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빌라
백수린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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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한나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것아이를 낳고 막 복직했을 때였고, 그녀는 얼른 것께 아이를 키워놓고보러 갈 테니 기다리고 있으라며 한나에게 호언장담을 했다. 둘째아이를 낳을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때였다. - P144

"안타깝네요."
"뭐가요?"
갑자기 내밀한 곳을 함부로 침범당한 것 같은 당혹스러움에 그녀는 본의 아니게 날카로운 말투로 되물었다. 어떤 상처는 시간이아무리 흘러도 사라지지 않고 잠복해 있다가 작은 자극에도 고무공처럼 튀어올랐다.
"아, 무용하셨어도 정말 좋았을 골격을 가지셨거든요.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그가 정말 미안해하는 표정으로 말해, 이번에는 그녀 쪽에서 미안해졌다.
"네가 이해해, 직업병이야."
어린 시절 엄마를 따라 간 미용실 창가에서 건너편 건물의 발레교습소 풍경을 본 이후부터 그녀는 줄곧 발레리나를 동경해왔으나 부모님이 허락하지 않아 무용을 배워볼 수조차 없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한나는 어색해진 분위기를 풀기 위해 장난스러운말투로 말하면서도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어루만졌다. - P145

"아냐, 관둘래."
"왜?"
"분명 턱도 없이 비쌀 텐데."
남편이 장난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그럼 슬프니까?"
"그럼 슬프니까."
그녀가 웃으며 답했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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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이 끝나가요, 때마침 시는 너무 짧고요 창비시선 458
최지은 지음 / 창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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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이 끝나가요 때마침 인내심은 너무 짧구요 많이 자주 써 주세요 최지은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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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은 스토리텔러다.
스토리텔러는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세대의비전과 가치와 어젠다를 설정한다.
스티브 잡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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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것은 죽어 가는데도 새로운 것은 아직 탄생하지 않았다는 사실 속에 위기가 존재한다. 바로 이 공백 기간이야말로 다양한 병적 징후들이 출현하는 때다."
- 안토니오 그람시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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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여성을 착취하며 확보한 시야로 여성이 착취당하는 것에 분노하고, 이따금 착취당한 여성을 그 분노로 몰아세우는 딸. 못돼먹고, 강압적이고,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딸,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면서 머릿속으로 엄마에게 폭력을 가하는 딸. 이따금 폭력은 상상만으로도상처를 낸다. 증발되고 새어 나가 듣는 이를 밀어내고 다치게 한다. 나 역시 끊었던 만큼 화상을 입는다. 내상은 삶에 치명적이다.
모르는 사람보다 가까운 사람을 더 견디지 못할 것만 같다고 쓴다. 항상 그런 문장에 마음이 쓰인다. 왜 나는 안희정보다 미경에게 상처를 받는가. 나의 페미니즘은 왜 엄마를 밀어내는가. 페미니스트이길 바라게 되는 얼굴, 나를 페미니스트로 만든 얼굴…. 가장 이해받고 싶은 사람과 가장 이해하고 싶은 사람은 자주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그 면면에 다림질을 하듯 공들여 기대를 걸다가도 그 얼굴들을 어떤식으로든 구겨 버리고 싶던 밤마다 잠을 설친다. 세상의 도덕적 쓸모를 자처하려는 내 마음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느린 누군가에 대한미움이 알알이 박혀 있다. 인내 없이 타인을 내려다보던 내 눈길이 내가 진저리치던 무엇과 많이 담아 있을 때면, 마음과 미움의 획이 왜같은 숫자인지 알 것만 같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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