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묽은 사람인 동시에 아주 미숙한 인격을 가졌다는 것을알고 있다. 내가 알기로 미숙한 인격을 가진 사람이 자기 신념에너무 몰입하여 엄격해지면 자신의 무결함에 도취되기 쉽다. 나는내가 채식생활에 진지해질수록 자꾸 고기를 먹어야 힘이 나는 법이라고 말하는 엄마가, 자꾸 인스타에 삼겹살 사진을 올리는 친구가 야속하고 미워질까 봐 겁이 났다. 서둘러 치팅데이를 만든 것은 그즈음이었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치팅데이의 두 번째 장점이다. 1년에 한 번씩 나는 육식을 사랑하던 내 기원에 다녀온다.
동시에 내 신념을 자진해서 일부 더럽힘으로써(!) 내가 어쭙잖은무결함의 도취로 가는 길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정죄하고 싶어지는 마음을 미여에 마느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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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살짝 배신당했다는 기분이 들 즈음, 엄마에게 전화가왔)다. 내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수화기 너머로 엄마가 물어보신다. "부모가 되어보니 어떠니?"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라 얼버무릴 뿐이다. "좋죠. 아이키우면서 배우고 느낀 점들도 많아요."
돌봄 노동을 통해 무엇보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시작이 얼마나연약한지, 제아무리 잘난 사람이라도 다들 처음에는 누군가의 ‘아기였다는 사실이 나를 겸손하게 한다. 동시에 부모, 나, 자식 이렇게 삼대를 통시적으로 보고, 좀 더 객관화할 수 있다는 점이 현재로서는 가장 큰 깨달음이다. 이게 곧 어른이 된다는 기분일까. - P182

그럼에도 그 미완의 맛을 가뿐히 뛰어넘는 새로운 맛의 차원이 있었다. 말하자면 기분이 만들어내는 맛. 그토록 원하던 라면을 먹고 있는 거라는 사실 자체가 주는 흡족의 맛. 〈남극의 쉐프> 속 요리사가 어찌 저찌 만들어낸 라멘도 다들 그 맛으로 맛있게 먹었으리라.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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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가? 태희가 몽상가였어? 당시 그 역할로 6개월 정도를 살아본 내입장에서는 조금 당황스러운 표현이었지만 연기 경력이 얼마 안 되는신인배우였던 나는 아, 감독님이 그렇게 완성하고 관객이 그렇게 봐주신 거면 그런 건가 보다, 하고 말았다. -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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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20년에 걸쳐 서서히 내 마음에 자리를 잡은 용기다.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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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희와 수녀, 복도에서 얘기한다. 태희는 무척 흥분한 상태이다.
태희그런 짓이라뇨? 우리가 무슨 나쁜 일이라도 했다는 건가요?
수녀..
당분간 안 가는 게 좋겠다. 걔한테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해봤어야지, 막말로 그 애랑 결혼이라도 할 거야??
태희사귄다고 누구나 결혼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 얘기도 했어요, 난아직 너랑 계속 사귈 자신이 없고 결혼은 생각도 안 해봤다 그래도좋냐니깐 좋다고 했어요, 그래서 한 거예요, 뭐가 잘못됐나요?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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