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찍은 사진.
1.
소설이나 영화에서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일어나는 것은 재미를 위해서만이 아니고 실제로 우리 삶에서 반전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2. 어릴 때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난 책과 친하지 못했다. 집에 책이 많았는데도 책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학교 숙제를 위해서만 책을 읽었던 것 같다. 20대가 되니 시간적 여유가 생겨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들만 찾아서 읽는 정도가 되었다. 30대 초반에 비로소 책에 빠져서 가장 좋아하는 게 책이 되어 버렸다. 어린 시절과 비교하면 반전이다.
3. 내가 글을 쓴다고 했을 때 친구들의 반응은 ‘네가 글을 쓴다고? 너무 안 어울려.’ 하고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친구들에겐 내가 글을 쓰는 게 반전인 것이다.
4. 친구들이 집에 놀러 왔을 때 여러 반찬을 만들어 점심상을 차려 주면 친구들이 놀라곤 했다. 주부로서 내가 무능해 보였는지 음식을 배달시켜 먹게 할 줄 알았단다. 음식이 맛있다며 또 한 번 놀란다. 내가 음식을 잘 만드는 게 그들에겐 반전이었다.
5. 나처럼 소심하고 내성적인 사람은 자기 자신이 세상에 노출되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이런 내가 블로그에 글을 쓰고 게다가 얼굴 사진까지 실은 책을 낸 것은 반전이다.
6. 책 구매자를 보면 대부분의 책들은 여성 구매자와 남성 구매자 중에서 한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다. 내가 책을 내면 구매자들 중 이삼십 대 여성들이 제일 많을 줄 알았다. 알라딘에 따르면 이십 대의 구매자가 없다. 이것이 첫 번째 반전이다. 구매자의 남녀 비율이 비슷한 것은 두 번째 반전이다. 정확히 말하면 여성 구매자보다 남성 구매자가 더 많은데 이것이 세 번째 반전이다.
7. 지금의 남편과 연애를 할 때 우리가 결혼하면 잘 어울리는 부부가 될 줄 알았다. 막상 결혼을 하고 나니 착각이었음을 알았다. 첫 번째 반전이었다. 요즘은 우리처럼 잘 어울리는 부부가 없는 것 같다. 두 번째 반전이다.
8. 코로나19로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신음할 줄 몰랐고 이렇게 길게 갈지 몰랐다. 반전이다. 지난 명절 때는 부모님을 찾아뵙지 않는 게 효도라는 말도 있었다. 역시 반전이다.
9. 백신 접종의 속도가 빨라져 코로나19 시대가 며칠 사이에 막을 내리는 반전이 일어나길 기대한다.
10. 우리의 인생은 예상한 대로 되지 않아 흥미롭다. 앞으로 누구에게나 기분 좋게 만드는 반전이 많이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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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록은 글을 자주 올리지 않는 내게 반전이다.
감사~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