정착할곳을 찾지 못한 사람은 자신이 누군가의 도피처가 되어줌으로써 간접적으로 정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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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은 추락을 받아 적는 연습장치워야 할 얼룩이라고만 여겨왔는데 - P126

내 인생은 이렇게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 P105

횡단보도의 불이 바뀌었는데건너는 사람이 없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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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연이 보도된 뒤로, 나는 저 단어들을 머리에서 지울 수 없었다. 82세, 버려진, 휠체어, 기저귀 봉지. - P260

원래 나는 ‘연령차별주의‘ 같은 포괄적 용어를 싫어하지만, 이제 이 단어를 성차별주의나 인종차별주의 같은 다른 ‘주의‘들처럼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 P262

어쩌면 이것은 순진한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때로 죽음은 어쩔도리 없이 이보다 더 임의적이고 흉하니까. 하지만 할머니는 마지막 순간에 평화롭게 존엄을 지키면서 돌아가셨고, 나는 우리 모두가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러는 사람은 너무 적다고 생각한다. - P264

내게 지저분쟁이 코치, 지저분쟁이 멘토가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내게 혼돈과 무질서는 인간의 삶과 인간관계에 따르기 마련인 요소라는 사실을 설득시켜줄 사람, 인생의 모든 불안을 걸레와 빗자루로 대처할 순 없다는 사실을 납득시켜줄 사람. 긴장 풀어! 코치는 말할 것이다. 난장판을 즐겨봐! 되든 안 되든 해보고,
모든 걸 통제하려는 마음을 버려! - P269

집 꾸미기 과정은 어느 날 당신이 왠지 불편하고 실망스러운마음으로 집을 둘러보고 이렇게 말하면서 시작된다. "으." -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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