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에 연재한 것을 묶어 책으로 낸 것이 김도언 저, <소설가의 변명>이란 책이다. 이 책에서 하나 뽑아 글을 옮긴다. (한국일보에 연재할 때는 제목이 ‘어떤 배우의 인터뷰’였는데 책에는 ‘성공의 척도’라고 되어 있다.)

 


....................
성공의 척도

 


요즘 인기몰이 중인 '설국열차'에 출연한 영국 배우 틸다 스윈턴의 인터뷰를 며칠 전에 우연히 보게 되었다. 틸다 스윈턴에게 인터뷰어가 이렇게 물었다. "여배우로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데, 성공이라는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그러자 틸다 스윈턴은 매우 오랫동안 생각해온 주제인 듯, 편한 표정으로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성공요? 그것은 내가 나 자신과 다른 사람을 더 이상 속일 필요가 없는 상태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해요." 그 말을 듣고 나는, '자신과 다른 사람을 속일 필요가 없는 상태를 성공이라고 말하다니 이거 좀 멋진 걸'이라는 생각과 함께 그 말의 의미가 빛의 속도로 이해되는 것이었다. 아마도 틸다 스윈턴은 이렇게 믿고 있는 것 같다.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은 성공해야 하는 욕망 때문에 끊임없이 자기를 속이려 드는 사람들이라고. 자기가 누구인지 사람들이 모를까 봐, 혹은 자신의 능력을 의심할까 봐 자신을 연출하고 심지어는 기만하기도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틸다 스윈턴처럼 이미 성공한 사람이라면 더 이상 자신을 속일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미 그는 그 자신이 원했던 그 무엇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세속적인 기준과는 무관한 것일지라도 말이다. 틸다 스윈턴의 인터뷰는 성공의 척도는 결국 자기 만족, 자기 행복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넌지시 일깨워주는 것이다.

 

- 김도언 저, <소설가의 변명>, 174쪽.
....................

 

 

 

글쓰기 방식 : 영국 여배우의 인터뷰 한 구절을 가지고 와서 글을 풀어냈다. 책에서 인상적으로 읽은 한 구절을 가지고 와서 글을 풀어내도 좋겠다. 


 
이 글을 읽고 나서, 내 삶에서 성공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봤다. 곰곰이 생각해 봤다.

 

 

독자로 하여금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의미 있는 글이라서 좋았다. 원고지 4매 내외 정도 되는 짧은 글이다. 짧지만 필자가 전하고 싶은 말을 잘 정리하여 완결된 글 한 편이 되었다. 나도 완결된 글을 쓰기 위해 연구 중이라서 이 글에 마음이 끌렸다.

 

 

2016년이 되었다. 새해에도 여전히 할 일이 많겠지만 나도 이런 글을 써 봐야겠다고 계획 하나 세워 봤다. 새해가 되었으니 그냥 근사한 계획 하나 갖고 싶다는 생각에서 세워 본 계획이다. 신문에서든 책에서든 4매 내외 정도로 잘 쓴 글을 찾아서 우선 필사해 보는 시간을 가질 생각이다. 그러다가 잘 쓴 글을 매주 한 편씩 필사하고 매달 한 편씩 습작하는 습관을 가진다면 그 자체로 성공적인 삶이 될 것 같다.

 

 

원래 실천할 때보다 뭔가 계획을 세울 때가 더 즐거운 법이다. 지금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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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6-01-10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틸다 스윈튼의 성공의 정의가 와닿습니다. 평안한 일요일 보내시나요 페크님.

페크pek0501 2016-01-10 12:3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프레이야 님.

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stella.K 2016-01-10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의 계획을 응원합니다.
획실히 남이 생각하는 성공의 정의와 자신이 생각하는 성공의 정의가 다르네요.
연기력을 인정 받았으니 성공한 인생은 아닐까 생각했는데 틸다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네요.^^

페크pek0501 2016-01-13 23:50   좋아요 0 | URL
응원, 감사합니다.
성공에 대한 해석뿐만 아니라 무엇에 대한 해석은 각자 다른 것 같아요.
저는 어떤 인생이 성공한 인생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나이가 들수록 모르는 게 더 많아지는 느낌입니다.

날씨가 춥습니다. 감기 들지 않도록 하세요...
고맙습니다.
 

 


1.
알라딘에서 제공하는 ‘연간 통계 리포트’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고 한다.

 

 

....................
2015년 pek0501님이 작성해 주신 글은 총 72개이며, 작성해 주신 글자수는 616,079자 입니다. 이는 <엄마를 부탁해> 같은 단행본으로 만든다면 5.35권을 출간할 수 있는 분량입니다.
pek0501님은 전체 알라디너 중 1,028번째로 글을 많이 작성해 주신 알라디너십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1월까지의 통계이며 12월 12일 기준 수치입니다.)
 


1년간 총 방문자는 40,199명이며, 방문자가 가장 많았던 날은 10월 23일(금)로 279명이 방문하셨습니다.
....................

 

 

 

 

2.
새해에는 한 가지를 실천하려고 다짐한다.
‘아이, 지겨워.’라는 말을 하지 않고
‘아, 좋다.’라는 말을 많이 하는 해가 되도록 해야겠다.

 

 

창밖을 보며 ‘오늘도 미세먼지가 있네. 아이, 지겨워.‘라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지.

미세먼지가 없던 날들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해야지.

 

 

아침상을 차리고 나서 반찬을 보며 ‘아, 좋다.’라고 말하고
커피를 끓일 때 향을 맡으며 ‘아, 좋다.’라고 말하고
산책하면서 상쾌한 겨울 공기를 마시며 ‘아, 좋다.’라고 말해야지.

 

 

‘아, 좋다.’라는 말을 애용해야겠다.
내가 어떤 것에 대해 ‘아 좋다.’라고 말할 때
나는 그 어떤 것에 감사하고 있는 것이다.
맛있게 먹을 반찬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맛있게 마실 커피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상쾌한 겨울 공기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것이다. 
 


감사한다는 것은 겸손의 덕을 배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겸손의 덕을 배우는 일은 인간이 되어 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3.
2016년이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 작년보다 재작년보다 행복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 그 어느 해보다 행복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 서재에
2016년에도 변함없이 찾아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방문자들이 계시기를...

 

 

여러분들에게 건강과 행복이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페크 드림. 

 

 

 

 

...................
2016년에 올리는 첫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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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16-01-09 0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좋은 새해 다짐이네요 ^^

페크pek0501 2016-01-09 21:12   좋아요 0 | URL
야클 님, 오랜만입니다. 반갑습니다.
입으로 복을 짓기도 하고 복을 잃기도 하는 것 같아서 복을 지으며 살고 싶어서요.

고맙습니다. 행복한 새해 보내세요...

서니데이 2016-01-09 0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는 좋은 일들이 많으셨으면 좋겠어요.^^
pek0501님, 행복한 주말 되세요.^^

페크pek0501 2016-01-09 21:12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 님께도 좋은 일들이 많으시길요...
고맙습니다. ^^

심은유 2016-01-09 03: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의 새해 다짐이 꼭 이루어지시길 응원합니다.

페크pek0501 2016-01-09 21:13   좋아요 0 | URL
응원에 감사드립니다.
새해 좋은 일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1004ajo 2016-01-09 0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하는 2016년 되시길~~

페크pek0501 2016-01-09 21:14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생각해 보면 감사할 게 많지요.
행복한 2016년 되세요...

AgalmA 2016-01-09 23: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겨움....의 친구 짜증도 문제.
어느 정신과 의사분이 그러시더군요. 짜증은 `넘치기 전의 낮은 분노 상태`라고...
올해 짜증 많이 안 넘치도록 스스로를 잘 살펴야지 했습니다 :)
pek0501님 마음도 그러하시길 빌며 총총..

페크pek0501 2016-01-09 23:53   좋아요 2 | URL
고맙습니다. 미세먼지 있는 날은 정말 싫어요. 차라리 날씨가 추운 게 낫더라고요.
그래서 미세먼지 있는 날엔 다른 데에 정신을 팔아야 해요. 이를테면 책 속으로 들어가면 좋죠. 딴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점만으로도 책은 유익해요.

새해에도 좋은 글 많이 올려 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

서니데이 2016-01-10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ek0501님 편안한 일요일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6-01-10 12:32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스코트 니어링(1883~1983)은 미국의 급진적 사회비평가 및 평화운동가였다. 그의 아내 헬렌 니어링과 함께 시골 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권의 책을 저술하였다.

 

 

다음의 글은 헬렌 니어링이 한 저널리스트와 나눈 회견 기록의 일부이다. <녹색평론선집 2>에서 옮겨 왔다.

 

 

..........
스코트 니어링을 만난 적이 없는 사람에게 그 사람을 어떻게 묘사하시겠습니까?

 

외부 사람들에게 그는 자기의 지적 육체적 일에만 관심이 있는 엄격한 사람으로 보일 거예요. 그러나 그는 아주 드문 인간적인 면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는 특히 이상주의자였고 돈이나 출세나 지위에 관심이 없었어요. 그는 배우고 기여하는 데 관심이 있었고 세상이 사람들이 살 만한 좋은 세상이 되도록 돕는 데 관심이 있었어요.

 

(...)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당신의 원칙은 인간 생존의 조건 자체와 모순이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풀 위를 걸으면 풀이 구부러져요. 나는 사과나 무를 먹을 때 그것에 사과를 해요. 내가 누구길래 이 아름다운 생명을 베어먹는 건가? 그래요. 우리는 모두 만드는 만큼 망쳐요. 좋은 일은 가능한 한 많이 하고, 해는 가능한 한 적게 끼치자는 자세가 중요하지요.
망치는 것은 우리 삶의 일부예요. 나는 “너의 행동을 의식해라. 그것에 대해 사과를 해라. 가능한 한 해를 적게 끼치고 가능한 한 선을 많이 행하라”라고 말해요. 그 정도밖에 할 수 없어요. 그렇지만 우리의 행동을 의식하고 스스로를 속이지 말자는 거예요.
스코트가 자주 사용한 좋은 말이 있어요. “당신이 있는 곳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친절하라”예요. 그 말은 살아가는 원칙으로 삼기에 괜찮은 말이지요. 올더스 헉슬러는 육십인가 칠십이 넘어서 그의 모든 공부와 작품과 연구를 모두 무색케 하는, 삶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조금 더 친절해지는 것임을 깨닫고서 느낀 당황함에 대해서 썼어요. 버트란드 러셀도 그와 비슷한 말을 했어요. 그도 그 말을 하기를 난처해 했지요. 사랑이야말로 모든 생명의 기초라고 -. 한 사람이 숲속에서 농부로 살면서 전혀 세상에 나가지 않았어도 친절과 단순함의 삶을 살았다면 공헌을 한 거예요. 세상을 더 나쁜 장소로 만든 게 아니라 더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에 기여한 거지요
스코트의 백번째 생일에 이웃 사람들이 깃발들을 들고 조그만 행렬을 이루고 왔어요. 그 깃발 중의 하나에 이렇게 씌어있었어요. “스코트 니어링이 백년 동안 살아서 세상은 더 좋은 곳이 되었다.”

 

김종철 엮음, <녹색평론선집 2>에서.
..........

 

 


이 글을 읽고 내가 선을 행하고 친절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는지 자문해 봤다. 내가 태어나서 나로 인해 더 좋은 세상이 되었을까, 나로 인해 더 나쁜 세상이 되었을까 하는 것에 대해서도. 

 

 

 

 

 

 

 

 

 

 

 

 

 

 

 

 

 

 

 

 

어제 크리스마스 이브의 기분을 내려고 밤에 피자와 스파게티와 콜라를 배달시켰다. 큰딸이 현관문을 열자 남자 배달원이 콜라를 가져오지 못했다며 피자와 스파게티만 주었다. 그러면서 “어떡하죠?” 하며 난처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콜라를 잊고 가져오지 못한 것이다. 콜라 없이 피자를 먹을 순 없는데 하는 생각에 큰딸과 나는 잠시 그의 얼굴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앳된 얼굴이었다. 그 얼굴을 보니 화를 낼 수가 없었다. 나도 큰딸도 ”다시 가게에 가서 콜라를 가져와야죠.”라고 말하지 않았다. 아무리 그의 잘못이라지만 그 귀찮은 일을 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큰딸이 돈을 주며 “괜찮아요. 콜라 값을 빼고 계산해 주세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할 수 없죠 뭐.” 하며 나도 웃었다. 그는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갔다.

 

 

“우리, 밤에 콜라 마시면 잠이 안 오니까 콜라 없이 피자 먹자.”라고 내가 말했는데 어느새 큰딸이 겉옷을 입고 있다. 그러더니 “내가 슈퍼에 가서 사 올게.”하며 뛰어나간다. 그러면서 하는 말. “아무도 내가 올 때까지 먹지 마.” 하하~~. 큰딸 말대로 큰딸이 올 때까지 아무도 먹지 않았다. 큰딸이 콜라를 사 오고 나서야 우리 네 식구는 둥그렇게 앉아 피자와 스파게티를 먹고 콜라를 마셨다. 맛있게 즐겁게 먹었다. 

 

 

친절이란 무엇인가? 친절을 베푼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남이 잘못을 저질러서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그 잘못을 탓하지 않음이야말로 친절을 베푸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큰딸과 나는 실수를 한 그에게 화를 내지 않고 웃음으로 대신했다. 나는 책에서 읽은 “친절하라.”라는 말을 실천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삶을 돌아보면 내가 그런 친절을 실천하지 못할 때가 많았을 것이다. 실천하지 않는다면 책을 아무리 읽어 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여기에 기록해 둔다. 내가 잊고 살까 봐.

 

 

2015년 12월 25일에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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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12-25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ek0501님, 메리 크리스마스^^
어제는 가족과 함께 따뜻하고 좋은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내셨네요,
배달오신 그분도 많이 당황하셨을텐데, 큰따님이 잘하신 것 같아요^^
오늘도 편안하고 좋은하루되세요^^

페크pek0501 2015-12-27 00:12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 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이젠 크리스마스는 지났고 연말 분위기를 즐길 때인 것 같네요.
누구나 실수를 하고 자기 실수로 인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죠.
그러니 타인의 실수에 대해 너그럽게 봐 줘야 하는 건데 쉽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언제나 좋은 모습으로 산다는 것에도 만만치 않은 노력이란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좋은 하루 되세요. 고맙습니다.

세실 2015-12-25 15: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과하라, 친절하라...
쿨하게 이해하고, 콜라 사러 뛰어가는 따님이라니...
참 멋진 가족이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페크pek0501 2015-12-27 00:14   좋아요 1 | URL
어머낫, 세실 님! 오랜만이어요. 잘 지내시죠?

우리 딸들이 남에게 기분 나쁘게 하질 않더라고요. 특별히 그렇게 교육시킨 것도 아닌데 말이죠.
즐거운 휴일 보내시길 바랍니다. 휴일이라 혹시 시간이 가는 게 아까운 신 건 아닌가요?

늘 행복하시길... 고맙습니다.

cyrus 2015-12-25 2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의 세심한 배려를 이 글로 배워야겠습니다. 뜻밖의 상황에 이런 멋진 배려를 보여주는 건 쉽지 않아요.

저는 피자 주문하면서 이런 일을 겪었어요. 피자 배달원이 고등학생이었어요. 그런데 피자 박스를 열었는데, 피자가 뭉그러져 있었어요. 너무 화가 나서 피자 가게에 전화를 걸어서 따졌어요. 평소에 주문한 피자 가게라서 실망이 컸어요. 그냥 환불해달라고 말했어요. 사장님이 연신 사과하면서 다시 만들어준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새 피자를 받았습니다. 가게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배달원이 오토바이 타고 운전하다가 넘어지는 바람에 피자가 망가졌다고 말했습니다. 배달원은 사고 때문에 경황이 없어서 피자 상태를 확인하지 못하고 배달했다는군요. 사장이 계속 사과를 하니까 더 이상 화를 낼 수가 없었어요. 페크님의 글을 읽으면서 그 때 배달원의 몸 상태가 괜찮은지 물어보지 않은 제 모습이 부끄러웠어요. 사소한 배려의 말 한 마디 하는 일이 쉬워보여도 생각보다 실천하기가 힘들어요.

페크pek0501 2015-12-27 00:21   좋아요 1 | URL
이렇게 좋은 댓글을 써 주시다니... 페이퍼로 올리셔도 좋을 좋은 소재인 것 같아요.

화가 나는 게 당연하죠. 저부터라도 화가 났을 것 같아요. 피자를 맛있게 먹을 생각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엉망이 된 피자라니... 이건 콜라를 안 가지고 온 것보다 더 화가 나죠.
그런데 오토바이 사고가 있었던 거군요. 그러니까 기분 나쁜 일을 당할 땐 현상만 보지 말고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라, 가 되겠군요.

덕분에 저도 배웁니다. 고맙습니다.

stella.K 2015-12-29 1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피자 앞에서 콜라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죠.
치킨도 그렇구요. 전 엊그제 치킨을 시켜 먹었는데 정말 콜라 때문인지
어찌나 잠이 안 오던지. 어제 하루는 또 몽롱하게 보냈다는 거 아닙니까?ㅋ
누군지 모르지만 그 배달원 한동안 언니가 베풀어준 배려와 친절에
따뜻한 마음으로 지내지 않을까요?
큰딸래미도 기특하네요. 선뜻 콜라 사오겠다고 그러고.
우리집 같으면 어림없죠.
나중에 김치 먹고 녹차로 입가심했을 거예요.ㅋㅋ

페크pek0501 2016-01-02 17:30   좋아요 1 | URL
하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늘 고맙습니다. ^^

아무개 2015-12-31 1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치킨을 배달시켰는데
캔콜라가 터져서 치킨이 콜라에 다 절여진적이 있어요.
그냥...먹었습니다.
딱히 친절하려고 한건 아니고 배가 고파서 기다리기 싫었거든요 ^^::::

건강이 안좋으신듯 한데 좀 나아지셨는지요.
새해에는 페크님도 가족분들도 모두 무탈하고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페크pek0501 2016-01-02 17:31   좋아요 1 | URL
오랜만입니다. 반갑습니다.
어려운 일을 잘 견디셨네요.

예, 지금은 다 나았습니다. 또 병 날까 봐 조심할 뿐입니다.
님도 가족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

서니데이 2016-01-01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ek0501님, 새해인사 드립니다.
지난해에 처음 인사를 드렸지만, 실은 그보다 더 전부터 와서 페이퍼를 읽었던 것 같아요.
올해도 건강하고 더 좋은 시간 되시기를 기원할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페크pek0501 2016-01-02 17:32   좋아요 1 | URL
저도 새해 인사 드립니다. 벌써 이틀이 지나고 있군요.

그전부터 오셨던 거군요. 영광입니다.

서니데이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
 

 


1. “좀 쉬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리려고 했다. 이유는? 블로거로서 보내는 시간을 없애고 휴식하는 시간을 늘려야 할 것 같아서다. 몸이 쉬라는 신호를 보낸다고 느꼈다. 최근 감기몸살을 앓기도 했고 방광염에 걸리기도 했다. 이런 게 몸이 보내는 신호인 것이다. 피곤함을 느끼는 일이 반복되면 병에 걸린다는 것을 경험으로 체득했다. 피곤함을 느낄 정도로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병에 대한 면역력이 약해 병에 걸리기 쉬운가 보다. 그러니 피곤함을 느낄 땐 하던 일을 당장 멈추고 쉬어야 한다. 이걸 알면서도 일을 계속할 때가 있다. 어제도 그랬다. 외출하고 돌아와 저녁때 청소를 하면서 피곤하다고 느꼈는데 그만두지 못했다. 청소를 해 놓고 그 다음날에 푹 쉬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다. 식구들이 도와주긴 했지만 피곤할 때 청소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또 피곤함을 느끼면서도 글을 쓸 때도 있다. 이것도 마음대로 안 된다. 그러니 중요한 건 평소 하는 일의 양을 줄이는 일일 것 같아 블로거로서의 일이라도 없애야겠다고 생각했다.

 

 

 

 

 

2. “좀 쉬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리려고 했다. 이유는? 방문자들에게 미안하단 생각이 들어서다. 방문자 수는 꾸준히 올라가는데 나는 글을 올리지 않고 있자니 신경이 쓰였다. 만약 내가 몇 달간 쉬겠다고 하면 헛걸음하는 분들을 위하는 일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3. “좀 쉬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리려고 했다. 이유는? 영양가 없는 글을 올릴 바엔 차라리 휴식기를 갖는 게 현명한 것 같아서다. “글이 써지지 않는군.” 하면서 한 권 분량의 글을 써서 책을 낸 사람들을 존경하게 됐고, “글이 써지지 않는군.” 하면서 신문에 연재하는 사람들을 존경하게 됐다. 이 세상엔 잘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요즘 새삼 놀란다. 내 주제를 새삼 파악한다. 내가 위치한 좌표를 새삼 의식한다. 난 여기까지 오지 말았어야 했다는 자각이 들 때도 있다. 끝까지 해낼 각오가 없으면 애초에 시작하지 말아야 하는 게 옳은지,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게 옳은지 모르겠다. 어떻게 사는 게 좋은 삶일까?

 

 

 

 

 

4. “좀 쉬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리려고 했다. 이유는? 당분간 글은 그만 쓰고 글 쓸 시간에 독서를 하는 게 좋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아웃풋(output)보다 인풋(input)에 힘쓸 때라고 생각했다. 

 

 

 

 

 
5. “좀 쉬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리려고 했다. 이유는? 내가 글을 올리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면 그 이유가 궁금한 방문자가 한 분이라도 있을 것 같은데, “좀 쉬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나면 “페크가 휴식 중인가 보네.”라고 생각할 것 같아서다.

 

 

 

 

 

6. 딱 살림만 하고 살았다면 좋았을 터인데, 몸도 약한 주제에 남들이 하는 걸 다 하려고 하니 몸이 고장 나는 일이 생긴다.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쉬려고 했는데, 이번엔 정말 쉬려고 했는데, 그래서 글을 올리지 않고 있었는데 어제 발견했다. 내가 ‘서재의 달인’에 뽑혔다는 것을. 하하~~ 웃음이 나왔다. 이번 해엔 ‘서재의 달인’에 뽑히기를 기대할 수 없을 만큼 서재 활동을 열심히 하지 않았는데 웬일? 웬열?

 

 

아마도 이번엔 서재의 달인을 많이 뽑았나 보다. 어쨌든 서재의 달인이 되었으니까 서재의 달인은 쉬면 안 될 것 같아서 계속 글을 올리기로 했다는 얘기다. 작은 일에 마음이 흔들렸다는 얘기다. 원래 인간은 그런 존재다. 남녀 간에 작은 일에 마음을 빼앗겨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나라 간에 작은 일에 분노하여 전쟁을 일으키기도 하고, 나는 서재의 달인에 뽑혔다는 작은 일에 기분이 좋아져서 서재 활동을 쉬기로 한 일을 뒤집어 버리고.

 

 

방문하시는 분들께 드리는 말씀. “앞으로, 날아가는 속도가 아니고 뛰어가는 속도가 아니고 걸어가는 속도가 아니고 기어가는 속도로 글을 올리더라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글을 쓰고 나니 속이 시원해지네. 역시 글쓰기는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힘이 있는 것 같다.

 

 

 

 

 

 

...............................
서재 왼쪽에 있는 ‘2015 서재의 달인’이라는 앰블럼을 보고 제가 선정되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건 언제부터 생긴 건지 모르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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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12-26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 잘 하셨습니다. 가끔 이렇게 글은 올리셔도 제발 쉰다는 말씀은 말아주세요.
이렇게 가끔 글을 올리시면 언제 글을 올리시나 기다려지지만
쉬겠다고 하시면 걱정되고 아쉽고 그러잖아요.
제가 누구 때문에 여기 다시 돌아왔는지 아심서...ㅠ
기다리는 마음과 아쉬운 마음은 천지 차이랍니다.ㅋ

페크pek0501 2015-12-27 00:29   좋아요 0 | URL
아, 그렇습니까? 저의 존재가 님에게 그 정도라니 기분 좋군요. 진작 말씀해 주시지... 히히~~

블로그 활동은 정신 건강엔 좋고 몸 건강엔 나쁘고 그런 것 같아요. 어쨌든 체력 소모가 되니까요. 취미 생활로는 좋으니 정신 건강에는 좋은 것 같고...

딱 두 가지만 고르라면 건강과 재능을 갖고 싶군요. 요즘 그런 생각을 합니다.
고맙습니다.

yureka01 2015-12-25 16: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쉬셔도 됩니다.누가 강요하거나 혹시 자기검열로 다그치지 마세요.블로그는 그저 자유롭고 편안할때. 하세요....억지스러움은 고민을 부르고 질병이 생기거든요. 편안한 시간 되시길....

페크pek0501 2015-12-27 00:33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네요. 반갑습니다.
님의 진심 어린 조언을 잘 접수합니다. 자유로워야 하는 게 사실 행복의 조건 중 하나지요. 집착도 얽매임도 금물이지요. 어느새 블로거 생활이 습관이 되어 버려 쉬는 것도 쉽지 않은 게 되어 버렸어요. 습관의 위대함을 새삼 느낍니다.
고맙습니다. 또 뵙겠습니다.

2015-12-25 17: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7 0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5-12-25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 상태는 어떻습니까? 이제 좀 괜찮으신지요? 몸이 피곤하다고 신호를 보내면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페크pek0501 2015-12-27 00:41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몸의 신호를 무시하다가는 큰일이 날 수 있어요.
지금은 괜찮습니다. 다 나았다고 생각하는데 방심은 금물입니다. 몸이 고단하지 않도록 신경 쓰며 살아야 할 것 같아요. 체력이 약한 편이라서요.
고맙습니다. 좋은 휴일 보내세요. ^^

세실 2015-12-25 22: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앞으로도 쭈욱 서재 활동을 쉬면 아니되옵니다.
달인 선정 축하드립니다~~♡♡
서재에 페크님 글 읽으러 들어오는 이유도 커요.
새해엔 지금보다 열배는 더 건강해 지시길 기도할게요^^

페크pek0501 2015-12-27 00:49   좋아요 1 | URL
달인 선정 축하를 님에게 받으니 웃음이 납니다. 님도 선정되셨으면서...
작년 이맘 때 우리가 선정되지 않았다고 투덜대던 일이 생각나는군요.
벌써 일 년이 흐른 거군요. 이 빠른 시간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페크 님 글 읽으러 들어오신다는 말씀, 최고의 선물이군요. 감사합니다.

기도, 꼭 해 주세요. 저도 님의 건강을 기도하겠습니다.

(세실 님과의 우정의 세월도 깊어지고 있네요. 이제 우리가 서로에게 새 친구 아니죠?) 으음~~ 시간이 지나서 좋은 점도 있어요. 묵은지 친구가 됩시당~~


세실 2015-12-27 07:36   좋아요 0 | URL
호호호 페크님 덕분에 제가 서재의 달인에 선정됨을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서재활동이 더 뜸해서 기대 안했는데....
마음을 비우니 기쁨 두배가 됩니다^^
묵은지 친구 좋은데요~~~~~
조만간 번개 치겠습니다^^

페크pek0501 2015-12-28 21:58   좋아요 0 | URL
하하~~ 세실 님도 뒤늦게 알았군요. 저도 그랬어요. 어느 님의 페이퍼를 보니깐
서재의 달인 어쩌구~ 하는 글이 있는 거예요. 그런 걸 발표했나? 그렇다면 나는? 이러면서 제 서재에 들어와 찾아보니 앰블럼이 있잖아요. ㅋ 서재의 달인 리스트를 보러 갔더니 거기에 님의 닉네임도 있더라고요.

으음~~ 작년에 함께 안 뽑혀서 덜 서운하더니 이번엔 함께 뽑혀서 더 기쁘옵니다.

건강하자고요. 그래야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으니까요...
늘 행복하시길... ^^

나비종 2016-01-10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쓰기는 마음을 덜어내는 힘도 있습니다. 글을 쓰고 나면 뭐랄까, 가슴 속에 시원한 바람이 스며드는 느낌이 들어요. 후련해지고, 뭔가 새로운 것을 채우고 싶은 마음이 생긴답니다ㅎㅎ

페크pek0501 2016-01-10 01:04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글쓰기는 육체적 피로를 생기게 하지만 정신적인 건강엔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몸 건강과 정신 건강을 둘 다 유지할 수 있는 지점에서 글쓰기를 해야 해요. 그 지점이 어디인지 모를 때가 있는 게 문제입니다만...ㅋ

행복한 일요일 되세요. 고맙습니다. ^^
 

 


1. 신춘문예의 계절이 왔구나

 

 

바야흐로 신춘문예의 계절이다. 요즘 신춘문예 공모에 응모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겠다. 경향신문은 2015년 12월 7일까지, 한국일보는 12월 4일까지 공모 마감이라고 하니 다른 신문사들도 그와 비슷하겠다. 당선작은 2016년 1월 1일에 발표.

 

 

시를 쓰든 소설을 쓰든 다른 무엇을 쓰든 ‘신춘문예’를 겨냥해서 글과 씨름했을 ‘문학 지망생들’이 읽는다면 공감할 글을 옮겨 본다. 이성복 저, <고백의 형식들>에 있는 글이다.

 

 

“지금까지 나는 문학 때문에 행복했고 문학 때문에 좌절했다."(147쪽)
- 이성복, <고백의 형식들>에서.

 

 

문학이 없었다면 행복도 없었겠지만 문학이 없었다면 좌절도 경험하지 않았을 듯.

 

 

"나는 그놈의 문학 때문에 하루라도 편할 날이 없었다. 문학은 목에 걸린 생선 가시처럼 나를 불편하게 했다."(147쪽)

 

 

늘 문학을 그림자처럼 달고 그 그림자에 집중하며 사는 삶. 행복일까, 불행일까?

 

 

"문학과의 신접살림은 첫 시집을 내기까지 삼 년 쯤이나 계속 되었을까. 그 이후로는 불화와 별거의 연속이었다."(147쪽)

 

 

불화와 별거의 연속이되 끝까지 이혼을 하진 않겠지. 고통스러워지더라도 죽을 때까지 문학과 이별을 하진 않겠지. 문학에 매료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겠지.

 

 

"지금 나에게 문학은 내 아이를 배고 있으나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사랑하려 하면 할수록 더 멀어지는 그런 여자와 같다."(147쪽)

 

 

간절히 원하는 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일 가능성이 많은 게 우리 인생이다. 쉽게 이루어지는 일이라면 간절히 원하지도 않았겠지.

 

 

(나는 여기서 '문학'을 '글쓰기'로 바꿔 읽었다.)

 

 

글 잘 쓰는 작가도 이렇게 문학을 짝사랑한다고 말하는데, 라고 생각하면 왠지 위안이 되네.

 

 

 

 

 

2. 접속사에 대한 거부감

 

 

산문집인 <고백의 형식들>에는 소설도 담겨 있는데 소설 속에서 이런 글을 발견했다.

 

 

요즈음 내 문장의 접속사들은 자동차 브레이크 밟는 소리, 쥐 울음소리 같은 구역질나는 소음을 냅니다. 괴로워요. 사실 나의 광기와 퉁명스러움은 바로 그 때문이에요.
- 이성복, <고백의 형식들>, 24쪽.

 

 

접속사에 대해 거부감이 있다는 말로 해석했다. 글쓰기를 지도하는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되도록 접속사를 쓰지 말라고 한다. 꼭 필요할 땐 접속사를 넣어야겠지만 빼도 문맥에 문제가 없다면 빼는 게 좋기 때문이다. 나도 글을 쓰고 나서 검토할 때 접속사를 빼는 작업을 한다. 

 

 

간단한 문장으로 예를 들면 이렇다.

 

 

(1) 학교에 가다가 친구를 만났다. 그래서 반가웠다.
(2) 학교에 가다가 친구를 만났다. 반가웠다.

 

 

(1)번보다는 (2)번의 문장이 좋다고 생각한다.

 

 

(1) 가을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 가을을 좋아한다.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번보다는 (2)번의 문장이 좋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을 쓰는 경우가 있긴 한데, 문장이 긴 경우에 읽는 사람이 이해가 빠르도록 하기 위함일 때만 그렇게 한다.

 

 

 

 

 

 

 

 

 

 

 

 

 

 

 

 

 

 

 

 

 

 


3. 정의를 부탁하는 책

 

 

‘정의가 이기는 게 아니다. 이기는 게 정의다.’ 이 지랄 같은 상식을 깨는 건 슈퍼 히어로 한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저마다 서 있는 자리에서 한 걸음씩 나아가면서 같은 세상을 꿈꾸는 이들의 어깨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우린 결국 서로에게 정의를 부탁해야 하는 존재다.
- 권석천, <정의를 부탁해>, 415쪽.

 

 

그래서 책 제목이 ‘정의를 부탁해’인 듯.

 

 

 

 

 

 

4. 특이한 구성

 

 

이 칼럼집에서 특이한 구성의 칼럼 한 편 읽었다. ‘메르스가 폭로한 권력의 누아르’라는 제목으로 쓴 칼럼으로, 메르스와 페스트의 유사한 점에 초점을 맞추어 쓴 글이다. 글 사이사이에 카뮈의 소설 <페스트>에서 뽑은 인용문을 넣었는데, 글이 자연스럽게 흐른다. 글이란 문단과 문단의 연결이 중요한 법인데 이런 형식으로도 문맥이 자연스러워 놀랐네.

 

 

저자가 <페스트>에서 인용한 것을 그대로 옮긴다.

 

 

칼럼에 쓴 첫 인용문.

 

 

“명령이 있어야 그렇게 하지.‘ 메르시에가 말했다... 시 당국은 자진해서 무엇을 해볼 생각도 전혀 없었고 아무런 대책도 없었지만 논의를 위해 일단 회의부터 소집하기로 했다.”(26쪽)
- 권석천, <정의를 부탁해>, 30쪽.

 

 

놀라운 것은 페스트가 있던 과거의 시간에서나 메르스가 있던 오늘날의 시간에서나 병 이름만 다를 뿐이지 똑같은 상황이 펼쳐졌다는 것.

 

 

이 칼럼은 이런 인용문으로 끝난다. 마지막 인용문.

 

 

“페스트균은 결코 죽지도 않고 사라져 버리지도 않으며...인간들에게 불행도 주고 교훈도 주려고 저 쥐들을 잠에서 깨워 어느 행복한 도시 안에다 내몰고 죽게 하는 날이 언젠가 다시 오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396쪽)
- 권석천, <정의를 부탁해>, 33쪽.

 

 

멋지네. 나도 인용문으로 끝나는 칼럼을 써 봐야겠어.

 

 

 

 

 

 

5. 이 책에 대해 단번에 알 수 있는 글

 

 

이 글로 이 책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나는 공권력이란 말이 되도록 쓰이지 않았으면 한다. 국민이 정부에 위임한 건 권력이 아니다. 권한이다. 권한權限은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 진짜 공권력이란 것이 있다면, 아니 있어야 한다면 다른 노력을 다한 다음에, 신중하게 등장하길 바란다. 먼저 투입돼야 할 것은 소통의 정신이다. 정부의 소통은 듣고 또 듣는 것이다. 작고 잊혀진 이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그 존재를 증명해주는 것이다.
- 권석천, <정의를 부탁해>, 75~76쪽.

 

 

덧붙임. 권석천 저자는 과거에 김수영과 이성복과 황지우의 시집을 뒤적였다고 한다. 나랑 똑같잖아, 하는 생각에 반가웠다. 내 글에 세 작가의 글을 인용한 적이 있다는 게 그 증명이다. 글 잘 쓰는 사람과 내가 책 취향이 비슷하다고 느낄 때 반갑다.

 

 

 

 

 

6. 특별히 재밌는 것도 아닌데

 

 

김도언 저, <소설가의 변명>이란 산문집을 읽다가 든 생각. 이 책은 특별히 재밌는 것도 아닌데 왜 자꾸 들춰 보게 만드는 거야? 하고 생각하다가 아마 내용이 아니라 형식이 내 맘에 든 모양이야 하고 생각했다. 이 작가의 위대한 점은 13쪽에서부터 266쪽까지 딱 한 쪽 분량으로 글을 완결해 썼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하나의 주제와 하나의 제목으로 한 쪽 분량의 글을 254편이나 만들어 냈다는 말이다. 따라 해 보고 싶네. 

 

 

작가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임을 굳게 믿게 해 주네.

 

 

 

 

 

7. 소설가의 조언

 

 

<소설가의 변명>을 읽다가 ‘소설가의 조언’이란 제목의 글에서 이런 걸 읽었다.

 

 

“소설을 쓰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일을 알고 있다면, 당신은 좋은 소설가가 될 가능성이 별로 없으니, 신중하게 생각하세요.”
- 김도언, <소설가의 변명>, 135쪽.

 

 

 그러니까 소설을 쓰는 것보다 사람들과 어울려 노는 게 더 재밌다든지 소설을 쓰는 것보다 요리하는 게 더 재밌다든지 하면 소설을 쓰지 않는 게 현명하단 말이지?

 

 

이 말을 들은 누군가의 항변. “지금 이 순간 가장 바라는 것이 사람들과 어울려 즐겁게 노는 것도 아니고 요리를 맛있게 만드는 데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칼럼을, 에세이를, 일기를, 단상을 맛깔나게 쓰고 싶다면 글쟁이로 살아도 되는 거지요? 현명하지 못한 게 아니지요?”

 

 

 

 

  

8. 어느 독서광의 조언

 

 

‘소설가의 조언’을 읽은 어느 독서광이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책과 친하지 않은 당신이 앞으로 책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 책을 읽기로 결심했다면 당신은 두 가지를 지켜야 한다. 첫째, 책이 당신을 처음부터 행복하게 해 주리라는 기대를 하지 말 것. 둘째, 어떤 책을 읽든지 읽기 시작했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것. 아무리 유명한 책이라도 아무리 훌륭한 책이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를 만족시켜 주진 않는다. 어느 부분에선 지루하고 어느 부분에선 시시하고 심지어 어느 부분에선 책을 덮고 싶게 만들지도 모른다. 그래도 참고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한다. 김치를 처음 먹어 본 아이는 김치가 매워서 뱉어 내며 운다. 매워서 괴로운 것을 참고 김치를 많이 먹어 봐야 김치의 참맛을 알게 된다. 마찬가지로 책도 많이 읽어 봐야 그 참맛을 알게 된다. 당신이 내가 말한 두 가지를 잘 지켜서 나중에 수많은 모래 속에 파묻힌 보석 같은 명문장을 찾으려는 기대로 책을 펼치는 날이 온다면, 당신은 독서광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쯤 되면 나는 당신에게 더 이상 해 줄 말이 없을 것이다.”

 

 

 

 

 


9. 녹색평론선집2

 

 

2015년엔 내가 얼마나 책을 구입했을까? 알아보니 1월부터 10월까지 총 25권이었다. 직업상 필요한 책을 빼고, 딸들이 보려고 구입한 책도 빼고, 순전히 내가 개인적으로 관심 있어서 구입한 책만 세었다. 내가 한 해에 구입하려고 계획한 책은 36권이었다. 한 달에 세 권씩인 셈. 그런데 25권이라면 앞으로 11권은 더 구입해도 되는 것이렷다. 그래서 지난달에 몇 권을 더 구입했다. 


 
내가 2015년에 구입한 책 중에서 구입하길 잘했다고 여겨지는 책 다섯 권만 뽑으라고 한다면 <녹색평론선집2>를 꼭 넣을 것 같다. 이 책을 영양가 있는 책으로 주저하지 않고 선정할 수 있겠다.

 

 

어제 이 책에서 인상 깊게 읽은 글은 러시아 영화감독 타르코프스키가 쓴 일기 <시간 속의 시간>에 담겼다는 글이다.

 

 

카스타네다의 《돈 후앙의 가르침》을 다시 읽었다. 경탄할 만한 책이다! 그리고 매우 진실한 책이다.
그 이유는 ㅡ
“1. 세계는 겉으로 드러난 대로의 것이 아니다.
2. 어떤 상황하에서는 세계는 전혀 다르게 될 수 있다.”
- 김종철 엮음, <녹색평론선집2>, 446쪽.

 

 

타르코프스키가 카스타네다의 <돈 후앙의 가르침>에서 인용한 글을 보고 나 깜짝 놀랐다. 내가 요즘 생각하고 있는 것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아서다. 지금 보여지는 게 전부가 아니고 지금 느껴지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 내가 쓴 색안경을 벗고 나면 세계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된다는 것. 이런 나의 표현과 같아서다. 다르게 표현하면 세계는 새롭게 밝혀져야 할 무엇으로 가득찬 것처럼 보인다는 것. 베일에 가려 있다는 것.

 

 

내가 생각했던 것들은 모두 독창적이지 못하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고 과거의 시간 속에서 누군가가 생각했던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는 걸 새삼 확인한다. 

 

 

글이 맘에 들어서 타르코프스키가 쓴 책을 사고 싶어 검색해 보니 품절이거나 절판이었다.

 

 

 

 

 

 

 

 

 

 

 

 

 

 

 

 

 

 

 

 

 

 

 

10. 소박한 행복

 

 

며칠 전에 읽은 동화를 기억하기 위해 기록해 놓는다.

 

 

많은 것을 가졌으면서도 결코 행복하지 않은 왕이 있었다. 왕은 유명한 마법사에게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 물어 보았다. 왕의 질문에 마법사는 대답했다. “그야 간단하죠. 임금님께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의 속옷을 입으시면 됩니다.” 그래서 왕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의 속옷을 가져오라고 명령하였다. 신하들은 각자 세상에 나가 유명한 장군, 학자, 부자 등을 만났지만 어느 누구도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행복한 사람을 찾아 헤매던 한 신하의 귓가에 아주 아름다운 피리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피리 부는 사람에게 다가가 물었다. “당신의 피리 소리는 아주 아름답고 행복하게 들립니다. 당신의 마음도 그렇게 행복합니까?” “그럼요,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합니다.” 신하는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당신의 속옷을 내게 파시오. 돈을 얼마든지 주겠소.” 그런데 사내의 대답은 신하를 무척 실망하게 했다. “당신은 지금 어두워서 보이지 않을지 모르지만 나는 지금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소. 어제 지나가던 벌거벗은 거지에게 마지막 남은 속옷을 적선하고 말았다오.”

 

 

행복이란 많은 것을 갖고 사는 삶에 있지 않고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과 나누며 사는 삶에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한 토막으로 잘 보여 주네.

 

 

이런 글이 생각난다.

 

 

“넌 일단 시작하면 빠르잖아. 빨리빨리 해치우면 편할 텐데.” 상식적인 친구들이 충고를 하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싫어. 그렇게 일하면 부자가 되는 걸.” “부자 되기 싫어?” “응, 싫어. 근근이 먹고사는 게 적성에 맞아. 부자들 보면 얼굴이 비쩍 말랐잖아. 돈이 많으면 걱정이 늘어서 안절부절못하는 거라고.”
- 사노 요코, <사는 게 뭐라고>, 65쪽.

 

 

이런 글도 생각난다.

 

 

(...) 성실하고 정확하게 물건을 가져다주는 택배 배달부들, 길에서 만난 노인들의 깊은 퇴행이 보여주는 삶에 대한 은유, 개들의, 언제나 지나친 구애, 일본 사람들이 비행기까지 타고 와서 사 먹는다는 북촌 피냉면집이 회사에서 걸어서 3분.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 이제는 확실해졌어.
- 김도언, <소설가의 변명>, 78쪽.

 

 

 


..............소박한 행복을 아는 두 작가에게 박수를 보내며 이 글을 끝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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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1 14: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11 1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5-12-11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마디로 무엇인가에 순정을 바쳤다는 건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똑같은 것 같아요.
온전히 끌어 안을 수도 없고 내팽개칠 수도 없고.
이성복 작가는 그게 문학이었던 셈이겠죠.
저도 그런 것 같아요. 예전에 대본을 썼다는 게 족쇄가 되서 열심히 쓸 수도 없고
안 쓰자니 그렇고.ㅠㅠ
고종석도 그런 말을 하더군요. 가급적 접속사를 쓰지 않는 게 좋은 것 같다고.

정말 신춘문예의 계절이 왔군요. 요즘엔 문학상이 하도 많아 신춘문예는
별로가 되어버린 것 같아요. 예전엔 정말 신인작가의 등용문이었는데 말이죠.

언니가 소개한 책은 다 읽어보고 싶은데 저도 읽는 책이 있는지라 늘 군침만 흘리고
있어요. 가끔 언니의 글을 읽고나면 난 지금 뭐하고 있지? 그런 생각을 해요.ㅋ


페크pek0501 2015-12-11 17:31   좋아요 1 | URL
하하~~ 몸이 시원치않아 좀 앓았습니다.
독서, 저도 계획한 만큼 못하고 있어 늘 아쉬움을 느낀답니다.
마음은 앞서고 몸은 따라주질 않아요. 무리하면 병이 나고요.
그래도 우린 늘 책과 함께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 아닙니까? 이걸로 만족해야 할 것 같아요. 저는 독서광이 아니라 책광이라서 문제지만 말이죠...ㅋㅋ

서니데이 2015-12-11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문장을 비교해서 읽어보니, 접속사가 없는 문장이어도 의미를 이해하는데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여요. 불필요한 접속사를 생략하는 것이 읽는데도 괜찮네요.
잘 읽었습니다.
pek0501님, 행복한 금요일 되세요.^^

페크pek0501 2015-12-11 17:33   좋아요 1 | URL
예, 감사합니다.
글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수학적이에요. 붓이 가는 대로 쓰는 게 절대 아니라서
부담스러운 작업이기도 합니다.

서니데이 님도 행복한 시간 가지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마녀고양이 2015-12-11 18: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다시 정치에 열을 올리고 있어서 국민이 준 것은 권력이 아니라 권한이라는 말이 확 다가오네요.

속옷마저 나누어주는 것
휴, 전 아직도 물건을 마아니 갖고 시프니~^^

언냐 정말 엄청나게 읽으셨네요
인용된 책이 몇권이예요!

페크pek0501 2015-12-12 13:21   좋아요 0 | URL
아, 마고 님.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셨어요?
저는 님이 쉬고 계신 줄 알았어요.ㅋ
예전만큼 글을 올리시지는 않는 것 같아요.

엄청나게 읽지 못하고 있어요. 워낙 같은 책을 여러 번 인용해서 그렇게 생각하셨을 거예요. 위의 다섯 권 중에서 네 권이 중복 인용이에요. 같은 책으로 각각 다른 글을 인용했어요.
다독하고 싶지만 실천이 안 되고 있는 1인이올시다.
반가웠어요. 또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