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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지음, 함규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12월
평점 :
마이클 샌델, <공정하다는 착각>
굳센 의지로 노력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공정한가. 아니면 공정하지 않은데 우리가 공정하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인가. 둘 중 어느 쪽이 맞는지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공정하다는 착각>이라는 책을 읽고서다.
이 책을 읽고 소개하고 싶은 게 있어 리뷰를 쓴다. 2012년 재선 유세에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다음과 같이 주장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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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성공을 거뒀다면, 여러분은 “혼자 힘으로 성공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혼자 힘으로만 성공했다고 하면 안 됩니다. 나는 “내가 잘나서 성공한 것”이라고 말하는 분들을 만날 때마다 깜짝 놀랍니다. 스마트한 분들이 참 많습니다. 그 분들은 “내가 남보다 열심히 해서 이렇게 된 것”이라고들 하죠. 그런데 실제로 열심히 하는 분들은 널리고 널렸거든요. 여러분이 성공했다면, 여러분과 함께한 누군가가 어떤 도움을 주었을 겁니다. 여러분 인생에 큰 가르침을 준 분도 있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이 믿을 수 없는 미국적 시스템을 구축해 여러분이 마음껏 자기계발을 할 수 있게 도왔을 겁니다. 또 어떤 분은 여러분이 사용할 도로와 다리를 만들었을 거고요. 만약 여러분이 사업을 한다면, 혼자서 그 사업을 창조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누군가가 그런 사업이 가능하도록 환경을 만들었겠죠.
- 마이클 샌델, <공정하다는 착각>, 212~2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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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이 주장은 특히 사회적으로 성공한 자리에 있는 이들이 꼭 음미해 봐야 할 것 같다. 과연 자기의 노력만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일까?
만약 A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대학교수가 되어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면 혼자 힘으로 해냈는지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모의 뒷바라지가 없었다면 A가 대학교수가 될 수 없었을지 모른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A가 가정 형편이 어려운 집에서 태어났다면 대학에 입학하지 못할 수도 있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수도 있으니까.
그렇다면 A가 대학교수가 된 것이 남들보다 유리한 환경이었기에 가능했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모두 똑같이 노력한다고 해서 모두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다. 부모의 도움 또는 어떤 행운이 성공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는 본인의 능력만으로 대학교수가 될 수 있는 게 아님을 뜻한다.
미국 사회든 한국 사회든 부유하거나 권력이 있는 부모들이 자기 자녀를 명문대에 입학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고, 편법이나 불법이 동원되는 사례도 있다. 기회가 균등하게 보장되지 못함이 바로 이 지점이다. 달리기 시합으로 말하면 우리는 출발선이 똑같은 자리에 있지 않다. 이런 면에서 볼 때 공정하지 않은 세상인데 우리는 공정하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기회가 평등하고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능력주의 사회라고 떠들어 대면서 말이다.
누구나 노력하면 출세할 수 있는 사회라면 출세하지 못한 이들이 노력하지 않았음을 비난 받아도 억울할 게 없다. 하지만 불우한 환경 때문에 출세하지 못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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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속의 우리 자신을, 그리고 사회가 우리 재능에 준 보상은 우리의 행운 덕이지 우리 업적 덕이 아님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운명의 우연성을 제대로 인지하면 일정한 겸손이 비롯된다.
- 마이클 샌델, <공정하다는 착각>, 3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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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에 비해 유리한 조건 아래 성공했다고 인식할 수 있는 사람은 경제적, 사회적으로 낮은 계층의 사람들을 깔보고 무시하는 일이 없으리라. 예를 들면 재벌 또는 재벌 2세로 사는 것이 자신의 운 덕분이지 자신의 노력 덕분이 아니라고 깊이 인식한다면 갑질 사건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