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여름 별장에서 산책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들은 하루종일 정원을 왕복하며 갈란투스꽃을 지키는 경비병을 발견했다.
러시아 황제가 경비병에게 꽃을 지키는 이유를 물었지만, 경비병은 오래전부터 그렇게 해왔다는 답만 들려줬다.
이를 의아하게 여긴 비스마르크는 수소문 끝에 100년 전에 일어났던 일을 알게 되었다
사연인즉, 이른 봄 정원을 산책하던 카트리나 여황제가 눈 속에 핀 아름다운 갈란투스꽃에 반해 누군가 그 꽃을 꺾지 못하도록 경비를 서게 했다는 것이었다.
그 후 갈란투스꽃이 지고 난 뒤에도 경비병들은 관습처럼 밤낮으로 정원을 순찰했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냥 그래 왔으니 그렇게 한 것이다.
그 누구도 자신이 경비를 서는 이유를 궁금해하지 않았다.
이처럼 궁금증과 호기심이 사라지면, 우리에게 남는 것은 맹목과 관습뿐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세상의 속도계를 감안한다면, 변화에 대한 둔감함은 죄악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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