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막힐 땐 다시 처음으로방대한 문헌들을 보실 텐데, 필요한 문장이나 자료를아카이빙해두는 선생님의 노하우가 있을까요?
"적재적소에 적절한 문장을 인용하는 능력은 정말 부럽죠.
아주 옛날에는 책에서 밑줄 친 문장만 따로 어딘가에 적어놓기도하고 그랬어요. 오래 못 가더라고요. 하나라도 더 읽어야 해서읽은 걸 정리할 시간이 없어요. 그리고 인용문을 너무 소중히 품고있으면 글이 그걸 살리기 위해 움직이게 돼요. 본말이 전도되는현상이죠. 이제는 일단 인상적인 문장이 있으면 머릿속에적어두고 나중에 운 좋게 떠오르기를 바라는 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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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 씨가 정원에 내려가 산책을 하자고 제안한 것은 아버지인 이시진 씨의 연명치료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아침이었다. 환자나 보호자와 친분을 맺는 편이 아니었음에도 나는 기꺼이 그러자고 했는데 그것이 우리 둘 모두에게 필요한 일이라 느꼈기 때문이었다. 오후 회진을 끝낸 나는 510호실로 가서 유나 씨와 함께 요양병원 구내매점으로 내려갔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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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처음에는 잘 안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있었을 거고, 거기에 주변의 악담 아닌 악담까지 들으면서 어떤 생각을 했어요? 그럼에도 뛰어들 수있었던 이유는 뭔가요?
실제로 퇴사를 하고 나서 금방 불안감이 찾아왔어요. 그런 걸 해소하기 위한 어떤 울타리 같은 게 필요했고, 그게 저한테는 아로파 모임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단순히 가게가 아니라 공동체를 운영한다고 스스로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저희끼리 계속 규칙을 만들어가고있고,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매달 모여서 회의를 하면서 하나의 그룹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 P151

여기가 원래 엄청난 구옥이잖아요. 이런 곳을 분위기 있는 바로 만드는 게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 같은데, 심지어 직접 했다면서요?
이 건물이 일제 강점기부터 있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옛날에는 여관이었대요. 명동에 오는 일본 사람들이 묵고 가는 곳이어서 이 라인 전체가 다 같은 구조로 되어 있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저희가 들어올 때는 인쇄 기획 사무실이었어요. 이걸 바로 만들어야 하는데, 인테리어를잘 아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저희도 인테리어를 하시는 분들한테 견적도 받아봤어요. 근데 기본 5천만 원씩 부르는 거예요. 저희는보증금까지 다 합쳐도 3천만 원 갖고 있었는데.(웃음) 할 수가 없는 금액이었고, 그래서 블로그에서 셀프 인테리어 정보 찾아보면서 직접 만들게 됐죠. - P153

지금은 ‘을지로의 터줏대감‘이 됐잖아요. 저희가 저번에 왔을 때도 줄이 엄청 길더라고요. 멤버들이랑 가게가 왜 잘되는지 얘기해본 적 있나요?
"근데 여기를 왜 오는 거야? 진짜 여기 왜 오지? 짜파게티는 집에서 먹으면 되는데 여기 왜 오지?" 식으로 저희끼리 얘기하기도 했죠.(웃음) 저희가 내린 결론은, 여기가 되게 생뚱맞은 곳에 있잖아요. 골목을 접어들어 왔는데 전혀 와인바가 없을 거 같은 곳에 갑자기 이런 공간이 나오니까 그런 반전 요소를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주신 것 같고요. 그러다 보니까 다른 친구한테도 "내가 진짜 되게 이상한 데를 발견했는데 같이 가보자." 하는 식으로 알려주고 싶고, 그게 재방문으로 이어진 게 아닐까 싶어요. - P154

주의해야 할 것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사실 저도 지금 주의해야 할 게 너무 많아서.(웃음) 만약에 돈이 엮이는 일을 같이 하게 된다면 친한 사이여도 어느 정도 문서화된 것들이필요할 것 같아요. 저희는 협동조합 방식에서 빌려온 정관이라는 걸 따로 만들었다고 했잖아요. 그런 식으로 권위 있는 문서는 필요할 것 같아요. 저희는 사실 이걸 공증하는 단계까지 거치지는 않았어요. ‘우리 서로가 서로에게 공증인이 된다‘ 같은 어떻게 보면 낭만적이고 귀여운문장들이 문서화되어 있는 건데, 어떤 방식이 되더라도 명문화해서 처음부터 룰을 잘 세우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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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어떤 이는 정확하게 말하고 싶고, 세상의 어떤 이는 그 말을 정확히 이해하고(사랑하고 싶다. 그런교감이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하는 일이 먼 훗날 우리를 정확히 죽게 할 것이다."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이하 인용문 같은 책 아사이평론은 독자에게 문턱이 높은 장르다. ‘무엇‘에 대해 쓴 ‘무엇을 해석하는 글이어서다. 문학에대해 쓴 글은 더욱 그렇다. 놓쳐버린 영화의 미장센이나 복선을 궁금해하는 관객은 있어도, 스스로기어이 읽어낸 문학작품의 의미를 두고 누군가의 해석에 기대는 독자는 많지 않다. 그러니 독자에게사랑받는 문학평론가는 형용모순이다. - P29

문학을 매개로 인간을 탐사하는 평론가2005년 <문학동네> 봄호에 소설 평론을 발표하며 등단한 뒤 꾸준히 문단과 대중 독자의 사랑을받아온 평론가 신형철(46) 조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의 존재는 그런 의미에서 남다른 데가 있다. 쓰는일과 강의하는 일 말곤 외부활동을 많이 하지 않는다. 흔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하지 않는데,
독자가 알아서 그를 찾는다. 3~4년에 한 번꼴로 낸 그의 평론집과 산문집은 대개 20쇄를 넘겼다. 쉽거쓰인 위로의 말들이 부유하는 출판가에서 문학을 매개로 "인간을 탐사하고자 하는, 이 무겁고 단단한글들이 사랑받는 것은 우리가 아직 문학이라는 질문을 놓지 않았다는 징후이므로 반가운 일이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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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정해진 장소에서 일하는 직업이잖아요. 근데 디지털 노마드가 되고 싶었던 거죠.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디지털 노마드와 여행가이 현지에서 언어적 한계나 국가마다 다른 의학 수준의 신뢰도에 대한 고민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하기로 한 거예요.
에서 다수의 의사들을 연계하면서 의학적 상담을 해주는 플랫폼이 만들어졌어요. 직업은 의사였지만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온라인 사업을 만든 거죠. - P133

아로파가 그런 의미있군요. 청년아로파 운영 방식이 궁금해요.
저희 정관 1조에 ‘자본주의를 대체할 수 있는 경제생활 공동체 건설을 목표로 한다 뭐 이런 거창한 구호 같은 게 있어요. 물론 저희도 먹고살아야 되기 때문에 수익을 내는 게 필요하지만, 너무 돈에 구애받지는 말자는 의미이기도 해요. 자기 월급의 10%를 내는 것도, 친구들끼리 모이면 각자 소득이 다르니까 잘 못 벌고 있는 친구는 그런 자리에 안 나올 수도 있잖아요. 이 안에서는 최대한 소득 격차를 줄여보자는취지였어요. 아로파 안에서는 그런 것보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을 좀 더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고, 각자 꾸는 꿈들을 이룰 수 있게끔 하자는 게 목표였죠. - P140

그런 이유로 열 분 중에서 현우님이 ‘바지사장‘을 맡게 된 건가요?
제가 사장을 맡게 된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요. 일단 이 프로젝트가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게 아니고, 장소를 찾는 단계에서만 계속엎어지면서 5~6개월 정도가 흘렸어요. 전체적으로 좀 사기가 떨어졌었죠. 그때 갑자기 불안해지더라고요. 결국 이것도 지금까지 스쳐 갔던수많은 모임 중에 하나가 될 수도 있겠다 싶고. ‘그때 잠깐 재밌었지. 자리도 알아보러 다니고, 무슨 카페를 한다고 했던 거 같은데..…‘ 하는술자리 안주 정도의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는 위기감이 갑자기 엄습하더라고요. 제가 퇴사하고 야심 차게 시작한 프로젝트인데, 이것만큼은그렇게 되지 않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좀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뭐, 설마 망해도 멤버들 있으니까 쟤들이 나를 먹여 살리지않을까? 이러면서 진짜 당시에 절 먹여 살릴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호언장담을 하는 멤버가 있었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왜 그렇게 말했는지 모르겠지만(웃음) 어쨌든 그래서 제가 오늘부터 사장 하겠습니다. 이러진 않았는데 제대로 해봐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자연스럽게 키를 잡고 끌어가다 보니 제 이름으로 가게 계약도 하고 앞장서서 진행을 하게 된 거죠. 이게 다 궁지에 몰려서 생긴 일이에요. 먹고살아야 되니까.(웃음)148/354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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