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물을 내리고 화장실을 막 나오려 할 때였다.
"어머니."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다. 변기 속에서 머리가 하나 튀어나와 그녀를 부르고 있었다.
"어머니."
99그녀는 ‘머리‘를 한참동안 가만히 쳐다보았다. 물을 내렸다. 쏴아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는 사라졌다.
그녀는 화장실을 나왔다. - P37

"나는 너 같은 것에게 내 변기를 차지할 권리를 준 적이 없다. 너는 나를 어머니라고 하지만 나는 너 같은 걸 만든 적이없으니 널 없애버릴 사람을 부르기 전에 썩 꺼져라." - P39

‘머리는 말했다.
"그 아이와 태어난 경로는 다르지만, 저 역시 어머니의 피조물입니다." - P44

그녀는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비틀비틀 화장실로갔다. 변기 앞에 주저앉아 그 티 하나 없는 순백의 물체와 그안에 고인 맑은 물, 그리고 그것들에 가려진 검은 구멍을 하염없이 들여다보았다. 그 안에 있을 존재와 그 구멍이 이어지는 곳을 상상하면서.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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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성공이라고 생각하니?"
소년이 물었습니다.

"사랑하는 것."
두더지가 대답했어요.

"자신에게 친절한 게최고의 친절이야." 두더지가 말했습니다.

가 있던 알 중 가장 용감했던 말은 뭐니?"
소년이 물었어요
"도와‘ 라는 말. 말이 대답했습니다.

"네 컵은 반이 빈 거니, 반이 찬 거니?"
두더지가 물었어요.
"난 컵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은데."
소년이 말했습니다.

"지금의 나로 충분하다는 것."
소년이 대답했습니다.

"그걸 땐 우정으로 그 상처를 감싸 안아.
받은 마음이 희망을 되찾고 행복해때까지 눈물과 시간을 함께 나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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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
차를 영영 사지 말아야겠다.
돈도 없거니와얼마나 더 많은 것들을 밟고도 도모를 것인가 - P15

자장가너와 나 사이에는 몇 번의 밤이 남았을까너와 나는 몇 번의 해를 삼켰을까뜨겁다고 소리 질러도 너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낮은 푸른 가시를 밤은 흐린 가시를 가져왔다.
아프면 말해 하나씩 꽂아 넣을 테니까하나에 5만 원씩맞지? - P41

나랑 하고 시픈게 뭐에여??
그가 생글생글 웃으며 묻는다. 끝이 여엉 하고 뭉개진다.
눈에도 웃음, 입에도, 말에도 묻어나는 웃음. 연습한 걸까?
그와 자고 싶은 건 아니다. 자라면 못 잘 것은 없겠지만 어떻게 생겼는 웬만하면 그의 자지를 굳이, 딱히, 보고 싶지는 않다. 다 벗더라도 거기만은 가리라고 하고 싶다. 아니,
천을 휘감긴다든가, 맥퀸이 만들던 맥퀸이나 베르사체가만들던 베르사체 같은 것을 입히고, 아니, 아니야, 그냥 티셔츠, 보풀이라든가, 올이 보이지 않는, 그런 티셔츠를 입히고, 아니야, 옷이야 상관없겠지. 깨끗하기만 하면 된다. 아니, 구겨진 옷이라도, 흉한 밴드 처리가 되어 있는 운동복이라도, 드러난 손목, 발목, 거기에 감긴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어떤 완벽함을 얻게 될 것이다. 구불구불 대는 밴드와 거기에 박음질된 실, 살에 눌어붙는 밴드의 압박, 이런것들을 왠지 참을 수 있을 것 같다. 거기에 붙어 있는 먼지나 솜털 같은 것들도 마치 그려 넣은 것처럼 의도를 얻게될 것이다. 너의 눈썹은 빛으로 그려져 있다. 너의 눈은 아직 결정하기 전의 유리, 입술과 입술이 아닌 것의 그 연한경계, 가장 확신 가득하며 초조한 피어나는 튤립 같은 입술, 그러나 너는 너무 가깝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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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내일 아침 편지를 부칠까 해 주소 좀 적어줘 잘 자고보낸다는 마음만 받을게 잘 지내고계속 나아가지 않으면 고이기 마련이지우리에게 다음이 있다면얘기해줄게 꼭

나도 내렸어우리 둘 다 늦지 않겠다.
다행이지? - P35

사랑한다 말하면 무섭다.
그것이 나를 파괴할 걸 안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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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레터를 종종 쓰곤 했었다. 진심이 온전히 담긴, 둘만이 공유하는 은밀한 연서다 보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글들이었다. 하지만 결국 인연의 끈은 끊어지기 마련이고,
끝에는 이별을 했다. 그중에는 아직도 그 편지를 버리지 않는 친구도 있다. 반면에 내게 남은 것은 손가락의 굳은살 정도다. - P135

쓰지 않은 글은아직 아무것도 망치지 않았다. - P77

매일 매주 서점에서 게시되는 판매 순위를 보며 희비에젖던 순간들, 저게 팔려야 부모님의 세끼 밥상을 차리고 계울에 보일러라도 때 드릴 것인데 하는 내 조바심을 놀리기라도 하듯 곤두박질치던 성적, 판매 순위 따위가 나를 상징할 수는 없는데. 그런 게 내 글을 대표할 수는 없는 건데, 확인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해야 하는 날들에 절망하면서, 어느새 책을 냈다는 기쁨도 잠시 나는 그렇게 내가 평생 가장 사랑하던 공간을 잃어갔다. - P55

11
그냥 이렇게 생각하기로 한다. 죽기 전에 딱 두 편만 더 찍자. 단 내가 좋아하는 걸로만, 난 작으니까 조금만 찍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소박한 계획일 수 있지만, 그 누구보다 큰야망이라 벌써부터 두근댄다.
이런 마음으로 살다 보면 오늘 같은 날이 좀 더 자주 와 주지 않을까. 어두운 글 속에서 내가 빛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날이.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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