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똑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다.
흐르고 변하는 것이 강의
속성이자 존재 양식이기 때문이다.
우리 또한 그렇다.

– 헤라클레이토스, 《우주의 파편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당신이 그런 사람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

저마다 자신의 성격이 왜 지금처럼 형성되었는지 나름 그럴듯한 이유를 내세운다. 어떤 사람의 삶과 행동방식은 자라온 가정환경이나 지역 특성, 태어날 무렵의 정치적 상황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을 받는 것이 틀림없다.

간단히 말해 사람들은 ‘성격에 따라’ 행동하는 게 아니라, ‘행동에 따라’ 성격이 달라진다. 바로 이것이 내가 50년 가까운 세월을 바쳐 연구하고 터득한 내용이다. 이것이 이 책에서 소개하려는 이론의 핵심이며, 성격에 관한 완전히 새로운 관점이다.

누군가의 삶과 정체성은 그 사람의 열망과 헌신, 꿈과 일상적인 행동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람의 본질을 드러내는 활동을 두 단어로, ‘퍼스널 프로젝트personal projects’라고 한다.

퍼스널 프로젝트는 매주 목요일에 하기로 정해놓은 사소한 루틴일 수도 있고 일생일대의 중요한 목표일 수도 있다. 사적인 일부터 공적인 일, 세속적 욕구부터 실존적 열망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삶의 목표를 달성하려는 노력의 모든 것을 말한다. 가령 쓰레기 버리기도 정치적 적수 제거하기도 모두 퍼스널 프로젝트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들의 목록은 좋든 싫든 어느 정도 유전적 특성과 개인이 처한 사회적 맥락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퍼스널 프로젝트는 이 모두를 초월한다. 왜냐하면 이것은 유전자나 사회에 의해 결정되지 않고 내면에서 자발적으로 우러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퍼스널 프로젝트는 개인의 생물학적 배경과 문화적 환경으로부터 비롯되지만, 사람은 두 분야 모두를 변화시킬 수 있다.

퍼스널 프로젝트는 삶의 폭을 넓혀 개인의 한계를 확장하고,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게 한다. 당신은 새로운 관점으로 자신을 바라보게 된 다음 되묻게 될 것이다. "나는 진정, 어떤 사람인가?" 나를 제대로 알게 된다면 내가 현재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 그다음에 미래를 능동적으로 탐색할 수 있을 것이다.

비교적 변하지 않는 타고난 고정 특성은 당신이 가는 길을 어느 정도 제한하는 역할을 한다

생물발생적 특성은 삶의 질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준다. 어떤 사람들은 기질적으로 삶을 낙관적이고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설령 그들이 객관적으로 상당히 암울한 현실에 놓여있을 때도 말이다. 반면 꽤 안정적이고 풍요로운 생활을 하면서도 인생을 공허하고 비참한 것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므로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라는 (사람의 유전과 환경을 묻는) 질문의 답은 곧 ‘당신은 어떻게 지내는가?’라는 질문의 답과 맥락을 같이한다.

인생을 만족스럽게 사느냐 하는 문제는 부분적으로 개인의 생물발생적 근원과 사회발생적 근원의 조합이 만드는 복합적인 영향력에 달려있다.

O 개방성 vs 폐쇄성 Open to Experience (vs. Closed)

C 성실성 vs 불성실성 Conscientious (vs. Casual)

E 외향성 vs 내향성 Extraverted (vs. Introverted)

A 친화성 vs 비친화성 Agreeable (vs. Disagreeable)

)N 정서 불안정성 vs 안정성 Neurotic (vs. Stable

‘성격의 5대 특성’이다. 5대 특성은 개인의 인생 여정에 큰 영향을 끼친다

세상 어디를 가든 5대 특성에 따라 개개인이 서로 다르다는 뜻이다. 게다가 성격의 5대 특성은 뚜렷한 경계로 구분되지 않는다

사람의 5대 특성은 각각의 스펙트럼에서 어딘가 일정한 위치에 표시되는데, 대다수가 중간 범위에 몰리고, 양극단은 드물게 나타난다

개방성

경험에 개방성이 높은 사람들은 새로운 일에 쉽게 도전하고 대안을 찾아나서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성격의 5대 특성을 처음 개발한 심리학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방적인 사람은 미술이나 음악을 접할 때 소름이 돋거나 털이 곤두서는 심미적 경험을 더 자주 하게 된다고 한다

성실성

매우 성실한 사람들은 꼼꼼하고 끈기 있게 눈앞에 놓인 활동에 집중한다.

성실성 점수가 높은 사람들은 (특히 전통적 의미에서)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

외향성

외향적인 사람들은 주변에서 얻는 잠재적 보상에 매우 민감하다. 그들은 일상에서 하는 일과 직장에서 하는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자신이 갈망하는 긍정적인 자극을 추구한다.

외향적인 사람에게 가장 긍정적인 자극은 ‘사회적 상호작용’이므로 이들은 모임을 좋아한다

친화성

친화성이 낮은 사람에 비해 친화성이 높은 사람은 남을 잘 믿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 눈에는 순진해 보이기도 한다.

친화력이 좋은 사람은 사람 중심 척도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정서불안정성

정서 불안정성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보이는 사람들은 불안이나 우울감에 시달리거나 정서적으로 취약한 경향이 있다. 정서 불안정성이 높다고 해서 병적인 우울증이나 공포증에 시달리는 것은 아니다. 단지 삶의 질을 다소 떨어뜨리는 부정적 정서를 남들보다 자주 경험할 뿐이다. 외향적인 사람이 열심히 보상 가능성을 추구하듯이, 정서가 불안정한 사람은 처벌 가능성에 예민하다. 놀랍지 않게도, 5대 성격 특성 결과를 통해 사람의 행복도를 평가해보면 ‘정서가 안정된 외향적 사람’이 가장 행복하고, ‘정서가 불안정한 내향적 사람’이 가장 행복과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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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테라피는 환자가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지 분명히 깨닫도록 하고자 노력한다.

무엇을 위해, 무엇에 대해, 혹은 누구에게 책임져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환자 스스로의 판단에 맡긴다.

심리 치료사 중에서 로고테라피 치료사가 환자에게 가치 판단을 내려 주고 싶은 유혹을 가장 덜 받는다. 왜냐하면 이들은 환자가 가치 판단을 내릴 책임을 의사에게 전가하는 것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자가 자기 삶의 과제를 사회에 대한 책임에서 찾을지 아니면 자기 양심에 대한 책임에서 찾을지 판단하는 것은 스스로의 몫이다. 하지만 사람들 중에는 자신의 삶을 단지 자기에게 부과된 임무의 관점에서 해석하지 않고, 임무를 부과한 사람의 관점에서 해석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제 우리는 삶의 의미란 끊임없이 변하지만 절대로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로고테라피에 의하면 우리는 삶의 의미를 세 가지 방식으로 찾을 수 있다.

1. 무엇인가를 창조하거나 어떤 일을 함으로써

2. 어떤 일을 경험하거나 어떤 사람을 만남으로써

3. 피할 수 없는 시련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첫 번째를 완수하고 달성하는 방법은 아주 분명하다. 하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에는 약간의 부연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삶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두 번째 방법은 어떤 것─ 선이나 진리, 아름다움 ─을 체험하는 것, 자연과 문화를 체험하거나 (마지막이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을 유일한 존재로 체험하는 것, 즉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말한다

아무리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운명과 마주쳤을 때에도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것을 통해 유일한 인간의 잠재력이 최고조에 달하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잠재력은 한 개인의 비극을 승리로 만들고, 곤경을 인간적 성취로 바꾸어 놓는다. 상황을 더 이상 바꿀 수 없을 때 ─ 수술이 불가능한 암 같은 불치병에 걸렸다고 생각해 보자 ─ 우리는 우리 자신을 변화시켜야 한다.

인간의 주된 관심이 쾌락을 얻거나 고통을 피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 어떤 의미를 찾는 데 있다는 것은 로고테라피의 기본 신조 중 하나이다. 자기 시련이 어떤 의미를 갖는 상황에서 인간이 기꺼이 그 시련을 견디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확실하게 밝혀 두어야 할 것이 있다. 의미를 발견하는 데 시련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나는 단지 시련 속에서도 ─ 그 시련이 피할 수 없는 시련일 경우 ─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나 만약 그 시련이 피할 수 있는 것이라면 시련의 원인, 그것이 심리적인 것이든 신체적인 것이든 정치적인 것이든 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인간이 취해야 할 의미 있는 행동이다. 불필요하게 고통을 감수하는 것은 영웅적인 행동이 아니라 자기 학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기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나 혹은 자기 인생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경우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시련의 불가피성이다.

이런 시련의 도전을 용감하게 받아들이면 삶은 마지막 순간까지 의미를 갖게 되며, 그 의미는 글자 그대로 죽을 때까지 보존된다. 다시 말해 삶의 의미는 절대적인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시련의 잠재적인 의미까지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얼마 후, 나는 곧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런 가혹한 상황에서 내 관심은 대부분의 동료들과는 달랐다. 그들이 궁금하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수용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으면 이 모든 시련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내가 갖고 있었던 의문은 이런 것이었다.

"과연 이 모든 시련, 옆에서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이런 상황이 의미 있는 것일까? 왜냐하면 만약 그렇지 않다면 궁극적으로 여기서 살아남아야 할 의미가 없기 때문에. 탈출하느냐 마느냐와 같은 우연에 의해 그 의미가 좌우되는 삶이라면 그것은 전혀 살아갈 가치가 없는 삶이기 때문에."

옛날 같으면 정신과 의사 대신 목사와 신부, 랍비를 찾아갔어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지금은 성직자에게 가지 않고, 의사를 찾아와서는 이렇게 묻는다.

"내 삶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임종의 순간을 맞아 과거를 돌아본다고 생각하자 그녀는 갑자기 자기 삶이 갖고 있는 의미, 그녀의 고통까지 포함된 자기 삶의 의미를 볼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아주 짧은 삶, 예를 들어 그녀의 죽은 아들의 경우처럼 짧은 삶이 80년의 긴 삶보다 더 깊은 의미를 지닌 사랑과 기쁨으로 풍요로울 수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나는 아이를 낳는 것이 삶의 유일한 의미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것이 유일한 의미라면 삶 그 자체는 의미 없는 것이 되고, 그 자체가 의미 없는 것은 그것이 영원히 지속된다는 사실만으로 의미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에서 의미를 빼앗아 가는 것은 고통만이 아니다. 죽음도 그렇다. 하지만 나는 인생에서 정말로 무상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잠재 가능성이라는 말을 입이 닳도록 해 왔다. 가능성은 그것이 실현되는 순간 바로 현실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 과거로 옮겨 간다. 이렇게 과거로 들어감으로써 일회성을 탈피해 영원한 실체로 보존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에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그 속에서는 모든 것이 고정된 상태로 보존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공포 때문에 진짜로 두려워하던 일이 일어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꼭 하고 싶다는 강한 의욕이 그 일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이런 과도한 의도, 즉 과잉 의도hyper-intention는 성적인 문제로 고생하는 환자에게서 자주 발견된다. 남자가 자기 정력을 과시하려고 하면 할수록, 여자가 오르가즘에 이르는 능력을 보여 주려고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성공할 확률이 떨어진다. 쾌락은 어떤 행위의 부산물이자 파생물로 얻어지는 것이고, 또 그렇게 얻어져야만 한다. 그것 자체가 목적이 되면 그것은 파괴되고 망가진다.

즉 마음속 두려움이 정말로 두려워하는 일을 생기게 하고, 지나친 주의 집중이 오히려 원하는 일을 불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이다.

신경 질환 환자가 자기 자신에 대해 웃을 줄 알게 되면 그것은 그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상태, 아니 어쩌면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설 의도는 수면 장애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불면에 대한 지나친 걱정불면에 대한 지나친 걱정-은 대개의 경우, 생물체는 자신에게 꼭 필요한 최소한의 수면을 알아서 취한다는 사실을 환자가 모르기 때문에 생긴다.-은 결국 어떻게든 잠을 자야겠다는 과도한 의욕을 갖게 하는데, 이것이 오히려 잠을 잘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특별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나는 환자에게 잠을 자려고 애쓰지 말고 반대로 잠을 자지 않으려고 해 보라고 권했다.

다시 말해서 어떻게든 잠을 자야겠다는 지나친 집착은 잠을 자지 못할 것이라는 예기 불안에서 생긴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잠을 자지 않겠다는 역설 의도로 바꾸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 즉시 잠이 오게 되어 있다.

이제까지 살펴본 것처럼 예기 불안은 역설 의도로 좌절시켜야 하고, 과잉 의도와 과잉 투사는 역투사의 방식으로 좌절시켜야 한다. 하지만 역투사는 환자가 자신의 삶에 주어진 특정한 과업과 사명을 바라보지 않으면 실현될 수 없다

자기 연민이든 멸시든 간에 환자가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집중시킴으로써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는 것은 아니다. 치료의 핵심은 환자가 자기 자신을 초월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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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을 말할 때는먼저 자신의 의견을 믿자

헤이안 시대의 승려인 코호 대사는 일본 최고의 서예가로 유명하다. 그는 "글자를 쓸 때는 그 글자가 되어라"라고 말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의 제임스 포레스트James Forrest 박사에 따르면 속마음은 숨기려고 해도 어딘가에서 드러난다고 한다. 말로 아무리 감쪽같이 속이려고 해도 표정과 행동, 몸짓에서 속마음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가령 싫어하는 사람에게 "난 널 좋아해"라며 마음에 없는 말을 한다고 해도 금방 들통나고 만다.

의견을 말할 때는 자신이 믿는 사실만을 이야기해야 한다. 아무 상관없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자신과 관계없는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상대는 단번에 알아차린다. 목소리에서 한 치의 열정도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을 상대는 꿰뚫고 있다.

예수는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돼지 앞에 진주를 놓아서는 안 된다"는 말로 대신했다.

쉽게 설명하고 싶다면 예를 들어보자. 이야기가 단순해지면서 누구나 쉽게 이해하게 된다.

평범한 이야기를 평범하게 표현하면 대화의 달인이 될 수 없다. 머리를 전력 가동해 예를 들거나 비유를 사용해 설명해야 듣는 사람도 이해하기 쉬워지고 마음이 움직인다

가령 내가 아무리 "인용하면 설득하기 쉬워진다"라고 말해봤자 크게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하지만 같은 내용을 어느 대학의 대단한 교수가 말했다고 하면 순순히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기 때문이다.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는 영향력 있는 사람의 말을 인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면 자신의 의견에 힘이 실리면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게 된다.

"오늘은 좀 길게 설교할 거야."
"15분 정도 이야기할 테니까."
 
이렇게 미리 말해두면 지적받는 쪽도 어느 정도 대비하게 된다. 지적받는 일은 싫지만, 얼마 동안 계속될지 짐작할 수 있다면 참고 견딜만하기 때문이다. 정말 참기 힘든 일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지는 것이다.

지적을 할 때는 반드시 끝을 알려야 한다. 언제까지 참고 견디면 되는지 상대에게 알리는 것이다. 이것만 지킨다면 다소 목소리가 거칠어지더라도 상대는 참고 견뎌낼 것이다

누군가를 혼낼 때는 먼저 상대에게 겁을 줘야 한다. 두려움을 충분히 느끼게 한 뒤 상대가 몸을 움츠렸을 때 혼낸다.

겁먹게 한 뒤 평소와 똑같이 혼낸다.
상대가 제대로 혼날 거라고 각오했는데 실제로는 예상만큼 혼나지 않았을 때 ‘적당히 봐준 건가?’라며 오히려 상대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혼났음에도 고마워하는 것이다.

물론 이 기술은 매번 사용할 수는 없다.
매번 "이번엔 진짜 각오해"라고 말하고는 한 번도 혼을 낸 적이 없다면 혼나는 사람도 ‘이번에도 겁만 주는 거겠지’라고 생각할 게 뻔하다. 어쩌다 한번 사용하기에 효과적인 기술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른 뒤 "너무 많이 잘랐네요"라며 불평하는 사람은 있어도 "너무 안 자른 거 아니에요?"라며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인간에게는 기본적으로 자기 모습을 바꾸고 싶어 하지 않는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머리를 많이 잘라 자신의 모습이 바뀌는 데 거부감을 느낀다. 따라서 머리를 많이 자르지 않고 고객의 모습을 크게 바꾸려고 하지 않는 미용사를 오히려 선호한다.

대화 역시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상대의 의견이나 태도를 바꾸려고 하지 않는 편이 좋다. 사람은 누구나 타인에 의해 자신이 바뀌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말은 해보겠지만 바뀌지 않을 거야’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는 편이 설령 상대가 바뀌지 않더라도 ‘왜 내 말을 듣지 않는 거지?’ 하고 화내는 일도 없고 정신적으로 편하다

화가 난 사람을 상대할 때는더 크게 화를 내라

쉽게 폭발하는 사람을 상대할 때는 친절하게 대하지 말고 도리어 상대보다 더 폭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몸싸움을 하게 되더라도 물러서면 안 된다

프랑스에서는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연설을 해야 대통령이 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어려운 이야기를 되도록 알기 쉽게 설명하지 못한다면 사람들에게 사랑받거나 존경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거래 상대는 적군이 아닌아군으로 대하자

"상대를 적대시하는 태도만 바꿔도 대인관계는 놀랄 만큼 원만해진다." 하버드대학교의 테렌스 버넘Terence Burnham 박사의 말이다.

상대가 협력자라고 생각하면 ‘내가 더 잘해야지’, ‘경쟁에서 이겨야 해’, ‘내가 더 큰 이익을 얻겠어’와 같은 마음은 줄어든다. 내 편이라고 생각하는 상대에게는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을 만날 때는 무턱대고 상대를 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협력자가 될 수 있는 소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도록 하자.

반면 정도의 문제이지 기본적으로는 온화한 태도를 유지하되 유연하게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자세를 보이는 편이 훨씬 이득이라는 사실을 제시하는 자료도 있다

미네소타대학교의 알렉산더 로스만Alexander Rossmann 박사에 따르면 환자에게 수술을 권할 때 "600명 중 400명이 죽는다"가 아닌 "600명 중 200명은 산다"고 설명하면 의사의 말에 귀 기울여준다고 한다.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죽는다’는 말보다 ‘산다’는 말에 초점을 맞추면 ‘그렇다면 수술을 받아볼까?’라는 마음이 생긴다는 것이다.

악의적인 말을 들었다면상대의 말꼬리를 잡고 반격에 나서라
 
"너는 맨날 이런 식이냐?"
"맨날이라니?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줄래?"
 

말꼬리를 잡을 때 중요한 점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냉정함을 유지하되 공손한 말투로 공격하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질문하고 있을 뿐’이라는 태도를 유지하면서 상대를 바늘로 따끔하게 찔러야 한다.

이러한 기술은 익숙해지지 않으면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상대의 무례한 말을 그냥 넘길 수는 없다.
상대가 무례한 행동을 한다면 나 또한 반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만만한 사람이라 여기고 얕잡아 보기 때문이다.

미주리대학교의 케논 셸던Kennon Sheldon 박사에 따르면 상대가 불쾌한 행동을 했을 때는 나 역시 반드시 되돌려줘야 상대가 온순해진다고 한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보복 전술’이라고 부른다.

상대가 나를 물어뜯으려고 하면 나 역시 물어뜯어야 상대도 송곳니를 감추게 되고, 이는 결국 나를 지키는 일이 된다.

상대의 말에 악의가 느껴진다면 얌전히 듣고 있지 말고 질문을 던지며 상대를 꼼짝 못 하게 할 정도의 배짱이 필요하다.

무슨 일이든지 그렇겠지만 대화에서도 기본이 탄탄해야 응용도 가능하다.
어떠한 기술이든지 기초 단계를 거쳐야 비로소 응용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이는 당연한 이야기인데도 대화에서만큼은 누구나 쉽게 상급자의 기술을 배우고 싶어 한다.

대화에서도 기초를 탄탄히 다져야 비로소 농담 섞인 유쾌한 대화가 가능하다. 연설에서 느닷없이 사람들을 웃기려고 해도 연설의 품위만 떨어뜨릴 뿐, 결국 사람들에게 빈축을 살 게 뻔하다

워싱턴대학교의 조너선 브라운Jonathon Brown 박사에 따르면 자존감이 낮은 사람일수록 자존심에 상처받는 일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자신감 넘치는 사람은 상대에게 승부를 양보하는 일쯤이야 별일 아니지만,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말싸움에서 지는 일을 좀처럼 받아들이지 못한다.

말싸움에서 질 수 없다는 생각은 쓸데없는 허세이자 자존심에 불과하다. 말싸움에서 지는 일이 자신에게 수치라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다. 우아하게 승부를 양보하는 것이다.

물론 져준다고 해서 "네, 네. 당신 말이 모두 옳습니다"라든가 "알았어, 알았어. 네 말이 다 맞는다니까" 등 비꼬는 식의 말투는 피해야 한다. 상대를 더욱 화나게 할 뿐이다. 겉으로는 고분고분하게 져주는 것이 사교술이라고 할 수 있다

감사의 말로상대에게 기쁨을 선물하자
 
"바쁜데 이렇게 도와주다니, 정말 감사해요."
"아니 뭘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기분이 좋네요."

"무거운데 들어줘서 고마워."
"바쁠 텐데 시간 내줘서 고마워."
"도와줘서 정말 기뻐, 고마워."
 
언제든지 감사의 말을 입버릇처럼 꺼낼 수 있다면 멋진 일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친절을 베풀었을 때 곧바로 감사의 말을 건넬 수 있도록 감사하는 습관을 들이자.

‘고맙다는 말을 전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지?’
이렇게 머뭇거린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망설이지 말고 누구에게나 "고마워", "고맙다", "고마웠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캘리포니아대학교의 로버트 에몬스Robert Emmons 박사에 따르면 감사의 마음을 전할 줄 아는 사람이 늘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사람에 비해 미래를 낙관적으로 바라보며, 신체적으로도 건강하다고 한다. 즉,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더 즐겁게 생활한다는 의미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다면 그 즉시 "고마워"라고 말을 해보자. 깊게 고민하지 말고 감사의 말을 건네는 것이다. 말 한마디에 삶이 즐거워진다면 실천해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은가.

참고로 감사의 말을 들었다면 과장되게 기뻐하는 것이 좋다. 내가 감사의 기쁨을 표현하면 할수록 상대는 나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대보다 크게 고마워하면 ‘이런 작은 일에 이렇게 고마워하다니, 다음에는 더 큰 친절을 베풀어야겠군’이라고 생각하는 게 사람 마음이다. 딱히 대단한 일이 아니더라도 조금은 과장되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보자. 사실 친절을 베푸는 쪽에서는 꽤 수고스러웠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일은 더 많은 친절을 끌어내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늘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조금은 과장되게 어필한다면 상대도 보람을 느끼고 나 역시 계속해서 도움을 받게 될 것이다.

성격이 무뚝뚝해 보이는 사람은 사실 단정 지어 말하는 말투여서 상대에게 그러한 인상을 줄 때가 많다. 이때 말끝을 애매하게 얼버무리며 말함으로써 부드러운 이미지가 풍기도록 한다면 온화한 성격에 친근감 넘치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인간에게는 청개구리 심보가 있어서 부탁을 받으면 ‘반대’ 행동을 하려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에 부정의문문으로 부탁하는 편이 승낙 확률도 높일 수 있다

도망치는 개를 붙잡고 싶다면 쫓아가지 않는 편이 낫다고 한다. 쫓아갈수록 개는 더 도망치려고 하기 때문이다. 도리어 등을 돌리고 반대 방향으로 걷기 시작하면 주인이 자신을 두고 간다는 두려움에 주인 근처로 돌아온다.

인간에게도 비슷한 성격이 있는 듯하다. "창고 좀 청소해"라며 명령조로 말하면 청소하기 싫어지지만, "바빠서 창고 청소는 못 하겠지?"라는 말에는 "바쁘긴"이라고 대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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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전에 먼저 선생께서 정신 분석의 핵심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그가 대답했다.

"정신 분석을 하는 동안 환자는 침대에 누워서 의사에게 때로는 하기 거북한 말을 해야 합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즉흥적으로 다음과 같이 응수했다.

"로고테라피를 받는 동안 환자는 똑바로 앉아서 의사로부터 때로는 듣기 거북한 말을 들어야 합니다."

로고테라피는 환자의 미래에 초점을 맞춘다. 말하자면 미래에 환자가 이루어야 할 과제가 갖고 있는 의미에 초점을 맞춘다는 말이다.로고테라피는 이렇게 의미에 중점을 둔 정신 치료법이다. 동시에 로고테라피는 정신 질환을 일으키는 데 아주 커다란 역할을 하는 악순환의 고리vicious circle formation와 피드백 기제feedback mechanism를 약화시킨다. 그렇게 해서 정신 질환 환자에게 전형적인 자기 집중 증상이 발생하고 심화되는 것을 막는다.

로고테라피에서는 환자가 삶의 의미와 직접 대면하고, 그것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이렇게 환자 스스로 삶의 의미를 깨우치게 도와주는 것이 정신병을 극복할 수 있도록 환자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된다.

인간이 의미를 찾고자 하는 마음은 그 사람의 삶에서 근본적으로 우러나오는 것이지 본능적인 욕구를 2차적으로 합리화하려고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스스로의 이상과 가치를 위해 살 수 있는 존재이며, 심지어 그것을 위해 죽을 수도 있는 존재이다.

몇 년 전 프랑스에서 설문 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그 결과 89퍼센트의 사람들이 인간에게는 살아야 할 의미를 주는 ‘그 무엇’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그중 61퍼센트는 자기 삶에 기꺼이 그것을 위해 목숨을 내놓을 수 있는 ‘어떤 것’과 ‘어떤 사람’이 있다고 대답했다.

누제닉 노이로제는 욕구와 본능의 갈등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실존적인 문제 때문에 생긴다. 그 원인 중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의지의 좌절이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한다.

갈등을 겪는다고 해서 다 신경 질환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어느 정도의 갈등은 정상적이고 건강한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의미에서 고통 역시 모두 다 병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 특히 고통이 실존적 좌절 때문에 생긴 경우에는 그것을 신경 질환 증세라기보다는 인간적인 성취로 보아야 할 것이다.

사람이 자기 존재의 의미를 찾거나 아니면 그런 것이 과연 있을까 의심하거나 간에 이런 현상이 병 때문에 생긴다거나 혹은 이것 때문에 결국 병이 생길 거라는 생각을 나는 단호하게 부정한다.

의사는 환자의 실존적 위기를 통해 그가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로고테라피는 환자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도록 도와주는 것을 과제로 삼는다. 그렇게 하려면 환자의 실존 안에 숨겨진 ‘로고스’를 스스로 깨닫도록 해야 하는데, 이것은 상당한 분석 과정을 필요로 한다. 이런 점에서 로고테라피는 정신 분석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의미를 찾으려는 인간의 노력이 마음에 평온을 가져오기보다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내면의 긴장은 정신 건강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삶에 어떤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보다 최악의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어떤 어려움도 참고 견딘다’라는 니체의 말에는 이런 예지가 담겨 있다. 이 말에서 정신 치료에도 유용한 어떤 좌우명을 찾을 수 있다

낡은 아치를 튼튼하게 할 때, 건축가는 오히려 아치에 얹히는 하중을 늘린다. 그래야만 아치를 구성하고 있는 각 부분이 서로 잘 밀착되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환자의 정신 건강을 증진시키려는 심리 요법가는 삶의 의미를 갖도록 지도하는 과정에서 환자 마음에 어느 정도 긴장을 유도하는 것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

삶의 의미를 찾도록 하는 것이 환자에게 유익한 영향을 끼친다

‘일요병’을 예로 들어 보자. 일요병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한 주일을 보내고 내면의 공허감이 밀려올 때, 자기 삶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사람이 겪는 일종의 우울증이다.

자살의 상당수가 바로 이런 실존적 공허 때문에 일어난다. 현대 사회에 만연해 있는 우울증과 공격성, 중독증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려면 그 저변에 깔려 있는 실존적 공허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연금 생활자나 나이 든 노인들이 느끼는 위기감 역시 이와 같은 종류의 것이다.

게다가 이런 실존적 공허는 가면을 쓰거나 위장한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의지가 좌절되면 사람들은 권력욕으로 좌절을 대신 보상받으려고 하는데, 여기에는 아주 원시적인 형태의 권력욕인 돈에 대한 욕구도 포함된다. 한편 의미를 찾으려는 의지가 좌절된 곳에 쾌락을 추구하는 의지가 대신 자리 잡는 경우도 있다. 실존적 좌절을 겪은 사람들이 종종 성적 탐닉에서 보상을 찾으려고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누제닉 노이로제

삶의 의미는 사람에 따라, 시기에 따라, 시간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포괄적인 삶의 의미가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서 한 개인의 삶이 갖는 고유한 의미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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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시보란 가짜 약을 의미하는데, 꼭 약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효과가 있다고 확신하면 믿는 대로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인간은 매우 단순해서 확신이나 암시가 무척 강력하게 작용한다.

"난 많은 사람 앞에서도 훌륭하게 프레젠테이션을 해낼 수 있다."
"난 고객들에게 물건을 잘 판다."
"자기소개만큼은 잘 해낼 자신이 있다."
 

다시 말해, 용기를 얻을 만한 암시를 평소 자신에게 걸어보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다.

자기암시는 대화 능력뿐 아니라 모든 기술을 향상시키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다. 문장력을 키우고 싶다면 스스로 글쓰기에 재능이 있다고 믿고, 정리정돈을 잘하고 싶다면 정리 능력이 뛰어나다고 믿으면 된다.

일단 말하라.말발은 연습량과 비례한다

나는 직업상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할 기회가 많다. 그래서 말에는 자신이 있는데, 이는 단지 사람들과 말할 기회가 많아서일 뿐 다른 특별한 비법은 없다. 연습했으니 잘하는 것은 당연하다.

"연습도 하지 않은 채 대화 능력을 키우고 싶다니 그런 꿈같은 일은 기대하지 마십시오. 꾸준히 연습하는 사람만이 결국 가장 먼저 실력을 쌓습니다."

상대의 눈에 보이는 형태인 몸으로 친절을 보이는 것이 말로 친절을 베푸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물건을 산 뒤에 "고맙습니다"라고 말해도 고객은 기뻐하지 않는다. 불쾌해하지는 않겠지만 "고맙다"는 말은 크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

하지만 점원이 공손하게 고객의 돈을 받은 뒤 거스름돈을 줄 때도 지폐의 앞면이 보이도록 정리하고 동전이 손에서 떨어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고객의 손에 올려준다면 어떨까? 그리고 "고맙습니다. 또 오십시오"라고 말한다면 어떨까? 나라면 다시 그 매장을 방문하고 싶어질 것이다. 말에서뿐만 아니라 행동에서도 점원의 진심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대화가 능숙한 사람은 결코 말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배려 섞인 행동을 연출할 줄 안다. 멋스러운 대사를 외우는 일뿐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 훈련해둘 필요가 있다.

뮤지컬영화 <메리 포핀스>에는 주인공인 줄리 앤드류스가 방 청소를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청소를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재미있어져. 생각하기 나름이지"라고 말하며 행복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장면이 있다.

대화란 서로를 즐겁게 하는 게임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대화를 나누는 일이 괴롭지 않다. 오히려 즐거워지면서 ‘다음에는 더 높은 점수(좋은 인상을 주는 일)를 받아야지!’ 하고 마음먹게 된다. 대화는 게임일 뿐이니까.

반면 ‘말실수하면 어쩌지, 공손하게 말해야 하는데’ 등 대화의 감점 요인을 찾다 보면 상대와 나누는 대화가 ‘시험’처럼 느껴져 전혀 즐기지 못한다.

대화를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어깨에 힘이 빠지고 마음이 편해지면서 대화가 즐거워진다. 좋아하는 게임을 할 때 몸과 마음이 지치지 않는 것은 그 행동 자체가 즐겁기 때문이다.

나 역시 가장 좋아하는 게임을 할 때면 몇 시간이고 계속할 수 있다. 대화도 게임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에 몇 시간이고 쉬지 않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 쉽게 지치지 않는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60시간이나 지속 가능하다는 데이터가 있는데, 즐거운 일에는 피로를 잊게 하는 효과가 있는 듯하다. 하지만 대화를 ‘시험’이라고 생각하면 갑자기 고된 노동처럼 느껴지니 참 신기하다. ‘괜히 감점 받느니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게 낫지’라며 한발 물러선 자세를 보이면 대화가 즐겁지 않게 된다.

《여성을 위한 비즈니스 게임론》의 저자인 베티 레한 해러건Betty Lehan Harragan은 "비즈니스를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같은 일을 하더라도 능률이 오르고 즐거워진다"

‘오늘은 날씨가 좋으니, 날씨 이야기로 시작하자.’
"날씨가 정말 좋네요.
오늘은 날씨처럼 좋은 일만 있을 것 같아요."

대개 처음 만나는 사람과 나누는 대화 내용은 웬만큼 정해져 있다. 따라서 백문백답의 원고를 작성해두고 매뉴얼처럼 외워두면 누구와도 대화가 가능하다.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시험 보기 전에 과거의 출제 경향을 살펴보면 대략적인 대책을 세울 수 있는 것처럼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운다면 대화가 절대 어렵지 않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나누는 대화 내용도 시험문제와 마찬가지로 그렇게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름이며 취미, 업무 내용, 가족관계, 학창 시절의 추억 등 거의 정해져 있다.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어떻게 대답할지 원고를 작성하고 외워두면 두려움은 사라지고 처음 만나는 사람과 나누는 대화도 끄떡없다.

대화 원고를 되도록 많이 머릿속에 저장해둬야 한다. 즉흥적인 애드리브로 대화가 가능한 사람도 있겠지만 대개는 불가능하다.
모국어로 말할 때도 재치 넘치는 답변과 상대를 웃기는 농담 등을 최대한 많이 머릿속에 저장해두자. 노력한다면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매번 비슷한 내용으로 대화하다 보면 차츰 대화하는 일에 익숙해질 것이다. 같은 일을 몇 번이고 반복하다 보면 두려움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몸매, 외모, 말투, 목소리 톤 등이 닮은 사람은 성격 또한 대체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달변가가 된 것처럼자신을 연기하라
 
‘나는 최고의 영업자다.’
"우리 회사 최고의 제품에 대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연기하는 대로 그 인물이 될 수 있다.
성공한 사람처럼 행동하면 말투부터 걸음걸이까지 당당해지고, 똑똑한 사람처럼 행동하면 실제로 지적이고 교양이 넘치는 사람이 된다.

암시 효과는 믿기 힘들 만큼 대단한 힘을 지녔다. 싱거운 사람으로 오해를 받을까 봐 고백은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사실 나는 최고의 심리학자라고 생각하며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책을 쓰고 있다. 스스로 글재주가 뛰어난 천재라고 생각한다.

자기암시를 걸었기에 200쪽이 넘는 책을 어떻게든 완성할 수 있었다. 자기암시에 기대지 않았다면 ‘글재주도 없는 내가 감히 책을 쓸 수 있을까?’ 하고 불안해했을 것이다. 마음만큼은 대작가라도 된 듯한 기분으로 집필해야 겨우겨우 책을 완성할 수 있다.

성공한 사람들은 가난한 시절부터 부자가 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고는 생글생글 웃으며 노력했다. 마음 놓고 되고 싶은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즐기기 바란다.

열등의식은 자기암시 효과가 있다. 이 암시 효과는 매우 강력해서 할 수 있는 일도 할 수 없게 만든다. 인간은 할 수 있다고 믿으면 손쉽게 할 수 있는 일도 할 수 없다고 믿는 순간 할 수 없게 된다. 자기암시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선 자신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열등의식을 떨쳐내자. ‘사람들 앞에서는 말을 잘 못해’, ‘이성과 이야기할 땐 긴장돼’ 등 열등의식을 느끼면 대화가 능숙해지지 않는다

지나친 기대는 버리고 영어는 인사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헬로’나 ‘땡큐’ 같은 단어를 외우는 것만으로도 영어를 할 줄 안다며 만족해한다. 마음을 편히 먹어야 결국 영어도 빠르게 습득할 수 있다.

지나친 기대는 열등의식을 낳는다. 대화 나누는 일에 열등의식을 느끼는 사람 대부분이 아나운서나 방송 진행자 같은 전문가와 자신의 화법을 비교하는 탓에 주변 사람들과 비교해 자신의 화법에 손색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부자에게서는 묵직한 품격이 느껴지는 것은 돈을 지녔다는 사실이 만족감을 주기 때문이다. 반면 가난한 사람은 어딘지 모르게 위축된 분위기를 풍긴다.
 

"어서 오십시오"라고 말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사가 일방통행으로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상대와 말을 주고받지 않으면 우리는 자기중심적이고 무례하며 차가운 반응을 보이기 쉽다고 한다. 인사를 받고 싶다면 내가 먼저 상대에게 대답을 들을 만한 인사말을 건넬 필요가 있다.

상대와 캐치볼을 하고 싶다면 상대가 받기 쉬운 곳으로 공을 던져야 한다. 일부러 받기 힘든 곳으로 공을 던져서는 안 된다.

자신의 제안이 통과되지 않았다고 낙심할 필요는 없다. 제안이 통과되지 않는 일 따위는 빈번히 일어나기 때문이다.

핵심은 상대에게 거절당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다. 곧바로 꼬리를 내리지 말고 조금 더 매달려본다. 제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상대와 의견을 주고받으며 대화력과 교섭력을 키울 수 있다면 나에게는 득이 크다.

‘뻔뻔하다’는 말은 별로 좋은 의미로 쓰이지 않지만, 심리학에서 뻔뻔한 사람이란 정신적으로 단단하며 작은 일에는 꺾이지 않는 사람을 가리킨다. 그러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자.

자기소개는 길면 길수록 좋다. 그만큼 상대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리는 데 전력을 다해보자.

로마대학교의 안토니오 피에로Antonio Pierro 박사는 ‘데이비드 비안카트’라는 가공의 인물을 소개하는 50자 단문 소개서와 A4 한 장 분량의 장문 소개서를 작성해 각각의 문서를 대학생에게 읽게 한 뒤 신뢰도를 조사했다. 예상대로 장문의 소개서를 읽었을 때 신뢰도가 상승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신소개를 길게 하면 그만큼 자신을 상대에게 알릴 수 있다.

자기소개의 첫 번째 목적이 자신을 알리는 것인데 이름만 알린다면 상대의 기억에 각인되지 않는다. 매우 특이한 이름이라면 이름 소개만으로 충분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자신을 기억할 만한 키워드를 끼워 넣어야 한다. 상대의 기억에 자신의 모습을 각인시키는 것이 자기소개의 첫 번째 목적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모처럼 명함을 교환하는데 자신을 어필하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막연하게 자신을 소개해오던 사람이라면 이 효과가 얼마나 대단하지 확인해보기 바란다.

대화 내내 겉도는 이야기만 하다 보면 서로 가까워질 기회를 얻지 못한다. 어딘가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먼저 자신을 소재 삼아 조금씩 접점을 찾아가는 것이 효과적이다

사사로운 일이어도 좋으니 ‘나’라는 사람에게 흥미를 느낄 만한 이야기를 꺼내보자. 그러면 상대도 자신에 대한 정보를 알려줄 것이다.

텔레마케터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상대의 사진을 눈앞에 두고 그 사람에게 말을 건넨다는 마음으로 고객과 통화한다고 한다. 고객에게 건네는 목소리가 편안하고 친근해지기 때문이다.

마음에 드는 사진을준비해두자
 
‘골든리트리버는 어쩜 이리 천사 같을까...’
‘너는 정말 행운의 마스코트야...’

이는 심리학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의 사진을 보면 우리는 자연스레 미소 짓게 된다. 웃는 모습 그대로 사람을 만나면 애써 웃는 표정을 지으려 노력하지 않아도 가장 멋진 표정을 상대에게 보여줄 수 있다.

‘나는 이 사진을 보면 마구 힘이 솟는다.’
 
이렇게 용기를 얻을 만한 사진이 있다면 여러 장 준비해둔다. 사람을 만나면 긴장하는 탓에 멋진 미소를 짓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이 사진만 보면 단숨에 얼굴 근육의 긴장이 풀리는, 그러한 사진을 꼭 지니고 다니기 바란다.

참고로 반려동물을 예로 들었지만, 꼭 반려동물이 아니더라도 상대가 무심결에 말을 걸어야겠다고 생각할 만한 매개체라면 무엇이든지 상관없다. 색다른 다이어리나 독특한 휴대전화 장식품, 특이한 만년필 등 상대가 흥미를 끌 만한 소도구를 충분히 준비해두자. 그러면 상대는 좀 더 쉽게 말을 걸어올 것이며, 이 또한 대화력을 키우는 훈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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