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심신오행

내 이름은 타이라 헤이스, 초급 과학 연구관이다. 아직 살아 있고,
아직 기록 중이다.
아마 이 기록을 읽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 말고는 할 일이 없고, 이 구명정에는 나 혼자뿐이다.
- P67

저의 데이터베이스에 귀하의 현재 상황과 범주가 일치하는 생존 시나리오는 저장되어 있지 않습니다.
우리 아빠라면 이쯤에서 이렇게 말했겠지. 네 뱃심을 믿으렴.
- 배…… 뭐요? 귀하의 의식은 뇌 속에 존재합니다. 소화 기관이 있는 복부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는데요.
- P69

내가 조언을 구하려고 찾아가면 아빠는 늘 내가 세상만사를 너무꼬치꼬치 따지고 내 본능에는 제대로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했어 - P69

실은 아빠랑 얘기를 나누기만 해도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보게되곤 했어. 그럴 때면 어느 쪽이 올바른 선택인지 저절로 명확해졌단 말이야 - P70

내가 어릴 적부터 들은 이야기였다. 부모가 아이를 재우려고 들려주는 옛날이야기가 실은 진짜였던 걸까?
- P72

나의 아랫배에 있는 단전(丹田), 내 심신(心神)의 집인 그곳은 평온했다. 이 무모한 용기는 내 몸이 아직 조화를 이루지 못한 탓에 생겨났을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왠지 목적이 있어서 나왔으리라는느낌이 들었다. 올바른 용기처럼 느껴졌다.
- P72

"페이젠, 우리는 선조의 지혜를 거의 다 잊어버렸다. 이 낭자가보기에 우리는 야만인이나 다름없을 것이야. 어쩌면 이 낭자가 우리를 크나큰 위험과 슬픔에 빠뜨릴지도 몰라."
- P74

나는 다만 무엇이 옳은 일인지만 알뿐이었다. - P74

아빠는 어떤 사람을 만나서 10초 동안 받은 첫인상이 결국 그 사람의 평생 인상이 되는 법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티의 말이 옳다. 나는 첫인상 같은 건 믿지 않는다. 나에게는 데이터가 더 필요하다.
- P77

타이라가 부적을 왜 그리도 끔찍이 아꼈는지, 그제야 이해가 갔다. 자기 친구가 들어가 사는 집이기 때문이었다.
- P79

신령과 실제로 대화를 나누는 것만 해도 엄청난 일이거늘, 그 신령이 내게 가르침을 달라고까지 하다니!  - P79

황공해서 몸 둘 바를 몰랐던 나는 낭자의 탕약에 들어간 갖가지 약재와 함께 그 재료들이 오행(五行)의 상생상극론(相生相克論)을 어떻게 구현하는지까지 상세히설명했다.
- P79

페이젠은 나에게 굉장히 너그러워서, 같은 말을 천천히 반복하곤한다. 그의 말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은 곧 나에게 해결해야 할 구체적인 과제가 생긴다는 뜻인데, 그 덕분에 오히려 침착해져서 내가 문명 세계로부터 몇 광년이나 떨어진 이방인들의 세계에 있다는사실을 잊어버리곤 한다.
- P80

페이겐과 대화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우리 둘의 세계와 배경 지식이 서로 너무나 동떨어졌고 아티의 통역에 의지하느라 상대의 말에 숨은 미묘한 의미를 다 전달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일이다.
- P80

아티, 페이젠은 네가 무슨 신령 같은 건 줄 알아. 내 생각에 여기사람들의 의식 속에선 합리적 지식이 채워야 할 부분을 미신이 대신 차지한 모양이야.
- P81

.… 예, 바로 그겁니다. 그리고 불은 단맛, 흙은 매운맛이지요.
제가 처음 하늘 조각배에서 모셔 왔을 때, 낭자의 단전은 묘하게도텅 비어 있었고 오행이 저마다 주도권을 잡으려 다투고 있었습니다. 낭자는 몸속에 불 기운이 너무 세서 편찮으셨던 겁니다. 불 기운이 쇠 기운을 눌렀고, 이 때문에 신체 계통의 여타 부분들이 조화를잃었습니다. 쇠 기운이 세를 회복하여 나무 기운을 줄이도록, 낭자께서는 쓴맛 나는 음식을 더 드셔야 합니다."
내 말을 들은 타이라 낭자는 표정이 굳었다.
- P84

"물론 사람은 다 제각각이라서, 올바른 치료법은 개개인의 본성에 맞추어 저마다 다르게 섞인 오행에 길을 트고 인도하는 것입니다. 낭자의 본성은 불의 기운을 띠고 있으니 어쩌면 지금 단것을 조금 먹으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때로는 과한 불 기운을 불로다스리기도 하니까요."
- P84

세대가 바뀔 때마다 용감한 남녀들이 새로운 치료법을 찾으려다가 목숨을 잃었다. 그들은 몸속에 섞여 있는 오행을 개개인의 고유한 본성에 맞추어 다스리는 기술을 연마했다. 오테이 촌장님조차도약초와 광물을 몸소 시험하다가 앓아누우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타이라 낭자의 조롱은 그들 모두를 욕보이는 짓이었다.
- P85

"우리 아버지가 입버릇처럼 말하길, 어떤 언쟁도 함께 잔을 기울이는 즐거움을 막지는 못한댔어요.  - P85

낭자는 큰불이 바로 위 하늘의 공기를 덥히면서 주위의 덜 뜨게운 공기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긴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새 불을 지피자 큰불의 힘이 새 불을 우리 쪽에서 끌어당겼고, 이로써 불을 마는 방화선(防火線)이 만들어졌다는 말이었다.
"낭자는 술법을 부리는 신선(神仙)이셨군요."
"그냥 간단한 물리학이에요. 불로써 불을 다스린다. 당신이 나한테 가르쳐 준 거잖아요?"
- P89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우리가 준 약이 타이라 낭자 몸속의 불에길을 터 주고 인도한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낭자 또한 들불에 길을터 주고 인도했다는 것을.
- P89

진심으로 이곳에 정착할 생각입니까?
그...… 당장은 그게 제일 합리적인 행동 방침 아니야?
- 이해가 안 가네요. 제 데이터베이스의 모든 생존 모델에는 귀하가 가현대 과학으로부터 멀어질 경우 기대 수명이 심각하게 줄어든다고 나오는데요.

- P91

있잖아, 나는…… 여기서 사는 게 행복해. 사방이 다 원시적이긴하지만, 그래도, 공기 때문일까? 아니면 음식? 전보다 더 생생하게살아 있는 느낌이야. 전에는 있는 줄도 몰랐던 나의 일부를 발견하기라도 한 것처럼.
- P91

이곳에선 원자나 쿼크, 초공간, 유전자 발현 조절 같은 것에 관한지식보다 단 것을 먹으면 몸의 불 기운이 강해진다는 지식이 더 쓸모가 있어,
- P91

때로는 비합리가 합리적이야. 주위의 모든 사람이 세상은 이러이러한 방식으로 돌아간다고 믿는다면, 적어도 세상이 그렇게 돌아간다고 믿는 척이라도 하는 게 이롭단 말이야. - P91

나는 낭자의 부서진 배에서 흘러나온 빛이 보일까 하는 생각에미간이 찡그려지도록 유심히 그쪽을 바라보았다.
"여기선 아무것도 안 보여요. 시력이 아무리 좋아도 그때 일어난폭발의 빛이 여기까지 닿으려면 5년은 걸릴 테니까."
알쏭달쏭한 말이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타이라 낭자가 하는말을 다 이해하지 못해도 좋았으니까. 때로는 그저 낭자의 목소리만 들어도, 낭자 곁에만 있어도 더 바랄 것이 없었다.
- P92

무엇부터 물어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페이젠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모르는 사람, 현실의 사람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상상으로 지어낸, 아니면 책에서 읽은 인물처럼.
- P95

뭔가 빠진 느낌이 들었다. 나는 내 몸을 확인해 보았다. 양팔, 양다리, 손가락과 발가락, 모두 멀쩡했다. 그런데도 어딘가 사라진 부위가 있는 듯했다. 배 속이 훤하게 빈 느낌이었다.
- P95

나는 눈을 감았다. 친구 265명을 영원히 잃어버린 기억은,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 P95

그러다 아버지 생각을 떠올리자 그리움이 배에 꽂히는 주먹처럼사무쳤다. 그래도 아직은 인간이라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 무언가 느끼는 힘을 아직은 잃지 않았으므로,
- P96

나는 수정 공 너머로 타이라 낭자의 눈을 바라보았다.
뭔가 이상했다. 낭자의 눈이 차갑게, 텅 비어 있었다. 모르는 사람의 눈을 들여다보는 느낌, 껍데기를 보는 느낌이었다. 낭자에게는불 기운이 없었다. 흙 기운도 없었다. 아예 아무것도 없었다. 낭자는빈 껍데기였다.
- P97

하늘 사람들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것은 위험과 슬픔이었다.
- P98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내 몸 속의 오행이 사납게 들끓었다. 혼돈 속에서 서로 다투었다.
- P99

그 박테리아가 하는 일이 정확히 뭐였는데?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인간으로 하여금 음식을 소화하고 질병에 맞서싸우고, 심지어 기분과 성격마저 변화시키도록 도왔다고 합니다.
뭐? 어떻게?
- 혈류 속에 화학 물질을 분비하여 신경 전달 물질을 억제하거나 활성화하고,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고, 신경계의 화학적 균형을 수정하는 방식으로요.
- P101

귀하의 아버지가 옳았던 것 같습니다. 이 행성에서 귀하는 문자 그대로 배로 생각했습니다. 페이젠네 부족은 단순히 자기네 배 속의 생물군과 공존하는 방법을 발견하는 정도가 아니라 음식을 이용하여 그 생물군을 조종하는 방법마저 발견했고, 이로써 자신들의 기분을 조절했습니다.
- P101

내 안에 사는 생물들이 나 대신 생각을 했단 말이지, 사랑에 빠진건 나였을까, 아니면 박테리아들이었을까?
- P101

 "인간의 의식은 하나의 물리 현상으로서 이 세계에존재하며, 이 세계의 질서를 따른다. 우리 배 속의 박테리아는 우리 사고의 총합을 생성하는 체계 속의 또 다른 구성 요소이다. 우리는 이미 몇 조개나 되는 세포들의 공동체이다. 거기에 몇 조 개를 더하여 생각하지 못할까닭이 있을까?"
- P101

오테이 촌장님과 나는 타이라 낭자의 몸이 조화를 되찾도록 사흘에 걸쳐 쇠 기운과 나무 기운, 물 기운, 불 기운, 흙 기운이 든 약재를 세심하게 계량하여 투여했다. 오행의 기운이 낭자의 몸속에 터를 잡고 세를 불릴 때까지, 그리하여 낭자가 그 자체로 온전한 하나의 우주가 될 때까지.
- P102

프로바이오틱 식이요법 - P102

당센네 선조를 따라 이 신세계로 온 장내 박테리아 군집을 통제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요법이죠. 먹는 음식을 바꿔서 건강을 유지하고 기분을 조절할 수 있는 거예요."
"오랜 세월에 걸쳐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끝에 얻은 지혜입니다."
- P103

"그 요법이 왜 통하는지 설명하느라 당신이 동원한 오행인가 하는 원리는 잘 이해가 안 가요. 어쩌면 그냥 비유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실제로 효과가 있어요. 그러니까 잘 보존해서 나머지 인류에게도 가르쳐 줘야 해요. 유서 깊은 공생 생물들과 더불어 사는 법, 또더불어 생각하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들한테요."
- P103

"이 미생물들이 몸속에 살고 있으면 나는 다른 사람이 돼요. 더용감하고, 더 거침없고, 더 행복하거든요."
"지금의 낭자가 진짜입니다. 이게 낭자의 본래 모습이에요."

- P104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어요. 아직은, 내 의식이 나 자신의 세포들뿐 아니라 내 몸에 사는 미세 유기체 수조 개의 세포에도 구현된다는 사상에 적응하려고 애쓰는 중이에요. 우리도 그 유기체들하고 같은 방식으로 이 행성에서 살아가고 있죠. 나의 유기체들이지만, 그것들이 곧 나라고 할 수는 없어요. - P104

제가 실행한 시뮬레이션에서는 시드사가 귀하의 유익한 해법을 알아보고 거래에 응할 확률이 52.26퍼센트밖에 안 됩니다. 꽤 큰 위험을 감수하는 셈인데요.
"이럴 땐 내 뱃심을 ….… 아니, 배 속의 힘을 믿는다고나 할까."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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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파괴하는 것은 폭격이 아니라 임대료 통제 정책이다

하이에크는 스승 미제스(Ludwig Edler von Mises)의 영향을 받았다. 미제스는 사회주의 계획경제가 망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 인센티브가 없으니까 경제주체가 일을 안 하고, 시장이 없기에 가격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아서 정보를 얻을 수 없으니 경제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 P116

시장이 없는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 아래선 수많은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 국가 통계에서도 나타나지 않는다. 결국 사회주의 계획경제는 작동 불능으로 망하게 될 운명에 처할 수밖에 없다. 공산국가가 차례로 망한 이유는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 P117

하이에크는 사유재산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매우 강력하게 말했다. "사유재산제도만이 혁신할 수 있는 경제적 동기를 불어넣는다." - P117

경제민주화는 경제 침체를 가져오는 첩경이다 - P120

하이에크는 정치인이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기 쉽다고 경고했다. 정치인은 실업률을 떨어뜨리기 위해서 정부 지출을 늘리는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케인스의 처방). 이런 처방은 반드시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것이 하이에크의 주장이다 - P121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포퓰리즘 정치인의 모럴리스크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 P124

워런 버핏은 투자할 때 반드시 인플레이션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물가 상승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여 올릴 수 있는 가격 결정권을 가진 회사의 주식에만 투자하라고 했다. - P124

노조는 사회정의란 명목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는 귀족 노조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 P130

경제민주화가 경제 침체를 가져오리란 하이에크의 이론은 현실 속에서 하나씩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 P130

세상이 점점 더 평평해진다는 말은 맞는 말일까? 『직업의 지리학』 저자 엔리코 모레티는 아니라고 한다! - P134

왜 미국 IT 기업이나 바이오 기업은 비용이 싼 인도나 중국으로 옮겨가지 않는 것일까? 도대체 그 이유가 뭘까? 왜 세상이 평평해지지 않는 걸까? 엔리코 모레티에 의하면, 세계화가 적용되는 분야가 있고 적용 안 되는 분야가 있다고 한다. - P135

전통 제조업은 세계화로 국제 분업이 일어나고 세상이 평평해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예를 들면, 제조업 공장은 미국에서 한국으로, 한국에서 다시 중국으로 옮겨간다. 스웨터 만드는 공장은 인건비가 싸고, 전기가 들어오고, 땅값이 싼 곳이면 어디든 옮겨갈 수 있다 - P135

왜 혁신 산업은 땅값 싸고 인건비 싼 지역으로 옮겨가지 못하는 걸까? 그 이유는 혁신 산업은 ‘뭉침의 힘’이 작용하는 장소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 P137

결과적으로 혁신 산업 기반 도시와 전통 제조업 기반 도시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격차가 커질 것이다. 미국이 지역적으로 평평해지기보다는 갈수록 울퉁불퉁해지고 지역 간 불평등이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 P139

인적자원이 몰려 있는 곳에 혁신 기업이 몰리고 그런 혁신 기업이 생기는 도시는 번성하고 발전한다. - P142

제조업 중심의 지방 도시는 쇠퇴할 가능성이 높아 부동산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 울산, 창원, 구미, 거제도, 군산 같은 제조업 중심 도시는 혁신과 세계화의 거대한 물결에 의해서 점차 침체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 P145

정부가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서 지방 도시를 활성화하려는 노력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 P146

도시가 번성하려면 혁신 기업에 필요한 인재인 과학자, 기술자, 전문 지식인, 예술가 등이 살기 좋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 P148

우리나라의 도시 간 불평등은 시간이 갈수록 심화될 것이다. 우리가 도시 간 불평등을 원하지도 않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세상은 그렇게 불평등이 확대될 것이다 - P149

돈을 벌고 싶다면 혁신 기업이 주도하는 도시에 투자하라 - P150

외부 효과(external effect)란 무엇인가? 외부 효과는 시장에서 돈을 매개로 사고팔고 하는 거래를 통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시장을 통하지 않고 그냥 공짜로 생기는 이득이나 손해를 말한다 - P154

인적자본 외부 효과는 무엇일까? 말 그대로 인재 덕분에 인재 아닌 다른 평범한 사람도 덕을 본다는 말이다. - P155

경제학자들은 인재랑 같이 일하면 다른 사람도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인재가 잘해서 좋은 아이디어를 내면 인재 자신도 큰 이득을 챙기지만 주변 사람의 소득도 늘어나는 걸 확인했다. 흔히 한 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 한다. - P155

인재가 슈퍼스타 도시로 몰리고, 이것이 슈퍼스타 도시에 인적자본 외부 효과를 낳고, 덕분에 슈퍼스타 도시의 주민은 다른 도시 주민보다 소득이 높아진다. 그러면 인재가 슈퍼스타 도시로 더욱더 몰리게 되는 연쇄반응이 나타난다. - P155

서울에 집중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 P161

도시의 진정한 힘은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 P163

도시의 흥망성쇠 여부는 사람 특히 인재에 달려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 P163

즐거운 도시가 번성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도시가 번성한다는 것이다. - P166

구체적으로 도시의 무엇이 사람을 즐겁게 하나? 저자는 음식 문화, 패션 문화,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짝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사람을 즐겁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이런 것이 잘 갖추어진 도시가 흥하고 번성한다는 것이다 - P166

더 잘살수록, 교육을 더 많이 받을수록 사람들은 수동적인 TV 시청보다 생생한 상호작용이 가능한 문화 오락거리를 더 좋아한다. 그러니 부유하고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일수록 엔터테인먼트와 예술이 발달한 도시를 찾게 되고 도시를 흥하게 하는 것이다 - P169

도시의 진정한 힘은 사람, 특히 인재로부터 나온다고 주장한다. 인재를 끌어들이는 요소가 많은 도시일수록 도시는 성공하고 번영한다는 것이다 - P171

한국의 도시로 눈을 돌려서 생각해보자. 일자리가 풍부하고 음식, 패션, 엔터테인먼트와 예술을 즐기기 쉽고 짝을 만날 기회가 많은 도시는 어디인가? 거기다 자녀 교육을 시키기 좋고 안전한 동네는 어느 동네인가?

결국 당신이 얼마나 노력했느냐, 당신이 얼마나 고생했느냐, 그건 중요하지 않다. 상대방이 얼마나 만족했는지, 상대방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이게 중요하다. - P190

리카도의 차액지대론에 따르면 서울에 똑똑한 집 한 채 가진 사람이 평범한 월급쟁이가 평생 월급 모아서 번 것보다 더 많이 벌 수도 있다는 얘기다 - P198

한몫 잡으려면 땅 한 조각이라도 사 둬라 - P199

모든 지대는 도둑질이다. 지대는 노동에 대한 지속적인 부담이다. 인간이 노동을 하는 모든 순간마다 지대가 빠져나간다. 지대는 깊은 지하에서 생명을 걸고 일하는 사람에게도, 배를 타고 세찬 파도와 싸우며 일하는 사람에게도 부과된다. 지대는 추위에 떠는 사람에게서 온기를, 배고픈 사람에게서 음식을, 병자에게서 약품을, 불안한 사람에게서 평온을 빼앗는다. 지대는 열 식구가 지저분한 단칸방에서 살도록 만든다. - P201

헨리 조지는 이렇게 간단하면서도 명확하게 말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 모든 이야기는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이미 한 말이다. 애덤 스미스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경제학자답게 아주 간결하게 분업의 이익을 기술한 데 반해 문장력이 좋은 헨리 조지는 아주 설득력 있게 감동적으로 풀어서 쓴 것이다. 똑같은 내용이지만 포장이 달라지니 대중의 반응이 더 뜨거웠을 뿐이다 - P203

그러면 10년 후에 이자율이 올라갈까?" 그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면 질문을 바꿔본다. "노동자의 임금이 올라가겠는가? 노동자의 삶은 더 나아지겠는가?" 이때도 그의 대답은 명료하다. "임금은 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내릴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 P206

그러면 오르는 것은 무엇인가? "땅값이다. 당신도 한몫을 잡으려면 땅 한 조각이라도 사 둬라." 맞다. 이 사업가의 조언대로 땅만 사 두면 더 이상 일할 필요도 없다. 아무 일 안 해도, 사회에 아무 기여 안 해도 땅을 쥐고 있다면 10년 뒤, 그는 분명 대저택에서 살게 될 것이다. - P206

세상이 풍요로워지는 이유는 이타심 때문이 아니고 이기심 때문이라고 가르쳤다. "우리가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 양조장 주인 그리고 제빵 업자의 박애 정신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돈벌이에 대한 관심 때문"이라고 설파했다. 맞는 말이다. - P213

인간의 이기심이 세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엔진이다. 정부는 이기적인 인간을 억압해서는 안 된다. 개인의 이기심이 국가를 풍요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 P213

인간은 누구나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만 무작정 타인의 자비심만 기대하는 것은 허황된 일이다. 정부가 고상한 이타심이나 인정, 동포애 따위에만 의존한다면 필히 그 나라는 빈곤해질 것이다 - P216

집값은 투기꾼이 올리는 게 아니다. 경제 상황이 집값이 오를 만하게 되었기에 집값이 오르는 것이다. 경제가 호황이고 소득이 늘어나면 집값이 오른다고 애덤 스미스가 이미 말해주었다 - P218

호황일 때 토지 소유자가 노동자보다 돈을 더 많이 번다. 반대로 불황일 때는 노동자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 P218

그러니까 월급쟁이 무주택자들은 빨리 내 집 마련을 서두르는 게 좋다. 반대로 불경기가 오면 부동산 부자도 타격을 받지만 노동자의 타격은 극심하다고 했다 - P219

요약하면,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을 통해서 부동산 가격이 언제 오르고 언제 내리는지 알려 주었고 지대가 어떤 원리로 결정되는지도 알려 주었다. 애덤 스미스가 가르쳐 준 것만 기억해도 부동산 투자의 중요한 원칙을 깨닫는 데 큰 도움이 된다 - P219

땅값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은 도로 개통 - P220

그러나 GTX 요금이 지금 신문 보도에서 나오는 기사만큼 저렴하지 않다면 GTX 효과는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약화될 수 있다 - P225

정치인이나 고위 공무원이 입으로는 거창하게 나라를 위한 정책을 편다고 말하는데 실제 속셈은 다 자기 잇속 챙기기에 바쁘다는 것이 공공선택이론이다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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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도움을 받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 우리는 성벽을 넘어야 하는군인과 같은 의무를 갖고 있다. 부상을 당했을 때 다른 군인의 도움이 없이 어떻게 성벽을 오를 수 있겠는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7.7 - P184

세상 어느 누구도 인생에서 직면하는 모든 문제들을 풀 수 있는 만능 연장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는다. 

신생아들만 엄마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것은아니다. 우리는 성인이 돼서도 타인의 도움 없이 살아갈 수 없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 경험이 있다면, 필요한 순간 그와 같은 도움을 청할 수도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우리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자신을 여전히 사랑한다면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 모든 것을 감당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필요하면 요청하라, 형제애도 우정도사랑도 그렇게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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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프루스트가 이런 말을 했다.
단 하나의 진정한 여행은 낯선 땅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눈을 갖는 것, 다른 사람의 눈으로, 그것도 백명이나 되는 다른 사람의 눈으로 우주를 보는 것, 그들이저마다 보고 있으며 그들 자신이기도 한 백 가지 우주를보는 것이리라.
- P51

첫째, 분야에 상관없이 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을 잘 찾아낸다. 이는 책 내용을 꿰뚫고 전체를 조망하는 시각을 가졌다는 뜻이다.
- P54

이처럼 부분에 집중한 나머지 미처 알아채지 못한생각이나 시각을 친절하게 알려준다면 잘 쓴 서평이다.

잘 지어진 멋진 건물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대부분의 사람은 입구로 들어가서 1층을 구경하고 계단을 올라 2, 3층을 평면적으로 살펴본다. 잘 쓴 서평은 마치 건물을 볼 때정면, 후면, 측면뿐만 아니라 하늘 위에서 건물을 내려다보며 건축가가 염두에 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듯 책에서새로운 그 무엇을 발견하게 해준다.
- P55

또한 탁월한 서평가들은 책 한 권을 읽으면서 스토리와 글만 따라가지 않고,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 P55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예요? 이 책으로 전달하고싶은 핵심이 뭐냐고요?‘
계속되는 질문은 대부분 해답을 데려온다. 그럼 결국 두꺼운 책 한 권을 짧게 요약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 P55

그러다 가끔은 저자위 말에 동의할 수 없는 대목에서 멈춰 서서 반박할 말을 찾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논리력이 발달하고, 근거를 찾기 위해 의식적으로 지식을확장해 간다.
- P55

둘째, 주제를 소개한 다음 자기 생각과 경험을 곁들인다.
이는 비단 서평 글에만 적용되는 잘 쓴 글의 조건이 아니다. 독서의 목적은 ‘행동의 변화‘ 이자 삶의 변화‘라는 말을들어보았을 것이다. 내가 읽은 글이 단순히 글로 머무르지않고 내 삶에 적용되어 삶을 바꾸고 생각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책을 통해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는 글이야말로 완성도 높은 글이라 할 수 있다.
- P56

하지만 독서광인 그분은 모두의 입장을 설명해주며 인과관계를 파악해보려 노력한다. 그분의 방식을 따르면 상대의 심리를 이해하고 공감 능력도 절로 높아질 것만 같다. 이처럼 디테일에 강한 리뷰는 내가 놓친 인물의 시각을 선물처럼 안겨주며 주인공이 아닌 다른 인물들을 다시한번 떠올리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리뷰는 또 다른 독서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 P57

만약 서평 쓰기에 익숙지 않다면, 책을 읽는 단계부터 의식적으로 질문을 던져보는 연습을 해보자.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죠?‘
‘왜 그래야 하죠?
‘어떻게 할 수 있는데요?‘
질문하기가 끝났다면 서평에 책의 핵심 내용을 쓰고 그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곁들이자. 마지막으로 책 내용과 관련된 나의 경험과 지식을 덧붙여 글을 풍성하게 만들면 좋다 - P57

나는 보통 핵심이 되는 세 가지를 추려 나열하고 그에 대한 내 생각을 쓰는 방식을 선호한다. 이것이 여의치 않은책이라면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을 뽑아 나열하기도 한다.
- P58

결국 서평 쓰기는 글을 쓰는 단계만을 뚝 잘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책을 읽는 단계부터 ‘질문하기‘를 통해 어떤 글을 쓸지 정하고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것이어야 한다. 책을실컷 읽어놓고 그다음에 서평에 뭐라고 쓰지?‘라고 고민한다면 서평 쓰기는 절로 버거운 활동이 되고 만다. 그러니 책을 읽는 동안 끊임없이 질문하자!
- P58

나는 글쓰기도 똑같은 방식으로 바라본다. 만약 누군가내 글을 읽고 글이 참 형편없네요. 틀린 부분도 많고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이해하기도 힘들어요.‘라는 독설에 가까운 말을 했다고 상상해보자. 물론 기분이 좋을리 없다. 부끄러워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어쩔수 없다. 하지만 그 평가는 나를 향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내 글을 향한 것이다. 글에 국한된 평가를 나라는 사람에대한 평가‘라고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 P61

작가 헤밍웨이가 이렇게 말했다.
글 쓰는 것을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다. 나는 글을 쓰려고세상에 태어났고, 여태까지도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장편이든 단편이든 내 글에 대해 사람들이 하는 말에 조금도 개의치 않으리라.
- P63

우리가 글을 쓰지 못하는 것은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다.
시간을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개인적인 즐거움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면 나머지 낭비되는 시간을 잡아라. 그시간에 매일 글을 써서 차곡차곡 쌓기만 하면 된다. 매일글 쓰는 시간을 갖는 것, 꽤 고급스럽고 유익한 취미 생활이지 않은가?
- P75

물론 몇 번의 비아냥과 한심하다는 눈빛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럴 때 기죽으면 안 된다. 절대 물러서면 안 된다. 그누구도, 설령 가족이라 할지라도 나만큼 나를 이해해줄 사람도, 나 대신 내 시간을 지켜낼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 P78

그런데 지나고 나니 그 몇 번도 진한 아쉬움의로 남는다. 스스로를 더 믿고 지지해줄걸, 남들이 뭐라는귀 닫고 못 들은 척할걸, 하는 생각들이 뒤늦게 들었기 때문이다.
- P78

블로그 글쓰기를 통해 지나간 일을 다시 곱씹으며 반성하는 기회도 늘었다. 가끔은 아주 부끄러운 흑역사까지 글로 담아내며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았다. 물론 그런 글을쓰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하지만 일단 쓰고 나면 글을 통해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 P85

이 책을 읽는 분들은 아마 나보다 훨씬 많은 경험과 세세한 기억력, 긍정적인 마인드까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럼 쓸 이야기가 넘쳐날 테니 그저 쓰기만 하면 된다. 남을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내가 쓰고 싶은 걸 써보길 바란다. 그 글들이 모이면 결국 스스로를 더 좋아하게될 테고 그 값진 경험을 누군가에게 말해주고 싶어질 것이다. 그러면 요새 어디서든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인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일단 쓰고 싶은글을 블로그에 꾸준히 써보자.
- P85

수십 권의 책을 집필한 최재천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일단 쏟아내야 합니다. 머릿속에서 완벽하게 만들어서 꺼내놓기보다 우선 꺼내놓고 글을 고치는 것이 천 배 만 배 탁월한 전략이에요. 문장력이나 글솜씨에 대한 걱정은 집어 던지세요. 글의 내용이 중요하지, 형식이나 문장력은 그다음이에요

- P86

완벽한 생각과 문장을 꺼내놓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저 꺼내놓다 보니 생각이 분명해지고 계속 쓰다 보니 문장이 괜찮아지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러니 일단 쏟아내 보자, 혹시 아는가? 그 속에 진주 같은 아이디어가 숨어있을지
- P86

나는 블로그에 글을 쓰기 위해 내 삶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하나씩 들여다보고 각각의 의미를 되짚어 보았다. 그과정에서 가끔은 뒤늦은 깨달음을, 또 가끔은 놀랄만한 통찰력을 얻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삶에서 만나는사람들과 사건 중에 무의미한 것은 없다는 결론도 얻었다.
- P91

그들은 내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깨달음을 주기 위해존재했고 깨달음을 언제, 어디서, 얼마나 얻느냐는 온전히나의 몫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또한 나의 가족은 물론 나 스스로에 대해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생각과 판단들도 바로 잡을 수 있었다. 그건 순전히 글을 쓰면서 일어난 내면의 변화였다.
- P91

무엇보다 나 자신과 잘 지내고 싶었던 오랜 바람이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다. 거창한 변화 대신 소소한 변화를, 외적인 성과 대신 내적인 성과를 기대하며 글을 써보면 어떨까? 쓰면 쓸수록 당신은 스스로를더 잘, 그리고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될 것이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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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은 특허 전문 변호사들을 불러 모았다. 이제 보디워크스의 사업 분야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죽은 이의 육신을 예술적인 추모비로 바꾸는 것, 다른 하나는 젊음의 샘이었다. 어느 쪽의 잠재력이 더큰지는 자명했다.
- P41

다음 또 그다음, 가시 돋친 질문은 쉬지 않고 이어졌다. 으리으리한 선물을 받아 놓고선 포장지 색깔이 마음에 안 든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은 늘 있게 마련이지.
- P42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는 사랑을 만끽했다. 나를 해방시키고, 죄책감을 안기지 않고, 나를 짓누르는 일 없이 끌어올리는 사랑을 당연히 행복해야 마땅했지만 내가 느낀 것은 무력감과 정체감, 움직이고 있으면서도 어디로도 가지 않는 느낌이었다.
- P44

배울 것은 너무나 많았고, 나의 끝나지 않는 학생 생활은 언제나시작을 눈앞에 둘 뿐 실제로 시작되지는 않았다. 이것이야말로 이상적인 삶이 아닐까? 나는 잠재력과 가능성과 첫걸음으로 이루어진 삶을 살았다. 악기를 배워 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연습할 시간이100년이라면 거장이 될 법도 했으니까.
- P44

나는 남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고, 그제야 비로소 남편의 말에 깃든 진실이 똑똑히 눈에 들어왔다. 실은 오래전에 눈치채 놓고서 억지로 무시한진실이었다. 눈가와 입가의 주름, 감추려고 염색을 해서 뿌리 쪽만 하얗게센 머리, 느려지고 뻣뻣해지고 조심스러워진 몸동작 같은 것들. 남편은 내나이를 이미 한참 전에 따라잡고 그대로 계속 나이를 먹은 반면, 나는 우리 둘 다 시간의 파괴력 앞에 끄떡없는 척했다. 두려워서, 끝끝내 진실을부정하려 발버둥을 쳤다.
- P46

분노도 증오도 내 안에서 눈 녹듯이 사라졌다. 그 기자의 질문은 내 남편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던진 것이기도 했다. 그에게 일어나는 일이앞으로 자신에게 닥칠 일의 전조가 아니기를 바라며.
- P48

작품의 양손을 완성하는 데에만 꼬박 1년이 걸렸다. 작업실에 그저 멍하니 앉아 내 손으로 남편의 손에 깍지를 낀 채 며칠을 보내곤했다. 그와 함께 낭비했던 나의 시간을 돌아보며, 결코 이루어지지않을 함께하는 삶을 상상하며, 영영 태어나지 못할 우리 아이들을그리며,
- P48

일흔한 살이던 그해에 나는 임신한 몸이었고, 그래서 조금이나마 평온을 누리고 싶었다.
존이 죽기 전에 냉동 보관을 해 놓은 정자가 있었다. 이제야, 첫아이를 낳고 반세기가 더 지나고서야, 나는 마침내 준비가 되었던것이다.

- P49

하지만 내 외모는 아직도 서른 살로 보였기에 이 남자는, 구김살없고 혈색 좋은 얼굴에 붉은 턱수염이 수북하게 자란, 미소가 천연덕스럽고 목소리가 걸걸한 이 남자는, 내 곁에 앉고 싶어 했다. 남자는 쉰 중반쯤으로 보였고 십중팔구 본래 나이일 터였다. 보디워크스의 시술을 감당할 만큼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 싶었다. - P49

"당신은 플라스티네이션의 원리를 설명하면서 그게 왜 중요한지,
의학 연구와 교육에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되는지 얘기해 줬어요. 나는 집에서 본 사진 덕분에 당신이 누군지 금세 알아차렸고요.
당신은 정말로 열의가 넘치더군요. 우리한테 살갗이 다 벗겨진손 한 쌍을 보여 주면서 그게 얼마나 아름다운지 설명해 줬어요. 그손의 근육과 뼈와 신경이 다 공학 기술의 경이로운 업적이라면서.
난 그걸 보고 당신이 스스로 만든 작품을 얼마나 아끼는지 알 수 있었어요. 당신이 얼마나 행복한지도."
- P51

그 무렵의 내가 행복하게 지냈던 기억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행복을 잃고 나서 뒤늦게 행복했던 것을 알아차리는 경우는 자주 있게 마련이다.
- P51

"네 인생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어. 너한테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사람처럼 행세하기 싫어서."
내가 말했다. 뒤이은 아들의 목소리에서는 앞서와 달리 이글거리는 분노가 느껴지지 않았다.
"끼어들고 말고 할 게 뭐가 있어요. 난 내내 기다렸는데."
- P52

미안 나는 그 말이 하고 싶었다. 그러나 하지 않았다. 세상에는이름을 붙일 수 없는 감정도 있으니까.
- P53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난 당신이 돌아올 거라고 철석같이믿었어요."
나도 모르게 몸서리가 났다. 나의 시간이 멈춰 있는 동안 너무나많은 이들이 세상을 떴다. 그런데도 나는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 P53

"몇 년 후에는 외할아버지도 돌아가셨어요. 내가 얼마나 멍청한놈이었는지 그제야 알겠더군요. 당신은 나에게 삶을 줬지만, 그렇다고 내가 당신을 소유할 수 있는 건 아니었어요. 사랑은 중력 같은게 아니에요. 그냥 늘 존재하는 거라고,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선 안 돼요. 그러니까 나는 계속 그렇게 기다릴 게 아니라, 마땅히 내 손으로 삶을 개척해야 했던 거죠."
- P53

이제는 그 사람을 만나도 괜찮지 않을까. 
더는 그 사람을 미워하지 않을 것 같아. 
그 사람한테는 내가 필요하니까. 
나한테 그 사람이 필요했던 것보다 더.
- P54

다시 보니 그 말이 옳았다. 마법처럼 신비한 일, 세상을 보는 관점이 완전히 바뀌는 일 같은 것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마음속에 온기를 느꼈다. 거기에는 사랑이 있었다. 그치지 않고 흘러내리는 가녀린 물줄기 같은 사랑이.
- P54

내가 겁먹은 열여섯 살 아이였을 때에는 내 안에서 찾아 불러내지 못했던 것이, 일흔두 살이 되고 보니 자연스레 나를 찾아왔다. 내게 필요했던 것은 그저 삶을 견디는 능력이었다.  - P54

그 아이는 우리가 죽음을 정복한 것을 당연하게 여길 것이다. 또한 이제껏 존재했던 거의 모든 인간이 영영 사라져 버린 것이 그 아이에게는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이제 우리 인간들은 영원히 아는 사이로 지낼지도 모른다.
- P55

내가 아들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을 때, 내 아들은 어머니가 필요한 시기를 이미 한참 전에 지나 버린 어른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들을 향한 나의 사랑이 더 순수하면서도 덜 확실하다고 느꼈다. 볕에 바래오 쉬이 바스러지는.모래톱의 동물 뼈처럼 - P56

나는 허리를 숙여 아들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아들한테서는죽음의 냄새가 나지 않았다. 만족감의 냄새가 났다.
"존엄한 죽음이라는 건 우리가 죽음 앞에서 느끼는 무력감을 지우려고 만든 미신이에요."
언젠가 존은 내게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존은 모든 것을 다 알지는 못했다. 그럴 만큼 오래 살지 못했으니까.
내 아들은 잠들었다가 다시 깨어나지 않았고, 나의 삶은 그렇게또 한 번 끝을 맞았다.
- P57

그중 어떤 것도 나를 바꾸지는 못했다. 나는 내가 무엇을 구하는지 알지 못한 채 그저 상실감에,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지켜보는 일에 지쳐 갈 뿐이었다. 어쩌면 나는 속으로 너무 늙어 버렸는지도 몰랐다. 늙지 않게 해 주는 시술을 그렇게 많이 받아 놓고도.
- P58

"죽음이야말로 삶이 만들어 낸 가장 멋진 거예요. 나는 날마다.
매 순간마다 내가 죽을 거라는 사실을 되새기고 두려운 일에 도전해요. 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고 숨이 거칠어지게 하는 일들 말이에요. 그날 당신한테 다가갔던 것도 내가 언젠가는 늙어서 죽을 거라는 사실을 되새겼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일이에요."

- P59

나는 존과 함께 보냈던 길고 긴 나날을 돌이켜보았다. 그런데 기억에 남은 날들은 너무도 적었다. 끝없는 시간을 손에 넣었다고 생각했기에 결국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선택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삶을 낭비했다. 그래서 기꺼이내 삶에 플라스티네이션 처리를 했다. 고치 속에 숨은 누에처럼,
- P59

세계 곳곳에서 삶이 영원히 이어졌지만, 사람들은 전보다 더 행복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함께 나이 들지 않았다. 함께 성숙하지도않았다. 아내와 남편은 결혼식 때 한 선서를 지키지 않았고, 이제 그들을 갈라놓는 것은 죽음이 아니었다. 권태였다. - P59

그러다 나의 차례가 오면 죽음을 맞기로 했다. 이루고 싶었던 모든 것을 다 이루지 못한 채로, 보고 싶었던 모든 것을 다 보지 못한 채로, 알고 싶었던 모든 것을 다 배우지 못한채로, 그러나 한 여자의 삶보다는 훨씬 더 많은 것을 누린 채로, 내인생은 하나의 기다란 호(弧)가 될 터였다. 시작과 끝이 있는
- P60

"나 때문에 그럴 필요 없어요. 당신 인생이잖아요. 그러니까 당신이 선택해야 해요."
데이비드의 말은 이런 뜻이었다. 당신은 자유로워야 해요.
- P60

"나 스스로를 위해서 하는 거야." 나는 데이비드에게 말했다. "우리는 서로를 소유하지 않아. 서로를 위해 곁에 있기를 원하는 거지."
- P60

캐시는 내 마음을 돌리려고 애썼다. 우리는 함께 포치에 앉아 쿠키와 레모네이드를 나누어 먹었다. 여름이었고, 뇌우가 한바탕 쏟아진 직후였다. 세상이 낡았으면서도 한편으로 새로워 보이는 순간이었다.
"죽음 없는 삶이 변하지 않는 삶이라는 건 사실이 아니에요. 우리는 사랑에 빠질 때도 있고, 사랑에서 벗어날 때도 있어요. 연애든 결혼이든, 우정과 우연한 만남이든, 모든 관계에는 포물선이 있어요.
시작이 있고 끝이 있고, 살아가는 시간과 죽음이 있는 거죠. 엄마가찾는 게 상실이라면 그게 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돼요."
- P61

그러나 딸은 나와 다른 세상에서 자란 사람이었다. 모세가 약속의 땅에 들어서지 못했듯이, 나는 영원한 시간을 감당하며사는 법을 배우지 못할 운명이었다.
내가 늙어 가다가 죽기로 마음먹은 것은 사랑 때문이 아니었다.
시간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욕구 때문이었다. 다시 그리고 또다시시작해야 하는 운명으로부터.
- P61

"나는 여러 번의 삶을 살면서 이미 너무 오랫동안 기다렸어. 어떤것들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으로 끝을 맺어야 하는 법이란다."

"그럼 역사상 가장 오래 산 여성이자 영원히 살 기회를 얻은 최초의 여성이 그 기회를 포기한 최초의 여성이 되겠군요." 캐시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힘껏 끌어안았다. "난 엄마가 죽는 거 싫어요. 죽음이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건 미신이에요."
- P61

믿음의 문제란 모름지기 그 끝에 이르면 합리에 기반한 주장으로는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있게 마련이고, 거기서는 도약을 하는 수밖에 없다 - P62

기록물이 될 것이다. 실존의 적나라한 진실에 덧씌워진 환상을 오랫동안 천천히 벗겨 가는 과정을, 그것은 낭만적이지 않다. 보기에흐뭇하지도 않다. 때로는 고통스럽고, 자주 지루하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삶이고, 그것이 진실이다.
- P62

언젠가 내 아이들의 아이들이 감히 상상조차 못 할 날이 올 것이다. 이런 식의 존재 양식, 이토록 짧고 폐쇄적인, 출생과 사망으로괄호가 쳐진 삶이라는 것을, 그때는 아마도 나의 연대기가 이해의틈을 메워 줄 것이다. 예술 작품이 다 그렇듯이 - P62

1. 호 (10:00-10:40) 독서나눔

시간 많다는 생각에 미루지 말고
지금 바로 하기

우리의 삶은

삶 ( ) 죽음
으로 마무리 된 예술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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