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5년 8월 XX일

 

어느 서재에 이런 댓글을 쓴 적이 있다.

 

..........
책은 읽어서 뭐하나, 나아지는 게 없는데, 하고 생각했던, 그리고 지금도 의문을 품고 있는 1인으로서 한 말씀 드립니다.
제 친구가 하는 말. - 자기 친척 중에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있대요. 박학다식하대요.
그런데 문제는 타인을 이해할 줄도, 배려할 줄도 모르고 자기중심적으로만 생각하고 이기적이라는 거예요.
뿐만 아니라 자기가 제일 똑똑한 줄 알고 남을 무시한대요.
그렇다면 독서를 해서 무엇하고, 공부를 해서 무엇하나, 하는 의문이 생긴다는 거예요.
저도 그런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책의 가치는 사람을 변화시켜야 한다, 라는 점에서 찾게 되더라고요.
바람직한 방향으로 사람을 변화시키는 독서만이 가치가 있는 게 아닐까?
사람을 변화시키지 않는 독서는 오히려 오만함만 갖게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독서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을 해 보게 만드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

 

독서가 필요하다는 건 알지만 가끔 그 가치를 의심하게 된다.

 

 

 

 

 

 

2. 2015년 8월 XX일

 

사랑이란 어떤 모습일까?

 

사람마다 그 모습을 다르게 그리겠지.

 

어머니와 단 둘이 있을 때, 친정에서 나는 설거지를 하지 않는다. 내가 설거지를 하는 걸 어머니가 싫어하시기 때문이다. 내가 설거지를 하려고 하면 한사코 말리고 당신이 설거지를 하신다. 이 나이가 되도록 나는 어머니에겐 어여쁜 자식이다. 설거지를 시키기 아까운 어여쁜 자식이다. 내가 친정에서 설거지를 할 수 있는 건 손님들이 많이 온 날뿐이고, 단둘이 있을 땐 절대로 내가 설거지를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으신다. 사랑이란 그런 것이라고 본다.

 

사랑이란 상대가 아까워서 설거지를 시키지 못하는 마음 같은 것.
 
사랑이란 상대방이 웃게 만들고 싶은 마음 같은 것.

 

사랑이란 상대방을 힘들지 않게 만들겠다는 마음 같은 것. (예를 들면 기혼 여자를 사랑했던 남자가, 여자가 이혼을 해야만 자기한테 돌아올 수 있는 상황인데도 ˝당신이 힘든 것은 싫으니 이혼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것.)

 

사랑이란 상대가 자기 옷에 흙탕물을 튀기게 해도 화나지 않는 것.

 

사랑이란 상대가 자기의 선글라스를 깨뜨려도 화나지 않고 그저 상대가 다치지 않았는지를 걱정하는 것.

 

사랑이란 상대가 약속 시간이 지나서도 나타나지 않을 때, 화가 나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아예 상대가 나오지 않을까 봐 걱정하며 기다리는 것.

 

내가 아는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이렇게 말할 수도 있으리라. “나를 위해 당신이 밥상을 차려 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게 사랑이 아니라 “당신을 위해 내가 밥상을 차리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게 사랑이라고. 

 

“나를 위해 당신이 밥상을 차려 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것은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어느 서재에 댓글을 쓰고 나서 생각난 김에 정리해 쓴 것이다.)

 

 

 

 

 

 

3. 2015년 8월 XX일

 

집중하게 되는 걱정거리가 있을수록 진지하지 않아야 한다. 그저 걱정거리는 늘 우리의 생활에 따라다니는 그림자라고 여겨야 한다. 이 걱정이 끝나면 저 걱정이, 요 걱정이 끝나면 조 걱정이 생기는 게 인생이라고 여겨야 한다. 작은 걱정은 그것보다 큰 걱정으로 물리치고, 큰 걱정은 그것보다 더 큰 걱정으로 물리치면서 그렇게 걱정거리 하나를 잡고 살면 되는 것. 난 오히려 걱정거리가 없으면 불안해진다. 뭔가 큰일이 일어날 것 같아서.

 

 

 

 

 

 

4. 2015년 8월 XX일

 

지난 8월 5일에 올린 글 ‘시시한 일기 열 개’는 의외였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 글들은 정말 시시해서 제목까지 ‘시시한’이란 말을 넣었다. 이런 공적인 공간에 그런 사적인 글을 올리는 게 마음에 걸리기까지 해서 올릴까 말까, 망설이다 올린 것이다. 그러나 웬일이가? 그 글이 공감 18을 기록하는 것에 나, 놀랐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사람들은 시시해도 사적인 일기 같은 글을 좋아한다고 내 맘대로 해석해도 되나? 아니면 내가 시시하다고 써서 동점 점수를 받았던 것인가?

 

딴 사람들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나는 그렇다. 글을 올린 지가 일주일이 넘게 되면 새 글을 올려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것저것 써 보게 되는데 내 맘에 안 든다. 이럴 경우 ‘내일 생각하자.’ 하고는 미룬다. 하루 이틀 미루다가, 오늘은 꼭 올려야겠단 생각이 드는 날이 있다. 그런 날엔 글이 맘에 안 들어도 그냥 올린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이런 시시한 글도 올려 보는 거야. 공감 수가 낮아서 신기록을 세운다면 그건 그것대로 의미 있고 재밌잖아.’라고. 그런데 반전이 생긴다. 그런 글이 ‘공들여 써서 비교적 내 맘에 드는 글’보다 공감 수가 높을 때가 많다.

 

인생은 예측 불허.

 

 

 

 

 

 

5. 2015년 9월 4일

 

오늘 아침 눈을 뜨니 내가 이불을 덮고 있었다. 이불을 덮고 있는데도 이불이 얇아서인지 서늘함을 느꼈다. 여름이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9월이다.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아니하고 시간은 그렇게 제멋대로 흐른다. 여름이 떠나는 게 우리는 좋을까? 더위가 물러나는 건 좋지만,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고 가을이 오면 겨울이 오고 겨울이 오면 해가 바뀌고 나이 한 살 더 먹는 건데 여름이 떠나는 게 우리는 좋을까?

 

언제부턴가 밤이 되면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온다.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온다는 것은 여름이 가고 있다는 증거다.
오늘 아침에 뜨거운 커피를 맛있게 마셨다. 뜨거운 커피가 맛있다는 건 여름이 가고 있다는 증거다.
여름 방학이 끝났다. 여름 방학이 끝났다는 것은 여름이 가고 있다는 증거다.
해수욕장은 폐장했다. 해수욕장이 폐장했다는 것은 여름이 가고 있다는 증거다.

 

아무리 낮에 덥다고 해도 여름은 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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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04 14: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05 16: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yureka01 2015-09-04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성이 꼭 책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겠지요..

페크pek0501 2015-09-05 16:06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유레카 님.
천성이라는 것도 있고 환경 요인이라는 것도 있고 어떤 경험으로 인간 모습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복잡하죠.
그래도 말이에요. 책이 인간을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고 믿고 싶네요.
저도 좀 변해야 할 텐데 말이에요...ㅋ

cyrus 2015-09-04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좋아하는 사람이 이기적인 성격이라면 정말 함께 있어도 피곤하고, 사귀고 싶지 않아요. 이러니까 책 읽는 사람만 보면 일단 안 좋게 봐요.

페크pek0501 2015-09-05 16:03   좋아요 0 | URL
책 좀 읽는다고 폼 잡으면 안 되겠어요. (나 폼 잡았나 돌아봄...)

2015-09-05 2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06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제 주문한 책 <작가의 문장수업>이 오늘 도착했다. 알라딘 멋지네!

 

 

글쓰기에 대한 책을 그만 보자고 하다가 이번 책만 보자, 하면서 주문한 책이다. 아니다. 글쓰기에 대한 책은 무조건 봐야 해, 하면서 주문한 책이던가.

 

 

왜 어릴 때 ‘글쓰기 기술’을 몸에 익혀야 할까? 이것에 대한 답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있나요?

 

 

고가 후미타케의 설명은 이러하다.

 

 

..........
왜 어릴 때 ‘글쓰기 기술’을 몸에 익혀야 할까? 글쓰기는 생각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글쓰기 기술을 몸에 익히면 생각하는 기술이 몸에 배게 된다. 일이나 인생에서 곤란한 사건에 부딪혔을 때, 아무리 머리를 끌어안고 생각해도 제자리걸음일 뿐 제대로 된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런 고민을 문장으로 써 내려가다 보면 의외로 해답을 발견하게 된다. (...) ‘쓰기’라는 표현 작업은 생각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
글쓰기 기술이 몸에 배면 사물을 보는 눈이 바뀐다. 사고방식이 바뀐다. 그리고 분명히 세상을 보는 눈도 바뀐다.
고가 후미타케, <작가의 문장수업>에서.
..........

 

 

이 글을 읽고 나서 A 님과 B 님이 말한다.

 

 

..........
A : 저는 글을 쓸 때가 아니라 산책을 할 때 머릿속의 복잡했던 생각들이 정리가 됩니다. 어떤 문제에 대해 명쾌한 답을 얻을 때도 있고, 제가 해야 할 일과 해서 안 되는 일이 구분되어지기도 하고, 고민했던 '일의 순서'도 정해집니다. 그러니까 저자가 말한 대로 ‘글쓰기가 생각하는 행위’가 아니라 ‘산책이 생각하는 행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B : 그게 아니죠. A 님에게 글을 썼던 많은 시간이 없었다면 아무리 산책을 해도 그런 효과를 보기 힘들었을 거예요. A 님이 그런 효과를 본 것은 그동안 글쓰기를 하면서 훈련된 ‘생각의 과정’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러므로 저자의 말이 맞아요.


A : 아, 얘기가 그렇게 되는 건가요?
..........

 

 

참고로, 고가 후미타케는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이다. <미움받을 용기>는 한 번 손에 잡으면 놓을 수 없을 만큼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이 책도 그러려나? 이번 책도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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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9-04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미움 받을 용기>를 쓴 작가가 이 책을 썼다고 해서
조금 놀랐어요. 전 저자가 심리학잔 줄 알았거든요.
어떻게 썼을까 궁금하기도 해요.
전 아직 그책은 읽지도 않았는데...
글쓰기 책이 왜 그리 많이 나오는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나오는 걸 보면 작가들마다 천차만별이고 왕도는 없는가 봐요.
요리 레시피처럼 많고.

글쓰기를 익히면 사물을 보는 방식이 바뀐다는 말에 동감이어요.
그래서 부지런히 써야할 텐데...ㅠ

페크pek0501 2015-09-05 15:09   좋아요 0 | URL
글쓰기 책을 구입할 때마다 제가 어떤 상술에 놀아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내용이 궁금하거든요.
그리고 제가 직업상 볼 필요가 있는 책이라서 구입하게 되더라고요.
사서 읽고 또 속을지 몰라요.
그래도 아마 뻔한 얘기라도 20프로쯤은 건질 게 있지 않을까 추측합니다.

cyrus 2015-09-04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예전에 나온 글쓰기 책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 같아요.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다면 비판적인 서평 한 번 읽어보고 싶어요. 요즘 글쓰기 책이 너무 많이 나오는 현상이 썩 좋아보지 않아요.

페크pek0501 2015-09-05 15:13   좋아요 0 | URL
별반 차이가 없어서 글쓰기 책을 살 땐 20프로 정도만이라도 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80프로의 내용은 뻔한 것.
저로선 같은 내용이라도 (까먹기 때문에) 중복해 읽는 것도 좋고 해서 즐겨 구입합니다. 또 직업상 읽을 필요가 있는 책이에요. 가끔 학생이나 학부형으로부터
꼭 왜 글쓰기를 공부해야 하는지 질문을 받을 때가 생겨요. 그럴 때 저 위의
인용한 글이 유용할 듯싶어요. 그리고 글쓰기를 가르치는 방법에 있어서 팁을 얻기도 합니다.

시루스 님이 비판적인 서평을 쓰신다면 저는 공감을 눌러 드릴 자세가 되어 있사와요.ㅋㅋ

metta 2022-04-21 1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타깝게도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지 못했네요. 심지어 2022년 4월 현재 인터넷 서점에서 3천원대 떨이로 팔고 있네요.;; 저는 정말 좋게 읽은 책인데(그리고 알라딘 서평도 별5개 달았는데), 시큰둥하게 읽은 독자들도 꽤 있네요. 참으로 사람들의 관점은 각자가 다 다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당황스러운 때는 그 각각의 관점이 이해나 납득이 되지 않을 때지요. 각자의 관점을 상대방이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곧 글쓰기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결국, 글쓰기란 좀더 합리적인 의사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행위가 아닐까 합니다.

페크pek0501 2022-04-21 20:10   좋아요 0 | URL
좋은 말씀이십니다. 그런 경우가 있더라고요. 예전에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이란 책을 저는 유익한 책으로 읽었는데, 누군가에 따르면 그 책을 뭐 살 때 무료로 끼어 주는 책으로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제 기억이 맞다면요...무료였는지 할인 책이었는지 그랬어요.) 책의 내용과 관련 없이 영업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했었죠.
댓글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이런 글을 읽었다. 맘에 든다.

 

 

어떤 일에 얽매어 있어서는 안 된다. 오로지, 술주정뱅이나 죽어가는 자의 귀에다 대고 속삭일 수 있는 말을 해야 할 뿐이다.(11쪽)
- 에밀 시오랑, <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에서.

 

 

술주정뱅이에게 무슨 말을 하겠는가? 내일이 되어 술이 깨고 나면 오늘 들었던 어떤 말도 다 잊고 말 술주정뱅이인데 말이다. 그러니 술주정뱅이에게 하는 말이란 별 뜻 없는, 진지하지 않은, 농담 같은, 가벼운 말이겠지.

 

 

만약 누군가가 나에 대해 험담을 했다는 것을 제삼자로부터 전해 들었다면 나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1) 상처 받고 속상해 한다.
2) 분노를 느끼며 복수할 계획을 세운다.
3) 가려운 걸 보니 귀지를 파야 할 때가 왔구나 하면서 손가락으로 귓구멍을 후비며, 험담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정답은 3)번.

 

 

자신에 대해 험담을 한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될 경우에, 술주정뱅이에게서 들은 말 정도로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겠다. 이게 불가능할까? 모든 사람이 자신을 좋아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가능한 일이 아닐까?

 

 

A 님 : 페크 님,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글쎄, B 님이 페크 님에 대해 험담을 하더라고요.

 

 

페크 : 그래요? (가려운 걸 보니 귀지를 파야 할 때가 왔구나 하면서 손가락으로 귓구멍을 후비며, 험담을 전하는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듣는다.)

 

 

그런데 과연 내가 그럴 수 있을까? 모르겠다. 분노를 느끼며 복수할 계획을 세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아마 복수 계획만 세울 뿐 복수를 실천하지는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분노할 때에 받는 스트레스보다 복수하고 난 뒤에 받는 스트레스가 더 클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예전에 나를 싫어하는 누군가 때문에 상처를 받은 적이 있다. 이 글을 왜 쓰느냐 하면 앞으로 나를 싫어하는 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되어도, 귓구멍을 후비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길 바라기 때문이다. 이걸 기억해 두기 위해 이 글을 쓴다.

 

 

에밀 시오랑의 말처럼 '어떤 일에 얽매어 있어서는 안 된다.'라는 것도 기억해 두기 위해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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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8-26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속상해 할 필요는 없지만 기분은 안 좋겠죠.
분노하진 않겠지만 언젠가 멋진 한 방을 위해 벼를 것 같습니다.
그러다 한 방 멋지게 쳐낸 후 저는 귓구멍을 후빌 것 같습니다.
저 못 됐죠?ㅋㅋㅋ

페크pek0501 2015-08-26 21:36   좋아요 0 | URL
아, 반가운 스텔라 님.
아니요, 못 되지 않았어요. 저는 스텔라 님에 대해 이미 객관성을 잃었어요.
무조건 좋게 보는 경향이 있는 듯...
저는 멋진 한 방을 위해 벼르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흐지부지될 것 같아요.
다음에는 코딱지를 후빈다고 써야 할까 봐요. ㅋㅋ

cyrus 2015-08-26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만치 않은 상대가 자꾸 험담을 하면 3번이 1번으로 돌변할 수 있어요. 그 다음에는 2번으로 가게 되요.

페크pek0501 2015-08-26 21:38   좋아요 0 | URL
시루스 님도 으음~~ 그럴 분은 아닌 듯해요. ㅋ
상대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아요. 저보다 약한 사람이라고 느껴지면
오히려 연민을 느끼게 될지 몰라요.

2015-08-28 15: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30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9 1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30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15-08-30 19: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험담을 전해주는 그 사람이 더 얄밉다는..ㅎ

[그장소] 2015-09-01 03:29   좋아요 0 | URL
음, 그럴수도! 그쵸그쵸! 뒤에서 오래 오해 받아도 전 팔 걷어 부치고 싸울것 같아요!
당신이 알고있는 것이 틀린것이라고..(그것이 분명 옮고 그름을 떠나, 왜 뒤에서 그러냐!) 고도..하겠네요!

페크pek0501 2015-09-02 16:55   좋아요 1 | URL
야무 님.
으음~~ 그럴까요? ㅋㅋ

사실 저 같으면 전해주지 않아요. 굳이 알아서 이득이 될 게 없고 괜히 스트레스나 받을지 모르니까요.

페크pek0501 2015-09-02 16:57   좋아요 1 | URL
그장소 님.
님은 의리파시군요.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정의파, 이기도 한가요?

[그장소] 2015-09-01 0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사람이 누군지, 내 앞에서 못할 말 이라면, 귀 기울이지 마시라..^^ 하고 싶어요.
^^ 저도 페크님껜 객관성이 없는 1인 !^^ ㅎㅎㅎ

페크pek0501 2015-09-02 16:58   좋아요 1 | URL
˝저도 페크님껜 객관성이 없는 1인 !^^ ㅎㅎㅎ˝
- 요렇게 제가 기분 좋을 말씀을 하시면 어떡합니까?
님이 좋아지잖아요요요요요...

[그장소] 2015-09-02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의파씩이나!! 뭐든 너무 극단적인것은 별로예요. 좀 시간이걸려도 오해가 되더라도 가능하면 저역시 전하지않는쪽이 좋거든요. 양쪽 모두의오해를 살. 가능성도 저의경우 농후 하죠. 한쪽만 치우치는것을 못해묘. 중립 or 중제. 말리는 시누이형국이될 소지가 다분? ㅎㅎㅎ

페크pek0501 2015-09-03 16:35   좋아요 1 | URL
뭐 오해를 받더라도 말이죠. 기준을 남에게 스트레스를 안 주기, 로 정하면 그만이라고 봅니다.

[그장소] 2015-09-02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전 원래 좋아했어요! (음, 오늘이 고백하는날이될줄알았으면 꽃반지라도해올걸!!)

페크pek0501 2015-09-03 16:38   좋아요 1 | URL
하하하~~~ 이런 영광스런 날이 있나... 저, 놀라 자빠질 뻔했어요.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군, 하면서 귓구멍을 후벼야겠어요.
가벼이 들어야 자만에 빠지지 않을 테니...

[그장소] 2015-09-03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짝 악의없는 (그걸으~ 찌알지?! ㅎㅎ) 아부엔 아~ 내가 형편은없어도
아우는내편이구나~^^쯤으로 들어주시면 해요! 이것저것 넘따지면 일급수에
쉬리만 사는거죠. 뭐~ 받을만하니받는게야 ! 하셔야 더예뻐질겁니다~~^^

페크pek0501 2015-09-04 09:09   좋아요 1 | URL
하하~~ 제가 표현 오바했나요?
아우는 내 편이구나, 이것 참 좋습니다.
그럼 내 편이 한 분 생긴 걸로 기분 좋게 접수합니당~~

[그장소] 2015-09-05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사람은 다 자기 가진데로 가는거 같아요ᆞ정 말 그럴지는 몰라도 전 페크닝 닉넴만 봐도 꿀꿀한 날 실론티 마시는듯(아주 맘에드는) 개운해지곤해요.
누군가에 이미지를 기분좋게 주는 그런 분이세요!^^ 내가 본님은요!^^

페크pek0501 2015-09-05 16:29   좋아요 0 | URL
꿀꿀한 날에 실론티 마시는 기분이라... 표현이 좋군요.

좋게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
 

 

 

어젯밤, 석사 논문을 쓰려고 준비 중인 동료 쌤이 논문에 대해 조언해 달라고 카톡 문자를 보내왔다. 일단, “제가 조언할 자격이 있나요?”라고 겸손을 깔은 답장을 보낸 뒤에 이어서 “으음... 논문에 대해 말씀 드리고 싶은 게 있다면...”으로 시작하여 조언하는 답장을 보냈다. 인간의 특징 중 하나가 잘난 척하기를 좋아함이라고 보는데,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하던 지랄도 멍석 펴 놓으면 안 한다.”라는 속담이 있지만 나는 잘난 척할 수 있는 멍석을 누군가가 펴 놓으면 대체로 잘난 척을 하는 편이다. 그리고 나중에 후회하는 형이다. ‘그렇게 잘난 척을 하는 게 아니었어. 모자라.’라고.

 

 

논문에 대해 내가 조언한 것 중 몇 가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잘 쓴 논문을 많이 읽어라. 그것들을 읽고 분석하라. 각 논문에서 자신이 배울 것이 어떤 것인지 꼼꼼히 짚어가며 다시 읽어라. 둘째, 자신이 쓰려던 논문과 가장 형식이 비슷한 논문을 찾아 읽어라. 예를 들면 ‘인터넷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 쓰려고 한다면 ‘텔레비전 방송의 순기능과 역기능’이란 논문을 찾아 읽으면 된다. 잘된 논문을 보면서 그 형식을 배우기 위해서다. 목차만 봐도 도움이 된다. 셋째, 자신이 쓰려던 논문과 가장 내용이 비슷한 논문을 찾아 읽어라. 이번엔 ‘형식’이 아니라 ‘내용’을 배우기 위해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사고의 영역이 넓혀지고 창의적인 방법이 생긴다.”

 

 

이런 식으로 쓰고 나서 마지막으로 덧붙인 게 있는데 이게 사실 가장 중요하다.

 

 

틈틈이 논문을 쓰겠다는 생각을 버려라. 논문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날마다 아침을 먹고 나서 두 시간 이상씩 논문을 쓰고 하루를 시작하라. 출근하는 날이면 두 시간 일찍 일어나서라도 써라. 이런 마음가짐이어야 논문을 빨리 완성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쓰고 나니 한 가지 깨닫게 되는 게 있었다. 내가 보낸 카톡 문자의 글에서 ‘논문’이란 글자를 ‘글’로 바꾸기만 하면 내가 나에게 해 줄 말이었다는 걸 깨달았던 것.

 

 

‘논문’이란 글자를 ‘글’로 바꾸어서 옮겨 본다.

 

 

“첫째, 잘 쓴 글을 많이 읽어라. 그것들을 읽고 분석하라. 각 글에서 자신이 배울 것이 어떤 것인지 꼼꼼히 짚어가며 다시 읽어라. 둘째, 자신이 쓰려던 글과 가장 형식이 비슷한 글을 찾아 읽어라. 예를 들면 ‘인터넷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 쓰려고 한다면 ‘텔레비전 방송의 순기능과 역기능’이란 글을 찾아 읽으면 된다. 잘된 글을 보면서 그 형식을 배우기 위해서다. 셋째, 자신이 쓰려던 글과 가장 내용이 비슷한 글을 찾아 읽어라. 이번엔 ‘형식’이 아니라 ‘내용’을 배우기 위해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사고의 영역이 넓혀지고 창의적인 방법이 생긴다.”

 

 

다음의 글도 ‘논문’이란 글자를 ‘글’로 바꾸어서 옮겨 본 것이다.

 

 

틈틈이 글을 쓰겠다는 생각을 버려라. 글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날마다 아침을 먹고 나서 두 시간 이상씩 글을 쓰고 하루를 시작하라. 출근하는 날이면 두 시간 일찍 일어나서라도 써라. 이런 마음가짐이어야 글을 빨리 완성할 수 있다”

 

 

하하~~.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지 않으니까 이곳 서재에 글을 자주 올리지 못했던 것이다. 모든 게 그럴 것이다. ‘틈틈이’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론 뭐든 성공하기 어려운 법이다. 

 

 

현재 나는 독서와 글쓰기를 틈틈이 하고 있다. 물론 언제나 그렇게 살겠다는 건 아니다. 미래라는 시간 속엔 현재와 다른 모습이 담겨 있으리라고 믿는다.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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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6 1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6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5-08-26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오랜만이어요! 어디 다녀오셨나요?
저도 그 멍석 좋아합니다.
뭐 어쨌거나 그 지랄도 상대가 도움이 된다거나 즐거우면
지랄로 안 보일 거 아니겠습니까?ㅋㅋ
우리나라 속담은 참 거시기 한데가 있어요. 그죠?

물론 정해놓고 지속적으로 하면 좋겠지만 틈틈히 하는 게 어딥니까?
아예 하지도 않는 사람도 있을텐데 말입니다.ㅎㅎ

페크pek0501 2015-08-26 21:47   좋아요 0 | URL
어디 다녀온 건 아니고 22일이 아버지 제사여서 2박 3일 동안 바빴네요.
저보다 어머니가 더 바쁘셨지만 말이죠.
일요일까지 바쁘다가 어제 그제는 일이 있었고 오늘에서야 한가롭게 글을 올렸네요. 지랄, 이 들어가는 속담 좋지 않습니까? 킥킥~~

맞아요. 틈틈이로 성공하기 어렵다고 해도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생각하면 위안이 되지요.

늦여름이 좋군요. 어젠 긴 팔을 안 갖고 나갔더니 춥더라고요. 잠잘 때도 서늘해서 창문을 닫고 잤어요. 이렇게 여름은 또 떠나네요. 여름 가는 건 왜 그렇게 아쉽게 느껴지는지... 더운 건 싫던데 말이죠.

cyrus 2015-08-26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글쓰기라면 논문일 거예요. 졸업논문 쓰느라 정말 힘들었어요. 논문 작성에 몰두하는 대학원생을 보면 대단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쓰러워요.

페크pek0501 2015-08-26 21:52   좋아요 0 | URL
졸업 논문 다 쓰시고 나서 속시원하셨겠어요.
저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글은 논문이라고 보는 바입니다.
그렇지만 그런 재미없고 딱딱한 글도 쓰는 사람이 있어야 세상은 잘 돌아가겠지요.
그런 뜻에서 논문 쓰는 사람들을 응원해야 할 것 같아요. 특히 어떤 진실을 밝히고자 논문을 쓰는 학자들을 말이죠.

프레이야 2015-08-27 0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모닝, 페크님.
규칙적인 습관이 사람을 만들고 삶을 변화시킨다는 흔한 말이 생각나네요.
문제는 실천이겠지요. 다시 결심^^

페크pek0501 2015-08-27 13:08   좋아요 1 | URL
굿애프터눈, 프레이야 님.
하하~~ 다시 결심^^... 저도요.
덥다는 핑계로 게으름이란 푹신한 의자에 안락하게 누워 지냈어요. 얼마나 좋은지... 그러면서 이렇게 계속 살면 안 되는데, 이랬어요.

습관은 위대하지요. 오늘 하루의 일과가 미래를 말해 주기도 하지요.
여름이 가니 저도 그만 게으름이란 의자에서 일어나야 하겠지요?

yamoo 2015-08-30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논문에 대한 페크님의 조언이 인상깊습니다.

저는 학부 4학년 때 논문을 4개나 썼습니다. 졸업논문, 대리논문, 그리고 공모전에 내야할 논문 2개. 하루 4시간 자고 줄창 읽고 쓰니 4개월에 4개를 쓰더라고요..ㅎ

페크pek0501 2015-09-02 16:53   좋아요 0 | URL
아, 님은 능력자시네요. 그런 분을 제가 부러워하죠.
논문 써 보니까 재미없더라고요. 어떤 형식에 맞추어 쓰는 것보단
역시 아무렇게나 단상이나 쓰는 게 제 체질에 맞는 것 같아요.

yamoo 2015-09-03 23:54   좋아요 0 | URL
네...맞아요. 논문 쓰는 건 디게 재미 없어요. 준비하는 기간만 많고...ㅎ
이후로 논문 거의 안썼습니다. 그냥 리뷰 쓰는 게 훨씬 재밌어요..ㅋㅋ

페크pek0501 2015-09-04 09:10   좋아요 0 | URL
동의합니다. 재밌는 걸 써야죠. ^^
 

 


1.
내 서재의 ‘즐겨찾기등록’ 수가 202명이 되었다. 이 숫자에 황송하다.

 

 

그런데 저 숫자의 두 배 이상을 기록하신 분들이 있으리라. 세 배 이상을 기록하신 분들도 있으리라.

 

 

늘 그런 것이다. 걷는 사람 위에 뛰는 사람이 있고 또 그 위에 나는 사람이 있는 게 인생인 것이렷다.

 

 

그러나 나, 202명에 대해 과분하게 생각한다. 올챙이 때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행복’하기 위해선 자신이 용케 모면한 불행의 이미지를 머릿속에 늘 떠올리고 있어야 할 일이다.(79쪽)
- 에밀 시오랑, <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에서.

 

 

 

 

 

2.
내가 오래전에 모 문화센터에 소설 강의를 들으러 다닐 때, 그 문화센터가 일간지 신춘문예 당선자를 가장 많이 배출시킨 곳이라고 공공연히 광고하는 걸 봤다. 그런 광고를 볼 때마다 마치 기계로 좋은 소설 작품을 제품처럼 찍어낼 수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글쓰기에도 분명히 어떤 기술이 필요한 건 맞지만 무슨 제품 생산하는 듯한 시스템 속에서 글을 쓰는 사람이 있다면 틀렸다고 본다. 그런 사람은 한 번쯤은 아니 몇 번쯤은 좋은 글을 쓸지 모르나, 좋은 글을 지속적으로 쓰는 건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설이든 시든 에세이든 좋은 글이란 그렇게 해서 탄생할 수 없는 무엇이기 때문이다. 기술이 필요하긴 하지만 기술로만 좋은 글을 쓸 수 없다는 뜻이다. 필자의 관찰력, 통찰력, 지혜, 안목, 훌륭한 마음 등을 통틀어서 ‘고도로 발달한 정신’이라고 부른다면, 그런 정신의 세계 없이 좋은 글을 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기술만 가지고는 좋은 글을 쓸 수 없다는 나의 생각에 힘을 실어 주는 글이 있다.

 

 

문장을 멋지게 쓰면 ‘글재주’를 인정받을 수 있다. ‘글재주’가 있으면 ‘써야 해서 쓰는 글’을 어느 정도 잘 쓸 수는 있다. 그러나 ‘글재주’만으로 공감을 일으키거나 존경을 받기는 어렵다.(258~259쪽)
-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방법만 배운다고 해서 글을 잘 쓰게 되는 것은 아니다. 시와 소설을 쓰는 작가들도 재주가 아니라 삶으로 글을 쓴다고 말한다. 시사평론과 칼럼, 논술문과 생활 글은 더 그렇다. 은유와 상징이 아니라 사실과 논리로 마음과 생각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기술은 필요하지만 기술만으로 잘 쓸 수는 없다. 잘 살아야 잘 쓸 수 있다.(260~261쪽)
-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3.
권력은 어느 세계에나 있는 것이긴 하지만 ‘신경숙 표절 사건’을 봐도 알 수 있듯이, 문학 세계에서도 권력의 힘이 막강해서 작가들이 인맥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니 어이없는 일이다. 작가는 글만 잘 쓰면 되는 것 아닌가.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인맥 따위엔 신경을 쓰지 않고 그저 자기의 길을 가고자 묵묵히 글을 쓰는 작가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문단과의 교류도, 인터뷰도 사양하고 게다가 저명한 문학상까지 거부했던 에밀 시오랑 같은 수필가(철학자이기도 함.)가 있다는 것이다. 멋지지 않은가?

 

 

헤르만 헤세가 쓴 글 중에 기억해 두고 싶은 글이 있다.

 

 

작가란 직업은 조용히 눈을 뜨고 기다리면서 좋은 때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그 일은 땀과 불면의 밤을 요구할지라도 귀중한 것이며, 더 이상 ‘일’이 아닌 것이다.(95쪽)
- 헤르만 헤세, <헤세의 문장론>에서.

 

 

긴 시간 동안 글을 열심히 쓰다 보면 어느새 좋은 작품이 탄생하여 명성을 얻게 되는 게 작가라는 직업이다. 명성은 작가의 고독한 노력 뒤에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지, 인맥 관리나 해서 얻어지는 게 아닐 것이다.

 

 

 

 


4.
올해 만난 책 중에서 좋은 책 다섯 권을 뽑는다면 그중 하나로 에밀 시오랑의 책을 뽑겠다.

 

 

작가는 자기만이 아는 진실을 말하고 싶어 책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내 생각에 따르면, 에밀 시오랑은 이런 진실을 말하고 있네. 

 

 

자살에 관한 진실.

 

 

내가 나 자신이기 때문에 자살한다면, 그렇다, 그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온 인류가 내 얼굴에 침을 뱉을 것이기 때문에 자살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133쪽)
- 에밀 시오랑, <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에서.

 

 

삶은 주체적으로 살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죽음도 주체적이어야 한다. 나 때문에 죽을 수는 있어도 타인 때문에 죽을 수는 없다는 것.

 

 

기대에 관한 진실.

 

 

태어남이 하나의 파멸이라는 사실을 모든 사람이 인정할 때, 삶은 마침내 견딜 만한 것이 되고, 마치 항복한 다음 날처럼 투항한 자의 홀가분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246쪽)
- 에밀 시오랑, <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에서.

 

 

기대할 게 없으면 실망도 불행도 없다. 실망도 불행도 따지고 보면 ‘기대’라는 놈 때문에 생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태어남을 하나의 파멸로 보고 어떤 기대도 하지 않는다면 삶은 견딜 만한 것이 되리라.

 

 

희망에 관한 진실.

 

 

아무리 이성적인 사람이라 할지라도 희망 없이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사람은 언제나 자신도 모르는 새 하나의 희망을 가지고 있고, 그 의식하지 못하는 희망은 그가 내던져 버린 혹은 고갈시킨 다른 모든 명백한 희망을 보상해 주고 있다.(78쪽)
- 에밀 시오랑, <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에서.

 

 

희망 없이 살겠다는 것도 알고 보면 ‘희망’일 테니까, 희망 없이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겠다.

 

 

성공에 관한 진실.

 

 

모든 성공은 치욕스러운 것이다. 그 치욕에서 우리는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 물론 우리 자신의 눈으로 볼 때 그렇다는 말이다.(242쪽)
- 에밀 시오랑, <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에서.

 

 

직장에서 승진했다는 것은 과장해서 말하면, 경쟁자를 짓밟았다는 걸 의미한다. 경쟁자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걸 의미한다. 성공이란 이렇게 영광스럽기보다 치사하고 치욕스러운 것이다. 성공의 자리는 누군가를 밟아야만 올라갈 수 있는 곳에 있기 때문이다.

 

 

 

 


5.
남의 얘기에 공감해 주는 일은 왜 중요할까?

 

 

탈무드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심하게 다툼을 한 부부가 랍비를 찾아왔다. 자기네 부부 중에서 누가 잘못했는지를 가려 달라는 것이다. 랍비는 먼저 남편을 불러 남편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겠군요.”
“저도 그런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이렇게 랍비는 남편의 말에 옳다고 맞장구를 치며 들어 주었다.

 

 

잠시 후, 랍비는 아내를 불러 아내의 이야기를 들었다.

 

 

“정말 속상하시겠어요.”
“맞습니다.”

 

 

이렇게 랍비는 아내의 말에도 옳다고 맞장구를 치며 들어 주었다.

 

 

남편과 아내의 이야기를 다 들은 랍비는 아무 결론도 내려 주지 않고 부부를 돌려보냈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이 랍비에게 물었다.

 

 

“랍비 님, 서로의 주장이 다른데 왜 랍비 님께서는 두 사람의 말이 다 옳다고 맞장구쳐 주었습니까?”

 

 

그러자 랍비가 웃으며 말했다.

 

 

“부부가 싸울 때에는 누가 옳다고 단정 지어서는 안 돼요. 부부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달아오른 감정을 식히는 것이랍니다. 제가 서로의 말이 옳다고 들어 주기만 하면 두 사람은 화가 식게 되지요. 제가 도와 줄 수 있는 일은 그렇게 화해할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뿐이랍니다.”

 

 

공감의 힘은 위대하구나.

 

 

 

 

 


6.
육아에 전념하던 옛날에 쓴 일기를 보니 깜짝 놀랄 만한 글이 있었다.

 

 

‘일을 갖고 글을 쓰면서 늙어 갈 것.’

 

 

아니, 내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단 말이지? 그러니까 지금의 내 생활이 우연히 만들어진 게 아니란 말이지?

 

 

일기 쓰면 좋은 점 중 하나는 이런 거지. 시간이 많은 흐른 뒤에 보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 것. 자신도 모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 자신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는 것.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게 일기장이라는 것. 그래서 내 일기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읽은 이가 있다면 그가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 자기 자신이 자기를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일 수 있다는 것.

 

 

 

 


7.
어느 님이 댓글로 쓰셨다. 죽으면 ‘자기가 쓴 글’이 쓰레기가 되고 만다고.

 

 

그렇겠다. 그러니까 죽은 뒤에 ‘자기가 쓴 글’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하는 거다.

 

 

내가 죽은 뒤에 내 글을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컴퓨터에 저장해 놓은 글, 내 개인용 넷북에 저장해 놓은 글, 유에스비에 저장해 놓은 글, 노트에 볼펜으로 쓴 글 등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생각하다가 가족에게 말했다. “내가 죽으면 내 글은 모두 불태워 줘.”

 

 

(하하~~. 이렇게 쓰고 보니 웃음이 나오네. 설마 출판사에서 나온 누군가가 내 미발표 원고를 묶어서 책으로 내자고 할까 봐서?)

 

 

(하하~~. 그게 아니고요. 아파트 공동 ‘폐품 쓰레기통’에서 내가 쓴 일기장이 굴러다니다가 누군가의 눈에 띈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러면 싫잖아요. 싫은 정도가 아니라 끔찍하잖아요.)

 

 

그러니까 종이 일기장은 불태우고, 컴퓨터에서 내 글 전부 삭제하고, 내 유에스비도 부숴 버려야 한다고 유언을 해 놓아야 하는 거다. 이 알라딘 서재는 폐쇄하라고 해야겠지?

 

 

이런 생각을 하고 보니 무섭네. 그리고 슬퍼지네. 하지만 그런 날이 오긴 올 것이니 대비가 필요하다. 영원히 사는 사람은 없으니...

 

 

 

 


8.
오십 대의 직장 동료가 내게 말했다.

 

 

“요즘 책을 안 읽으니 점점 바보가 되어 가는 게 느껴져요.”

 

 

그리고 덧붙인다.

 

 

“나이 드니까 순발력이 없어지고 판단이 느려져요.”

 

 

아, 그거였구나. 내가 독서를 하며 살아도 바보 같은 짓을 자꾸 한다고 느꼈는데 그게 나이 탓이었구나. 그러니까 나이가 들어서 내가 푼수 병에 걸린 거였구나.

 

 

내가 요즘 푼수 짓을 해서 죽겠다고 친구에게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의 이유를 찾은 것 같다. 나이 때문이라는 것. 이삼십 대에 잘 돌아가던 두뇌가 이젠 잘 안 돌아가는 이유가 나이 때문이라는 것.  

 

 

내가 예전에도 어떤 글에 쓰지 않았던가. 독서를 해도 왜 똑똑해지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이다. 그 답을 동료가 가르쳐 주네. 나이가 들면 머리가 나빠지나 봐. 

 

 

하지만 헤르만 헤세는 이런 말을 남겼지. 

 

 

노인이 젊은이보다 못하지 않고 노자老子가 부처보다 못하지 않으며, 파랑이 빨강보다 못하지 않다. 노인이 젊은이처럼 굴려고 할 때만이 보잘것없어진다.(130쪽)
- 헤르만 헤세, <헤세의 문장론>에서.

 

 

나이 듦은 그것대로 장점이 있다는 말로 읽혀지네.  

 

 

 

 


9.
어느 님이 서재에 새 글을 올려놓고 가림막용으로 올린 글이라고 해서 웃음이 나왔다. 무슨 말인가 하면 가장 최근에 올린 글이 창피해서 그걸 가리기 위한 목적으로 새 글을 올렸다는 말이다.

 

 

나랑 똑같잖아. 하하~~. 나도 그렇다. ‘저 글이 창피하니 빨리 새 글을 올려야 할 텐데...’ 이런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서재에 들어와 (가장 최근에 올린) 내 글을 보면 마치 나의 발가벗은 몸을 공중에 높이 매달아 놓은 걸 보는 기분이 든다고나 할까.

 

 

이런 걸 극복해야 할 텐데. 뻔뻔해져야 할 텐데. 뻔뻔해지기가 왜 이리 어려운지.

 

 

내 글을 읽은 분들 중 한 분이 내게 말한다.

 

 

“이봐, 뭐 이런 걸 글이라고 올려? 여기가 개인 낙서장인 줄 알아?˝

 

 

내가 답한다.

 

 

“예, 여기는 개인 낙서장이에요. 제게는...”

 

 

물론, 가상해 본 물음과 답이다. 이 서재를 나의 낙서장으로 알고 앞으로 뻔뻔하게 글을 쓰겠다고 다짐한다.

 

 

 

 


10.
이 글의 마지막은 에밀 시오랑의 글로 장식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엇을 하십니까?
내 자신을 견딥니다.(53쪽)
- 에밀 시오랑, <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에서.

 

 

나도 견디고 있다.

 

 

여러분도 견디고 있는 것이다. 

 

 

무엇을 견디고 있는지는 각자 생각해 보는 걸로... 

 

 

 

 

 

.............................................
(위 10번의 인용문에서 ‘내 자신’이 아니라 ‘나 자신’이라고 써야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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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5 2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6 1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15-08-16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거하신 모든 부분에 공감을 표시합니다! 고로 추천 10개 쾅!^^

페크pek0501 2015-08-16 13:50   좋아요 0 | URL
공감하신다니 안심이 됩니다. 객관성과 주관성 사이에 어디쯤에 위치해야 하는지 모르겠거든요.

추천 10개 잘 받았습니다...^^

순오기 2015-08-16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요~~페크님!^^
공감으로 끄덕끄덕~ 인사 남겨요!♥

페크pek0501 2015-08-16 13:52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뵈네요, 순오기 님.
끄덕끄덕 해 주셔서 좋습니다.
저는 글을 올린 지가 오래되었네, 그러면서 땜질용으로 글을 올리게 되네요.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2015-08-16 14: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9 14: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금창고 2015-08-16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이책 얼마전에 읽었어요
읽고 글잘쓰고 싶은 욕심이 들더라고요

페크pek0501 2015-08-19 14:2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어떤 책을 말씀하시는 건지요?
유시민 저자의 책이라면...
맞아요. 이 책을 읽고 나면 글을 더 잘 쓰고 싶어져요.
그런 걸 느끼기 위해서 이런 류의 책을 찾아 읽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반가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세실 2015-08-16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님이 추천하는 책은 무조건 장바구니에 담아 둡니다.
`일을 갖고 글을 쓰면서 늙어갈 것` 굿 입니다~~~ 저도^^

페크pek0501 2015-08-19 14:30   좋아요 0 | URL
아, 세실 님.
제가 읽은 책은 모조리 님이 읽으시고
저는 님이 읽으신 책을 읽지 않고...
이러면 제가 밀리잖아욧... 호호~~
그냥 밀리도록 하겠습니다. 저, 승부욕 없는 여자랍니다.
뒤따라가겠습니다.
월요일이 아닌 수요일이라 좋지 않습니까?

좋은 하루 되세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