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처음 정신약리학 전문의를 찾은 후로 나는 약 게임을 펼쳐 오고 있다. 나는 정신 건강을 위해 졸로프트, 파실, 나반, 이펙서, 웰부트린, 세르존, 부스파, 자이프렉사, 덱시드린, 자낙스, 발륨, 암비엔, 비아그라를 다양한 혼합과 복용량으로 먹어 왔다. 처음 시작했던 계열의 약들이 반응이 좋았으니 나는 운이 좋은 셈이다. 그렇지만 실험의 끔찍함에 대해서는 증언할 수 있다. 다른 약들을 시도하다 보면 자신이 다트 판이 된 듯한 기분이다. 사람들은 내게 이렇게 말한다. "요새는 우울증도 완치될 수 있어요. 당신은 두통이 날때 아스피린을 먹듯이 항우울제를 먹는군요." 그건 틀린 말이다. 아직 완치는 시기상조이며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것은 암 환자가 방사선 치료를 받는 것과 같다. 그런 치료들은 어쩌다 기적적인 결과를낼 수도 있지만 치료 과정이 쉽지도 않고 결과도 일정하지 않다. - P194
우울증의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연구는 네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 첫 번째는 예방 치료로의 전환인데 정신 질환의 경우에도 문제를 조기에 발견할수록 치료가 쉽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약의 특수성 강화다. 뇌에는 최소한 열다섯 가지 이상의 세로토닌 수용체가 존재한다. 항울 효과는 이 중 단 몇 가지에만 의존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으며 SSRI 계열 약들의 많은 부작용들은 그 외의 수용체들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세 번째는 효과가 더 빠른 약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리고 네 번째는 생리적 위치보다는 증세에 대한 특수성을 높여서 약을 고르기 위해 시험적으로 써 볼 필요가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울증의 유전적 아류형을식별할 수 있는 표지들을 발견하게 된다면 각 아류형에 맞는 치료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국립정신건강연구소에 몸담은 적이있는 윌리엄 포터는 이렇게 말한다. "기존의 치료 약물들은 작용 방식이 너무 간접적이기 때문에 통제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위와 같은 특수화는 쉽지 않을 것이다. 기분장애는 단일한 유전자의 단일한 계기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유전자들이 조금씩 위험성을 보태다 외적인 상황에 의해 그 총합적인 취약성이 드러나는 것이다. - P195
작가인 마사 매닝은 우울증과 ECT에 대한 자신의 체험을 놀라울 정도로 유쾌하고 아름다운 저서 「암류(Undercurrents)』에 담았다. 현재 그녀는 웰부트린과 소량의 리튬과 데파코트, 클로노핀, 졸로프트로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그 약들을 손에 들고 바라보고 있노라면 무지개를 손에 넣은 것 같다. 나는 만기일도 없는 과학 연구물이다." 그녀가 농담처럼 한 말이다. 그녀는 우울증이 극에 달했을때 장기간 강렬한 ECT를 체험했다. 그녀는 자살을 하려고 총포사주소를 뒤지다가 치료를 결심했다. "나는 스스로를 증오하기 때문에 죽고 싶은 게 아니었다. 고통을 끝내고 싶을 정도로 자신을 사랑했기에 죽고 싶었다. 나는 날마다 욕실 문에 기대어 서서 딸아이의 노랫소리를 들었다. 딸은 그때 열한 살이었는데 샤워할 때면 늘 노래를 불렀다. 그 노랫소리를 듣고 있으면 하루 더 자살을 미룰 수 있었다. 문득 내가 자살한다면 그 아이가 더 이상 노래를 부르지 않게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죽음은 딸아이를 침묵하게 할 것이다. 바로 그날 ECT를 신청했다. 그건 나를 쓰러뜨린 상대에게 마침내 항복을 선언하는 것과 같았다. 나는 몇 주 동안 ECT 치료를 받았다. 숙취감과 두통에 시달리며, 다이어트 콜라를 찾으며." - P197
그녀는 자부심에 차 있었다. "약의 도움 없이 해냈지." 함께 서 있던 사람들 중 하나가 그녀의 팔을 잡았다. 그건 완전히 미친 짓이야. 나는 그렇게 미친 소리는 처음 들어, 자기 인생에 그런 짓을 하다니 너는 미친 게 분명해." 그가 한 말이었다. 당신을 미치게 하는 행동들을 피하는 것이 미친 짓일까? 아니면 당신을 미치게 하는 삶을 견딜 수 있도록 약물치료를 받는 것이 미친 짓일까? 나도 삶의 질을 낮추고 하는 일을 줄일 수도 있었다. 여행도 줄이고, 아는 사람들도 줄이고, 우울증에 관한 책도 쓰지 않고.. 그런 식으로 살았다면 약물치료가 필요치 않았을지도 모른다. 스스로 견딜수 있는 한계 내에서만 살 수도 있었다. 그건 내가 우선적으로 선택한 방법이 아니었지만 분명 합리적인 방법이다. 우울증을 안고 사는 것은 염소와 춤을 추며 균형을 유지하려 애쓰는 것과도 같다. 그러니 균형 감각이 뛰어난 상대를 선호하는 건 지극히 합리적인 일이다. 그렇지만 나는 모험과 복잡한 일투성이인 내 삶이 너무도 만족스러우며 그 삶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절대로! 친구들을 반으로줄이느니 차라리 약을 세 배로 늘리겠다. 유나바머 [20여 년간 연쇄폭탄 테러로 미국을 공포에 떨게 한 극단적인 문명 혐오론자 시어도어 카진스키의 별명]는(그의 표현 방식은 잘못된 것이었지만 기계 문명의위험성에 대한 통찰은 훌륭하다.) 성명서에 이렇게 썼다. "사람들에게 지독하게 불행한 상황들을 강요한 다음 불행한 느낌을 제거하는 약들을 주는 사회를 상상해 보라.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그런 일이 이미 벌어지고 있다. 사실상 항우울제는 환자가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사회적 상황들을 견뎌 낼 수 있도록 내면의 상태를 조절하는 수단이다." - P203
우울증에 빠졌을 때는 자신이 잿빛 베일을 쓰고 저조한 기분이라는 베일을 통해 세상을 보는 거라는 생각은 못 하지. 오히려 행복의 베일이 벗겨져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있다고 생각해. 우리는 진실은 고정된 것이라는 생각으로 진실을 핀으로 꽂아 놓고 분석해 보려고 하지만 진실은 살아 움직이는 거야. 자기 안에 악마가 들어 있다고 생각하는 정신분열증 환자라면 붙은 악마를 쫓아내 줄 수 있지. 하지만 우울증 환자들은 다루기가 더 힘든 것이, 자기가 진실을보고 있다고 믿거든. 하지만 진실은 거짓말을 해. 나 자신을 보면서 ‘나는 이혼했어.‘라고 생각하면 그게 세상에서 제일 끔찍한 일처럼 여겨지지. ‘나는 이혼했어!‘라고 생각하면서 근사한 해방감을 느낄수도 있는데 말이야. 그 고통 속에서 정말 도움이 된 말이 있었지. 한 친구가 한 말인데 바로 이거야. ‘앞으로 계속 이렇지는 않을 거야. 그걸 기억할 수 있는지 봐. 지금은 이렇지만 언제까지나 이렇지는 않을 거야.‘ 그 친구는 이런 말도 했지. ‘그건 우울증이 말하는 거야. 우울증이 너를 통해 말하는 거야.‘ 이 말도 도움이 됐어." - P210
이렇게 우울증을 예방하는 식품들이 있는가 하면 우울증을 유발하는 식품들도 있다. "많은 유럽 사람들이 밀 알레르기를 갖고 있고 많은 미국인들이 옥수수 알레르기를 갖고 있다." 『음식 박사의 저자 비키 에지슨의 설명이다. 음식 알레르기도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일반적인 물질들이 뇌의 독소가 되어 온갖 종류의 정신적 고통을 촉발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당과 탄수화물의 과잉 섭취로 인한 만성피로 증후군의 일환으로 우울증 증세들을 겪고 있다. "단것과 정크 푸드 [칼로리는 높고 영양가는 낮은 식품]로 끼니를 때워 종일 혈당량이 아래위로 요동친다면 당신은 수면 장애를 겪게 된다. 이것은 하루하루를 살아갈 능력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인내심과 아량까지도 제한한다. 이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은 늘 피로하고 성욕도 잃게 되며 온몸이 아프다. 신체 조직이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셀리악병 [소장에서 발생하는유전성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키며, 일반적으로 성장 장애가 일어난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은 커피가 에너지를 준다는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사실 커피는 에너지를 고갈시키고 불안 반응을 자극한다. "물론 알코올도 인체에 심각한 해악을 끼친다. "우울증은 우리의 몸이 그만 혹사시키라고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 몸이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 주는 증거다." - P228
우울증의 주요 증상들 가운데 하나는 수면 장애여서 우울증이 심각한 사람들은 깊은 잠을 전혀 자지 못하거나 많은 시간을 침대에서 보내도 휴식을 취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우울증 때문에 수면장애가 일어나는 것일까, 아니면 잠을 잘 못 자는 것이 우울증의 한원인이 되는 것일까?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슬픔도 수면 장애를 일으키고, 조증 상태를 일으킬 수 있는 사랑에 빠지는 현상도 다른 방식으로 수면을 방해합니다." 국립정신건강연구소 토머스 웨어의 지적이다. 우울증이 아닌 사람들도 한밤중에 공포에 휩싸여 잠이 깰수 있으며 대개 금세 지나가는 그 공포와 절망의 상태는 건강한 사람의 가장 근접한 우울증 체험이라고 할 수 있다.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아침에는 상태가 악화되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나아진다. 토머스 웨어는 통제된 수면 박탈로 우울증의 일부증세들을 완화시켜 주는 일련의 실험들을 실시했다. 이 방법은 장기적인 용도로는 실용성이 없지만 항우울제의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환자들에게는 유용할 수 있다. "수면을 억제함으로써 시간의 경과에 따른 호전 현상을 연장시킬 수 있어요. 우울증 환자들은 잠의 망각을 추구하지만 사실 우울증은 잠 속에서 유지, 강화되지요. 밤중에 어떤 마귀들이 찾아와 그런 현상을 초래하는 걸까요?" 토머스 웨어의 말이다. F. 스콧 피츠제럴드는 『붕괴라는 작품에 이렇게 썼다. "새벽3시만 되면 소포 하나를 깜빡 잊은 것이 사형 선고처럼 심각해진다. 약도 듣지를 않는다. 날마다 새벽 3시면 어김없이 영혼의 칠흑 같은 밤이 찾아든다. "‘ 그 새벽 3시의 악마가 내게도 찾아왔었다.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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