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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읽기의 밀도가 촘촘해야만 좋은 글이 나온다.

2)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글을 쓰는 게 바로 재능이다.

3) 실패해도 상관없다. 다시 시도하라. 더 잘 실패하라.

4) 중요한 것은 문장에 실린 생각이지 문장 자체는 아니다.

5) ​나쁜 문장이란 덜 숙성된 생각의 결과물이다.

6) 좋은 글은 마음속에 흐르는 노래처럼 리듬을 타고 온다.

7) 왠지 모르게 끌리는 글의 힘은 그 진실성에 숨어 있다.

8) 소소한 일상을 꾹꾹 눌러쓰다 보면 진심이 된다.

9) 기억 속 최초의 장면 하나를 끄집어내어 글을 써보라.

- 장석주, <글쓰기는 스타일이다>에서.

....................


 

윗글은 뒤쪽 책날개에 실린 글을 옮긴 것으로 번호는 내가 붙였다. 

아랫글은 내가 2015년에 작성한 것이다. 

복습한다는 의미로 올린다.





 













<글쓰기는 스타일이다>의 뒤쪽 책날개에 실린 글을 다음과 같이 내 식대로 해석해 보았다.

 

1) 책읽기의 밀도가 촘촘해야만 좋은 글이 나온다.

→ 인풋(input)이 있어야 아웃풋(output)이 있다. 머릿속에 들어간 게 많아야 나올 게 많다는 것. 좋은 글을 빼내려면(쓰려면) 책을 많이 읽되 꼼꼼히 읽어 그 내용을 머릿속에 잘 넣어 둬야 한다.  

 

 

 

2)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글을 쓰는 게 바로 재능이다.

→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니라." 하는 공자의 말을 생각하면 재능을 타고났든 타고나지 못했든 그게 뭐가 중요하랴. ‘재능을 타고난 자’라고 해도 ‘즐기는 자’만 못한 것을.


즐기는 자는 즐기면서 끝까지 노력하게 될 것이고 이 꾸준한 노력이 바로 재능인 것을.


 

 

3) 실패해도 상관없다. 다시 시도하라. 더 잘 실패하라.

→ 성공보다 실패에서 얻은 교훈이 더 많은 법. 만약 어느 신춘문예에서 한 번에 당선된 사람과 네 번 떨어지고 다섯 번째에 당선된 사람이 있다면, 누가 작가로서 성공할 가능성이 더 많을까? 나는 전자보다 후자가 더 성공할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 왜냐하면 전자보다 후자가 노력한 시간이 더 많았을 것이고, 실패에서 얻은 교훈도 더 많았을 것이므로.

 

 

 

4) 중요한 것은 문장에 실린 생각이지 문장 자체는 아니다.

→ 오래전 내 문장을 본 어떤 이가 내 문장력이 형편없다고 생각했는지 내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작가 타입이 아니에요.”

 그때 난 반박하지 못했다.

 만약 내가 이렇게 반박했다면 어땠을까?

 “중요한 건 문장력이 아니라고요. 문장에 실린 생각이 중요한 거지요.”

 그런데 문장력보단 내가 더 자신 없는 게 문장에 실린 생각이 아니던가?

 끼룩~~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가’를 보여 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보여 주는 것이다. 글쓰기란 결국 생각의 깊이를 보여 주는 일이니까.

 

 

 

​5) 나쁜 문장이란 덜 숙성된 생각의 결과물이다.

→ 나쁜 문장이란 덜 숙성된 생각의 결과물이고, 좋은 문장이란 잘 숙성된 생각의 결과물이다.

 

 

 

6) 좋은 글은 마음속에 흐르는 노래처럼 리듬을 타고 온다.

→ 내가 오랫동안 독서를 해 오면서 어느 날 알게 된 게 있다. 리듬감 있게 읽혀지는 글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게 좋은 글이라는 것.

 

 

 

7) 왠지 모르게 끌리는 글의 힘은 그 진실성에 숨어 있다.

→ 진실성은 감동을 자아내게 하고 눈물도 나오게 한다. 진실성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만큼 위대하다.

 

 

 

8) 소소한 일상을 꾹꾹 눌러쓰다 보면 진심이 된다.

→ 보물은 소소한 일상 속에 감추어져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많으리라.

 

 

 

9) 기억 속 최초의 장면 하나를 끄집어내어 글을 써보라.

→ 글을 쓸 땐 우리가 경험한 많은 일들 중에서 무엇을 끄집어내느냐가 관건이다. 여럿 중에서 무엇을 끄집어낼 것인가? 끄집어내는 데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하면 할수록 그 기술은 점점 발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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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6-24 13: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4, 5번 기억해야겠어요. 좋은 글 공유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22-06-24 13:13   좋아요 1 | URL
생각이 깊지 않아 고민입니다. 글에 저의 얕은 생각이 드러날까 봐 조심하며 글을 쓴답니다.

mini74 2022-06-24 16: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나쁜 문장이란...에서 저 뜨끔했어요.8번은 너무 다정한데요. ㅎㅎ지도 볼 줄 모르는 저에게 기호부터 천천히 가르쳐 주시는 느낌입니다. 고맙습니다. ~~

페크pek0501 2022-06-25 11:02   좋아요 1 | URL
저도 5)번에서 뜨끔했어요. 찔리는 게 있어서요. ㅋㅋ
8)번, 소소한 일상에서 글감 찾기가 쉬운면서도 어려운 것 같아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2-06-24 17: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리뷰쓸때 페크님의 글을 참고해야 겠네요. 그런데 아직 인풋된 책이 없다는 😅 전 1번만 비슷하게 하고 나머지는 꽝인거 같아요 ㅋ

페크pek0501 2022-06-25 11:05   좋아요 2 | URL
일단 많이 읽다 보면 쌓여지는 게 있을 거예요. 당장은 잊고 있어도 말이죠.
저도 읽은 단편을 읽지 않은 걸로 알고 읽게 된 경우가 몇 번 있어요. 그것도 내용의 반이 지나서야 재독임을 알게 됐다는...ㅋ 책은 읽어서 뭐 하나 기억도 못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쌓여지는 게 있다고 믿어요. 파이팅 합시당^^

stella.K 2022-06-24 19: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웅~ 이 책 읽었는데 하나도 기억도 않나고 여기서 새롭게 읽네요.

근데 서재 벽지 정말 마음에 들어요.
창문 배경으로 찍은 사진 오랫동안 바꾸지 마시고 계속 걸어 두세요. 꼭이요.^^

페크pek0501 2022-06-25 11:10   좋아요 1 | URL
그래서 남의 글도 봐야 하는 거죠. 저도 분명히 읽은 소설인데 다른 님의 리뷰를 읽고 그런 내용이 있었나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에요. ㅋㅋ

타이틀 사진 말이군요. 예리하십니다. 창문인 줄 어떻게 아셨습니까? 꼭 그림 액자 같지 않습니까? 제주도의 한 카페인데 벽을 뚫고 큰 창문을 냈더라고요. 그리고 손님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게 창 앞에 소파를 놨어요. 거기에 앉아 찍었답니다.

이 사진을 오래 걸어 둔다면 그건 스텔라 님 덕분입니당~~~좋게 봐 줘서 감사해요.
사실 제주도에서 찍은 사진이 많아 주 1회로 사진을 바꿀 계획도 했었답니다. ㅋㅋ

stella.K 2022-06-25 15:05   좋아요 1 | URL
아, 사진 좋아하시죠?.
그럼 뭐 언니 계획대로 하세요. 그러다 마지막에
다시 이 사진 걸어 놓으시면 되죠.ㅋㅋ

페크pek0501 2022-06-26 12:54   좋아요 0 | URL
스텔라 님의 말씀처럼 여러 사진을 번갈아 올려 놓은 뒤 마지막에 이걸 걸어 놓는 방법, 그것도 좋겠어요.
저도 이 창문 사진이 맘에 들어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프레이야 2022-06-24 2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안 봤지만 페크 님 정리한 것만 봐도 알차네요. 장석주 시인 강연도 정연하게 좋더군요. 내용을 어디 메모한 게 있을텐데 ^^
제주 귤인가요? 커보이기도 하고요.
탐스러워라. 각도가 좋아요^^

페크pek0501 2022-06-25 11:13   좋아요 1 | URL
대부분, 작가가 꼭 하고 싶은 말은 서문이나 책날개나 책뒤에 있는 것 같아요.
장석주 시인은 나이도 많더군요. 외모로 봤을 땐 젊은 줄 알았어요.
제주 귤나무죠. 각도는... 여러 각도로 사진을 찍고 나서 제일 맘에 드는 사진으로 선택한답니다.^^

프레이야 2022-06-25 12:31   좋아요 1 | URL
제주에 하귤이라고 있더군요. 크기가 더 크고 탐스러워 보였어요. 여름에 먹어야 한다고 기다려야 한다고 전에 일월에 갔을 때 펜션 주인장이 그러더라고요. 귤을 한 바가지 갖다줘서 잘 먹었던 기억이 ㅎㅎ

페크pek0501 2022-06-25 12:40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군요. 6월인데 귤나무처럼 보이는 게 있어 신기했어요.^^

희선 2022-06-25 00: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을 잘 읽고 쓰고 싶은데, 그러지 못할 때가 많네요 읽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 좋을 텐데 그것도 잘 못하고... 문장보다 생각이 중요하다는 말 좋네요 생각을 잘 써야 할 텐데...

페크 님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2-06-25 11:15   좋아요 1 | URL
문장보다 생각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더 글을 못 쓰겠더군요. 문장력이 좋기도 어렵지만 생각이 깊기는 더욱 어려운지라...
희선 님도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2-06-25 04: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에 귤이 많이 나올 시기는 아닌데, 오렌진가요. 근데 오렌지도 아닌 것 같고, 궁금합니다.
북플로 보다가 PC서재 화면으로 왔더니, 강조부분이 다른 색으로 표시되어 있어서 읽기 좋네요.
언젠가 잘 쓰는 날이 오긴 하겠지만, 잘 쓰는 것보다 많이 쓰는 것이 중요한 시기를 지나가야 할 것 같아요.
전에 들었는데, 잘 만든 하나를 만드려는 것보다 여러개 많이 만들었을 때의 성과가 더 낫다는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글쓰기가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많이 써서 좋은 점은 있을 것 같아요.
페크님, 주말 잘 보내시고, 좋은 시간 되세요.^^

페크pek0501 2022-06-25 11:19   좋아요 1 | URL
제주도에서 찍은 사진인데 귤나무로 알고 찍었어요. 6월인데 말이죠.
북플의 단점은 검정 이외의 색이 나오지 않고 밑줄도 나오지 않는 점이에요. 아쉬운 점이죠.
많이 쓰고 많이 읽을 것. 이것은 모든 작가들이 강조하는 바이죠.

서니데이 님도 주말 잘 보내세요. 어제는 마치 늦여름처럼 시원한 바람이 불어 걷기 좋았답니다. 가장 좋은 건 시원한 여름, 이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주말 잘 보내시고 좋은 시간 많이 가지세요..^^

물감 2022-06-26 1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6번. ‘좋은 글은 마음속에 흐르는 노래처럼 리듬을 타고 온다‘가 제일 와닿아요. 오래전 몇몇분들이 제 글에 템포가 있다는 말을 해주신 뒤로 그 리듬을 신경쓰는 편이거든요. 근데 사실 글쓰기를 배운적이 없는지라 문장에 리듬을 어떻게 넣는지는 설명이 불가한데, 저는 수다떨고 말하는 듯한 글쓰기에서 답을 찾아냈어요. 누구나 말을 할때는 본인만의 템포/리듬이 있고 또 자연스럽듯이 글을 그런식으로 써보니까 확실히 매끄러운 문장에 속도감이 붙더라고요^^ 이런식으로 하나둘 고쳐나가다보면 언젠가 1번~9번까지 다 적용될 날이 오겠죠? ㅎㅎㅎ

페크pek0501 2022-06-26 13:55   좋아요 1 | URL
글의 템포까지 신경 쓰시다니 대단합니다. 저는 문장이 길면 늘어지게 읽히는 게 싫어 잘라서 두 문장으로 만드는 편입니다.

탁월한 방법을 찾으셨습니다. 그래서 자기가 쓴 글을 한번 소리내어 읽어 보라고 하는 것 같아요. 자동차가 스무드하게 나가듯이 쭉~ 읽히지 않으면 고칠 수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자기만의 템포가 있다는 말씀, 저도 글쓰기에 적용시켜야겠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2022-06-26 16: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26 1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22-06-27 08: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석주 님의 책 몇 권을 소장하고 있습니다만 읽은 건 몇 권 없는데, 그가 쓴 리뷰집은 읽어 봤습니다. 그의 리뷰와 에세이는 힘이 있다랄까요..

어쟀거나, 장석주 님의 저 책을 보니 반갑네요. 소장하고 있지만 아직 읽지 않았는데, 저런 내용이 있었네요~ㅎㅎ
7가지...명심할 만합니다. 좋은 글 잘봣어요~~

페크pek0501 2022-06-28 22:53   좋아요 0 | URL
소장하실 만큼 유명한 작가죠. 시를 쓰면서 산문, 리뷰까지 쓰는 능력자 작가네요.
저도 다른 서재에서 제가 갖고 있는 책을 보면 괜히 반가워요. 대부분 제가 모르는 책을 보게 될 때가 많으니까요.
저도 글을 올리면서 복습이 되었어요. 반가웠습니당~~~

2022-07-01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04 2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1. 글쓰기에 대한 나의 생각


글을 써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글이란 게 얼마나 수학적인지를.



문장을 짧게 쓰는 건 괜찮으나 길게 쓰는 건 좋지 않다. 긴 문장은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두세 개의 문장으로 나눠 쓰는 게 바람직하다. 한 문단을 적당한 길이로 써야 하고 너무 짧아서도 길어서도 안 된다. 또 낱말은 다르되 같은 의미의 문장을 중복해서 써도 안 된다. 한 문단에 넣어야 할 문장이 다른 문단에 있어도 안 된다. 문장과 문장이, 문단과 문단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낱말 선택에 있어서도 신중해야 한다. 문장의 뜻을 이해하기 쉽게 가장 적확한 낱말을 찾아 써야 하는 것은 글 쓰는 사람의 의무다. 이 의무를 다하기 위해 나는 국어사전을 찾아보며 글을 쓰는 습관이 있다.



알면 알수록 글쓰기가 쉬워지는 게 아니라 점점 어려워진다. 그러나 이것이 글쓰기의 매력이다. 글쓰기가 쉽다면 그래서 누구나 잘 쓸 수 있다면 아마 난 글을 쓰지 않았으리라. 






2. 필자로 산다는 것은


글쓰기를 배우면서 언제부턴가 생겨 버린 나의 최종 목표는 대단하거나 대단찮다. 내 목표에 대해 누군가는 대단하다고 할 거고 누군가는 대단찮다고 할 거라는 말이다. 신문에 칼럼을 기고하고 원고료를 받는 것, 그리고 그 칼럼들을 묶어 한 권의 책으로 엮는 것이 최종 목표였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라서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뜻을 이룰 수 있었다. 순서가 바뀌어 책을 먼저 내고 칼럼을 기고하게 되었지만. 



글재주를 타고나지 못했기에 나로서는 글쓰기가 하나의 도전이고 큰 모험이기도 하다. 도전과 모험이 있는 삶의 장점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권태에 빠지지 않는 점이다. 






3. 내가 최고로 여기는 글과 관련하여 


- 군더더기가 없는 간결체가 최고의 문체라고 본다. 

 


- 글은 경제성이 있어야 한다. 나의 경우 한 편의 글이 길면 그중 불필요한 문단이나 문장이 있을 거라고 보고 없앨 부분을 찾는다. 문장을 많이 없애고 나면 대체로 더 나은 글이 된다. 



- 좋은 글일수록 상당히 수학적이다. 필자의 치밀한 계산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뜻이다. 



- 재미와 유익함(깨달음이나 감동)이란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글을 지향한다. 



- 현학적인 글을 경계한다. 초보자가 현학적인 글을 쓰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 흡인력이 있어야 한다. 글을 읽자마자 빨려 들어가 집중하게 되는 글이 좋은 글이다. 그러려면 쉽게 읽히게 써야 하고 재미있게 읽히게 써야 한다. 반대로 글을 읽다가 무슨 뜻인지 몰라 막히거나 자꾸 딴 생각이 나서 집중하기 어려운 글은 미흡한 점이 있는 글이다. 



(이렇게 썼지만 사실 난 글 한 편을 완성하기도 어렵다고 느낀다.)






4. 퇴고


초고를 쓰고 나면 완결한 글이 아니더라도 기쁘다. 글감을 찾았고 글감을 풀어냈기 때문이다. 내용 면에서 미흡한 건 퇴고를 거듭하면서 나아질 테니 걱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퇴고하면서 글이 점점 나아지는 과정을 즐기는 편이다. 글감이 떠오르지 않아 글이 전혀 써지지 않을 때가 문제이지 글감을 잡았다면 일단 희망적이다.

 


어떤 일을 잘하려면 집중력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글쓰기를 하면서 알게 됐다. 이는 무엇을 하든 집중력과 노력이 있어야 잘할 수가 있다는 뜻도 된다. 집중력이 있으면 글을 쓸 때뿐만 아니라 다른 일을 하거나 걸으면서도 미완성의 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고칠 부분이 떠오르거나 맘에 드는 제목이 떠오르거나 하는데 이 시간도 더 나은 글을 만들기 위해 퇴고하는 시간인 셈이다.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알 것이다. 뭔가 잘하고 싶으면 저절로 집중력이 생기고 저절로 노력하게 된다는 것을.






5. 퇴고 방법


내가 퇴고했던 글을 옮겨 보는 것으로 퇴고 방법을 설명하고자 한다.(예전에 이 서재에 올렸던 것을 활용함.) 


5-1 

‘그가 사용하는 언어는 그 사람의 삶의 역사와 지식을 나타낸다’라는 말이 있다.(𐌢) 

(수정함) ⇨ ‘내가 사용하는 언어는 나의 역사와 지식을 반영한다’라는 말이 있다.(〇)


책에서 읽은 것을 기억해서 그대로 옮겨 썼는데 내 기억력을 너무 믿었다. 그 책을 찾아 봤더니 내가 쓴 게 틀렸다. 그래서 고쳤다.




5-2

그래서 함부로 자신의 글을 사람들에게 보여서는 안 된다는 말도 있다.(𐌢) 

(수정함) ⇨ 그래서 함부로 자신의 글을 남에게 보여서는 안 된다는 말도 있다.(〇)


‘사람들에게’란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남에게’라는 말이 더 적합한 것 같아 고쳤다.




5-3

이 블로그에 올린 내 글들이 나의 일기장과 같기 때문이다.(𐌢)

(수정함) ⇨ 이 블로그에 올린 내 글들이 나의 일기와 같기 때문이다.(〇)


‘일기장’을 ‘일기’라고 고쳐야 한다. 만약 ‘일기장’이란 말을 쓰고 싶다면 문장을 이렇게 고쳐 써야 맞다. ‘이 블로그는 나의 일기장과 같기 때문이다’로.




5-4

이런 나를 보고 큰딸은 재밌는 표정으로 웃으면서(𐌢)

(수정함) ⇨이런 나를 보고 큰딸은 재밌다는 표정으로 웃으면서(〇)


‘재밌는 표정’이란 상대방의 표정이 재밌다는 의미가 되므로 상대방이 ‘웃긴 표정’을 지었다는 뜻이 된다. 그런데 여기선 재미있다고 느끼는 사람의 표정에 대해 말하는 것이므로 ‘재밌다는 표정’이라고 써야 맞다.




5-5

그날의 주식 변동이나 은행 금리에 대해선(𐌢) 

(수정함) ⇨ 그날그날의 주식 변동이나 은행 금리에 대해선(〇)


처음엔 ‘그날의’라고 썼다가 ‘그날그날의’로 고쳐 썼다. 하루를 뜻하는 게 아니라 ‘매일’을 뜻하므로 ‘그날그날의’라고 써야 맞다.




5-6

뛰어나게 잘난 사람은 만인이 모두 알고 있게 마련이어서, 만인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을 새삼 잘난 척할 필요가 없으므로 잘난 척을 하지 않는다.(𐌢) 

(수정함) ⇨ 뛰어나게 잘난 사람은 만인이 알고 있게 마련이어서,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을 새삼 잘난 척할 필요가 없으므로 잘난 척을 하지 않는다.(〇)


‘모두’와 ‘만인’은 같은 뜻이므로 앞에선 ‘모두’를 뺐고 뒤에선 ‘만인이’를 뺐다. 글은 경제성이 있어야 하므로 불필요한 중복은 피해야 한다.






6. 감정을 건드리는 글을 써라

















트리시 홀, <뉴욕타임스 편집장의 글을 잘 쓰는 법>



설득력을 얻고 싶다면 독자와 감정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133쪽)

뉴스 사이트에서 가장 유명하고 소셜미디어에서 가장 자주 공유되는 기사 대부분이 사람들의 감정을 건드리는 글이다.(134쪽) 

⇨ 인간에게 감정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 인간의 감정은 복잡미묘해서 수식화할 수 없기에 소설가들의 주요 연구 대상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설득은, 결국 타인의 마음을 조종하는 기술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아주 기본적인 사실이다.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고, 기뻐하고, 두려워하는지 이해해야 독자의 감정을 건드리고 이끌 수 있다.(134쪽)

⇨ 글을 잘 쓰려면 인간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는 걸 기억해 두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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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2-03-11 01:4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차례가 바뀌었다 해도 꿈을 이루셨네요 그걸로 끝은 아니지만, 이번에 쓰시는 칼럼도 나중에 책으로 묶여 나오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더 많은 사람이 페크 님 글을 만나겠습니다 늘 공부하시는 페크 님이어서 앞으로도 좋은 글 쓰시겠습니다 그 시간이 즐거우시면 좋겠습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2-03-11 13:30   좋아요 4 | URL
예. 꿈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지요. 맞아요, 그걸로 끝이 아니에요.ㅋ
책 출간 이후 20편쯤 쓴 것 같아요. 50편쯤 되면 묶어 책을 낼 계획입니다.
꿈을 이루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원고료 받은 값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글에 힘이 들어가고 긴장감이 생기죠. 이건 부작용임.ㅋ

즐기면서 글을 쓰는 게 글쟁이들 모두의 바람일 듯합니다. 즐기면서 글 쓰자고요.


청공 2022-03-11 04: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설득력을 얻고 싶다면 독자와 감정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수학적으로 간결하게 쓰되 감성을 건드릴 세심한 문장을 써야겠네요.저든 적확한 단어 찾기가 힘들어요.매번 비슷한 단어만 반복해서 쓰는것 같아요. 페크님처럼 국어사전을 찾아보는 습관을 들여야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2-03-11 13:32   좋아요 3 | URL
청공 님, 국어사전 없이 글 쓰는 분들을 저는 존경해요. 저한텐 그게 어려운 일이거든요.
저 역시 적확한 낱말 찾기가 힘들어 고민이죠. 그러나 달콤한 고민입니당~~
댓글 고맙습니다.^^

새파랑 2022-03-11 08:5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군더더기 없는 간결체를 가진 작가는 누가 있을까요? 전 헤밍웨이가 떠오르던데 ㅋ 제가 글을 쓰지는 않지만, 그래도 미숙하게나마 리뷰를 쓰는데 이것도 참 어렵더라구요 😅

물감 2022-03-11 09:37   좋아요 5 | URL
개인적으로 헤밍웨이는 살을 너무 쳐내서 간결함보다는 앙상함이 느껴지더라고요. 거기에 하드보일드 문체가 한 몫하는 것도 같고요?
저는 톨스토이, 알베르 카뮈, 셰익스피어 정도로 떠오르네요 ㅎㅎㅎ 물론 번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새파랑 2022-03-11 09:43   좋아요 5 | URL
물감님의 글쓰기 비결은 톨스토이, 카뮈, 셰익스피어 군요~! 생각해 보니 물감님 말이 맞는거 같아요, 앙상함 ㅋ 근데 여기 언급된 네분의 작가 모두 제가 좋아하는 작가네요 ^^

페크pek0501 2022-03-11 13:35   좋아요 6 | URL
헤밍웨이가 기자 출신이라 그런 것 같아요. 저 역시 기사 쓰면서 글을 배워서 묘사에 약하답니다. 할 말만 쓰죠.
제가 좋아하는 문체는 박완서 님의 문체예요. 소설도 산문도 좋아해요.

새파랑 님이 글을 쓰지 않다니요, 그건 말이 안 되지요. 리뷰 쓰기는 쉬운가요...
저는 리뷰 쓰기가 칼럼보다 더 어렵더라고요. 아, 어려운 글쓰기!!!
우리는 이 어려운 글쓰기를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사람들 같아요.ㅋㅋ

mini74 2022-03-11 09:3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글 보며 매번 그래 이렇게 해야지 하면서도 정작 ㅠㅠ 도움 되는 글 고맙습니다 ~~ 책 쓰신거 컬럼 쓰시는 거 모두 좋은 결과 있을거라 응원합니다 ~

페크pek0501 2022-03-11 13:38   좋아요 4 | URL
저 역시 글쓰기 책을 볼 땐 이렇게 해야지 기억해 두려고 하는데 막상 쓰다 보면
제 맘대로 쓰고 있지요. 그래도 공부해 두는 게 하지 않는 것보단 낫겠지요.
안 되면 될 때까지 해라, 이건 제가 발레를 배우면서 속으로 생각하는 말이에요.
저도 미니 님을 격하게 응원합니다.^^

물감 2022-03-11 09:4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 흡인력이 있어야 한다. 글을 읽자마자 빨려 들어가 집중하게 되는 글이 좋은 글이다. 그러려면 쉽게 읽히게 써야 하고 재미있게 읽히게 써야 한다. 반대로 글을 읽다가 무슨 뜻인지 몰라 막히거나 자꾸 딴 생각이 나서 집중하기 어려운 글은 미흡한 점이 있는 글이다. -

저는 위 내용이 가장 공감이 갑니다. 글에는 흡인력이 있어야 하고 또 이해도 잘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두 가지를 충족한다면 어렵게 쓴 글이라도 상관없는데, 전 그런 경우를 본 적이 없어서요. 그리고 이해 단계에 그치는 글 보다는 더 넘어서 공감을 끄집어내는 글이야말로 좋은글(최종최종)이라고 믿어요. 그래서 공감을 자극하는 페크님의 글들이 전 좋아요 ^^

페크pek0501 2022-03-11 13:40   좋아요 4 | URL
하하~~ 물감 님의 마지막 멘트가 저를 기분 좋게 하네요.
공감을 얻어 내기 위해 독자의 감정을 건드리라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감정에 호소하는 글이 관심을 끌지요.
이렇게 어려운 작업인 글쓰기를 하고 있는 우리들은 모두 위대한 사람들, 이라고
생각합니다.
파이팅!!!!!!!!!!!!

페넬로페 2022-03-11 09:4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페크님의 글쓰기에 대한 글 읽을때마다 공부하고 머리에 새기지만 막상 또~~
계속 되풀이되는 못난 글쓰기를 하고 있어요^^ ㅠㅠ
글쓰기는 매번 어려워요**

페크pek0501 2022-03-11 13:42   좋아요 3 | URL
페넬로페 님은 제가 볼 때, 잘하고 계십니다.
사실 제 서재에 댓글을 쓰는 분들 대부분이 매달 ‘이달의 당선작‘을 내 놓는 분들이라
저로선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님을 응원합니다.!!!

stella.K 2022-03-11 18: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글짓기 과외 안 하시나 기다렸는데 드디어 올리셨군요. 리뷰는 정말 갈수록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제 이달의 당선작은 남의 당선작이 되어버렸어요.ㅠㅠ

페크pek0501 2022-03-12 12:34   좋아요 2 | URL
글짓기 과외, 라고 하시니 웃기기도 하고... 기분은 좋습니다요.
얼른 올려야 할 텐데, 했는데 이게 또 뭐라고 어느 정도 분량이 채워져야 올리게 되니 늦어졌네요. 매주 올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한 달에 하나 올리는 걸로 계획 수정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월간지처럼.ㅋ

스텔라 님은 그동안 당선작에 많이 뽑히셨잖아요. 어쩌다 안 된 것 같고 그러시면 아니 되옵니다. 저 같은 사람은 어떻게 살라고요?

뽑히든 안 뽑히든 우리는 글을 쓰는 사람이란 점이 중요해요. 매일 글쓰기를 생활화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시길요. 한 길로 매진해서 가는 것도 쉽지만은 않답니다. 가고자 하는 길을 찾지 못한 이들도 많다는 걸 잊지 마시길...^^

서니데이 2022-03-12 01: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쉽게 쓰는 것도 좋고, 간결하게 쓰는 것도 좋은데, 가끔은 처음엔 간결하게 쓰고, 조금씩 길고 구어체의 느낌이 들게 다시 쓸 때가 있어요. 하나만 좋은 건 아니니까요.
페크님,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 좋은 밤 되세요.^^

페크pek0501 2022-03-12 12:28   좋아요 2 | URL
예, 그렇죠. 때론 긴 문장도 쓸 수 있지요. 저는 만연체보단 간결체가 좋더라고요.
1. 글쓰기에 대한 나의 생각, 이라고 쓴 이유는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라서요. ㅋ

저는 문단의 길이를 비슷하게 쓰는 게 어렵더라고요. 어떤 것은 짧고 어떤 것은 길어져요. 긴 건 최대한 자르려고 노력하는데 잘 안 되지요.

오늘은 미세먼지가 있네요. 나가야 할 일이 있어서 찜찜... 내일 비가 온다니 산불도 가뭄도 해결되면 좋겠습니다.
벌써 오늘 주말이네요. 즐겁고 행복한 주말을 보내세요...^^

청아 2022-03-12 13: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이 글을 이제야 읽었어요!ㅠ 제가 아파서 띄엄띄엄 들어왔을 때 놓쳤나봐요.‘좋은 글일수록 수학적이다.‘가 와닿네요. 논리적인 구성의 글은 보기에도 좋고 이해하기에도 수월해서 수학적인것 같아요. 댓글들도 잘 구경하고 갑니다~♡ 기분좋은 주말 보내시기 바래요^^*

2022-03-13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초고를 ‘완벽’하게 쓰는 사람은 분명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완벽’은 자신이 볼 때 더 이상 고칠 게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이런 면에서 난 많이 부족하다. 글 한 편을 쓰고 나면 읽어 볼 때마다 고칠 게 눈에 띄기 때문이다. 고치면서 글을 완성시킨다. 내가 완성시킨 글이라고 해도 남이 볼 때는 고쳐야 할 부분이 눈에 띌 수 있겠지만. 



예전에 썼던 글 중 초고가 엉터리였던 게 있었다. 무엇을 틀리게 써서 어떻게 고쳤는지 지금 공개를 하고자 한다. 첫째는 앞으로 틀리게 쓰지 말자는 뜻으로 나를 위함이요, 둘째는 글을 쓰는 우리 서재님들이 자신의 경우와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해 보라는 뜻으로 서재님들을 위함이다. 




1. 자신 없는 표현은 삼가기


초고 : 내 표현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내 안의 감정과 이성의 충돌로 볼 수도 있고, 두 마음의 분리로 볼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난 이런 경우 몸과 마음의 분리로 생각하곤 한다.

 

고친 글 ⇨ 이에 대해 내 안의 감정과 이성의 충돌로 볼 수도 있고, 두 마음의 분리로 볼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난 이런 경우 몸과 마음의 분리로 생각하곤 한다.


설명 : “내 표현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겠다.”라는 문장을 뺐다. 이런 자신 없는 표현은 삼가야 한다. 만약 자신 없는 부분이 있다면 아예 언급하지 않는 게 낫다.





2. 낱말을 통일하기 


초고 : 어쩌면 내 안의 감정과 이성의 충돌로 볼 수도 있고, 두 마음의 분리로 볼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난 이런 경우 몸과 마음의 분리로 생각하곤 한다.


고친 글 ⇨ 어쩌면 내 안의 감정과 이성의 분리로 볼 수도 있고, 두 마음의 분리로 볼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난 이런 경우 몸과 마음의 분리로 생각하곤 한다.


설명 : 한 문단 안에서 ‘충돌’과 ‘분리’의 낱말이 섞여 있어 혼란스럽다. ‘충돌’을 ‘분리’라고 고쳐서 낱말을 통일시켰다.



다음 글을 보자.


초고 : 상대방이 총을 빵, 하고 쏘면 총알을 맞지 않더라도 죽는 시늉을 해 주고 싶다. 상대방에게 우선 만족감을 주고 싶어서다. 그런데 그다음에 그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통쾌함만을 누렸다면 어쩔 것인가. 그러면 이렇게 생각하겠다. 한 사람에게 만족감을 주었으니 내가 덕을 쌓은 거야, 라고. 좋은 일을 하면 복 받는다, 라고.

 

고친 글 ⇨ 상대방이 총을 빵, 하고 쏘면 총알을 맞지 않더라도 죽는 시늉을 해 주고 싶다. 상대방에게 우선 통쾌함을 주고 싶어서다. 그런데 그다음에 그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통쾌한 만족감만을 누렸다면 어쩔 것인가. 그러면 이렇게 생각하겠다. 한 사람에게 만족감을 주었으니 내가 덕을 쌓은 거야, 라고. 좋은 일을 하면 복 받는다, 라고.

 

설명 : 만족감과 통쾌함이 같은 의미로 쓰이면서 통일되지 않았다. 그래서 두 군데를 고쳐서 통쾌함, 통쾌한 만족감, 만족감 등으로 썼다. 





3. 같은 방식으로 나열하기


초고 : 한 사람에게 만족감을 주었으니 내가 덕을 쌓은 거야, 라고. 좋은 일을 하면 복 받는다, 라고.


고친 글 ⇨ 한 사람에게 만족감을 주었으니 내가 덕을 쌓은 거야, 라고. 좋은 일을 했으니 복을 받을 거야, 라고. 

 

설명 : ‘같은 방식’으로 나열하기 위해 ‘~ 거야’로 통일하여 고쳤다. 





4. 독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게 쓰기 


글의 내용에 대해 간혹 독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글을 쓸 때 이런 점을 조심해야 한다.

 

초고 : 하지만 내 경험으로 보면 몸과 마음은 두 개의 존재로 분리된다. 몸 따로, 마음 따로 반응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고친 글 ⇨ 위대한 철학자들은 몸과 마음이 하나이기에 분리될 수 없는 거라고 했다. 하지만 내 경험으로 보면 몸과 마음은 두 개의 존재로 분리된다. 몸 따로, 마음 따로 반응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설명 : 몸과 마음이 두 개의 존재로 분리된다고 쓰면, 혹시 다른 철학자들을 들먹이며 그렇지 않다고 이의를 제기하는 독자가 생길지 모른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위대한 철학자를 언급했다.



다음 글을 보자.


초고 : 백화점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 매장에서 맘에 드는 멋진 핸드백을 발견한다. 가격이 비싸다. 몸은 그것을 원하는데 마음은 그것이 비싸니까 사지 말라고 한다. 그래서 사지 않기로 했는데, 그 핸드백을 어깨에 메어 보더니 어느새 내가 계산대에서 그 핸드백의 값을 치르고 있다. 난 이런 경우 몸과 마음의 분리로 생각하곤 한다.

 

고친 글 ⇨ 백화점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 매장에서 맘에 드는 멋진 핸드백을 발견한다. 가격이 비싸다. 몸은 그것을 원하는데 마음은 그것이 비싸니까 사지 말라고 한다. 그래서 사지 않기로 했는데 내 몸은 이미 그 핸드백을 어깨에 메어 보더니 어느새 계산대에서 그 핸드백의 값을 치르고 있다. 이에 대해 내 안의 감정과 이성의 분리로 볼 수도 있고, 두 마음의 분리로 볼 수도 있겠다. 난 이런 경우 몸과 마음의 분리로 생각하곤 한다.

 

설명 : ‘몸과 마음의 분리’라고 단정적으로 쓰면 이의를 제기하는 독자가 생길지 모른다. 감정과 이성의 분리라고 생각하는 독자도, 두 마음의 분리라고 생각하는 독자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고쳐 썼다. 



다음 글을 보자.


초고 : 이처럼 마음이 늘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게 아니라면, 자신의 마음이든 타인의 마음이든 마음을 움직이는 게 가능하겠다. 우울·불쾌·슬픔·분노 따위의 부정적인 감정 상태를 좋은 감정 상태로 돌리는 것도 가능하겠다. 의도적인 노력만 있다면 말이다.


고친 글 ⇨ 이처럼 마음이 늘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게 아니라면, 자신의 마음이든 타인의 마음이든 마음을 움직이는 게 가능하겠다. 우울·불쾌·슬픔·분노 따위의 부정적인 감정 상태를 좋은 감정 상태로 돌리는 것도 가능하겠다. 의도적인 노력만 있다면 말이다. 물론 예외가 있겠지만.


설명 : “의도적인 노력만 있다면 자신의 마음이든 타인의 마음이든 마음을 움직이는 게 가능하겠다.”라고 썼는데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독자가 있을 수 있다. 의도적으로 노력했는데도 상대가 마음을 움직이지 않는 경우도 있을 테니. 그래서 “물론 예외가 있겠지만.”이라는 문장을 넣었다. 그러면 독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리라.


독자가 말로써 직접 이의를 제기하지 않더라도 만약 마음속으로 ‘이 글은 문제가 있어.’라고 생각한다면 그 글은 완벽한 글이 될 수 없다. 그러므로 이의를 제기할지 모를 독자를 염두에 두고 글을 쓰는 게 바람직하다.



 



.....................<후기>


위의 글은 예전 이곳 서재에 올렸던 글을 다시 정리해 본 것이다. 



미국의 소설가 어네스트 헤밍웨이(1899~1961)가 <노인과 바다>를 400번 이상 고쳤다는 일화가 있다. 이 일화는 노력의 중요함을 일깨워 준다. 

























** 

내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글은 쉽게 읽히고 그 글이 담고 있는 의미가 깊은 글이다. 반대로 가장 좋지 않은 글은 어렵게 읽히고 그 글이 담고 있는 의미가 깊지 않은 글이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와 같은 작품이 쉽게 읽히고 의미가 깊은 작품으로 본다.


....................

“아저씨 별의 사람들은 한 정원 안에 장미꽃을 5천 송이나 가꾸지만……. 그들이 찾는 것을 거기서 발견하지는 못해…….”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그들이 찾는 것은 단 한 송이의 장미꽃이나 물 한 모금에서 얻어질 수도 있어…….”

“그야 물론이지.”

내가 대답했다.


-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에서.

....................





















....................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말했다.)

“(…) 내 비밀을 일러 줄게. 아주 간단한 거야. 오로지 마음으로만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단다.”


-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에서.

....................






***

....................

누구든 노력하고 훈련하면 비슷한 수준으로 해낼 수 있다.

논리 글쓰기는 문학 글쓰기보다 재능의 영향을 훨씬 덜 받는다. 조금 과장하면 이렇게 주장할 수 있다. 노력한다고 해서 누구나 안도현처럼 시를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누구든 노력하면 유시민만큼 에세이를 쓸 수는 있다.(59쪽)


-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

 

⇨ 재능 없는 사람이 노력한다면 시나 소설을 잘 쓰기 어렵지만 에세이나 서평은 잘 쓸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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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1-02 18: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볼때마다 고쳐야할 부분이 보여서 대부분 대충 고치고 넘겼는데 헤밍웨이 400번?!! 놀랍네요. 그래서 초고는 걸레라는 명언을 남겼군요^^*

페크pek0501 2022-01-02 19:28   좋아요 2 | URL
저의 초고도 걸레예요. 어쩌면 그렇게 고칠 게 많은지...
퇴고의 노력이 위대한 작품을 낳는다고 입력해 놔야 할 듯해요.

이 글쓰기 연재를 하는 것도 쉽지 않네요. 자꾸 미루게 되고 어쩌면 좋아요 히힛...
3주일 만에 올렸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

mini74 2022-01-02 19: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예를 진짜 잘 드셔서 쏙쏙 들어와요 페크님~ 노인과 바다를 400번 고쳤다니. 재능에 노력까지 범접할 수 없는 분들같아요 ㅠㅠ 급반성모드입니다 ㅎㅎ

페크pek0501 2022-01-02 22:03   좋아요 1 | URL
쏙쏙 들어온다니 다행입니다. 제 초고가 걸레 수준이죠.
글을 쓸 때마다 퇴고의 중요성을 느껴요. ^^

초란공 2022-01-02 20: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일단 오늘 보여주신 기준만으로도 제 글의 분량은 절반이 줄어들 것 같습니다 ^^;; 특히 확신없는 표현을 제가 많이 쓰는군요. 모두 삭제!!! ㅋㅋ

페크pek0501 2022-01-02 22:06   좋아요 3 | URL
글 잘 쓰는 이들은 일반적으로 원고지 10매의 글을 쓰기 위해 초고를 20매가량을 쓰고 나서 썩은 나뭇가지를 잘라내듯 가지치기를 한다고 해요. 그러면 알맹이만 남는 셈이죠. 그래서 저도 초고는 길게 쓰는 습관을 가지려 해요.
확신없는 표현을 저도 습관적으로 잘 써요. ㅋㅋ

새파랑 2022-01-02 20: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는 리뷰를 쓰기 위한 바이블이군요 ^^ 전 업무할때 비슷한 단어를 쓰지말라고 배워서 피했는데 통일하게 좋겠군요 ㅋ 저는 글 모두 삭제 해야겠습니다 😅

페크pek0501 2022-01-02 22:09   좋아요 2 | URL
오! 바이블이라니요, 너무 비행기를 태우시네요. 저, 어지럽습니다. ㅋㅋ

어떤 경우엔 통일하고 어떤 경우엔 반복어를 피하고 그런 것 같아요.
저는 한 문단 안에서는 통일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문단이 바뀌면 다른 낱말로 대체해서 다양한 어휘력을 보여 주려 합니다. 너무 반복되면 안 되니까요.^^

페넬로페 2022-01-02 20:3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글쓰기 공부, 벌써 5번째군요~~
읽을때마다 저의 글쓰기의 부족함이 보입니다~~
페크님, 새해에 올려주신 글로 유익하게 공부할 수 있어 감사드려요^^

페크pek0501 2022-01-02 22:11   좋아요 4 | URL
벌써 5번째라 하시니 급 뿌듯해지네요.
부족함을 느낄 때 우리는 발전을 항해 가게 되지요.
저 역시 페넬로페 님처럼 읽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싶어용.^^

stella.K 2022-01-02 20:4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ㅎㅎ 매번 요시간이 기다려지긴 하는데 동시에 제 발이 저린 시간이기도 해요.
제가 사진 찍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데 나중에 보면 꽤 어색해서 안 보거든요.
글도 그래요. 다시 꺼내보기가 귀찮기도 하고
내가 이런 글을 썼나 좀 오그라들죠.
언니도 비슷한 생각일거라고 봐요.
그래도 이렇게 꺼내보여주시니 새삼 언니가 대단하고 존경스러워요.ㅠ
오늘도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페크pek0501 2022-01-02 22:13   좋아요 4 | URL
기다려 주시면 너무 감사하지요. 제발 저리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배움이 끝이 없네요. 끝이 안 보여요.
나중에 보면 삭제하고 싶은 글이 있긴 하죠. 저라고 없을 리가 있나요.
1만 시간의 법칙을 떠올리곤 합니다. 그걸로 힘을 얻어요. ^^

서니데이 2022-01-02 22: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쉬운 단어로 간결하게 쓰는 것이 쉽지 않더라구요.
때에 따라 다른데, 운이 좋으면 별로 고칠 것 없이 처음부터 잘 쓰게 될 때가 있는데, 그런 날은 속도로 빠르게 써서 좋았어요. 하지만 그런 날이 많지는 않아서 아쉽네요.
페크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편안한 밤 되세요.^^

페크pek0501 2022-01-02 22:52   좋아요 4 | URL
쉽고 간결하게 쓰기. 맞아요, 어려워요.
쉽게 읽히게 하기 위해 쓰는 자는 무척 애써야 하죠.

저는 신정에 가족 모임이 있어 바빴고 오늘 오후에나 시간이 났습니다.
새해 기분 좋게 출발하시길 바랍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얄라알라 2022-01-02 23: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사례를 들어주시니, 어느 부분이 달라졌나 간만에 눈빛 초롱초롱 신입생 집중력으로 찾아보며 공부했습니다!^^

페크pek0501 2022-01-04 20:04   좋아요 0 | URL
눈빛 초롱초롱하시다니... 고맙습니다.
저도 오랜만에 공부가 되었습니다. 공부는 늘 해야 하는가 봐요.^^


꼬마요정 2022-01-03 00: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배우고 갑니다. 이렇게 올려주시는 글 읽으면서 짧은 글이나마 잘 써볼려고 해요. ㅎㅎ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올 한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페크pek0501 2022-01-04 20:05   좋아요 1 | URL
꼬마요정 님, 배우고 간다고 하시니 황송합니다.
저도 하루에 한 문단 쓰기, 를 해 보려고 한 적이 있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
새해 복 많이 받아시고... 저 역시 올 한 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

청공 2022-01-03 01: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글을 쓸때는 뭘 잘 못쓰고 있는지 알아채는 게 정말 어려운거 같아요ㅠ
특히 ~이의를 제기할 독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부분, 잘 새겨 듣겠습니당~

페크pek0501 2022-01-04 20:07   좋아요 0 | URL
맞아요. 뭐가 틀린 건지 모를 때도 많아요. 그럴 때 누구에게 물어보고 싶다니까요.
감사합니다. 매주 연재로 올리려 했는데 이번엔 늦었어요. 넘 늦어 매달 연재가 되겠다 싶어 서둘러 올렸어요. 시간이 참 빠르다니까요. 청공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프레이야 2022-01-03 19: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퇴고의 중요함은 말해무엇이라고 할 정도이지요.
퇴고를 못하겠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던데 그게 문제인 것 같아요.
여러번 들여다보아도 눈에 얼른 안 띄는 경우도 있어 나중에 발견하고는 앗차하지요.
좀 더 꼼꼼히 보았어야 한다는 교훈. ㅎㅎ 있어요 저도.

페크pek0501 2022-01-04 20:09   좋아요 1 | URL
프레이야 님은 책 많이 쓰셨으니 퇴고의 중요성을 잘 아시겠지요.
저도 글이 이미 인쇄됐는데, 아차 틀린 게 있네, 할 때가 있어요.ㅋㅋ어쩔 수 없죠 뭐.
꼼꼼히... 그 교훈 기억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바람돌이 2022-01-03 10: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역시 글에 심사숙고해서 고치고 또 고치는것이 좋은 글의 전제조건 맞네요. 예를 들어서 설명해주시니 더 실감납니다. 아 저는 글쓰기라고는 여기 서재에서밖에 안하는데 절대 퇴고를 안해요. 다시 읽는 것도 싫어서 일단 쓰고 나면 그대로 등록해버리고 닫아버린다죠. 그래서 제 글이 안느는거겠지만.... 제 글을 다시 읽는거 너무 너무 싫어요. 이럴 때는 제가 작가를 꿈꾸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

페크pek0501 2022-01-04 20:12   좋아요 0 | URL
심사숙고, 글이 수학적이라고 하는 이유죠.
쓰고 나서 그대로 등록하시는군요. 그게 속 편하긴 하죠. 그래도 쓰는 만큼 늘 거라고 봅니다.
제 생각엔 작가를 꿈꾸셔도 될 것 같은데요...ㅋ 여기 서재에 쓰시는 분들 모두 글을 잘 쓰세요. 제 눈에 모두 작가 같습니다.
바람돌이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희선 2022-01-04 01: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자신 없을 때 그런 말 써요 나중에 그런 건 왜 썼을까 하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자신 없으면 그런 말 안 하는 게 낫겠습니다 잘 모르는 건 처음부터 말하지 않기... 이렇게 말해도 또 쓸지도 모르겠군요 이 말이야말로 자신 없는 말이네요

페크 님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2-01-04 20:14   좋아요 0 | URL
저도,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써 놓고 후회하곤 하죠.
모르는 건 책이나 인터넷을 찾아보고 그래도 모르겠다면 안 쓰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희선 님도 매일 매일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1.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에서 배울 점

















안정효,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



이번엔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를 122쪽부터 170쪽까지 읽고 ‘글을 잘 쓰기 위해 알아둘 점’을 발췌해 정리하려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소설의 제목을 만드는 방법, 인물의 이름을 짓기, 인물을 만드는 방법 등 소설 창작에 관한 글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이 연재를 통해 서평이나 칼럼 등의 에세이를 잘 쓰는 방법에 대해서만 요점을 간추리고 싶었으므로 소설 창작에 관한 것은 생략하기로 한다. 소설을 쓰고 싶은 이들은 이 책을 직접 읽기를 권한다. 



다음 글은 소설뿐만 아니라 에세이를 쓸 때도 유용할 것 같아 옮긴다. 



1-1 멋을 부린 표현을 삼가라 



『멋을 부린 표현이 이렇게 눈과 귀에 거슬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멋’이 겉치장이기 때문이다. 겉멋은 아무리 열심히 꾸미더라도, 내면의 성실성을 보여주기는커녕 더욱 가리고 감추기만 한다. 멋진 단어의 나열은 귀로 듣거나 눈으로 보라고 과시하는 행위여서, 그런 표현은 마음(心性)이나 두뇌(논리)에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어려운 글이 왜 좋은 글이 되기 힘든지 그 이유를 여기서 찾아야 한다. 추상적인 표현은 비논리가 심하고, 영화나 문학에서는 신선한 독특함을 말초적인 겉멋에서만 찾으려고 해서는 짧은 첫인상의 차원을 넘어서기가 어렵다. 말재주와 말장난도 분명히 문학적 재능의 필수적인 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경박한 기발함의 대중화가 철학이나 감동을 낳기는 무척 힘들고 어렵다.』(안정효, 132~133쪽)


⇨ 장황한 묘사를 선호하는 시대가 있었다. 인터넷의 발달로 읽을거리가 많아진 오늘날은 그렇지 않다. 더욱이 바쁜 현대인들은 짧은 시간에 핵심 내용을 빨리 파악하고 싶어한다. 간결한 문장으로 써야 하는 이유다. 




1-2 줄일 수 있는 건 최대한 짧게 쓰라



다음 글을 기억해 두자.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매우 중요하다), ‘주목에 값한다’(주목할 만하다),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규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규제를 피할 수 없다)는 표현도 모두 괄호처럼 바꾸어야 한다.』(한겨레, 등록:2005-12-25)



이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 매우 중요하다

주목에 값한다 ⇨ 주목할 만하다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 ⇨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규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 규제를 피할 수 없다





2. <고종석의 문장>에서 배울 점















고종석, <고종석의 문장>



2-1 ‘-에게’와 ‘-에’를 구별하라


『유정명사와 무정명사 얘기가 나온 김에 여격 조사 ‘-에’와 ‘-에게’에 대해서 잠깐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여격 조사 ‘-에게’는 유정명사 다음에 붙고 ‘-에’는 무정명사 다음에 붙습니다. 그래서 ‘철수에게 물을 주다’ ‘소에게 물을 주다’라고 말하는 반면 ‘꽃에 물을 주다’ ‘돌에 물을 뿌리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전문적 글쟁이들 가운데도 이걸 구별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여러분, 이거 꼭 기억해 두세요. 여격 조사 ‘-에게’는 유정명사, 즉 사람을 포함한 동물 뒤에 쓰고, ‘-에’는 무정명사, 곧 식물과 무생물 뒤에 씁니다!』(고종석, 164쪽)



이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철수에게 물을 주다 ⇨ ‘에’라고 쓰지 않음

에게 물을 주다 ⇨ ‘에’라고 쓰지 않음


물을 주다 ⇨ ‘에게’라고 쓰지 않음

물을 뿌리다 ⇨ ‘에게’라고 쓰지 않음




2-2 같은 조사를 연속해서 쓰지 마라


틀렸다고 할 수 없지만 되도록 같은 조사를 연속해서 쓰지 않는 게 좋다. 왜냐하면 글을 읽을 때 연속해서 같은 조사가 나오면 어색하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완벽을 추구해야 한다. 



『한 가지 물렁한 지침이 있다면, 같은 조사를 연속해서는 쓰지 않는 게 좋습니다. ‘나는 철수가 행복하기를 바라’ 이게 자연스럽지 ‘나는 철수는 행복하기를 바라’ 하면 좀 어색합니다.』(고종석, 179쪽) 



다음 중 어떤 게 나은지 보자.


1) 나 철수 행복하기를 바란다

2) 나 철수 행복하기를 바란다



같은 조사가 연속해서 쓰지 않은 1)번이 낫다. 




2-3 ‘바래’가 아니라 ‘바라’가 올바른 표기다


참고로 ‘나는 철수가 행복하기를 바라.’라고 쓰면 문법에 맞게 쓴 문장이고, ‘나는 철수가 행복하기를 바래.’라고 쓰면 문법에 맞지 않게 쓴 문장이다. 이를 틀리게 쓰는 사람이 많으니 잘 알아 두자. 



(예문)

나는 철수가 행복하기를 바래.(x)

나는 철수가 행복하기를 바라.(o)

그의 바램은 현실과 거리가 멀었다.(x)

그의 바람은 현실과 거리가 멀었다.(o)




2-4 ‘가운데’와 같은 군더더기를 빼라


『아, 그리고 이 지적은 앞으로 계속 반복될 텐데요. ‘그들 가운데 상당수는’ ‘~가운데 하나는’ 할 때 ‘가운데’는 무조건 빼 버리세요. ‘그들 상당수는’이 훨씬 깔끔합니다. (중략) ‘가운데’는 군더더기입니다.』(고종석, 188쪽) 



이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그들 가운데 상당수는 ⇨ 그들 상당수는


‘가운데’라는 말은 불필요하니 뺄 것.


 


 

3. <뉴욕타임스 편집장의 글을 잘 쓰는 법>에서 배울 점















트리시 홀, <뉴욕타임스 편집장의 글을 잘 쓰는 법>



다음 글을 기억해 두자.


『많은 필자가 똑같은 실수를 저지른다. 이야기를 한결 강렬하게 만들어 주고 설득력을 훨씬 높여 줄 세부적인 이야기보다 보편적인 이야기를 더욱 많이 하는 실수 말이다.』(트리시 홀, 96쪽)


 

『누구에게나 들려 줄 이야기가 있다. 가장 강렬한 이야기,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이야기는 고통스러울 정도로 필자의 개인적인 사연을 드러내는 것일 때가 많다. 그것이 전 지구적인 이슈거나 엄중하게 다뤄져야 할 이야기라고 할지라도 그렇다. 

관심이 가는 뉴스 기사를 본다면 자신의 이야기를 어떻게 접목해 풀어 낼 수 있을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 당신이 사는 곳에서 낙태를 금지시켰는가? 당신의 어머니가 여러 자녀를 출산한 후 낙태를 했고, 이후 이 결정이 당신의 가정에 영향을 미쳤는가? 그 이야기를 글로 써라. 도로에 생긴 큰 구멍 때문에 열여덟 살 때 오토바이 사고를 겪었는가? 국가의 망가진 기반 시설로 입은 개인적 피해와 의료비용에 대해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트리시 홀, 99쪽) 





4. 쓰지 말아야 할 것들


다음 글은 대학 입시의 ‘논술 시험’을 볼 학생들에게 글쓰기 방법을 제시하는 신문 기사에서 발췌하였는데, 에세이를 쓸 때도 유용하니 알아 두자.  



『‘어쨌든’, ‘아무튼’, ‘좌우지간’ 같은 표현도 써서는, 아니, 쓸 여지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이는 글의 앞부분과 뒷부분이 제대로 연결이 안 될 때 어쩔 수 없이 쓰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즉, 그런 접속어를 사용하는 것은 자신의 글이 비논리적이라는 점과 현재로선 도저히 논리적으로 연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양심고백’하는 것과 마찬가지다.』(한겨레, 등록:2005-12-25)


⇨ 쓰지 않아도 되는 접속어를 쓰지 말 것.




『또한 결론 부분에서 “우리는 다 함께 노력하여 건강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또는 “ 정부와 농민이 타협을 통해 서로 조금씩 양보한다면 농업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이다.”식의 하나마나한 소리나 ‘국민교육헌장식 표현’도 금물이다. 이는 ‘나에게는 아무런 대안이나 해결방안이 없다’고 선언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한겨레, 등록:2005-12-25)


⇨ 누구나 쓸 수 있는 뻔한 얘기를 쓰지 말 것.



 


5. 띄어쓰기를 공부하자


5-1 다음 중 띄어쓰기를 바르게 한 것은 몇 번인가? 

1) 하기는커녕

2) 하기는 커녕



5-2 다음 중 띄어쓰기를 바르게 한 것은 몇 번인가? 

1) 기억해 두시오 

2) 기억해두시오



5-3 다음 중 띄어쓰기를 바르게 한 것은 몇 번인가?

1) 나는 동생에게 오므라이스를 만들어 주었다. 

2) 나는 동생에게 오므라이스를 만들어주었다. 





정답은 모두 1)번





.....................<후기>


이 글을 쓰기 위해 책을 보면서 저자가 띄어쓰기를 잘못한 부분을 발견했다. 그것을 내가 바르게 고쳐 위에 썼음을 밝혀 둔다. 



띄어쓰기를 고쳐 쓴 것 중 몇 개만 공개하면 다음과 같다. 


1) <고종석의 문장>의 164쪽에 있는 ‘기억해두세요’가 띄어쓰기가 잘못되어 ‘기억해 두세요’로 바르게 고쳐 썼다.   

2) <고종석의 문장>의 188쪽에 있는 ‘빼버리세요’가 띄어쓰기가 잘못되어 ‘빼 버리세요’로 바르게 고쳐 썼다.

3) <뉴욕타임스 편집장의 글을 잘 쓰는 법>의 96쪽에 있는 ‘만들어주고’가 가 띄어쓰기가 잘못되어 ‘만들어 주고’로 바르게 고쳐 썼다.

4) <뉴욕타임스 편집장의 글을 잘 쓰는 법>의 96쪽에 있는 ‘높여줄’이 띄어쓰기가 잘못되어 ‘높여 줄’로 바르게 고쳐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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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12-12 19: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으아앗ㅋㅋㅋㅋㅋ걸리는게 한두가지가 아닙니다ㅋㅋ
적어놔야겠어요😭

페크pek0501 2021-12-12 19:11   좋아요 4 | URL
저 역시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요...ㅋㅋ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 이런 말을 너무 애용해 왔어요.
갈수록 태산입니당~~

새파랑 2021-12-12 20: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다 걸립니다 😅 이번에 리뷰쓸 때 잘 참고해야 겠어요. 그래도 안고쳐지는게 문제지만 ㅎㅎ

페크pek0501 2021-12-13 15:37   좋아요 2 | URL
저도 모르는 게 많아 글 쓸 때 네이버 사전에 여러 번 들어가며 씁니다.
맞춤법, 띄어쓰기 등 한 쿡 어, 어렵습니다. ^^

얄라알라 2021-12-12 22: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읽다가 중간에, 엇! 유정명사가 뭣이더라?^^;;;; 한국어인가? 했습니다^^;;;;;

페크pek0501 2021-12-13 15:38   좋아요 2 | URL
유정명사는 몰라도 될 것 같아 에, 와 에게, 로 정리했어염.
어려운 글쓰기입니당^^

페넬로페 2021-12-12 22: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많이 배웠어요.
저도 다 걸리네요^^
그러다 글 쓰면서 ‘에고 모르겠다‘가 되고 있어요 ㅎㅎ

페크pek0501 2021-12-13 15:39   좋아요 2 | URL
저도 정리하면서 많이 배운답니다.
저도 에고 모르겠다, 가 될 것만 같아요. ㅋㅋ

mini74 2021-12-12 23: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쓸모 있다는 띄워쓰고 쓸모없다는 붙여쓰는게 쓸모없다가 훨씬 많이 쓰여서라고 ㅠㅠ 충격이었어요. 쓸모 있는 글 잘 읽고 갑니다 *^^*

페크pek0501 2021-12-13 15:42   좋아요 1 | URL
헐 ~~ 저도 충격 받음.

우리가 습관적으로 많이 쓰는 건 붙여 쓰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마음속, 가슴속, 이란 건 붙여 쓰고 숲 속, 마을 속, 은 띄우고요.
그냥 하나로 통일했으면 좋겠어요. 복잡한 문법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훌륭한 언어가 되는 건 아니니까 외국인들도 배우기 쉽게 고쳐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희선 2021-12-13 00: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쨌든, 가운데 이런 거 가끔 썼다는 생각이 듭니다 쓰지 않는 게 더 나은 거였군요 페크 님 새로운 주 즐겁게 시작하시고 좋은 한주 보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1-12-13 15:43   좋아요 2 | URL
어쨌든 첫 주가 시작되는 오늘 월요일부터 잘 보내 보자고요.
희선 님도 즐거운 한 주를 열어 가세요. ^^

stella.K 2021-12-13 13: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시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더니 역시 언니여요.ㅋㅋ
잘 알았습니다. 기억하고 잘 쓸지 모르겠지만 하나라도 잘 쓰면되는 거죠?
수고하셨슴다.^^(사실 이런 인사도 틀린 건데 말입니다.ㅋ)

페크pek0501 2021-12-13 15:45   좋아요 1 | URL
저, 원숭이 아닙니다. 절대... 네버...
배울 땐 완벽하게 배우고. 글을 쓸 땐 생각나는 것만 지키기로 히히~~
수고하셨다는 말은 아랫 사람에게만 하는 거라고 하지만
가끔 저도 저보다 나이 많은 윗사람에게 쓸 때 있어요. 어쩔 수 없이 사용할 때가 있더라고요. 굿 데 이~~

stella.K 2021-12-13 15:51   좋아요 1 | URL
오, 아뇨. 고종석과 <뉴욕타임스 편집장의 글을 잘 쓰는 법>을 쓴
사람들이 원숭이라는 거죠. 언니는 문제점을 잡아내신 거잖아요.
오해하심 안 되요.ㅋ

아, 수고하셨단 말은 아랫 사람한테 하는 거군요.
그럼 윗분들한텐 뭐라고 해야하는 건가요?

페크pek0501 2021-12-13 16:06   좋아요 1 | URL
아, 쬐송합니당~~~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ㅋㅋ 저의 착각질 용서 하시옵소서.ㅋㅋ
그렇죠. 작가들 책 보면 엉망인 거 많아요. 그럴 땐 출판사에 책임을 전가하게 되어요.
그것도 못 잡아 내고 뭐 하냐고요. 저 위엔 쓴 거 말고도 많답니다. 몇 개만 공개했어요. 쓰기 귀찮아서요.ㅋㅋ

수고하셨다, 를 쓸 수밖에 없을 땐 애쓰셨다가, 가장 가까운 말일까요?
저도 잘 몰라서 그냥 쓰게 될 때가 있었어요.
 





1.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를 45쪽부터 121쪽까지 읽고 ‘글을 잘 쓰기 위해 알아둘 점’을 발췌하여 정리하였다.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



1-1 젊고 정력적인 문장을 써라


『인생에서는 젊음을 영원히 유지하기가 불가능하지만, 문장에서는 젊은 정력을 가꾸기가 가능하다. 예를 들면 이런 요령들을 실험해 보라.

우선 명사와 동사를 눈에 잘 띄게 전진 배치한다. 동사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움직임은 정력의 증거이다.

무리가 가지 않을 경우에 한해서 부사는 형용사로 바꾸고, 형용사는 가능하면 동사로 바꿔 본다. “그는 태만하게 근무한다” 보다 “그는 일솜씨가 게으르다”가 조금쯤은 힘이 있어 보이고, “휘청거리며 걷는다” 보다는 “휘청거린다”가 강하다. “빠르게 말한다” 보다는 “말이 빠르다”가 의미의 전달 속도가 빠르고, “많은 눈이 내렸다” 보다는 “눈이 쏟아졌다” 또는 “눈보라가 휘몰아쳤다”는 표현이 훨씬 생동한다.』(52~53쪽)

 


이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휘청거리며 걷는다 ⇨ 휘청거린다

빠르게 말한다 ⇨ 말이 빠르다

많은 눈이 내렸다 ⇨ 눈이 쏟아졌다




1-2 필사하라


『남의 글을 그대로 베끼는 것도 때로는 좋은 훈련이 된다. 좋은 작품에 등장하는 멋지거나 아름다운 단어는 일부러 머릿속에 담아두었다가 나중에 자신이 쓰는 글에 실제로 사용하는 연습도 창조적인 글쓰기에 크게 도움이 된다.』(109쪽)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





2. <고종석의 문장>에서 배울 점















 <고종석의 문장>



2-1 다양하게 표현하라


붉은 계열의 색이라도 어떻게 표현을 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므로 다양한 표현을 알아 두고 사용하자. 



『빨갛다, 뻘겋다, 새빨갛다, 시뻘겋다, 빨그스레하다, 뻘그스레하다, 발갛다, 벌겋다, 발그레하다, 벌그레하다, 붉다, 불그스레하다, 발그스름하다, 벌그스름하다, 빨그스름하다, 뻘그스름하다, 불그무레하다, 불그죽죽하다』(110쪽)




2-2 ‘개인적으로’라는 말을 쓸 필요가 있을까


(예문) 

『“나는 개인적으로 그 정도의 순정한 정치 혐오자나 정치 무관심층은 못 돼서 6월 13일에 투표장에 나갈 생각이다.”』(138쪽)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하지, 집단적으로 생각하겠어요? 이런 쓸데없는 말은 다 쳐내야 합니다. 그냥 나쁜 말버릇일 뿐입니다. 간결한 문장이 좋은 문장입니다. 필요 없는 말은 절대 쓰지 마세요.』(138쪽)



‘개인적으로’라는 말을 쓰지 않기.




2-3 저널리즘 글에서는 주관적 표현을 삼가라


『돌아가신 분들이지만, 예컨대 미당 서정주라든가 김동리라든가 피천득이라든가 이런 원로 문인들이 살아 계실 때, 그분들에 관한 기사를 보면, 기자들이 이분들 이름 뒤에 꼭 선생이라는 말을 붙이고들 하더군요. 이건 자기 일기장에나 쓸 수 있는 표현입니다. 적어도 객관적 글에서는 그렇게 쓰면 안 됩니다. 자기한테는 선생인지 몰라도, 읽는 사람이 이 사람들을 선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잖습니까?』(154~155쪽)



이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시인 서정주 선생 ⇨ 시인 서정주 씨

소설가 김동리 선생 ⇨ 소설가 김동리 씨

수필가 피천득 선생 ⇨ 수필가 피천득 씨



이렇게 쓰기 위해서는 글에서 언급한 사람보다 더 나이가 많은 독자가 있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두면 좋을 듯하다. 



『그리고 신문 글에서 쓰지 말아야 할 표현이 또 있습니다. ‘우리나라’라는 표현입니다. 이건 완전히 바보 같은 표현입니다. ‘우리나라’는 반드시 ‘한국’이라고 써야 합니다. 저널리즘이라는 건 모두에게 다 개방돼 있는 것입니다. 어떤 신문을 어떤 특정한 국적의 사람들만 읽으라는 법은 없습니다.』(155쪽)



외국 사람도 자기 글의 독자일 수 있음을 기억해 두자.  



이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 국민소득 ⇨ 한국 국민소득

우리 정부 ⇨ 한국 정부





3. 중복된 것을 수정하여 나아진 글을 소개한다.



3-1 ‘며’가 중복될 때


(예문) 

남들은 하나의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애쓰며 차근차근 하나씩 해 나가며 완성하는데, 어떤 이는 슬렁슬렁하는 것 같은데 남들보다 여러 면에서 앞서 있다. 



최근에 쓴 내 글이다. 한 문장 안에 ‘애쓰며’와 ‘나가며’를 써서 ‘며’를 반복했는데 소리 내어 읽어 보니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다음과 같이 수정하니 낫다. 



(수정함) ⇨ 남들은 하나의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차근차근 하나씩 해 나가며 애써서 완성하는데, 어떤 이는 슬렁슬렁하는 것 같은데 남들보다 여러 면에서 앞서 있다.




3-2 글에 ‘때문이다’가 많을 때

 

나는 ‘때문이다’라는 말을 많이 쓴다. 이번엔 ‘때문이다’라는 말을 다른 말로 바꾸는 방법을 알아본다.



(예문) 

그런데 예전처럼 나이 들었다고 자식의 도움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자식이 부모를 부양한다는 의식이 흐릿해졌기 때문이다.

 

 

(수정함) ⇨ 『그런데 예전처럼 나이 들었다고 자식의 도움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자식이 부모를 부양한다는 의식이 흐릿해진 지 오래다.』(동아일보, 2021년 12월 1일)



‘때문이다’를 대신해서 쓸 수 있는 말로 예문을 만들어 봤다.


(예문)

책을 사는 돈이 아깝지 않았다. 내가 책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책을 사는 돈이 아깝지 않았다. 내가 책을 좋아해서다.

책을 사는 돈이 아깝지 않았다. 내가 책을 좋아하니까. 

책을 사는 돈이 아깝지 않았다. 내가 책을 좋아하므로.





4. 맞춤법을 공부하자


쉬운 듯하면서 어려운 게 맞춤법에 맞게 글을 쓰는 것이다. 맞춤법을 지키는 일은 글쓰기의 기본이므로 맞춤법에 대한 공부를 철저히 해 두자.  



4-1 다음 중 맞춤법에 맞게 쓴 것은 몇 번인가?

1) 어서 오십시요

2) 어서 오십시오



4-2 다음 중 맞춤법에 맞게 쓴 것은 몇 번인가?

1) 그럴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라

2) 그러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라



4-3 다음 중 맞춤법에 맞게 쓴 것은 몇 번인가? 

1) 그렇기 위해서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

2)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




정답은 모두 2)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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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1-12-01 18: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도움이 많이 되는 글입니다! 정말 글쓰기 공부해야할텐데요.. 문해력과 맞춤법 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어요:;;;

페크pek0501 2021-12-01 19:04   좋아요 3 | URL
저야말로 책을 보고 정리하면서 도움이 많이 됩니다. 고종석의 문장, 은 예전에 정독했던 책인데 다시 보니 그동안 제가 잊고 있던 게 눈에 띄더라고요.
공부는 계속해야 하는 건가 봅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오거서 2021-12-01 19: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참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페크pek0501 2021-12-02 12:22   좋아요 1 | URL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청아 2021-12-01 21:4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널리즘 글‘ 보다가 생각난건데요 뉴스에서도 사기 피해자가 직접 출연해 제보를 하면서 가해자를 가리킬때 존칭을 쓰는 일이 많더라구요. ˝ㅇㅇ께서 돈을 입금하라고 하셨습니다. ˝식으로요. 사기 당한것만으로도 억울한데...인터뷰하는 기자들이 좀 알려주면 좋을텐데 안타까워요 🤔

페크pek0501 2021-12-02 12:27   좋아요 2 | URL
좋은 지적이십니다.
전화 오셨습니다, 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죠. 전화기에까지 존대하는 셈이죠.

대통령이 미국 순방길에 올랐습니다, 가 맞는 표현이죠. 뉴스 보면 앵커가 그렇게 하죠. (대통령께서 미국 순방길에 오르셨습니다)가 아니고.

그러니까 독자를 왕의 위치에 놓으면 될 것 같아요.🤔

blueyonder 2021-12-01 21:1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생각할 거리를 주는 유익한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이 글을 읽고 제 글을 냉큼 고쳤습니다~ ^^;

페크pek0501 2021-12-02 12:28   좋아요 3 | URL
저도 글을 쓸 땐 쓰는 것에 빠져서 이것저것 안 따지고 쓰게 되더라고요.
이렇게 정리하면서 저도 공부를 합니다.
감사합니다.

mini74 2021-12-01 22: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도움이 되는 글 고맙습니다 *^^* 맞춤법 다 맞췄다고 혼자 흐뭇한 일인 ㅎㅎㅎ 근데 쓸 때는 또 그냥 막 쓰게 되더라고요. 좀 더 신경쓰고 꼼꼼하게 쓰려 노력해야겠어요 *^^*

페크pek0501 2021-12-02 12:30   좋아요 2 | URL
굉장한 실력입니다. 저도 맞춤법이 헷갈려서 네이버 국어사전에 많이 들어가면서 글을 쓰는 걸요.
일단 맞춤법이 맞지 않으면 그 글에 대한 첫 인상이 나쁠 가능성이 있어요. 기본이 없는 사람이 글을 썼다고 여겨질 수 있거든요.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

mini74 2021-12-02 12:34   좋아요 2 | URL
ㅎㅎㅎ찍었어요 페크님 *^^*

페크pek0501 2021-12-02 12:35   좋아요 1 | URL
우하하하~~~ 훌륭하십니당~~~

희선 2021-12-02 02: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뭐든 높여서 말해서 잘못 높이는 것도 있군요 그럴 때 마음속으로 틀렸는데 합니다 그런 말 들었을 때... 얼마전에 전화가 왔다고 해야 하는데 전화가 오셨다고 하는 말을 들은 듯합니다 책에서 봤던가 잘 생각하고 쓰면 조금 낫겠지요


희선

페크pek0501 2021-12-02 12:32   좋아요 3 | URL
뭐든 높이면 좋은 걸로 아는 거죠.
글쓰기만큼 꼼꼼히 챙겨야 할 것이 많은 게 없는 것 같아요.
두뇌가 좋아지고 치매는 알 걸릴 것 같다는... ㅋㅋ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stella.K 2021-12-03 14: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웅~! 언니 어쩌면 그리도 쏙쏙 들어옵니까?
물론 이래놓고 막상 써보면 되게 안 되더라구요.
것이다도 어쩌면 그렇게 안 되는지...ㅠ
그래도 노력하 보겠슴다. 수고하셨어요.^^

페크pek0501 2021-12-03 12:30   좋아요 1 | URL
쏙쏙 들어옵니까? 참 반가운 말씀입니다.
저도 모르는 게 많아 연재하면서 공부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좋은 교재가 될 책을 어제 발견했어요. 앞으로 더욱 풍부한 내용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응원, 고맙습니다.

서니데이 2021-12-02 21: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북플로 읽었을 때는 강조색, 밑줄 등 보이지 않아서, 그냥 읽었는데,
pc화면에서 보니까 조금 더 읽기 좋네요.
요약정리된 노트 같았어요.
잘읽었습니다.
페크님, 좋은 밤 되세요.^^

페크pek0501 2021-12-03 12:32   좋아요 1 | URL
북플은 컬러와 밑줄이 표시되지 않더군요. 아쉬운 점이에요.
산만한 것 같아 인용문은 파란색을 입혔어요.
서니데이 님도 좋은 날 보내세요. ^^

얄라알라 2021-12-02 22: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읽으면서 계속 찔리는(?), 혹독하게 자기비판 하게 되는 좋은 충고가 가득하네요^^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21-12-03 12:34   좋아요 2 | URL
저도 찔려요. 것이다, 를 제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게다가 맞춤법이 어려운 낱말은 왜 그리 맞은지...ㅋㅋ
글쓰기 공부에 동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서니데이 2021-12-03 19: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주말 날씨가 사진 속의 차가운 공원의자 같습니다.
낙엽도 이제 조금 남은 그런 날이 되었어요.
날씨가 체감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날이라서 바람이 차갑습니다.
따뜻하게 입고 감기 조심하세요.
페크님,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되세요.^^

페크pek0501 2021-12-06 12:07   좋아요 1 | URL
텅 빈 거리가 겨울을 느끼게 하죠? 의자가 차가워 보이고요.
나목의 계절입니다.

서니데이 님도 매일 기분 좋은 날을 만들어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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