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 동아리에서 재혼을 주제로 한 희곡 한 편을 알게 되었는데 그 희곡은 두 남녀의 대화만으로 이루어진 작품이었다. 이런 희곡이라면 나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처음 갖게 되었다. 이것이 내가 희곡에 도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희곡 동아리로 인해 읽게 된 체호프의 희곡 또한 내가 용기를 가지고 희곡에 도전할 수 있게 했다. 


사실 난 내년에 신문에 칼럼을 연재할 계획이 있어 그쪽에서 바라는 칼럼을 써 놓아야 하는데 딴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뜨거운 열정이 생기니 희곡을 잘 쓸 자신이 없으면서 어리석게도 희곡에 뜻을 두게 되었다. 종종 열정은 이성을 마비시킨다.


잘할 수 있는 일에 전념하느냐, 아니면 하고 싶은 일에 전념하느냐 이 둘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에 빠지곤 한다.  



내가 구상한 희곡은 이런 것이다.


1막 : 

장소는 장례식장. 

암으로 고통받다가 생애를 마친 사람(남성, 79세)이 있다. 그의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고교 동창생들이 모여 앉아 안락사의 입법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각자 다른 의견을 내놓으며 찬반 논쟁을 벌인다. 


(여기서 내 수준을 뛰어넘는 의견이 나와야 하므로 안락사에 대한 책을 많이 읽어 둘 것. 그리고 고교 동창생들을 전문직 종사자로 할 것. 예를 들면 법률 전문가, 교수, 의사 등. 그래야 전문적인 지식을 보여 줄 수 있다. 논쟁에 공을 많이 들일 것. 명대사가 많을수록 좋다.)


2막 : 

장소는 고인의 집. 

장례를 치르고 나서 고인의 자식들이 유산의 분배 문제로 다툰다. 첫째 아들은 자기가 장남이니까 재산을 많이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둘째 아들은 자기가 아버지를 모시고 살았으니 재산을 많이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막내딸은 자기가 가장 가난하기 때문에 많이 가져야 하나 재산을 셋이 똑같이 나누자고 제안한다. 그들은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마음이 상한 채로 돌아간다.


(독자가 어느 형제의 의견에 지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각자의 의견에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유산 문제와 관련한 사례를 책을 통해 많이 알아 둘 것.)


3막 :

장소는 고인의 집.

고인이 생전에 유언을 녹음으로 남겼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깜작 놀란 형제들은 다시 모인다. 고인은 자신이 죽고 나면 자식들이 재산 문제로 싸울 줄 알고서 죽기 전에 유언을 녹음으로 남겼다. 형제들은 재산 싸움이 부질없는 짓이었음을 깨닫는다. 변호사가 건넨 녹음기에 담긴 유언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녹음에 의한 유언에 ‘안락사’와 관련 있는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안락사’라는 문제가 관통하여 안락사로 시작하여 안락사로 끝나는 희곡이 된다. 여기서 독자가 예상치 못한 극적인 반전이 있어야 하는 게 중요하다.)


* 유념해야 할 사항 : 안락사, 유산 문제 등의 흔한 소재로 뻔하지 않게 쓰는 게 관건이다. 참신하다는 작품 평을 받게 써야 한다. 한강 작가의 ‘어둠의 사육제’(「여수의 사랑」에 실림.)라는 단편처럼 뒷이야기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독자가 궁금해 하게 만드는 작품이 되어야 한다. 흥미로운 대목이 많을수록 좋다. 등장인물의 캐릭터에 알맞게 대사를 써야 하는 점은 꼭 명심할 일이다.


** 이 희곡을 위한 참고 도서 : 안락사에 대한 책, 유산 분배와 상속에 대한 책, 유언에 대한 책,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책, 부모자식의 관계에 대한 책, 다른 나라의 장례 문화에 대한 책 등을 찾아 읽는다.

















희곡을 여러 편 써서 그것들을 모아 희곡집을 발간하면 좋을 것 같다. 상연하는 희곡이 아니라 체호프의 희곡처럼 재밌게 읽히는 희곡을 쓰고 싶다. 이를 위해 희곡 공모를 많이 알아 둘 생각이다. 공모에서 낙선하더라도 그것으로 인해 희곡을 완성할 수 있을 테니까.    


희곡을 완성하여 공모에 응모하려면 미발표 창작품이어야 하고, 신문 연재의 글 또한 미발표 원고여야 하는 조건이 있기 때문에 이 서재에 올릴 수 없는 것이 아쉽다. 이 서재에는 책을 읽고 리뷰를 써서 올려야 하는데 이렇게 딴짓을 하고 사니 리뷰를 쓸 시간이 없다. 게다가 친정집과 우리집의 두 집 살림을 하느라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그래도 시간을 짜내어 쓰는 걸로....  


내 역량이 부족하여 미완성 작품으로 끝나더라도 희곡을 쓰는 동안 즐거웠던 걸로 기억하게 되는 그런 시간을 보내고 싶다.  














안톤 체호프, 「체호프 희곡 전집」


끝으로 체호프의 희곡 '갈매기'에서 인상적으로 읽은 것을 옮겨 놓는다. ‘트리고린’이라는 소설가가 한 말이다.


트리고린 : 어떤 성공 말이오? 한 번도 나 자신을 좋아한 적이 없소. 작가로서 나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무엇보다 나쁜 것은 내가 어떤 혼란에 빠져 있어서, 무엇을 쓰고 있는지도 종종 이해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나는 바로 이 물과 나무, 하늘을 사랑하고, 자연을 느낍니다. 자연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과 억제할 수 없는 바람을 불러일으켜요. 하지만 나는 단순히 풍경화가가 아니라 조국과 민중을 사랑하는 한 사람의 시민입니다. 만일 내가 작가라면 민중과 그들의 고통, 그들의 미래에 대해서 써야 하고, 인간의 권리와 과학, 기타 등등에 대해서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내가 모든 것에 대해 말하고 서두르면 사방에서 사람들이 나를 몰아대고 화를 내서 마치 사냥개들한테 쫓기는 여우처럼 나는 이리저리로 허우적대는 겁니다. 인생과 과학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나는 열차 시각에 대지 못한 농부처럼 계속해서 뒤처지고 늦어지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리하여 종당에는 내가 쓸 수 있는 것은 단지 풍경뿐이며, 나머지 모든 것에서 내가 틀렸다는 것을, 속속들이 틀렸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겁니다.(‘갈매기’에서)

- 안톤 체호프, 「체호프 희곡 전집」, 4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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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03 19: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4-03 2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25-04-03 2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사진 속의 무대에 올려지길 바랍니다.

페크pek0501 2025-04-03 22:21   좋아요 0 | URL
잉크냄새 님이 아주 적합한, 제가 듣기 좋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영광스런 일이죠. 어느 희곡 작가가 그러더군요. 한 작품으로 여러 번 무대에서 공연할 수 있는 게 희곡만의 장점이라고요. 체호프나 셰익스피어만 해도 그 나라에서는 물론 한국에서도 많이 공연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카스피 2025-04-04 07: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희곡을 쓰신다니 그 문재가 대단히 부럽습니다.저 역시도 페크님 희곡이 무대에 오르길 기원해 드립니다^^

페크pek0501 2025-04-04 21:18   좋아요 0 | URL
제가 쓴 희곡이 무대에 오를 가능성은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될 확률이죠. 그래도 복권을 사지 않은 사람보단 산 사람이 부자 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겠죠. 기원, 감사합니다.^^

stella.K 2025-04-04 2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대화로만 이루어진 문학 작품이 있더라고요.
읽기위한 희곡. 정말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런 독자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것 같은데
우린 희곡을 읽으려하지 않고 작품을 보려고만 하죠?
언니의 꿈을 응원합니다. 홧팅!!

페크pek0501 2025-04-04 21:17   좋아요 0 | URL
소설에 비해 희곡은 대화로 진행되기에 묘사에 약한 저에게 유리한 점 같아요.
제가 든 희곡 동아리는 희곡 쓰기 동아리가 아니라 희곡 읽기의 독서모임이라 좀 아쉬워요. 유튜브 영상으로 희곡 공부를 하고 있는데 독학으로 당선된 이가 있더라고요. 요즘 드라마나 영화 대본 책도 팔리는 추세여서... 응원 감사합니다.^^
 

글을 쓰고 싶은데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들, 또는 어떤 장르로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들. 희곡을 써 보시기를 권합니다. 거액의 상금을 주는 공모가 있습니다. 저도 희곡 창작에 도전해 보려고 마음먹고 이런저런 책을 사서 공부하다가 병이 났습니다. 의욕만 가득 차고 체력이 따라 주지 않기 때문이죠. 무엇을 하든 무리하지 말고 자기 체력에 알맞게 조절하려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느린 속도로 그러나 꾸준히 써 보겠습니다. 여러분도 희곡에 도전해 보십시오.


이것보다 상금은 약하지만 매년 신춘문예 공모도 있습니다.



 네이버에서 검색한 희곡 공모들.


















안톤 체호프, 「체호프 희곡 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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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5-04-01 2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병이나셨군요. 그래도 멋져요!
올해는 그냥 시험삼아 간 본다 생각하시고 내년에 우승을 거머지시죠.ㅎㅎ
와, 근데 올해 당선이 되도 후년에나 올리게 되는군요.

페크pek0501 2025-04-02 11:00   좋아요 1 | URL
저는 희곡을 쓰기로 맘먹고 3~4년을 잡았어요. 그래야 어딘가에 투고할 수 있지 않을까 했죠, 저 위의 국립극단 창작희곡의 공모를 보고 뜨거운 열정이 생겼어요. 창작한 희곡을 애타게 찾는 곳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예전 수필 공모전에 운 좋게 여러 번 뽑혔었죠. 희곡은 쓰기 어려워 뽑히기 불가능할 거예요. 그럼에도 하고 싶은 건 해야죠. 오늘 찾아보니 희곡 공모전이 많았어요. 그래서 추가로 올렸답니다.^^

cyrus 2025-04-01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곡은 소설과 시보다 쓰기 어려울 것 같아요. 희곡은 대본이니까 등장인물들의 행동에 대한 지시문을 생각하면서 쓰면 금방 쓰기 쉽지 않겠어요. 생각해 보니 제가 연출가, 배우들을 만나면서 연극과 희곡에 대해서 대화를 나눈 적 있었지만, 극작가를 실제로 만나서 대화를 해본 적이 없어요. 극작가를 만나면 희곡을 어떻게 쓰는지, 쓰면서 애로사항이 있는지 제일 먼저 질문해야겠어요. ^^

stella.K 2025-04-02 10:16   좋아요 0 | URL
아니 뭐 그런 질문을 가까운데서 안 찾고 먼데서 찾니? ㅋㅋㅋ

페크pek0501 2025-04-02 11:04   좋아요 0 | URL
cyrus 님은 그런 분들이 가깝게 있었군요. 제가 가장 어렵게 생각하는 장르가 드라마나 영화예요. 이건 사전 지식이 충분해야 하거든요. 가령 정치 시스템, 경제 시스템 등 알아야 할 게 많지요. 그것에 비해 희곡은 인간에 대한 통찰만 뛰어나면 완성할 수 있을 듯해요. 제가 읽은 희곡 중 남녀 두 사람의 대화만으로 된 희곡이 있었어요. 한 장소에서 두 노인이 재혼하게 되는 과정을 그렸는데 단순하지만 좋았어요. 저는 소설에 필요한 묘사에 약해서 대화로만 이뤄진다면 희곡이 가능성 있겠다 싶었어요.ㅋㅋ

페크pek0501 2025-04-02 11:05   좋아요 0 | URL
아 스텔라 님이 희곡 대본, 에 전문가이시죠.ㅋㅋ^^

stella.K 2025-04-02 11:10   좋아요 1 | URL
아유, 전 그냥 흉내만 낸거죠. 괜히 싸이러스 놀려주려고. ㅋㅋ 공모 낼 수준은 못 됩니다 😂

페크pek0501 2025-04-02 11:26   좋아요 0 | URL
무슨 또 겸손한 말쌈을... 스텔라 님이야말로 희곡 공모에 도전해 볼만죠. 유경험자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데요.^^

stella.K 2025-04-02 20:11   좋아요 1 | URL
어유, 정말 공모가 많네요. 찾을 땐 안 나오더니. ㅋㅋ
저는 빨리 써야했던지라 주로 각색을 많이 했죠.
뭐에 대해서 쓸까 생각하면 너무 막막해요. 지금은 그나마 그 각색도 안하고 있으니.
많이 써 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그렇게 쓸 수 밖에 없는 환경이어서
계속 썼지만 지금은 안 쓰니까 계속 안 쓰게 되네요.ㅠ

근데 어제부터 서재 들어오면 언니 모습 볼 수 있어서 반가워요.^^

페크pek0501 2025-04-03 23:05   좋아요 0 | URL
네이버에서 희곡 공모,로 검색했던 것 같아요. 공모가 정말 많아서 놀랐어요.
스텔라 님은 각색을 하시면서 많이 공부가 되었을 것 같군요. 저는 희곡이 처음인지라 잘 쓸 자신이 없고 그저 흥미와 관심만 있을 뿐이에요. 그래도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것이라 기분이 업, 되더군요. 뭔가 집필 중인 작품이 있다는 게 삶의 위안이 된다고나 할까 그런 기분을 느껴요. 내 노트북에 쓰다 만 희곡이 있다, 이런 것이 주는 위안이 있어요.ㅋㅋ^^

카스피 2025-04-02 0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페크pek0501 2025-04-02 11:25   좋아요 0 | URL
카스피 님도 도전해 보시와요. 희곡 공모가 많고 의외로 상금이 많아요. 저는 이번에 병이 나면서 생각한 게 앞으로 에세이나 써서 잘 모아 두자, 는 거였어요. 아, 제가 10년만 젊었어도 힘을 내 보는 건데... 이런 생각이 듭니다. 위에 추가 사진을 보시기 바랍니다. 희곡 공모가 많네요.^^

고양이라디오 2025-04-02 1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페크님 멋집니다. 응원하겠습니다. 파이팅입니다^^

전 희곡은 안 쓰겠지만 함께 체력 늘려요!!ㅎ

페크pek0501 2025-04-02 13:20   좋아요 1 | URL
호호호~~ 고양이라디오 님, 응원 감사합니다. 체력만 되면 역량도 키울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이런 착각은 착각인 줄 알면서도 즐거워요.^^
 

공연을 보고 나서 맛있게 먹었다.















안톤 체호프, 「체호프 희곡 전집」


당신의 인생은 멋지다는 니나(여자)의 말에 트리고린(남자)은 소설가로서 느끼는 고충을 다음과 같이 토로한다. 


니나 : 당신의 인생은 멋져요!

트리고린 : 대체 뭐가 멋지다는 겁니까? (시계를 본다) 이제 그만 가서 글을 써야 합니다. 미안해요. 시간이 없어서……. (웃는다) 말하자면 당신은 가장 아픈 곳을 찌른 겁니다. 그래서 난 동요하고 얼마간 화가 나기 시작한 거요. 나의 멋지고 산뜻한 인생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자, 어디서부터 시작할까요? (잠시 생각하고 나서) 사람이 밤이고 낮이고 간에 생각하면, 예컨대 달에 대해 생각하면 강제된 표상이 생겨나게 됩니다. 내게도 나름의 그런 달이 있어요. 하나의 성가신 생각, 즉 나는 써야 한다, 써야 한다, 써야 한다는 생각이 밤낮으로 나를 괴롭힙니다……. 중편소설 하나를 끝내자마자 무슨 일인지 벌써 다른 중편소설을 써야 하고, 그다음엔 세 번째, 그 후엔 네 번째 중편을……. 역마차를 타고 가는 것처럼 끝도 없이 쓰는 겁니다. 다른 방도는 없어요. 대체 여기에 무슨 멋지고 산뜻한 게 있다는 건지, 묻고 싶군요. 오, 얼마나 소름끼치는 인생입니까! 당신과 함께 있어서 흥분하고 있지만, 나는 매 순간 끝내지 못한 소설이 있다는 걸 떠올리고 있습니다. 저기 피아노를 닮은 구름을 보면서 생각합니다. 피아노를 닮은 구름이 흘러가고 있었다는 걸 소설 어디선가 써먹어야지, 하고 말이오. (중략) 작품을 마치고 나면 극장에 가거나 낚시하러 달려갑니다. 거기서 쉬면서 잊어버렸으면 하는 거죠. 그런데, 아닙니다. 머릿속에 이미 묵직한 철제 포탄이 굴러다니는 겁니다. 새로운 주제가 떠올라서 나를 책상으로 잡아당기고, 그러면 서둘러서 다시 쓰고 써야 합니다. 그런 식으로 언제나 늘 자신으로부터 편안하지 못한 거예요. 그래서 나는 자신의 인생을 파먹고 있다는 걸 느끼고, 어딘가 있는 누군가에게 줄 꿀을 얻으려고 가장 좋은 꽃에서 꽃가루를 모으고, 꽃잎을 따고, 꽃의 뿌리를 짓밟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정말로 미친 게 아닌가요? 

- 안톤 체호프, 「체호프 희곡 전집」, 426~427쪽.

  

위의 글을 읽노라면 체호프 자신이 작가로서 겪은 고충을 듣는 것 같다. “나는 써야 한다, 써야 한다, 써야 한다는 생각이 밤낮으로 나를 괴롭힙니다…….” 이처럼 소설가 트리고린은 써야 한다는 생각이 자신을 괴롭힌다고 말하지만 심심하지 않으니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건 얼마나 좋은 일인가. 퇴직할 나이가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니 소설가라는 직업은 얼마나 좋은가. 


“저기 피아노를 닮은 구름을 보면서 생각합니다. 피아노를 닮은 구름이 흘러가고 있었다는 걸 소설 어디선가 써먹어야지, 하고 말이오.” 이 점이 나는 좋다고 생각하는데.... 책을 읽는 재미 중 하나가 내가 글을 쓸 때 써먹어야지, 하는 것들을 책에서 발견하는 일이다. 만약 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면 지금만큼 독서에 빠져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독서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키우고 싶다면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나의 경우 글쓰기 취미가 있어서 다음과 같은 이점이 있다.    


- 지루할 틈이 없고 노년이 되어도 소일거리가 있으며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 혼자서도 즐거움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누군가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아 가족 간, 친구 간 불화가 생길 여지가 크지 않다.  

- 책을 유독 좋아하다 보니 다른 것들 이를테면 명품백이나 고급 자동차 같은 것에 별 관심이 없어 무엇을 가지지 못했다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단점이 있다면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으니 허리 디스크나 소화 불량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스트레칭과 걷기 운동을 한다.



공연 전에 2층 객석에서 찍은 사진이다.

예술의 전당에 무용 공연을 보러 갔다. 희곡과 공연과 가까워지기로 했다.




..............................

의성 산불이 빨리 진화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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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5-03-27 09: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부럽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일하고 싶으면하고 안하고 싶으면 안하고. 노후의 직업으로 좋은 거 같아요. 근데 요즘은 눈이 안 좋으니까 마냥 좋아할 수 있을까 싶기도하더라구요. 또 하루는 왜 그렇게 빨리 가는지. ㅠ
책 넘 예쁜데 벽돌책이네요. 들고 다니기 어렵겠어요.

페크pek0501 2025-03-27 11:51   좋아요 0 | URL
능력만 있다면 작가란 직업은 늦잠을 잘 수 있고 좋지요. 아침 일찍 일어나 매일 출근하는 게 힘들잖아요. 그렇다고 돈을 안 벌 수는 없고...
눈이야 뭐 안경점에 가서 안경 맞추면 문제 끝, 이죠.
저 벽돌책 말고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체호프 희곡, 있으니 그걸 추천합니다. 책값도 반, 무게도 반, 이에요. 저 책은 희곡 동아리에서 지정된 책이라 샀어요. 무거워서 둘로 분책 했어요. 분철^^

고양이라디오 2025-03-27 1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쓰기 취미 장단점이 공감이 많이 갑니다ㅎ 소설가의 고충도 어떻게 보면 단점, 반대로 보면 장점이 될 수 있네요. 항상 마음가짐이 중요한 거 같습니다^^

페크pek0501 2025-03-27 13:39   좋아요 1 | URL
적당한 스트레스는 필요하대요. 일단 두뇌에 자극을 주잖아요. 두뇌 자극이 전혀 없다면 생각을 안 해 치매에 걸릴지 몰라요. 우린 머리를 써야 하고 그러려면 걱정이나 해결할 문제가 있어야 하죠. 인간은 한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어요. 독서광들은 남들이 관심 갖는 물건엔 무관심한 경향이 있을 거예요.^^

페넬로페 2025-03-27 19: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 읽고 글 쓰는 이유가 혼자서도 즐길 수 있다는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25-03-28 12:38   좋아요 2 | URL
맞아요. 돈이 크게 드는 것도 아니면서 혼자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친정어머니 보니깐 노후엔 할 일이 있어야겠더라고요. 코로나로 노인정이 잠기니 얼마나 지루해 하시던지... 요즘도 노인정 문을 열지 않는 주말이나 휴일이 되면 지루하다고 불평을 하세요. 그러면 제가 가곤 하죠.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것 하나쯤은 꼭 갖고 있어야 합니다.^^

2025-03-29 1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3-31 2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4-01 1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4-01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4-02 15: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4-02 1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늘(3월 18일) 오전에 찍은 사진이다. 뒷산에 눈이 하얗게 쌓였다. 



 *

그런 날이 있다. 잠에서 깬 새벽에 조용한 가운데 어떤 소리가 들려온다. 무슨 소리인지 궁금해서 귀 기울여 들어 봐도 모르겠다. 혹시 비가 오는가 싶어 안방 창문을 통해 밖을 보니 베란다 창문에 물방울이 맺혀 있다. 짐작한 대로 빗소리였다. 중학교 때의 선생님이 떠오른다. 그 당시 사람들 대부분이 눈이 내리는 것을 좋아한다고 여기던 터라 비 내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신선하게 내 시선에 붙들렸다. 이제는 비가 내리는 것을 나도 좋아한다.  


어젯밤엔 눈이 왔나 보다. 뒷산에 눈이 쌓였다. 봄기운이 느껴지기도 했던 이 3월에 눈이 오다니.



**

그런 책이 있다. 읽고 싶은 책이라 구매해 놓고선 다른 책을 읽느라 그것을 완독할 시간 여유가 없어서 새 것으로 갖고 있는 책을 말함이다. 그런 책이 집에 많은데 당장 완독할 수 없는 책은 새 책으로 남겨 두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독서광이 아니라 책광인 듯.

   


***

텔레비전 화면에 개가 나오면 즐겨 본다. 하는 짓이 귀엽다. 그러나 만약 내가 키운다면 개보다는 고양이다. 개는 주인에게 충직하고 사랑받기를 절실히 바라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 개의 충직에 내가 보답할 수 없을 것 같기도 하고 때론 귀찮을 것 같기도 해서다. 새침하고 도도해 보이는 고양이라면 부담 없이 키울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집착이 강한 사람은 부담스럽다. 



****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며  관세 전쟁을 이어가는 것을 보며 내 생각은 ‘저러다 미국이 망하지’였다. 요즘 신문 기사를 통해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대해 보복하려는 나라가 생기는 걸 보고 통쾌감을 느꼈고 내 예측이 맞을 것 같았다. 


유럽연합(EU)은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대한 보복으로 내달부터 위스키 등 미국산 제품에 최고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와 다른 EU 국가에서 나온 모든 와인, 샴페인, 알코올 제품에 2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재반격했다.(연합뉴스, 2025년 3월 15일) 


나는 유럽연합이 똘똘 뭉쳐 미국과 무역 전쟁을 벌였으면 한다.(이미 전쟁이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아니 전 세계가 똘똘 뭉쳐 미국을 왕따를 시키길 바란다. 


자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인해 미국이 언젠가는 큰 코를 다치리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타자를 배려하지 않고 공공 의식이 없는 이기주의는 패배하게 되어 있는 것이 세상 이치라고 믿기 때문이다. 

 


*****

의사에게서 암 선고를 받는 환자가 있다고 하자. 환자의 입장에서는 그 선고가 청천벽력과도 같을 텐데 의사는 태연스러운 태도를 보인다. 의사가 그럴 수가 있나 하고 생각한 분이 있다면 아래의 기사 내용을 읽어 두자.


공감 못하는 의사가 과연 바람직한지 의문이 들 수도 있겠지만, 의사들이 주사기나 메스를 들 때마다 마치 자신이 찔리는 것 같은 고통을 경험한다면 그 또한 문제일 것이다. 대신 의사들은 자기 조절이나, 주의와 집중이 필요할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이 반응했다. 연구진은 "의사들은 공감을 의도적으로 줄여 환자의 고통을 그대로 느끼는 대신 이들을 어떻게 치료할지 인지적으로 생각하는 훈련이 돼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동아일보, 2025년 3월 8일)


이 기사에 따르면 좋은 마음도 과하면 독이 된다. 의사는 냉정함을 잃지 않는 게 필요하겠다. 



******

중요한 신문 기사를 읽었다. ‘김경인 경관디자인 공유 대표’를 인터뷰한 것인데 실버타운에 절대 가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에 따르면 건강하고 자립적인 노후를 위해서는 살던 곳에서 사는 게 최선이라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불편해지는 집을 노년의 삶에 맞게 수리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살아가는 게 실버타운에 사는 것보다 낫단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 중 하나.

실버타운은 반대하신다고요.

"지금과 같은 모습의 실버타운이라면 반대합니다. 그곳이 노인 격리시설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유명 실버타운에 가보면 보안 시스템이 몇겹으로 되어있고 ‘어떻게 오셨느냐’고 묻지요. 고령자 입장에서 보호라기보다 격리되는 느낌이었어요. 가뜩이나 외로운 노인들을 으리으리한 건물에 격리시켜서 더 외롭게 만드는 거죠."(동아일보, 2025년 3월 8일)













김경인, 「나이들어 어디서 살 것인가」


이 책을 읽으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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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소설을 전자책으로 읽었다. 모파상이 쓴 ‘후회’라는 단편이다. 결혼하지 않고 살아 온 62세인 남자 싸발 씨의 이야기다. 그는 과거를 회상하다가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를 떠올렸다. 그녀는 그의 옛 친구인 쌍드르의 아내였다. 「아, 그녀를 조금 더 일찍 만났더라면! 그러나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그에게 기회라는 것은 이미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결혼한 여자였던 것이다. 그렇지 않았던들 그는 틀림없이 그녀에게 청혼을 했을 것이다. 처음 그녀를 만난 순간부터 그의 마음속에는 그녀를 향한 변함없는 사랑의 감정이 자리 잡게 되었으니까.(본문 중)


그는 혹시 그녀도 자기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혹에 사로잡혔다. 「‘이 의혹 속에 이대로 있을 수는 없다. 난 알고 싶다. 꼭 알아내야 한다.’ 그는 허겁지겁 옷을 갈아입으며 생각했다. ‘나는 지금 예순두 살이고 그녀는 58살이다. 그러니 그때의 일에 대해 그녀에게 물어본들 크게 부끄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는 집을 나섰다.」(본문 중) 


그는 그녀의 집에 찾아갔다. 그녀가 그에게 물었다. 「”어쩐 일이세요. 편찮은 것 아니세요.“ 그가 대답했다. ”아니오, 부인. 그러나 나로서는 대단히 중요하고 또 내 마음을 몹시 괴롭히는 것에 대해 묻고 싶소. 솔직하게 대답해 주겠다고 약속해 주시겠소.“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난 언제나 솔직하답니다. 말씀하세요.“ ”좋소. 난 당신을 보았던 그날부터 당신을 사랑했소. 그걸 알고 있었소?“ 그녀는 옛날의 그 억양과 같은 투로 웃으면서 대답하였다. ”바보, 난 첫날부터 그걸 알고 있었는걸요.“ 싸발 씨는 떨기 시작했다. ”그걸…… 알고 있었다고요? 그럼……“ 그가 말을 맺지 못한 채 입을 다물어 버리자 이번엔 그녀가 물었다. ”그럼이라니오? 그게 무슨 말씀이죠?“」(본문 중)


「그가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그럼……, 어떻게 하실 생각이었소? 뭐라고…… 뭐라고……. 당신은 대답했을까요?“ (중략) 그는 덜덜 떨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그날 만약에…… 제가…… 제가 좀더 대담했더라면 당신은 어떻게 했었을까요?“ 그녀는 그 어떤 후회도 없다는 듯 행복한 미소를 짓더니 또렷한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당신을 따랐겠지요.“ 그러고 나서는 발꿈치를 돌려 잼이 있는 곳으로 사라졌다. 싸발은 천재지변을 당하고 난 것처럼 깜짝 놀라 다시 길로 나왔다. 그는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도 큰 걸음걸이로 자기 앞을 똑바로 걸어갔고, 자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생각지 않고 강 쪽으로 내려갔다. 마치 본능에 떠밀려가듯이 오랫동안 걸었다. (중략) 그리고 추억이 그의 마음을 몹시 괴롭히는, 먼 옛날에 그들이 점심을 먹었던 그 장소에 있었다. 그는 벌거벗은 나무 아래에 있었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다.」 여기서 소설은 끝난다. 


아마도 그는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하며 눈물을 흘렸으리라. 소설 제목이 ’후회‘니까. 그런데 나는 그가 후회할 일인지 따져 보게 된다. 가령 친구의 아내에게 사랑을 고백해서 두 사람이 함께 살게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친구의 아내와 사는 것이 잘한 일인가? 그녀의 남편은 어떻게 살아가란 말인가? 친구의 배신과 아내의 배신을 감당해야 하는 삶을 상상해 보라. 한 명의 인생을 최악의 구렁텅이로 밀어넣고 두 사람은 웃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의문이다. 


모파상이 이 소설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용기를 내어 상대편에게 사랑 고백을 하라는 것인가 아니면 누구나 인생을 뒤돌아보면 후회가 되는 일이 있기 마련이라는 것인가. 만일 용기를 내어 그가 친구의 아내에게 사랑 고백을 했다면 우리는 응원을 해야 할까 비난을 해야 할까? 


모파상, 「모파상 단편선 1권」


내가 읽은 위의 전자책을 알라딘에서 찾을 수 없어 다른 모파상 책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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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5-03-18 2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양이가 새침하고 도도해 보여도 항상 몰래 지켜보고 있어요. 서로 기대어 살기는 개나 고양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페크pek0501 2025-03-19 12:03   좋아요 0 | URL
고양이는 영리한 데가 있어 더 사랑스러울 것 같아요. 무라카미 하루키도 고양이와 지내죠. 서로 기대어 의지하며 사는 거겠지요.^^

희선 2025-03-19 0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눈이 많이 온 곳도 있더군요 제가 사는 곳도 왔는데 쌓이지는 않았어요 어제 새벽에 바람 엄청나게 불어서 밖을 잠깐 보니 눈이 조금 보이더군요 이쪽에도 눈 많이 온 곳 있는 것 같은데... 저는 비보다는 눈이 좋아요 비는 무서워요 여름에 오는 비가 그러네요

언제까지나 자기 집에 사는 게 더 좋을 듯합니다 힘들어질 때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희선

페크pek0501 2025-03-19 12:06   좋아요 0 | URL
눈이 오고 추워지니 다시 겨울 옷을 입게 되더라고요. 아 폭우가 무섭긴 하지요. 제가 좋아하는 것은 봄비나 여름에 잠깐 쏟아지는 소나기예요. 비 오는 날의 분위기, 라는 게 있어요. 눈이 오는 날이 흉내 낼 수 없는...
실버타운이 오히려 더 외롭게 늙어간다니 숙고할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서니데이 2025-03-19 05: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어제 서울도 눈이 많이 왔네요. 어제 아침에도 눈이 꽤 왔었어요.
지난주 후반에 기온이 많이 올라가더니 갑자기 또 추워졌습니다.
그래도 며칠 지나면 평년의 기온으로 돌아갈 거라고 하는데, 3월도 벌써 많이 지났네요.
할수만 있다면 실버타운 보다는 살던 동네에서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잘 읽었습니다.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5-03-19 12:10   좋아요 1 | URL
요즘 날씨는 종잡을 수가 없네요. 날씨에 알맞게 입기가 어려워요.
우리 세대는 장수하기가 쉬워 실버타운이 대안일 수 있겠다 싶었는데 그게 아니라네요. 심각한 문제입니다. 집에서 노인이 죽을 때까지 살자면 누군가는 옆에서 도와 줘야 하거든요. 저의 어머니만 해도 이젠 반찬을 만들지 못하겠다고 해서 제가 만들어 드리고, 병원도 혼자 못가서 제가 모시고 가야 해요. 노인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겠어요.

카스피 2025-03-19 07: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새벽에 내린 눈은 아무래도 기온탓에 낮에는 다 녹았더군요.역시나 주변 산에만 눈내린 흔적을 볼 수 있는것 같아요.
미국이 관세 전쟁을 벌이는 이유는 미국제일주이가 맞긴 하지만 그 기조는 이제 동맹이고 적성국이고 미국에서 돈벌어 가는 것을 막을 정도로 미국의 누적부채(약 35조달러)가 어마어마 하기 때문일 겁니다.이제는 가식적인 우아한 가면을 버리고 정작한 야만을 택할 정도로 미국이 급하기 때문에 정권이 바뀌어도 관세 기조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유지되지 않을까 싶어요.

페크pek0501 2025-03-19 11:59   좋아요 0 | URL
트럼프가 연설할 때 밑에 깔고 싶은 얘기가 무역 적자, 누적부채죠. 그래도 오바마 같은 대통령이었다면 달랐을 거예요. 경제성장률은 떨어졌지만 그래도 미국이 국내총생산 및 총소득은 세계 1위의 나라인데... 오늘 신문 보니 캐나나 프랑스 영국이 반트럼프 국가로 연대할 가능성이 있겠더라고요. 적국이 생겨 좋을 건 없지요. 최근 미국의 계란 품귀 현상도 일어났는데 결국 미국도 타국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나라예요. 그걸 놓치면 안 되지요. 미국의 폭탄 같은 관세 정책이 언젠가는 미국 경제에도 타격을 줘 부메랑이 될 거라는 전망이 있던데 이를 지지하는 바입니다. 이미 미국에서 가격 상승 문제가 생겼더라고요.
트럼프는 자신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든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 거라고 보겠지만 제가 보기엔 최악의 대통령으로 남을 듯해요.^^

새파랑 2025-03-19 07: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후회>를 읽으니까 모파상의 단편집이 읽고싶어지네요. 이렇게 해도 후회고, 저렇게 해도 후회여어 그런거 아닐까요? ㅋ

페크pek0501 2025-03-19 12:01   좋아요 1 | URL
단편의 천재로 모파상과 체호프를 꼽겠습니다. 모파상의 단편선(문예출판사)를 추천합니다. 다 재밌어요. 이래도 저래도 후회, 맞습니다. 결혼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그래서 애들에게, 결혼해 보고 후회하는 쪽을 택하라고 말했어요.^^

감은빛 2025-03-21 2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개해주신 단편 소설이 흥미롭네요.
제가 아는 사람 중에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A라는 남자는 자신의 친구 아내인 B와 친하게 지내다가 어느 날 두 사람이 사랑에 빠졌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몰래 불륜 관계에 들어갔고, 나중에 들켰다고 해요.
결국 두 가정은 모두 이혼 절차에 들어갔고, 이 두 사람은 다시 재혼을 하지는 않고
계속 연인 관계로 잘 지냈다고 합니다.
그러다 어느날 이 두 사람의 사랑도 깨지는 상황이 벌어졌어요.
제가 이 두사람을 알게 되었을 때는 아직은 연인 관계였지만,
제가 알고 지낸 지 몇 달 후에 그러니까 저 사랑 이야기를 들은 지 몇 달 후에 둘은 헤어졌습니다.
그런데 A라는 남자는 전처였던 여성과 다시 만나는 눈치였습니다.
모든 관계는 끝이 있겠지요. 그게 누군가의 죽음일 수도 있고, 이혼이나 이별일 수도 있구요.
저 두 사람이 불륜이 아니었다고 해도 나중에 또 어떤 방식으로든 그 두 가정이 깨졌을 수도 있겠지요.
저는 나중에 이 건에 대해 여러가지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은 당사자가 아니라면 어떤 생각이든 함부로 말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페크pek0501 2025-03-23 14:48   좋아요 0 | URL
후회, 라는 단편이 간단한 줄거리인데도 빠져 읽게 만드는 것은 모파상의 역량이겠지요. 재밌는 소설이에요.
A라는 남자가 전처와 다시 만나는 것은 아무래도 전처에 대해 믿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바람이 나도 불륜 상대를 완전히 신뢰할 수 없지 않겠어요. 자기 남편을 배반한 여자가 자신을 배반하지 않으리란 믿음을 가지기가 어렵잖아요. 저도 아는 케이스가 있는데 남편이 바람이 나서 이혼을 해 줬더니 그 남편은 그 상대 여성과 결혼하지 않고 결국 헤어져요.ㅋㅋ 외국 소설이었는데(제목은 생각 안 남) 그런 게 있었어요. 불륜은 스릴과 긴장감이 있었는데 막상 이혼하고 싱글이 되니까 상대 여성이 시시해지더라는 것. 막상 멍석을 깔아 줬더니 불륜의 사랑이 권태에 빠지더라는 것. 그렇게 읽히는 소설이었죠. 긴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모나리자 2025-03-24 1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국도 우리나라도 정국이 혼란스럽고 그걸 지켜보는 게 너무 힘든 요즘입니다.
트럼프가 아마도 미국을 망하게 할 거라는 영상 보도도 많더군요. 완전히 망하지는 않더라도
이전의 괜찮은 이미지의 미국은 잃어버릴 것이라고요. 정말 세계 모든 나라가 무대포 처럼 구는 트럼프를 왕따시키면 좋겠네요. 한번 당해 봐야 정신 차릴까요.
책을 읽어야 하는데 집중이 안 되네요. 분발해야 하는데.
새 한 주도 좋은 시간 보내세요. 페크님.^^

페크pek0501 2025-03-26 15:07   좋아요 1 | URL
며칠 전 신문엔 미국에 등 돌린 나라들, 이란 기사가 났어요.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꺼지지 않는 의성 산불 때문에 큰일이네요. 나쁜 일이 끊이질 않네요. 모두들 마음이 무거운 요즘입니다. 내일 비가 온다는데 오늘 왔으면 좋겠어요.
잘 지내세요, 모나리자 님!

고양이라디오 2025-03-27 1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파상, 체호프! 체호프는 만나본 적 있는데 모파상은 아직 없네요. 후회를 보니 그의 단편도 읽어보고 싶습니다^^

페크pek0501 2025-03-27 13:44   좋아요 1 | URL
문예출판사의 모파상 단편선, 을 추천합니다. 모두 재밌어요. 아마 읽으시면 광팬이 되실 겁니다.^^
 

체호프의 희곡 중 ‘갈매기’라는 작품이 있다. 청년 트레플료프의 어머니인 아르카지나는 여배우이고, 소린은 트레플료프의 외삼촌이다. 소린이 아르카지나에게 말한다. 아들한테 돈을 주라고.


아르카지나 : 그 아이가 안됐어요! (생각에 잠겨) 취직이라도 하면 어떨까요…….

소린 : (휘파람을 분다. 그다음에는 주저하면서) 내가 보기엔 가장 좋은 것은 네가……. 그 아이한테 돈을 주는 거야. 무엇보다도 사람답게 옷을 입어야 하니 말이야. 보렴. 3년이나 똑같은 프록코트를 입고 다니고, 외투도 없이 돌아다니고 있잖아……. (웃는다) 젊은 녀석이 흥취 있게 노는 걸 막을 일은 아니잖니……. 외국으로 나가도 좋고……. 돈도 많이 들지 않으니까.

(중략)

아르카지나 : 그래요. 돈은 있어요. 하지만 저는 배우예요. 몸을 치장하는 것만으로도 파산할 지경이라고요.(436~437쪽)


아르카지나는 몸치장에 쓸 돈은 있어도 아들의 옷을 사 줄 돈은 없다고 한다. 대사만으로도 어떤 어머니인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안톤 체호프, 「체호프 희곡 전집」



‘니나’라는 젊은 아가씨는 ‘트리고린’이라는 유명 소설가를 흠모한다. 둘이 친한 사이는 아니다. 


니나 : (주먹을 쥔 한쪽 손을 트리고린 쪽으로 내밀면서) 짝수일까요, 홀수일까요?

트리고린 : 짝수.

니나 : (한숨 쉬고서) 틀렸어요. 내 손에는 한 알의 완두콩이 있을 뿐이에요. 배우가 될 수 있을 것인지, 아닌지 점을 쳐본 거예요. 누가 조언이라도 해주면 좋으련만.

트리고린 : 그건 도와줄 수 있는 게 아니오.(434쪽)


위의 대화를 보면 니나가 트리고린을 좋아한다는 걸 알 수 있고, 니나가 배우가 되고 싶어한다는 걸 알 수 있다. 희곡은 대사에 인물에 관한 정보를 숨겨 놓는다. 니나가 트리고린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자기 손 안에 든 완두콩의 개수가 짝수인지 홀수인지 맞춰 보라는 물음을 트리고린에게 굳이 던질 필요가 없다. (체호프가 왜 이런 장면을 넣었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등장인물의 행동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행동의 숨은 뜻을 모르면 희곡을 읽는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말과 행동과 몸짓에는 정보가 담겨 있다. 예를 들면 직장의 여자 동료에게서 금요일 저녁에 전화가 왔는데 남자가 전화를 받으려다가 전화기를 잘못 건드려 전화가 끊겼다고 가정하자. 두 사람 다 미혼이다. 이때 무슨 일로 전화를 했는지 궁금해하며 전화하지 않는 남자라면 상대편 여자에 대해 관심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삼 일 후인 월요일 아침, 사무실에 출근해서 둘이 눈이 마주치자 여자가 남자에게 그날 왜 전화를 받지 않았냐고 묻는다. 남자는 전화를 받으려다가 전화기를 잘못 건드려 끊어졌다고 말한다. 이 말을 들은 여자가 상대편이 일부러 전화를 받지 않은 게 아니라는 사실을 듣고 안심이 된다면 그녀가 잘못 해석했다고 본다.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남자라면 전화가 끊기고 바로 액션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그녀에게 바로 전화를 해야 하는 것이다. 사무실에서 만날 때까지 전화를 하지 않았다면 그녀에 대해 무관심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그녀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거나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남자라면 그녀에게 전화를 해서 자신에게 전화를 한 이유를 묻게 돼 있다. 둘이 친해질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될지 모르는데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희곡을 읽을 때도 등장인물의 말, 행동, 몸짓을 꼼꼼히 살피며 읽어야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며 읽는 것이 된다. 이 맛에 희곡을 읽는다.



니나 : 작가나 배우가 되는 행복을 위해서라면 저는 가까운 사람들의 미움, 가난, 환멸도 견디겠어요. 다락방에 살면서 호밀 빵만 먹고, 자신에 대한 불만과 스스로가 모자란다는 고통도 감수할 거예요. 하지만 그 대신 저는 영광을 요구할 거예요……. 진정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할 영광 말이에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머리가 빙빙 돌아요……. 아아!(430쪽)


이 글에서 작가는 명성을 얻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 될 수 있는지 묻는 듯하다. 한 예로 어느 분야에서 명성을 날리고 있으나 안티팬들의 비난에 시달려 마음이 괴롭다면 명성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안티팬들의 비난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했던 이들이 있지 않았던가.   







두꺼운 책이라 무거워 분책을 하였다. 비용은 6천원. 



....................

더 써야 하는데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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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5-03-13 2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체호프의 시대에도 홀짝이 있었군요.

페크pek0501 2025-03-13 23:27   좋아요 0 | URL
1860년에 출생한 체호프이니 옛날이죠. 잉크냄새 님이 말씀하신 대로 그 시대에 홀짝이 있었던 게 신기하군요. 저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좋은 발견입니당~~

감은빛 2025-03-14 04: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갈매기 라는 희곡은 언젠가 들어본 기억이 있어요. 제가 부산 사람이라 한때 부산갈매기 라는 별명으로 불렸는데, 그래서 갈매기 라는 단어를 접하면 반가워요.

요즘 잇따른 연예인들의 소천 소식에 마음이 좋지 않네요. 다 각자의 사정이 있는 것이겠지만요. 말씀처럼 명성만을 바라보고 살았다면 인생의 다른 면을 바라보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물론 그것이 본인이 그런 삶을 선택한 거라면 또 옆에서 뭐라고 할 권한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참, 답답한 시절을 지나고 있네요. 이게 현실인가 싶다가도, 확실히 꿈은 아닌데. 그럼 현실이 맞네. 이러면서 현실을 부정하고, 눈 감고, 귀 막고 살고 싶은 유혹에 자꾸만 빠집니다.

페크pek0501 2025-03-14 12:36   좋아요 0 | URL
갈매기는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저도 읽어 보기 전에 들어 본 희곡이었어요.
부산 갈매기이시군요.ㅋ
저는 악성 댓글이나 비난이 쏟아지면 사이판이나 괌 같은 곳에 가서 아니면 국내라도 한적한 섬에 가서 인터넷 연결을 끊고 칩거하며 책이나 읽으며 산책이나 하며 맛있는 것 사 먹으며 한 달쯤 시간을 보내고 오면 자기에 대한 비난이나 소문은 사라져 있을 거라고 봐요. 타인에 대한 관심은 그리 오래 가지 않거든요. 좀 더 인내를 갖고 기다리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은데 그러면 당사자가 아니어서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당사자가 아니면 잘 모르지요.
답답한 시절이라 불면증과 우울증을 앓는 이들이 많다는 기사를 본 것 같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늘도 살아 내야 합니다요..^^

희선 2025-03-14 05: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곡은 별로 못 읽었네요 이 책 끝까지 못 봤어요 읽어야지 하는 생각만 했네요 나오는 사람이 하는 행동과 말 그리고 몸짓을 잘 봐야 알 수 있군요 페크 님은 그런 걸 잘 보시는군요


희선

페크pek0501 2025-03-14 12:39   좋아요 1 | URL
저도 희곡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정도 읽은 것 같아요. 소설에 비해 희곡 읽기는 쉽지가 않아요. 등장인물이 많아 헷갈리기도 하고 무슨 말을 할 때의 분위기 파악이 잘 안 되는 부분도 있어요. 다행히 저는 오디오북을 가지고 있어 들으며 종이책을 읽으니 쉽게 읽을 수 있었어요. 이럴 땐 오디오북이 좋습니다. 오디오북이 있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그레이스 2025-03-14 1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분철!
과감하시네요^^

체호프 대표 희곡만 읽고,,, 단편들 읽고 있어요
읽을수록 넘 좋아요.^^

페크pek0501 2025-03-14 12:41   좋아요 1 | URL
아, 저 책이 제가 속한 동아리의 교재랍니다. 들고 다녀야 해서 무거워서 분철, 해 봤어요. 비용이 들어 그렇지 편한더라고요.
체호프 단편집을 두 권 읽었는데 다 좋았어요. 민음사 것과 펭귄 클래식 것을 읽었는데 겹치는 작품이 있긴 했어요. 체호프는 단편의 천재, 라고 봅니다. 희곡은 아직 다 읽지 못해 잘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