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부모를 닮아가면서도부모가 누군지 모르는 당신이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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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식은 도로 맞은편의 건물들 사이로 사위어가는 황혼을보고 있었다. 황혼(黃昏)을 다른 말로 염혼(昏)이라고도 부른다고 했다. 그것을 알게 된 후 그는 석양을 볼 때면 어둠 속에서 죽은 사내의 몸을 씻기고 옷을 입히고 염포(殮布)로 묶는불타는 손을 상상하곤 했다. - P263

그러나 뜻밖에 동영은 어머니가 기다리는 집보다 먼저 동식의 사무실로 찾아왔다. 수화기 속에서 그의 낯익은 목소리가 흘러나왔을 때 동식은 태연을 가장했다. "제가 문동식입니다만......" "나야, 형." - P265

황혼병(黃昏病), 혹은 귀소본능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 P267

머리를 헤집어놓았다. 동식은 완전한 통증을 배웠으며 그것을 아는 사람은 오만해질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 육체의 무력함과, 그 무력한 육체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아는 자 앞에서는어떤 희망도 그리 눈부시지 않다는 것을 배웠다. - P271

소리 질러 녀석을 제지하기도 했다. 열 끓는 몸으로 일어나녀석의 다리를 붙안기도 하였다. "어딜 가는 거냐 이 자식아."
그러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녀석은 동식이 울부짖음에 지쳐다시 쓰러져 잠들기를 기다리면서 말없이 서 있을 뿐이었다.
그 녀석이 돌아왔다. - P274

"없어. 언제 나갔는지 모르겠다. 계속 지키고 있었는데. 아까 참에 잠깐 채소 트럭이 와서 나갔다 온 것밖엔." - P277

"형아, 아부지가 바다 보여준대, 이담 소풍에 꼭 보여준대애." - P280

"지금, 누구를 기다리세요?"
어머니는 망연하게 동식을 올려다보았다. 동식은 까닭 없이 화를 내고 있었다. - P283

그 집요한 촉수들의 번쩍임이 자신의 두려움을 우롱하기라도 하는 듯 희고 정갈하다고 동식은 생각했다. - P286

"파도치지 않는구나."
"그래, 원래 그래." - P291

그것은 마치 수많은 목선들이 이곳에 닻을 내렸다가 썩어가고 남은 풍경 같았다. 오랜 항해 끝에 돌아왔으나 정박할 곳을 찾지 못하고 끝내 뭍에서 떠밀린 배들이 닻을 버려둔 채망망대해 속으로 사라지고 난 흔적 같기도 했다. - P294

얼핏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누구나 비정하다고 말할 만한 그무표정 속에서 입술 안쪽을 악물고 있는 어금니의 모양을 분별할 수 있었다. - P297

동식은 어머니의 목마른 시선이 닿은 곳으로 성급히 몸을돌렸다. 불타는 닻들이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한 사내의 검붉은 그림자가 그 속에서 너울너울 춤추며 걸어 나오는모습이 보였다. - P300

여수의 사랑』의 주인공들이 영현, 동걸, 정선, 자흔과 비슷한 질환을 앓고 있음을 떠올릴 때, 이 시절 한강의 소설 세계는 1990년대 중반 젊은 시인들의 내면을 차지했던 음울한 집단적 무의식을 연상시킨다. 그러니 다시금 반추해보자. 그때그 시절, 무슨 일이 있었던가? 기형도의 시가 ‘상징적 죽음‘의형식으로 이해되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 P305

이러한 이야기로 인해 여수의 사랑』은 삶이란 죽음의 육체화이거나 그 수행이라는 명제로 나아가는 듯하다. -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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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한프 양,
편지 드린 지 너무 오랜만입니다. 저희가 당신 요청을 다 잊어버렸을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P29

"그렇다면 거기에 있어요?"
안녕을 빌며-헬렌 한프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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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환이 월세방을 알아보기 위해 변두리 부동산 사무소의중개인과 처음 이 집을 방문한 것은 어스름 저녁 무렵이었다. - P229

그것은 정환이 고향을 도망쳐 나오던 아홉 살의 초봄, 역으로 가는 새벽 첫 버스를 기다리며 보았던 풍광과 흡사했다. 소도시의 산자락에 들어선 집들 사이로 새벽은 유난히 게으르게 찾아오고 있었다. 진달래 능선이라 부르던 뒷산 기슭에서봉화처럼 타오르는 꽃불을 정환은 보았다. 그것은 입술 가득진달래 꽃물을 들이고 다니던 코흘리개 정임이의 얼굴과 겹쳐졌다. - P233

정환의 삶은 비밀로 이루어져 있었다. 가난과 폭력으로 얼룩진 가계를 버리고 달아나기로 몰래 결심했던 그 순간부터 비밀은 그의 삶을 지탱하는 중심 추와 같은 것이 되어버렸다.

"애인?"
동료가 어깨 너머로 사진을 훔쳐보고 물었을 때 정환은 웃었다. - P243

그것이 있는 한 정환은 완전한 체념을 할 수 없었다. - P245

정환은 황씨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황씨는 매일 아침자신이 파내어버린 캄캄한 구덩이 속을 들여다보고 앉아 있었으며, 울음을 터뜨린 다음날이면 나무 한 그루를 불살랐다. - P247

"오빠아 가자."
정임이가 정환의 소매를 끌었다.
"너 혼자 돌아가란 말야!" - P253

넌 내 아들이 아니다.
그것은 어머니의 단내 나는 치마폭과 설탕을 묻혀 튀겨주던 누룽지, 침 흥건한 입맞춤이 이제 정환의 것이 아님을 뜻했다. - P255

"한없이 넓고 황량한 벌판에, 나무 한 그루 없는 곳에 그 아이가 서 있소. 한마디 말도 없이 말이오. 하긴 살았을 때도말은 많이 하지 못했지, 숨이 차서, 늘 짧고 간단하게 말해야만 했다오." - P259

불길이 진달래 가지의 끝에 이르자 무수한 불티들이 어둠을 거슬러 올랐다. 그 어둠 저편에서 진달래 관목들이 붉은 봄빛을 내뿜으며 능선을 이루고 있었다. -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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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양각색의 미키마우스 머리띠를 하고 행복한 표정으로 돌아다니는 가족들은 마치 디즈니 만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같았는데, 다들 어딘지 진짜 가족 같지가 않았다. - P109

갑자기 서러워졌다. 내가 이러려고 여기까지 온 건가?
원치도 않았던 가족 여행에 끼어서, 플로리다 한복판의 디즈니월드까지? - P111

저는 제 주위의 어떤 사람이든 디즈니월드에 갈 계획이있다고 하면 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흥을 깨는 게 아니냐고요? 맞아요. 하지만 흥이 깨지고 기분이 나쁜 것이 언제나낫죠. 아이를 영원히 잃어버리는 것보다는요. - P117

emilyinwonderland. - P122

"딴 건 다 잊어버린 거 같았는데……………. 여기 와서 한 가지생각났어. 그때 엄마가 마지막으로 했던 말. 진짜 엄마 말고 가짜 엄마가." - P125

"바지 세탁 9달러, 플러스, 오염 제거 5달러." - P133

"정말 감쪽같네요. 어디다 맡기셨어요?" - P137

다음 날 교회에서 만난 그의 손에는 뜻밖의 물건이 들려있었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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