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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창의 고전 다시 읽기
장희창 지음 / 호밀밭 / 2016년 12월
평점 :
나의 관심사는 칼럼이다. 어떻게 하면 칼럼을 능숙하게 쓸 수 있는지를 알고 싶다. 때로 리뷰도 잘 쓰고 싶다. 어떻게 하면 리뷰를 능숙하게 쓸 수 있을까 생각하곤 한다. 우연히 이 책이 눈에 띄어 반가웠다. 이 책은 부산일보에 저자가 매주 게재했던 서평들을 묶은 거라고 한다.
서평과 리뷰의 차이는 무엇일까? 국어사전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서평이란 책의 내용에 대한 평이다. 리뷰(review)란 전체를 대강 살펴보거나 중요한 내용이나 줄거리를 대강 추려 내는 것. 북 리뷰(book review)는 새로 나온 책을 소개하거나 책 내용에 대하여 평가하여 논하는 글을 말함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리뷰집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
이 책에 담긴 리뷰 중에서 공자의 사상이 담긴 <논어>에 대한 리뷰를 좋은 모범으로 골랐다. 이를 소개함으로써 고전 작품의 리뷰를 잘 쓰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고전 작품의 리뷰를 잘 쓰는 방법
1. 작품에서 좋은 글귀를 뽑아 시작하고 그 글귀에 대한 느낌이나 해석을 쓴다.
(152쪽) 언제 펼쳐도 넉넉하게 우리를 받아주는 책, <논어>의 첫 구절.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 벗이 있어 먼 곳에서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않은가.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원망하지 않으니 이 또한 군자가 아닌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고군분투, 인간의 도리를 다하고 천명을 기다리는 자의 담담한 마음가짐이다.
2. 공자가 ‘실천’을 중시했던 점을 쓴다.
(153쪽) <논어>는 지행합일의 메시지로 가득하다. 첫 구절에 곧이어, 행실이 반듯하면 배움이 없어도 배운 자라는 말을 비롯한 이후 문장들도 실천에 방점을 찍고 있다. 당대의 은둔주의자들이 공자의 수모를 무릅쓴 현실 참여 의지를 비관하자, 공자는 답한다. 천하에 도가 있다면 내가 왜 바꾸는 일에 참여하겠는가.
3. 공자에 대해 알 수 있는 중요한 대목이므로 안회를 높이 평가한 이유를 쓴다.
(153~154쪽) 공자가 많은 제자 중에서 안회를 가장 높이 평가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알려주면 실천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 자는 안회라고 하며 공자는 그를 자신의 친구로 부르기까지 한다. 그 애제자가 먼저 죽자 공자는 하늘이 나를 버리신다며 애통해했다.
안회는 한 통의 대나무 밥과 한 바가지의 물만으로 누추한 골목에 살면서도 근심하지 않은 인간이다. 공자는 말한다. “나라에 도가 있는데 가난하고 천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고, 나라에 도가 없는데도 부유하고 귀한 것 또한 부끄러운 일이다.” 이론과 실천, 이상과 현실 사이의 고통스러운 괴리, 그 앞에서의 당당한 처신을 명쾌하게 보여주는 발언이다.
4. <논어>와 관련 있는, 당시의 시대 상황을 쓴다.
(154쪽) 공자가 생존했던 시기는 철학자 야스퍼스의 말을 빌리자면 ‘축(軸)의 시대’였다. 비슷한 시기에 공자, 붓다, 예레미야, 맹자, 에우리피데스, 플라톤 등 사유의 천재들이 한꺼번에 나타나 약육강식 정복전쟁의 시대, 폭력과 두려움과 삶의 공허에 직면했던 당대인들에게 공감과 자비의 정신을 설파했던 것이다. 공감과 자비는 <논어>의 핵심 메시지이다.
5. 뜻깊은 글귀를 뽑아 쓰고 자신의 해석을 덧붙여 놓는다.
(154쪽) 공자 왈. “뜻 있는 선비와 인(仁)한 사람은 삶에 연연하여 인을 손상하지 않으며, 제 몸을 희생해서라도 인을 이룬다.” 나는 이 구절을 이렇게 풀이한다. “배우고 익히기만 하면 노예가 되고, 배우고 실천하면 세상을 바꾸는 주인이 된다.”
6. 현실과 연결하여 쓴다.
(155쪽) 지원금을 미끼로 현재 난폭하게 진행되고 있는 대학 구조 조정은 이 시대의 인문학을 빈사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대학들은 지원금 확보를 위해 인문대와 예술대의 유서 깊은 학과들을 경쟁하듯 폐과시키고 있다. 대학의 주체들은 주인의식도 없이 각자도생의 길을 갈 뿐이다. 더 가난하게 더 꿋꿋하게 버틸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무한경쟁의 불길 한가운데서 연대를 논하는 인문정신의 소멸은 기정사실이 되고 만다.
7. 깊은 여운을 주는 글로 끝맺는다.
(155쪽) 더 의로운 세상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시인 공자는 이렇게 토로하기도 했다. “그리워하지 않는 것일 테지. 무엇이 멀리 있단 말인가?” 아름답고 진솔한 문장은 거대한 건축물보다 더 강력하고 더 오래 간다.
여기까지 한 편의 리뷰를 소개하여 저자의 강점을 보여 줬다. 물론 이 방법으로 써야만 좋은 리뷰가 되는 것은 아니고 다른 방법도 있음을 밝혀 둔다.
이 책에는 <논어> 외에 <돈키호테>, <감시와 처벌>, <목민심서>, <열하일기> 등등 38편의 유명한 작품에 대한 리뷰가 담겨 있다. 이 책을 보고 나서 읽고 싶은 작품이 많아졌다. 작품을 읽고 싶게 만드는 리뷰가 잘 쓴 글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이 책이 리뷰를 잘 쓰고 싶은 이들에게 리뷰의 모범을 보는 즐거움을 선사할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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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틀린 건 아니지만 밑줄을 친 부분이 문맥상 적절하지 못한 것 같아 내가 다음과 같이 고쳐 봤다.
원문 : (153쪽) 첫 구절에 곧이어, 행실이 반듯하면 배움이 없어도 배운 자라는 말을 비롯한 이후 문장들도 실천에 방점을 찍고 있다. 당대의 은둔주의자들이 공자의 수모를 무릅쓴 현실 참여 의지를 비관하자, 공자는 답한다.
→ 고친 글 : 첫 구절에 곧이어, 행실이 반듯하면 배움이 없어도 배운 자라는 말을 비롯해 이후 문장들도 실천에 방점을 찍고 있다. 당대의 은둔주의자들이 공자가 수모를 무릅쓴 현실 참여 의지를 비관하자, 공자는 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