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운이 좋았다고 말하겠지만, 사실 이는 수많은 삽질의 결과이며 관심사를 이리저리 찔러본 덕분이다.
한때는 알 수 없는 내일에 누구보다 불안에 떨었지만 이제는 일, 사람, 돈 걱정 없이 평온한 일상을 누리고 있다.
자신의 작고 소중한 재주를 탈탈 털어 알뜰하게 활용하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내 손을 말끄러미 바라보게 된다.
지금 내가 쥔 퍼즐로는 어떤 우물을 팔 수 있는지 생각하느라.
변화가 찾아온 것은 분명 다양한 일을 찔러보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자칭 번역가 지망생, 타칭 백수인 시기가 1년을 훌쩍 넘어갈 즈음, 나는 절박한 심정으로 ‘한 우물을 파라’는 세상의 가르침 혹은 명령에 반항하기 시작했다.
아무도 요청하지 않은 글을 써서 인터넷에 올리고, 아무도 의뢰하지 않은 번역을 해서 직접 팔았다.
그저 누군가 단 한 명이라도 내 글을 봐준다면, 인터넷 서점에 올려둔 전자책이 단 한 권이라도 팔린다면, 최소한 방구석에서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조금은 낫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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