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악어야 도시에 사는 악어
지유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것은 ‘비밀의 규칙‘ 중 하나였으므로. 이해하지 못한 한 가지를 물어서도 안 될 것이다. 가까스로 얻은 저 따뜻한 물이 다시 얼어붙어버릴 테니. 지유는 입안에서 빙빙 도는 말을 꿀꺽 삼켜버렸다.아빠는 왜 휴대전화를 놔두고 갔어요?접기 - P222
첫사랑은 실패한다고 하던가. 어릴 때부터 소심한 기질 탓에 좋아한다는 고백은커녕 제대로 말도 못 섞어보던 나는 친오빠에게만 속내를 털어놨다. 그리고 그는 동생의 여린 첫사랑을 보호해주기보단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내 마음을 폭로하는 것으로 나의 혈육임을 몸소증명했다. 하얗던 얼굴이 새빨개진 채 "쟤가 그럴 리 없다"고 하던 내 첫사랑이여, 그럴 리 없기는 뭐가 없어. 나는 울컥해서 첫사랑을 한대 쳐서 울려버렸다.
이제 우리 이야기의 마지막 질문이 남아 있다. 당신 삶의 이야기는 누가 말하고 있는가? 혹시 역사가? 혹시 시스템이? 혹시 상황이? 혹시 부동산 시장이? 내가 가진 것이? 나 아닌 누가 나 대신 나를 말하고 있는가? 혹시 당신 목소리를 잃었다면 그 대가로 얻은 것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