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을 슬며시 댔습니다. 깜짝 놀라 돌아보는 해수에게 "축하해"라고 속삭이자 해수가 싱겁게 웃고는 아잇적으로 돌아간 듯 내 품에 안겼어요. 나는 그런 동생을 안고서 부쩍 마른등을 쓰다듬었지요. 그런데 그 순간 내 뒷목으로 서늘한 기운이 스치더군요. 아주 잠시였지만 매우 분명하게 말입니다.
돌이켜보면 그 한 해는 우리 자매가 가까이서 보낸 예외적인 한때였습니다. 해수가 중학생이 됐을 무렵 외고 자퇴생이었던 나는 기숙학원에 들어갔고, 해수가 고등학생이 됐을 때는 내가 대전에 있는 의대로 진학한 뒤라 우리는 줄곧 떨어져지냈죠.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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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은 함정과도 같아서 관계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애초부터 필요 없던 감정임을 알게 된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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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날카로운 절단면이 모두 마모된 해변의 유리알처럼, 둥글게 빛났으나 더는 깨지지 않기로 작정한 듯 단단한 느낌이었고 스물여섯이라는 그의 나이를 고려하면 그 단단함은 시린 구석마저 있었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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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정에서 만나 단짝이 된 두 노인. 누구라도 먼저 죽을때가 다가오면 서로의 곁을 지키자고 약속한 두 노인이 있다.
웃으며 했던 그 말은 한 노인이 타지에 사는 자식에게 갔다가그곳에서 쓰러지며 현실이 된다.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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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막힐 땐 다시 처음으로방대한 문헌들을 보실 텐데, 필요한 문장이나 자료를아카이빙해두는 선생님의 노하우가 있을까요?
"적재적소에 적절한 문장을 인용하는 능력은 정말 부럽죠.
아주 옛날에는 책에서 밑줄 친 문장만 따로 어딘가에 적어놓기도하고 그랬어요. 오래 못 가더라고요. 하나라도 더 읽어야 해서읽은 걸 정리할 시간이 없어요. 그리고 인용문을 너무 소중히 품고있으면 글이 그걸 살리기 위해 움직이게 돼요. 본말이 전도되는현상이죠. 이제는 일단 인상적인 문장이 있으면 머릿속에적어두고 나중에 운 좋게 떠오르기를 바라는 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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