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는 무관한 이유로 해서 그 사람이 그토록 괴로워한다면, 그건 내가 그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 롤랑 바르트 저, <사랑의 단상>, 91쪽.

 

 

 

 

이것을 변형해서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나와는 무관한 이유로 해서 그 사람이 그토록 즐거워한다면, 그건 내가 그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내가 중요하다면 내가 없는 자리에서 그가 즐거울 수 없다, 라는 뜻.

 

 

 

 

 

 

나 자신을 당신의 힘과 맞선 또 하나의 힘으로 설정하려 한다면?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아마도 그 사람은 내게 주는 고통이나 즐거움에 의해서만 정의될 것이다.

 

- 롤랑 바르트 저, <사랑의 단상>, 197쪽.

 

 

 

 

연인이란 고통이나 즐거움의 상징이 아닐까. 왜냐하면 연인으로 인해 고통스럽거나 즐거울 수 있으니까.

 

 

 

가장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어떤 것은 가장 큰 고통을 줄 수 있는 것 같다. 연인의 경우에만 해도 그렇다. 연인은 가장 큰 즐거움을 주는 존재이지만 반대로 가장 큰 고통을 주는 존재다. 서로 사랑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즐거움을 얻을 수 있지만, 이별로 인해 고통을 겪을 수도 있다. 천국에도 갈 수 있고 지옥에도 갈 수 있게 해 주는 게 연인이란 존재라고 할 수 있겠다.

 

 

 

또 다른 예를 들면 가장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음식을 먹는 일’이 가장 큰 고통을 줄 수 있다. 우울증을 심하게 앓는 사람은 식욕이 전혀 없어 ‘음식을 먹는 일’이 고통스럽다고 한다. 나도 경험한 게 있다. 아이를 낳은 뒤에 미역국과 밥을 먹어야 할 때 느꼈던 것. 산모로서 내 몸을 생각해서 먹어야 하는데 그렇게 먹기 싫을 수가 없었다. 억지로 먹는 게 아주 고통스러웠다. 이것을 ‘성행위’로 예를 들 수도 있다. 가장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성행위’는 어떤 경우엔 큰 고통을 줄 수 있다. 강간의 경우가 그럴 것이다.

 

 

 

이렇게 인간의 두 가지 욕구인 식욕과 성욕은 때로는 큰 행복과, 때로는 큰 불행과 연관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행복을 주는 어떤 것은 불행을 주기도 하는 것’이다.

 

 

 

‘그 사람은 내게 주는 고통이나 즐거움에 의해서만 정의될 것이다.’라는 롤랑 바르트의 말을 ‘연인이란 극과 극을 오가게 만드는 존재이다.’라고 해석해 보았다. 극과 극은 하나의 길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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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3-06-26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눈물 흘리게 한다고 하지요.

페크pek0501 2013-06-26 15:09   좋아요 0 | URL
그렇죠. 모르는 사람 때문에 눈물 흘릴 일은 없겠죠.
감사합니다... ^^
 

 

 

 

1. 꿈의 내용과 꿈의 만족 중 중요한 것은 

 

 

 

신경숙 저,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그는 매일 커피집에 커피를 마시러 간다. 그의 아내가 항상 따라나선다. “그 커피집은 예전에 그가 살던 집이다. 그가 대표로 있던 회사가 부도가 나서 그가 가진 재산 중에서 맨 먼저 경매에 부쳐졌던 게 그 집이다.”(144쪽) 그 집이 커피집이 되었다. “커피집 주인은 젊은 날부터 이런 커피집 주인이 되는 게 꿈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항상 커피 곁에 있었고 커피 공부를 해왔다고 했다. 꿈이 이루어진 지금 더 바랄 것이 없을 만큼 행복하다고 했다.”(145쪽)

 

 

 

“젊은 날 그는 회사 일로 일 년의 반은 집을 비웠다. (…) 그때는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서 자동차 안에서 샌드위치로 때우는 일이 허다했고 잠자는 시간도 아까워서 밤 비행기를 타고 다니는 일이 숱했다.”(149쪽) “그때의 그는 지금은 군의관인 아들이 한때 시디가게를 하면서 살고 싶다고 말하자 아들에게 실망해 한동안 아들을 보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 젊은 놈의 꿈이 고작 그뿐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얼굴을 마주보고 화를 낼 가치도 없이 느껴져 아예 얼굴을 보지 않았다”(150쪽)

 

 

 

그러던 그가,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었으면서 왜 여길 하루도 빼놓지 않고 와요?, 하는 아내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저 사람(커피집 주인)을 보고 있으니 이런 커피집을 하면서 살았어도 좋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151쪽)

 

 

 

시디가게를 하면서 살고 싶다던 아들의 작은 꿈에 실망해 화가 났던 그가 커피집을 하면서 살았어도 좋았겠다는 말을 하는 사람으로 변한 것이다. 나이가 들자 자신이 즐겁다고 느끼는 삶을 사는 게 최상의 행복이라는 것을 깨달은 듯하다. 나이가 들어서 깨닫지 말고 미리 깨달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시디가게를 하면서 살고 싶다던 아들의 작은 꿈을 지지해 줄 수 있었을 텐데.

 

 

 

나이가 들면 거창한 꿈만 가치가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나 보다. 중요한 것은 꿈의 ‘내용’이 아니라 꿈의 ‘만족’임을 알게 되나 보다.

 

 

 

나는 현명한 삶과 즐거운 삶 중에서 어떤 게 중요한가를 생각하다가 현명하기보단 즐거운 게 낫지, 하고 판단한 적이 있다. 즐거운 삶과 비교할 때 현명한 삶에 후회가 따를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현명한 삶이 나중에 보면 현명하지 않은 것이 될 수 있으니까. 그러므로 우리가 현명하다고 여기는 삶을 선택할 경우, 그것이 정말 현명한 삶인지를 의심하고 따져 봐야 한다.

 

 

 

웃고 떠든다고 해서 즐거운 삶이 되는 건 아니다. 예를 들면, 학생이 공부를 하지 않고 신나게 논다고 해서 즐거운 삶이 되는 건 아니며, 직장인이 근무를 하지 않고 신나게 논다고 해서 즐거운 삶이 되는 건 아니다. 자존감이 낮아지고 자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즐거운 삶이란 자존감이 낮아지지 않고 자책하지 않고 ‘만족’할 수 있는 삶이리라.

 

 

 

 

 

 

 

 

 

 

 

 

 

 

 

 

 

 

 

 

 

 

 

 

 

2. 이미 경험한 맨 밑바닥이 있다는 것은

 

 

 

신경숙 저,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에 이런 이야기도 있다.

 

 

 

N은 세계 음식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의 구성작가 자격으로 며칠째 음식의 천국이란 나라에 왔다. “어제 저녁식사는 이 여행의 마지막 식사였다. 자연히 회식 분위기가 되었다.”(118쪽) “식당의 종업원이 마지막 요리라고 하면서 튀김요리를 내왔다. 막 튀겨 내온 듯 훈기 어린 튀김을 너도나도 하나씩 집어들었다. (…) N이 집기를 망설이고 있는데 정피디가 냅킨에 튀김 한 개를 싸서 N에게 내밀었다. 닭 목뼈처럼 뼈가 둥글고 긴 걸 보니 어쨌든 이상한 벌레는 아니겠지. 싶긴 했다. (…) N이 튀김 한 개를 거의 다 먹어갈 때였다. 누군가, 근데 이건 뭘 튀긴 거길래 이렇게 바삭하냐고 물었다. 아는 이가 없는 듯했다. 모두들 그제야 정말 이게 뭐냐고 물으며 다시 튀김을 한 개씩 집어들었다. 통역자가 종업원에게 이 나라 말로 튀김의 정체를 묻는 듯했다. 종업원에게 무슨 대답을 들었는지 통역자가 얼른 N을 바라보았다.”(120쪽~121쪽)

 

 

 

“-뭐래요?

-……

-뭐라고 하냐니까요?

-저 그게…… 그러니까…… 뱀이라고 하네요.”(121쪽)

 

 

 

그 다음날 뱀을 먹인 죄로 N에게 미안한 정피디가 말했다.

“-어젯밤엔 진짜 미안했어. 나도 (그게 뱀인 줄) 몰랐어. 알았다면 그랬겠어.

N은 다른 사람들을 찾는 듯 정피디를 외면했다. (자신에게 뱀을 먹인 일로 화가 나서) 말도 섞고 싶지 않았다.

-N…… 어젯밤 일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야. 어쩌면 큰 힘이 되어줄지도 몰라. 이제 겨우 우리가 서른인데 말이야.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는 아무도 모르잖아. 이 세상일이 힘겨울 때면 이렇게 생각하는 거야. 나는 뱀도 먹은 년이다.

정피디는 아주 진지했다, 어제 밤새도록 생각해낸 말인 모양이었다.

-뱀도 먹은 년인데 …… 내가 뭘 못 하겠냐, 이렇게 생각하면 N은 앞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야. 안 그래?”(121쪽~122쪽)

 

 

 

‘나는 뱀도 먹은 년이다!’라고 생각하면 더 이상 두려울 게 없을 것이란 얘기다.

 

 

 

큰 슬픔을 겪어 본 사람은 웬만한 슬픔 따위엔 마음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 법이니, ‘이미 경험한 맨 밑바닥’이 있다는 것은 좋을 수 있다. 어떤 불행이 닥쳤을 때 지금의 불행이 예전의 그 불행보다 견디기 낫다는 생각이 위안을 줄 것이다. 오히려 늘 높은 곳을 향해서만 올라갈 뿐, 한 번도 낮은 곳으로 내려간 적이 없는 삶을 사는 사람이 위태로워 보이는 게 아닐까.

 

 

 

우리의 삶이 보다 나은 삶을 향해 올라가는 쪽으로만 생각해선 안 될 것 같다. 올라가는 삶만 있는 게 아니라 내려가는 삶도 있는 것이니까. 현재의 삶이 가장 만족스런 상태에 있는지도 모를 일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월수입이 줄어들 수도 있고, 직장을 그만두게 될 수도 있고, 건강에 이상이 생겨 환자가 될 수도 있다. 어쩌면 내려가지만 않게 된다면, 현재의 삶이 자신의 인생에서 최상의 행복이 유지되고 있는 상태일 수 있다.

 

 

 

내가 수영을 할 줄 알게 되었을 때 물에 대해 겁이 없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깊은 곳에서 수영하게 되었는데, 수영을 멈추려고 할 때 밑바닥에 내 발이 닿지 않아 당황하며 겁이 난 적이 있다. 물을 먹으면서 발버둥을 치다가 어느 순간 내 발이 밑바닥에 닿았을 때 그제야 발로 밑바닥을 뻥 차고 헤엄을 쳐서 간신히 몸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할 수 있었다. 맨 밑바닥을 경험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인생도 이와 같으면 좋겠다. 인생의 맨 밑바닥을 경험한 자는 위를 향해 오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점점 나아지는 삶을 살아서 맨 밑바닥을 경험한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 뱀을 먹은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듯이 말이다.

 

 

 

 

 

.............................

 

<이 글을 쓰고 나서>

 

이런 단상을 쓰게 하는 소설을 좋아한다.

이런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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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3-06-19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까이 하기에 너무 먼 소설.... 오늘 밤 꿈에 뱀을 먹도록 하겠습니다. 내일 아침에 꿈을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http://blog.aladin.co.kr/maripkahn/1882047

페크pek0501 2013-06-19 14:05   좋아요 0 | URL
“양력과 음력이 있어 좋은 점은 신정에 세웠던 계획을 설 명절에 점검을 할 수 있다는 것...” - 재밌고 그럴 듯하네요. 누구나 한 번쯤은 그랬을 것 같아요.

저는 요즘 심리학과 에세이 위주로 읽고 있어서 오랜만에 소설을 읽은 거랍니다.
예전엔 소설만 줄곧 읽던 시간들이 있었지요. 심리학 서적을 싫증날 때까지 보고 나면 다시 소설로 돌아갈 거예요.ㅋ

2013-06-19 0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9 14: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3-06-19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님의 이런 단상이 참 좋아요. 늘 그렇듯이요.
선물 받고 아직 펼치지 않은 책인데 지금 생각은 다음 녹음도서로 읽을까 합니다.
함께하면 좋을 책 같아요. 그분들이 편안하게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장마가 시작되었는데 이슬비 내리다 잠시 그치네요.
눅눅한 마음도 나쁘진 않은 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13-06-19 14:09   좋아요 0 | URL
단상이란 게 생각나는 대로 적는 생각들이어서 부담 없어 좋아요.
사유나 사색이란 말에 바해 깊이가 없어도 되니까요.
녹음도서로 괜찮을 것 같아요.

어제처럼 비가 오는 날은 먼지가 없어 좋더라고요. 세상이 청소하는 것 같아서요.
또 봐요!!!!!!!!!!!!!!
감사합니다.
 

 

 

 

1. 눈의 피로를 덜어 주는 방법 : 내 서재에 들어올 때마다 모니터 화면의 글자를 크게 확대한다. 눈의 피로를 덜기 위해서다. 서재에 들어와, 화면 위의 오른쪽에 위치한 ‘페이지(P)’를 클릭하고 '확대/축소(Z)(125%)'로 설정하면 글자가 커져서 눈이 덜 피로하다.

 

“컴퓨터 사용 시, 안구건조증이 있는 분들은 이렇게 하시길 권합니다.”

 

 

 

 

 

2. 여름 : 날씨가 덥다. 나는 여름을 좋아하기도 하고 싫어하기도 한다. 기온이 30도가 넘지 않는 여름날을 좋아하고, 30도가 넘는 여름날을 싫어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저께는 저녁을 먹고 나서 운동 삼아 밤길을 걸었는데 날씨가 참 좋았다. 덥지도 않고 간간이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서 마치 낭만에 젖게 하는 달콤함이 흐르는 듯 느껴졌다. 이런 밤이 있다는 게 바로 여름의 매력인 거지, 하고 생각했다. 거리의 파라솔 아래 앉아 캔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기 좋은 여름밤이었다.

 

오늘은 비가 오는 날. 태양이 쉬는 시간이다. 이런 시간이 없다면 무더위와 함께하는 지루한 여름을 어떻게 보낼까.

 

 

 

 

 

3. 닉네임 : 어제 뭐 찾을 게 있어서 네이버 사이트에서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내 글이 다른 사람의 카페에 옮겨져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에이포 용지 두 장이 약간 넘는 분량의 글로 내 서재에 이미 올린 글이다. 그런데 글 작성자의 이름을 보니 내 닉네임이 아닌 다른 닉네임으로 되어 있었다. 그럼 그 글이 내가 쓴 글이 아니고 그 사람이 썼단 말인가.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퍼온 글인 줄 알겠다. 기막히다. (마음 착한 내가 참는다.)

 

또 그런 일이 생길지 몰라서 이렇게 써 놓는다.

 

“혹시 제 서재에서 글을 퍼 가실 때엔 글 작성자의 닉네임을 ‘pek0501’로 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가 글을 올린 날보다 내가 글을 올린 날이 몇 달 빠르니 두 글을 본 사람은 내가 쓴 글로 알 것이다.)

 

 

 

 

 

4. 집중력 : 무슨 일이든 성공의 열쇠는 집중력인 것 같다. 글을 쓰는 일도 마찬가지다. 늘 글쓰기와 관련한 생각을 할 만큼의 집중력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신문을 볼 때도 텔레비전을 볼 때도 책을 볼 때도 글쓰기에 관련시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글쓰기를 좋아하면 저절로 집중력이 생기고 그 집중력이 모든 것에서 글감을 얻어내게 만들 것이다. 이렇게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은 성공을 떠나 그 자체로 행복한 사람일 것 같다.

 

무더운 여름날 남들이 산이나 바다로 놀러 다닐 때,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는 집중력! 그 집중력이 내게도 있었으면 좋겠다. 성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5. 책 리뷰 : 책을 읽고 쓴 리뷰 형식의 글들을 모아 놓은 책이 독자들에게 주목을 받는 일이 많다. 혹자는 뭐하러 이런 책을 사서 보느냐고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 친구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다.) 리뷰의 책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는 하루에 수백 권이 출간되는 책들을 우리가 다 읽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글을 쓰지 않더라도 책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리뷰의 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나도 이런 책을 좋아하는데, 내가 읽지 않은 책을 다양하게 소개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미 읽은 책에 대해선 나의 느낌과 타자의 느낌을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6. 요네하라 마리 : 요즘 주목하고 있는 작가는 ‘요네하라 마리’이다. 참고로, 요네하라 마리 작가는 “고르바초프와 옐친이 이름을 지명해 의뢰를 할 정도로 러시아어 동시통역의 일인자였다.”(662쪽)고 한다. 그런데 그녀는 글도 잘 쓴다.

 

요네하라 마리의 <언어 감각 기르기>라는 책을 읽고 이 책에 관한 글을 써서 5월 30일에 이곳에 올린 바 있다. 바로 <단상(61) ‘언어 감각 기르기’를 읽고>라는 글이다. (요네하라 마리 작가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들은 보시길...)

 

 

 

 

 

 

 

 

 

 

 

 

 

 

 

 

 

 

 

 

 

7. 대단한 책 : 요네하라 마리의 다른 책 <대단한 책>을 읽고 있다. ‘죽기 전까지 손에서 놓지 않은 책들에 대한 기록’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책이다. ‘독서일기’와 ‘서평’,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눠 구성되어 있다. 총 390권을 다루고 있는, 680쪽의 두꺼운 책이다.

 

 

 

 

 

 

 

 

 

 

 

 

 

 

 

 

 

 

먹는 속도, 걷는 속도, 책을 읽는 속도는 꽤 빠른 편이다. 먹기와 걷기의 경우, 자주 빈축을 사기도 한다. “다른 사람과 함께 걷거나 먹을 때에는 상대방과 속도를 맞추어 시공간을 공유한다는 즐거움을 만끽하라”고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잔소리를 들었다. 그런 반면 독서의 경우에는 아무리 빨리 읽어도 옆에서 아무도 참견하지 않는다. 그래서 대학 입시 때의 암기 지옥에서 해방되었을 때부터 책을 읽는 속도는 재미가 붙을 정도로 빨라져, 그 후 20년 동안 하루 평균 일곱 권을 읽고 있다.

 

- 요네하라 마리 저, <대단한 책>, 357쪽.

 

 

 

요네하라 마리 작가가 하루에 일곱 권씩 읽었다는 것에 대해, 이게 가능한지 처음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대단한 책>을 읽으면서 그게 가능한 사람도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사람의 능력에는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글을 참 잘 쓰는군, 하고 감탄하며 그것을 저절로 인정하게 되었다. 천양지차(天壤之差)란 말을 떠올렸다.

 

 

다음은 내가 책에 밑줄을 그은 것 중에서 골라 옮긴 것.

 

 

 

세계는, 특히 유럽도 일본도 미국이 없어도 꾸려 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역으로 미국은 세계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 요네하라 마리 저, <대단한 책>, 215쪽.

 

 

 

 

 

다이제스트판의 가장 큰 죄는 본래 다면체이고 복잡 기이한 존재인 인간을 갈기갈기 분해해 단순화해 버렸다는 것이다. 성의 매력과 그 위험천만한 파괴력, 육욕과 사랑 사이의 미묘한 차이, 용모와 성격의 모순 등 남자와 여자를 전체적으로, 사회적 ‧ 역사적 배경까지도 포함해 다면적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 문학의 본분인 것이다.

 

다이제스트판이 아니라 원작을 아이들에게 전해 줍시다. 너무 어렵지 않겠느냐고?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종은 그 개체의 존속을 사명으로 여긴다. 소년 소녀 시절에 눈뜨는 성에 대한 호기심은 바로 종으로서의 인간의 본원적인 욕구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그만큼 강렬할 것은 없다. 그런 호기심은 두툼한 고전이라도, 그리고 난해한 표현이라도 파죽지세로 읽어 나가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성에 대한 호기심이 줄어든 다음에도, 그 무렵 자기도 모르게 몸에 익힌 독서 습관과 속독술은 평생 재산이 된다.

 

- 요네하라 마리 저, <대단한 책>, 355쪽~356쪽.

 

 

 

 

 

니이미 게이코 씨의 고양이 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갑자기 로스트로포비치와 음악 교사들의 문답이 떠올랐다.

 

“모든 사람이 프로 음악가가 될 것도 아닌데, 그렇게 많은 아이들에게 작곡 공부를 시킬 필요가 있을까요?”

 

이런 질문을 받은 세계적 첼로 연주자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분명 작곡을 배운 아이들 대부분은 의사나 상점 주인이나 엔지니어나 가정주부가 되겠죠. 하지만 그들은 작곡되어 연주되는 작품의 확실한, 그리고 훌륭한 청중이 되어 적확한 비평가로 성장할 것입니다. 작품을 더욱 깊고 예리하게, 그리고 풍부하게 향유하는 즐거움이 그들의 인생을 채워 줄 것입니다.

 

- 요네하라 마리 저, <대단한 책>, 467쪽.

 

 

 

 

 

 

 

추신........................

요네하라 마리가 쓴 리뷰와 내가 쓴 리뷰를 비교하니 기죽는다. 깨갱 깨갱~~. 하지만 나를 기죽게 만들 만큼 글을 잘 쓰는 작가를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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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06-13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대체적으로 3-4일에 한 권 읽게 되는 것 같은데 하루 일곱권은 어떻게 읽을 수 있는걸까요? 속독을 해도 일곱 권은 무리일 것 같은데...하루종일 다른건 아무것도 안하고 책만 읽으면 그게 가능할까요? 아무리 그렇다 해도 3-4권이 최선일 것 같은데. 요네하라 마리는 정말 대단하네요.

페크pek0501 2013-06-13 12:53   좋아요 0 | URL
맞죠 다락방 님?
저도 3일에 한 권은 읽을 수 있지만 그 이상은 무리인 것 같아요.
지금은 그 정도도 못하지만요... 일상이란 게 책만 읽을 수 있게 하지 않잖아요.
다락방 님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그 정도로 읽으신다면 아주 많이 읽으시는 거예요.

아, 그런데 이곳 알라딘 서재에서 가장 인기 많은 분이 방문해 주시니 영광인 걸요.
님의 인기 비결이 뭔지 분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었어요. ㅋㅋ
좋은 하루 보내세요. ^(^ ^)^

다락방 2013-06-13 13:30   좋아요 0 | URL
페크님, 저 페크님 올리시는 글 꼬박꼬박 다 보고 있습니다. 댓글을 잘 안남겨도 다 보고 있는걸요!
:)

페크pek0501 2013-06-13 14:50   좋아요 0 | URL
앗 정말요? 그런 줄 몰랐어요. 더 영광인 걸요!!!!!!!!!!!
그게 바로 님의 인기비결이었군요. ‘부지런히 다 읽기’였군요.
역시 다독이 중요하군요. ㅋㅋ
저도 여기저기 다니면서 부지런히 읽도록 노력해야겠군요. 큭큭...

페크pek0501 2013-06-13 15:24   좋아요 0 | URL
뜻의 정확한 전달을 위해 덧붙입니다.

'다독이 인기 비결'이란 말의 뜻은, 많이 읽으니 글을 잘 써서 인기가 있는 블로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는 것, 입니다.

(댓글을 잘못 쓴 것 같단 생각을, 왜 나는 창 밖을 보며 커피를 마시던 중에 했을까요...ㅋ)

노이에자이트 2013-06-13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한 책> 읽을 때 한국공산주의운동가들이 나오는 대목이 있어요.박헌영과 그의 비서인 박갑동이 나오더라고요.한번 찾아보세요.

페크pek0501 2013-06-13 14:49   좋아요 0 | URL
<대단한 책>에 북한 얘기가 많이 나오죠. 167쪽엔 (북한을 잇는 남자) 의 주인공 박갑동, 168쪽엔 박헌영 얘기 등... 제가 우리나라 사람의 이름이 나오는 게 신기해서 밑줄을 쳐 놨어요.

도대체 노 님은 모르시는 게 없군요.ㅋ
좋은 하루 보내세요. ^()^

2013-06-13 14: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3 1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립간 2013-06-13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이버에 사진과 그림을 올리는 (파워) 블로그가 있는데, 어떤 분이 그 블로그의 사진, 그림 뿐만 아니라, 그 밑의 블로그 주인의 댓글까지 그대로 복사한 그러니까 바탕 화면만 빼고 그대로 가져간 블로그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자신의 창작인 것처럼. - 결국 폐쇄되었지만
저는 그 절도를 하신 분 심리를 잘 모르겠습니다. 좋았을까요...

저는 리뷰, 서평, 독후감이라는 단어를 혼용해 쓰기도 하지만, 리뷰보다 독후감이라는 단어가 좋습니다. 독후감이라는 것이 어감에서 문예적이고 창작품이라는 느낌이 강해서요. 가끔 제본이나 겉표지, 활자체, 색감 등의 평이 들어갈 때, 서평이라는 사용합니다. 독후감 문집은 그 자체가 창작품이죠. 본 책보다 독후감이 더 좋았던 적도 있습니다.

페크pek0501 2013-06-13 15:37   좋아요 0 | URL
아, 그렇게 구분할 수 있겠네요.

제가 리뷰라고 쓴 것은 이곳 알라딘에서 마이리뷰라는 말을 사용하기 때문에 리뷰라는 말에 익숙해져서예요. 글을 읽는 분들도 리뷰라는 말에 익숙할 것 같고요.

마이리뷰나 마이페이퍼를 우리나라 말로 고쳤으면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프레이야 2013-06-13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마낫 그런일이ㅠ 저도 여러해 전 그런일 당한적이 있어요. 그거도 이곳 어느분이 보시고 알려주셔서 알게되었지요. 다른곳에 거의 안 가니ᆞᆢ다른이유는 없고 제 귀차니즘 때문에요. 황당하더라구요. 영화 보고 난 후의 페이퍼였는데 제 개인적 검정과 느낌이 담겨있었는데 통째로 옮겨놨더군요. ㅠ 그나저나 전 다독 못 해요ㅋ 마리 여사는 역시 대단하군요. 전략적으로 읽으면 가능하지 싶긴 해요. 어떤 구체적 목적을 둔 상황인 경우에요. 페크님 저 요새 눈 침침해 급우울해요^^

페크pek0501 2013-06-14 12:42   좋아요 0 | URL
반가운 프레이야 님, 글쎄 그런 일이 있더라고요. 책 몇 권을 넣은 것까지 통째로 옮겼더라고요. 우리가 발견하지 못해서 그렇지 또 어디선가 그런 일이 있는지 몰라요.

급우울하실 것 없어요. 때가 되면 나타나는 자연스런 현상이니까요. 저는 눈만이 아니라 온몸이 다 그래요. ㅋ 어느 날 한가하길래 책을 많이 봤더니 머리가 묵직하고 몸 컨디션이 좋질 않더라고요. 그래서 몸 아끼면서 뭐든 조금씩 조금씩 해 나가기로 했어요.

요네하라도 몸을 무리했는지 병이 나서 50대 중반쯤 세상을 떠났더라고요. 우린 무리하지 말고 오래 살자고요. 그래도 우린 좋아하는 책이 있으니 복 받았다, 생각하고 말이죠... 게다가 댓글을 달아 주는 벗들도 있잖아요. ㅋㅋ
좋은 하루 되세염!!!!!!!!!!!!!!!!!!!!!

수이 2013-06-17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책 읽는 일에 목숨 덜 걸려고 해요.
역시 나는 이 세상의 책을 결코 다 읽을 수 없을 테니-
그런 프리한 마음이 들어서요 흐흐흐-


그나저나 노이에자이트님 댓글 읽으니
대단한 책- 아무래도 읽어봐야겠따 싶어지는 즐거운 오전입니다. :)




페크pek0501 2013-06-18 12:16   좋아요 0 | URL
앤 님, 이제 나타나신 거예요? 반가워요. 잘 쉬셨나요?
이 세상의 책을 결코 다 읽을 수 없어서 리뷰 책을 보게 돼요.
저는 열심히 읽자, 그랬다가 그래서 뭐하나 천천히 읽자, 그래요. 독서계획을 세웠다가 깨죠. 체력이 안 따라줘요. 흐흐흐~

<대단한 책>은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어요. 리뷰 쓰다가 글이 막히면 한 번 들춰 볼 만하거든요.

또 봐요!!!!!!!!
 

 

 

 

1. 요즘 날이 덥기도 하고 자외선이 강하기도 하여 낮에 장 보러 가는 걸 피한다. 그래서 어제도 저녁을 먹고 느지막이 마트에 가서 물건을 잔뜩 사서 내일 배달해 달라고 부탁하고, 녹을 것 같은 아이스크림만 사 들고 왔다. 붕어빵 모양의 아이스크림이 있는데 참 맛있다. 요즘 이것 먹는 재미에 빠졌다. 원래 먹성이 좋질 않고 방심하면 살이 빠지는 체질이라서 내 입에 맞는다 싶으면 꼭 사서 먹는다. 붕어빵 아이스크림을 열 개 사서 냉동실에 넣어 두니 마음이 부자가 된 느낌이다. 이렇게 차가운 것을 먹는 즐거움이 있는 건 무더운 여름의 장점이다.

 

 

 

 

2. 오늘따라 커피의 유혹이 강해서 연거푸 두 잔을 마셨다. 한 잔을 마신 뒤에 몸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아 참으려다가, 마시고 싶은 걸 참으면 스트레스가 생길 테니까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을 거야, 하면서 또 한 잔을 마신 것. 그리고 난 담배와 술을 하지 않으니까 건강할 거야, 하면서 나를 안심시켰다. 이렇게 자신을 안심시키는 일이 필요할 때가 있다. 설사 그게 거짓이라 해도 자신이 그 거짓에 속아 넘어갈 수만 있다면 되는 것이다. 자신을 속인 것이 거짓이냐 진실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안심시켜서 마음이 편하게 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선 과정보단 결과에 가치가 있다. 불행을 겪게 되더라도 불행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지옥에 있더라도 그곳이 지옥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때때로 우리는 자신을 속이며 안심시키는 게 필요하다.

 

 

 

 

3. 무라카미 하루키는 어느 강연에서 “사람 본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다. 보이지 않는 부분을 소설을 통해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나도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다른 이들도 나처럼 경험하였으되 아무도 아직 글로 표현하지 못한 것을 찾아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러면 그 글은 반은 성공이라고 본다. 그러나 그런 글감을 찾는 게 쉽지 않다.

 

 

 

 

4.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라는 말을 많이 들어 봤는데, 이 말이 헤르만 헤세 저, <헤세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책에 들어 있었다. 1877년생인 헤르만 헤세가 한 말이 오늘날까지 회자되고 있다니, 세월을 뛰어넘는 글의 힘을 새삼 느낀다.

 

 

 

 

5. <총, 균, 쇠>, <문명의 붕괴> 등의 저자로 퓰리처상을 받기도 한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컴퓨터, 이메일, 스마트폰, 타자기 같은 것을 일체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펜으로 책을 쓴다고 한다. 7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을 펜으로 썼다니 놀라운 일이다. 70대 중반의 그는 앞으로 8년을 잡고 또 새로운 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펜으로 쓴단다. 그에게서 남들이 하는 대로 따르지 않고 자기만의 삶의 방식으로 ‘나 혼자만의 길을 가겠노라’하는 고집이 느껴진다. 이런 고집이 글을 쓰는 사람에겐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총, 균, 쇠>는 최근 5년간 서울대도서관 대출 1위를 기록한 책으로 700쪽이 넘는다.)

 

 

 

 

6. 내가 무슨 말을 할 때 툭하면 남편이 “그거 책에서 본 거 얘기하는 거지?”라고 묻곤 한다. 나는 무조건 아니라고 대답한다. 설사 책에서 본 것이라 할지라도 내 머릿속에서 나온 거라고 우긴다. 그리고 남편은 “책에 있는 게 다 맞는 게 아니야.”하고 덧붙인다. 내가 책을 숭배하고 있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책에 있는 게 다 맞는 게 아니라는 남편의 말에 동의해야 할 것 같다. 다음의 글을 읽는다면.

 

 

 

그렇다면 언어로 표현되는 지식이 가진 문제는 무엇일까? 첫째로 언어로 표현한 지식은 모호함으로부터 벗어나 있다. 텍스트는 세상 속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명료함을 제시해 준다. 그 결과 우리가 글로 쓴 지식에 근거해서 어떤 결정을 내리면, 과도한 위험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 지나치게 안심해 버리는 것이다. (…)

 

둘째, 나와 같은 작가를 포함해서 책을 쓰는 사람들은 책을 쓰지 않는 대다수의 사람들과 다른 기질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들이 쓴 텍스트들을 이 세계를 대표적으로 모사(模寫)한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그들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생각과 세계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

 

셋째, 말은 능력에 가면을 씌워 준다. 즉 자신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더 많은 능력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

 

중요한 지식은 수많은 시도와 실천 안에 들어 있다. 언어에 대한 경외심을 내려놓아라. 이제 책 속에 틀어박히는 일은 그만 두고 뭔가 실제로 납득할 수 있는 일을 해라.

 

- 롤프 도벨리 저, <스마트한 선택들>, 105쪽~106쪽.

 

 

 

이것을 ‘글쓰기’로 말하면 이렇게 될 것 같다. ‘글을 잘 쓰려면 글을 잘 쓰는 방법에 관하여 쓴 책을 보지 말고 직접 글을 써 봐라. 쓰면서 스스로 글을 잘 쓰는 방법을 터득해라. 왜냐하면 중요한 지식은 수많은 시도와 실천 안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난 여전히 책을 숭배하겠다. 책만큼 위대한 것을 보지 못했으므로. 책만큼 매력적인 것을 보지 못했으므로. 책만큼 싫증나지 않는 것을 보지 못했으므로.

 

 

 

 

7. 행복을 길게 느끼는 건 불가능하다. 행복을 느끼는 건 짧은 시간이니까. 그래도 우리는 행복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여기며 행복을 얻으려고 애쓴다.

 

 

 

“지혜로운 자의 목표는 행복을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불행을 피하는 것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 롤프 도벨리 저, <스마트한 선택들>, 9쪽.

 

 

 

나는 남편이 또는 자식들이 내게 큰 행복을 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그저 가족이 화목하게 지내고 내가 속상할 만한 일이 일어나지만 않는다면, 나는 행복하게 살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소한 일상의 기쁨을 알기 때문이다.

 


 

 

8. 내 서재의 ‘즐겨찾기 등록’을 한 사람들이 95명이 되었다. 14명은 공개로, 나머지 81명은 비공개로 설정되어 있다. 많이 늘었다. 참 많이 늘었다. 곧 100명이 되겠지. 나는 이런 사소한 것에 기분이 좋았다. 이런 작은 일에도 기뻐할 줄 안다. 

 

 

 

 

 

 

 

...................................................

 

 

 

 

 

 

 

롤프 도벨리 저, <스마트한 선택들> : <스마트한 생각들>의 후편이라고 할 수 있다. ‘후회 없는 결정을 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52가지 심리 법칙’을 소개하는 책이다. “이 책에 나온 52가지 심리 법칙은 <스마트한 생각들>에서보다 더욱 일상적이고 실용적인 생각의 오류들을 집대성했다.”(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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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3-06-05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 안 찌는 체형이라면 가수 문주란 같은 체형이신지요? 뚱녀들은 부러워할 듯해요.

페크pek0501 2013-06-06 12:39   좋아요 0 | URL
문주란 님은 체격이 작아서 마른지 잘 모르겠어요. 저는 키가 큰 편이라 더 말라 보일 수 있죠. 그래도 겨울엔 옷 잘 입으면 마르게 안 보이는데 여름엔 반바지를 입으니 새다리를 숨길 수 없는 상황인 거죠. 그래서 잘 먹고 살 좀 찌려는데, 가을에 몇 키로 빠진 체중이 아직도 회복이 안 되네요. ㅋㅋ

노이에자이트 2013-06-06 16:46   좋아요 0 | URL
어머머머...키 자랑까지...여자의 적이네요!

페크pek0501 2013-06-07 00:12   좋아요 0 | URL
저, 노 님 때문에 웃겨 죽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어머머머... 얘기가 그렇게 흐르나요?
제가 의도한 바가 아니니 키 자랑질을 용서해 주세요.

아무래도 노 님의 유머는 수준급이니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겠어요.
님 덕분에 유쾌했어요. ^^

마태우스 2013-06-05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계속 책을 숭배할 거예요 그간 안녕하셨어요 페크언니. 간만에 왔더니 알라딘이 뒤숭숭... 마음이 아파요. 왜 사람들은, 제가 보기에 별 거 아닌 중복리뷰에 대해 그렇게 민감할까요. 감각의 날이 다 다르기 때문이겠지만, 이거 7년쯤 전에 한번 난리났던 소재인데 뭐 또 우려먹을 게 있다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지 모르겠네요. 마음이 아파요...글구 커피마시면 이가 노랗게 된다고 해서, 피곤할때마다 먹던 걸 줄였답니다. 실험실에 멋진 커피숍을 꾸며놨거든요...

페크pek0501 2013-06-06 12:43   좋아요 0 | URL
페크언니가 안녕하셨답니다. 히히~~

중복리뷰의 논쟁. 처음 것은 읽어보지 않아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일부 글은 읽었어요. 마태우스 님은 터줏대감답게 마음 아파하시는군요. 저는 논쟁의 글을 볼 때마다 어쩌면 그렇게 글발들이 좋은지 감탄하곤 해요. ㅋ 마찰이나 충돌은 싫어하지만요.

커피. 이가 노랗게 된다고 해서 저는 커피를 마신 직후에 꼭 물을 마셔요. 씻어내는 거죠. 입 안을 헹구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앞으로 우리, 이가 노란 사람을 보면 이를 안 닦아서 그렇다고 생각하지 말고 커피광이구나, 이렇게 생각하자고요. 그러면 창피할 것도, 보기 싫을 것도 없지 않겠어요?

마태우스 2013-06-06 15:57   좋아요 0 | URL
아...마시고 나서 입을 헹구면 되는군요. 오오. 감사합니다. 치과가서 미백 해야하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글구 님처럼 긍정적으로 생각해주는 분이 많다면 참 좋겠네요.

2013-06-06 0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06 1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3-06-06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님의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따라가며 저도 몇가지 생각을 끌어냈어요. 늘 실천과 행동의 문제에서 걸리네요. 결론은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쓰지 못하는 저이지만ㅋ 스마트한 생각들과 선택들을 읽고 싶어 바구니에 담았다는 거.ㅎㅎ 읽을 책이 밀려있으면서도 또 ᆢ 한 주의 중간에 휴일이 단비같이 끼어있네요. 붕어빵아이스크림 한 개만 드시고 오늘도 편안한 마음으로 잘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3-06-06 12:49   좋아요 0 | URL
스마트한 선택들, 괜찮은 책이에요. 두 권 다 구입하시지 말고 우선 한 권을 읽고 나서 맘에 들면 또 한 권을 사세요. ㅋ 저는 그렇게 한답니다.

그런데 요즘 프레이야 님, 왜 새 글이 없는 건가요? 글을 쓰지 않으시나요?
제가 몇 번이나 들어가 봤답니다.

세실 2013-06-06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을 안심시키는것, 합리화하는것 중요하죠.
요즘 속상한 일이 있지만 '잘 될거야!' 하고 주문을 겁니다.
연금술사 읽으면서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나를 도와준다는 말이 와닿더라구요. '믿음으로 믿음으로 저 산도 옮기리 믿음으로' 제가 좋아하는 성가! ㅎ
편안한 휴일 되세요^^

페크pek0501 2013-06-06 12:51   좋아요 0 | URL
아, 세실 님도 이미 알고 계시는군요. '잘 될거야!' 하고 주문을 거시는 걸 보니...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뭐든 바라시는 대로 이루실 거예요.
저도 님 따라서 주문을 걸겠어요. 나는 바라는 대로 잘 될 거야, 요렇게... 키득...

마녀고양이 2013-06-08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언니언니.
언니 남편 분께서 하시는 말씀이랑 저희 남편이 하는 말이랑 똑같아요, ㅋㅋ

저요,
“사람 본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다. 보이지 않는 부분을 소설을 통해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나도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라고 하신 부분이 너무 좋아요. 진정성이 느껴지는 말씀이세요. 이래서, 언니가 너무 좋습니다. 부비부비.

페크pek0501 2013-06-08 13:27   좋아요 0 | URL
저도 마고님을 좋아해염...큭큭... 다시 활동하셔서 좋습니다.

마고님의 남편 분도 그러시군요. 그게 '책을 들고 사는 마누라'로 찍혀서 그런 거예요. 좀 괜찮은 말을 하면 책에서 커닝한 것으로 아는 거죠.
다행인 것은 남편도 책을 좋아해서 제가 책을 많이 사도 뭐라 안 한다는 거죠...
안 그랬으면 눈치보고 살 뻔했다는... ㅋㅋ

마녀고양이 2013-06-08 14:02   좋아요 0 | URL
저희 남편은 책을 한 권도 안 읽지만
제가 책 사는 것 뭐라고 안 해요... 요즘 때론 돈은 언제 버냐? 라고 투덜대지만
상담 심리 공부하는 것도 이해해주구요. 이렇게 써놓으니 우리 신랑 근사하네요. 아하하

페크pek0501 2013-06-11 12:41   좋아요 0 | URL
으음~~ 마고 님은 남편을 좋은 남편이라고 생각하는군요. 그게 제일 중요하죠.
남들이 아무리 좋은 남편이라고 말해 줘도 상대 배우자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좋은 남편이 아닌 거죠.
마고 님, 보기 좋아요. 앞으로 자주 보아요. ^()^
 

 

 

- 아직 5월인데 벌써 여름은 시작되고 있다. 밖에서 걸을 때마다 더워서 집에 들어오면 선풍기부터 켜게 된다. 예전엔 여름을 좋아했는데 이젠 여름을 지낼 생각을 하면 걱정이 앞선다. 기온이 35도를 넘는 여름날이 지속될까 봐 두렵다. 나에겐 더운 여름보단 추운 겨울이 나은 것 같다. 추우면 옷을 따뜻하게 입으면 되지만 더우면 대책이 없는 것 같아서.

 

 

다행인 것은 더위를 잊게 해 줄 방법이 있긴 하다는 것이다. 현실 도피를 위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나 또한 더위를 잊기 위해 책을 읽으면 되기 때문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더위를 느끼지 않고 오로지 책 내용에만 집중할 수가 있다.

 

 

행복한 사람이 되려면 돈복과 인복이 필요한데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하자면 취미 복일 것 같다.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취미를 갖는 것은 행복의 중요한 조건이 된다. 내겐 확실히 취미 복이 있는 것 같다. 책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은 식을 줄 몰라서 늘 독서를 즐길 수 있으니까.

 

 

일간지를 두 개 구독하고 있는데, 매주 토요일이면 신간을 소개하는 지면을 볼 수 있다. 이 지면으로 책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뒤 인터넷 검색을 하여 구입할 책을 찜해 놓고 이삼 개월에 한 번씩 책을 구입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몇 권의 책을 구입할 때마다 기분전환이 되며 행복해진다.

 

 

 

 

 

 

- 요즘 주목하고 있는 작가가 있다. 러시아어 동시통역사이기도 한 ‘요네하라 마리’이다. 그의 책 <언어 감각 기르기>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요네하라 마리가 각계의 명사 11명과 다양한 주제로 나눈 이야기들을 모은 대담집이다.

 

 

이 책에서 이런 글을 읽었다.

 

 

...............

요로 - 나도 오래전부터 이상하게 여겨왔어요. 학문적이라는 건 주관을 피하는 거라고 오해하는 거지요. 그러나 화제에 올린다는 것 자체가 선택 방법, 그리고 전개 방법을 비롯해 전부 주관이죠.

 

요네하라 마리 - 모든 것에 대해 등거리를 유지하는 식의 대화 방식은 따분해서 인상에도 안 남고 이해하기도 힘들어 통역하기가 불편하죠.

 

- 요네하라 마리 저, <언어 감각 기르기>, 14쪽.

...............

 

 

글을 쓸 때 주관을 피하거나 모든 것에 대해 등거리를 유지하는 글을 쓰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내 글에 대해 자신감이 없을 때 그런다. 이것을 경계해야 함을 배운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꼭 필요한 게 있으니 자신의 글에 대한 자신감이 아닐까 한다. 자신감이 없으면 자유자재로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어떤 주제에 대해 글을 쓸 때 해박한 지식이 없다고 해서 스스로 위축되면 좋을 글을 쓸 수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자신감이 없다면 자연히 주관적인 글을 피하고 객관적인 글만을 쓰게 될 것이고 그러면 개성 있는 글이 되지 못할 것이다.

 

 

‘글을 쓰려면 내가 뻔뻔해져야 돼.’ 내 글에 대해 창피함을 느낄 때 하는 생각이다. 가끔 내가 쓴 글이 창피하다고 느낀다.

 

 

만약 자신의 글에 자신감이 없다면 뻔뻔함이라도 있어야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어차피 글을 쓰는 일이란 창피한 일을 스스로 하는 일임을 인정하고 말이다. 자신의 글에 악성 댓글이 달린다고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뻔뻔함이 필요하다. 자신의 글이 사람들에게 전혀 주목받지 못한다고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뻔뻔함이 필요하다. ‘인간은 다양하다, 고로 인간의 생각도 다양하다.’라고 여기고 내 글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더라도, 내 글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더라도 내가 뻔뻔해지면 좋겠다.

 

 

이런 뻔뻔한 태도는 자신의 글이 반드시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욕심을 버려야만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그래서 ‘마음 비우기’가 중요한 것 같다.

 

 

 

 

 

 

- 참고로 <총, 균, 쇠>, <문명의 붕괴> 등의 명저를 탄생시킨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든 독자가 내 생각에 동의한다면 그건 쓰지 말았어야 할 책인 거다.”

 

 

이 정도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글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이 생긴다고 해도 맞설 자신감이 있으리라. 자신의 글이 옳다는 것을 얼마든지 증명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으리라. 이렇게 되려면 글을 쓰기 전에 충분한 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

다마루 - ‘무지의 지’는 정말 중요하죠. 지식욕이나 호기심이 없는 사람은 안 돼요. 그리고 언제까지고 겸허해야 하죠.

 

요네하라 마리 - 통역을 하고 있을 때는 자신만만한 상태에서 하는 편이 좋은 결과를 낳지만, 준비할 때나 끝난 후에는 겸허 모드가 되지 않으면 공부를 안 하게 되니까요.

 

- 요네하라 마리 저, <언어 감각 기르기>, 188쪽.

...............

 

 

자신의 글에 대해 자신감을 갖는 것은 좋지만 그것은 글을 쓸 때에만 국한해서다. 글을 쓰기 전엔 자신감이 없어야 열심히 준비를 할 테고, 글을 쓴 후엔 자신감이 없어야 그 글에서 뭐가 잘못 되었는지를 찾으려는 노력을 할 테니까. 그러므로 글을 쓰기 전과 후엔 겸허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이것은 글쓰기나 통역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해당하겠다.

 

 

 

 

 

 

- 친구를 사귄다면 어떤 친구가 좋을까.

 

 

...............

다마루 - 저도 차별의식은 싫어해요. 금전적으로 깔끔한 사람이 좋고. 그것도 인간으로서의 성실성의 하나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리고 요사노 뎃칸이 쓴 “아내를 맞으려면 현명하고”로 시작하는 시가 있는데, “친구들”에 이어지는 부분 혹시 아세요?

 

요네하라 마리 - 가르쳐줘요. 뭐라고 했나요?

 

다마루 - “친구를 선택하려면 책을 읽고, 6할의 의협심과 4할의 정열”이라고 했어요. 책을 읽는 것도 친구의 조건으로서 중요하죠?

 

요네하라 마리 - 그렇죠. 책을 안 읽는 사람은 현실적인 데다 사고에 깊이가 없으니까.

 

- 요네하라 마리 저, <언어 감각 기르기>, 31쪽.

...............

 

 

책을 읽는 것이 친구의 조건으로서 중요할까. 내 생각은 다르다. 내가 친구를 사귀면서 느낀 것은 꼭 책을 읽는 사람만을 친구로 사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 지혜로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친구 관계에서 중요한 건 상대방을 이해하는 능력과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마음가짐인 것 같다. 이 두 가지를 가진 친구를 만나면 무척 반갑고 고맙다. ‘상대방을 이해하는 능력’이란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데, 이런 능력은 책 속에서 얻어지기보다 자신의 인생 경험 속에서 얻어지는 게 아닐까 싶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은 성실함과 집중력을 요하는 것이어서 쉬운 것 같으면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독서광인 친구를 만나면 다양한 주제로 즐겁게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아하긴 하지만 모든 친구가 다 독서광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 이건 확실하다. 상대방의 단점을 견뎌 내는 사람만이 친구가 되는 것이라고. 상대방의 단점을 견딜 수 없는 사람은 친구의 자리를 포기하고 떠나는 것이라고.

 

 

...............

요네하라 마리 - 전 이렇게 생각해요. 내 독설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이 내 주위에 남는 거라고.

 

- 요네하라 마리 저, <언어 감각 기르기>, 29쪽.

...............

 

 

그렇다면 친구란 고마운 사람이네.

 

 

 

 

 

 

 

 

 

 

 

이 책에서 요네하라의 대담 상대로는 총 11명이 등장한다. 상대방의 관심 분야에 맞춰 때로는 심각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대화를 이끌어가는 요네하라의 입담을 통해, 우리는 그녀가 살아온 삶의 폭, 그녀가 지닌 관심의 폭, 그리고 인간 됨됨이를 느낄 수가 있다. (…)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대담집의 최대 미덕은 그녀의 톡톡 튀는 유머 감각과 풍부한 표현력을 맛볼 수 있게 해 준다는 데 있을 것이다. (‘옮긴이의 말’에서)

 

 

 

 

 

 

 

 

 

 

 

후기...............................

 

 

어느 서재에 댓글을 남기고 나중에 보니 내 댓글에 “오랜만이십니다. 새 글 좀 써 주세요.ㅋ”라는 답글이 달려 있었다. 이런 말을 해 주어서 고마웠다. 그래서 빨리 새 글을 올려야겠단 생각으로 이 글을 썼다. 쓰고 나니 이 글이 좀 싱거운 듯한데 그냥 올리기로 했다. 왜냐하면 뻔뻔해져야 하니까.

 

 

뻔뻔해지지 않으면 글을 한 편도 올리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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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3-05-30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ek0501님, ^^ 반갑습니다. 독신으로 살 때 필요한 것 5가지가 건강, 일, 돈, 친구, 취미라고 했는데, 노년에도 필요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저와 대부분의 동의하는 점과 몇 가지 의견 차이가 보입니다. 저는 글쓰기를 할 때 굳이 자신감이 필요없다고 생각하고 객관적인 글 쓰기를 좋아합니다. 아마 제가 수학, 과학을 좋아하는 탓이겠죠. 자신감이 없는 제 글이지만 누군가 제 글에 문제점을 제기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환영을 합니다. 그럼으로써 보다 더 객관적인 것이 될 수가 있죠.

성공의 중요한 요건이 자신감이고, 자신감은 준비와 훈련에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준비와 훈련은 겸허/겸손에서 나오고 이는 성공을 유지하는데도 중요하지요.

친구 사이에 꼭 필요한 것은 존중이지만, 이왕이면 취미(위글의 경우 독서)를 공유하면 더 좋지 않을까요. 단점을 이긴다는 뜻이 존중을 유지한다 것으로 보입니다.

페크pek0501 2013-05-31 09:36   좋아요 0 | URL

1. 행복의 조건 : 행복의 조건 5가지(건강, 일, 돈, 친구, 취미)는 저도 책에서 본 것인데, 단순화시키기 위해서 3가지(돈복, 인복, 취미 복)만 언급했어요. 또 요즘은 암이라는 병도 불치병이 아니라서 행복하게 사는 암 환자도 많고 해서 건강을 뺐어요. 그런데 님의 댓글을 보니 5가지를 다 넣는 게 좋았겠단 생각이 드네요.

2. 저도 객관적인 글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개성 없는 뻔한 내용이기 쉬워서
만족스럽지 않더군요. 다 알고 있는 뻔한 얘기를 쓸 것이라면 뭐 하러 글을 쓰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레드 다이아몬드처럼 독자가 반론을 제기할지도 모를
획기적인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제게 있어나 봐요. 사람들의 잘못된 고정 관념을 깨어 줄 그런 글이 훌륭하다고 평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객관적인 글은 신뢰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점이나 개성이 없다는 점은 나쁜 점일 듯해요. 주관적인 글은 위험할 수 있어서 조심스럽고요. 주관성이 있는 글을 쓸 것이냐 객관성이 있는
글을 쓸 것이냐, 하는 것은 더 고민할 필요가 있을 듯해요. 님의 말씀을 생각하며 앞으로 고민해 보겠습니다.

3. 님은 누군가가 글에 문제점을 제기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환영하신다고 했는데 그 점이 참 부럽습니다. 닮고 싶어요. 글을 쓰는 사람은 그래야 할 것 같단 생각을 요즘 많이 합니다. 그것을 저는 뻔뻔함이 필요하다는 말로 표현한 것이에요. 저는 어떤 글을 올리고 나서 ‘아, 쪽팔려!’하는 느낌을 가질 때가 있었습니다. ㅋㅋ

4. 성공의 중요한 요건에 대한 말씀과 친구 사이의 존중에 대한 말씀은 외워야겠어요. 아주 좋은 말씀을 해 주셨어요.

5. 의견 차이에 대해 마립간 님처럼 말씀해 주신다면 대환영입니다. 배울 점이 많은 댓글입니다. 결론은 이래요.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는데,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라는 태도의 댓글은 좋지만 “당신은 틀렸다. 내 생각이 맞다.”라는 태도의 댓글은 지양하는 게 좋겠다는 거예요.

첫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노이에자이트 2013-05-30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광주는 이번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참 시원했어요.오늘도 낮엔 좀 기온이 올라가기 시작하지만 오전까지 20도 정도...거긴 월요일부터 더웠나요?

페크pek0501 2013-05-31 09:38   좋아요 0 | URL
아, 광주이시군요.
제가 서울에 산 기간이 40년쯤이 됩니다. (중간에 지방에서 살았던 적이 있어요.)
그런데 서울이 예전보다 더운 것 같아요. 작년 여름에도 꽤 더웠거든요.
올 여름도 꽤 더울 거라는 전망이어서 겁이 나요.
요즘도 비 오는 날 빼고 더운 날이 많았어요. 친정에 가느라 15분쯤 걷고 나면
땀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선풍기를 켜게 되더라고요.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마녀고양이 2013-05-31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 언니,
제가 책 읽기를 좋아하다보니,
책 읽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해보게 되더라구요.

읽는 책의 유형에 따라서 심리가 많이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아마 논문도 있지 않을까 없으면 내가 써볼까? 이런 우스운 생각도 해보구요.

그리고 지나치게 책만(!) 좋아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편협할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구요.
자기 세상이 강하겠다 이런 생각도 들구요, 깊이가 있을 수도 있지만 아집일 수도 있겠다 싶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책 접하는 분들이 좋아요!!!

페크pek0501 2013-06-01 13:24   좋아요 0 | URL
이게 누구신가요? 모습을 드러내신 것 오랜만이죠? 무척 반갑습니다.
근황이 궁금했어요. 어, 닉네임을 다시 예전의 것으로 바꾸었군요?

그런 논문 있어요. 성격의 유형과 독서의 성향과의 관계에 관한 거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편협할 수 있겠다는 것, 맞는 말씀이에요.
자신이 많이 안다는 믿음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무시하는 경향도 있지요.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해서 더 지혜롭거나 생각의 크기가 더 크다고 볼 순 없어요.
자신이 많은 읽은 분야에 대해서만 남들보다 조금 더 알 뿐인 것 같아요.
저 역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접하는 분들이 좋아요.

앞으로 자주 볼 수 있는 거죠? ^()^

세실 2013-05-31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독설을 견딜수 있는 사람이 내 주위에 남는다......그게 기분에 따라 다르더라구요.
독설을 참는건 힘들어!! ㅎㅎ
요네하라 마리 대단한 책! 기억에 남아요. 한때 그녀의 책 열심히 읽었네요.

페크pek0501 2013-06-01 13:26   좋아요 0 | URL
세실 님, 저도 독설을 싫어해염. 독설을 퍼붓는 사람은 가까이 하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독설이 필요할 때가 있으리라, 생각되어요. 글로써 말이죠.

‘대단한 책’을 읽으셨군요. 저는 앞부분만 조금 읽었어요. 두꺼운 책이라 언제 다 읽을런지... 요네하라의 팬들이 많더라고요. 저는 재미로 읽기보다 배우려고 읽는 거예요.
그의 명성이 무엇 때문에 있는 건지, 이걸 배우겠어요.
아 그리고 저, 위대한 개츠비 영화 봤어요. ^()^

세실 2013-06-04 23:24   좋아요 0 | URL
잘하셨어요. 짝짝짝!
요네하라의 대표적인 팬으로는 글샘님이 있답니다.

페크pek0501 2013-06-05 17:34   좋아요 0 | URL
알고 있어요, 세실 님.
제가 글샘 님에게 요네하라의 책 중에서 추천할 만한 책을 뽑아 달라고
댓글을 쓴 적이 있어요. 요네하라의 폴더가 따로 있는 분이시지요. ^^
또 봐요!!!!!!!!!!

수이 2013-06-01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운 친구를 사귈 때는 언제나 저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요네하라 마리의 저 구절이 떠올라요. 뻔뻔해하실 필요는 없을 거 같아요. 즐겁게 읽었어요. 뻔뻔-뻔뻔- 어쩐지 응원을 함께 하는 듯한 기분입니다. :)

페크pek0501 2013-06-01 13:28   좋아요 0 | URL
아, 앤 님도 요네하라의 팬이시군요.

즐겁게 읽으셨다니 고마운 걸요.
저야말로 앤 님의 글들을 즐겁게 읽고 있는 1인이에요.
님의 서재에 들어서면 생기발랄함과 유쾌함이 느껴져요. 젊음 그 자체인 것 같아요.
그런 분위기가 아주 좋습니다. 저도 배우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