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경제사상사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을 제외하면 크게 고전파 경제학과 케인스학파로 나눌 수 있다. 이미 논의한 대로 고전파 경제학은 시장경제는 흔히 말하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자체 교정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은 오히려경제를 왜곡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케인스학파는 1930년대 대공황이 발생하면서 시장경제의 자체 조절 능력으로는 불황을 극복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대두되면서 정부가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 등을 통한 총수요 증대를 통해 시장의 불안정성을 보완해야한다고 주장한 케인스에 의해 발전되었다. 그리고 이 두 학파를 거점으로 다양한 학파들이형성되었는데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앨프리드 마셜로 대표되는 신고전파 경제학이 등장했고, 케인스학파에서는 1960년대에 신케인스학파 Neo-Keynesian school가 등장했다. 신고전파 경제학은 한계 혁명 이후의 효용 이론과 시장 균형 분석을 받아들였고, 한편 고전파경제학을 잇는 또 다른 학파로 밀턴 프리드먼으로 대표되는 통화주의는 케인스 또는 케인스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재정 정책이 민간 부문의 구축 효과를 야기한다는 이유로 거부하면서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에 대해 통화량 증가율을 경제성장률에 일정 비율로 유지하는 준칙에 따라 통화 정책을 시행할 것을 주문했다. 그리고 이 장에서 다루고 있는 합리적 기대이론학파로 대표되는 새고전파 경제학은 1970년대에 케인스 경제학에 미시적 기초가 결핍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출발했다. 한편, 케인스학파의 뒤를 이은 신케인스학파는 보통 신고전파종합neoclassical synthesis이라 불리는데, 이것은 케인스 이전의 신고전파 경제학과 케인스학파를 결합한 것으로 케인스의 재정 정책에 의해 완전 고용이 달성되면 시장가격 기구가 복원되어 신고전파 경제학 이론 역시 타당성이 증명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리고 1970년대 새고전파 경제학에 대한 대응으로 새케인스학파 NewKeynesian school가 등장했는데 이 학파는 불완전한 시장에 대해 수요 조절의 필요성을보여줌으로써 케인스 경제학에 대한 미시적 기초를 제공하려고 시도한다. 뿐만 아니라 초기 케인스보다 더 케인스적이라고 불리는 포스트케인스학파 Post-Keynesian school는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을 통한 시장경제의 통제를 강조한다. - P541
둘째, 합리적 기대이론은 사람들이 경제적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가능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경제에 대한 자신들의 모델 또는기대를 계속해서 갱신한다고 주장한다. 잠시 합리적 기대이론의 합리적 기대를 유행이 지난 적응 기대 가설 adaptive expectations과 비교해보자. 사람들이 적응이라는 측면에서 행동할 경우, 그들은 각종 변수들의지난 행동을 살펴본 다음에 점진적으로 자신들의 견해를 조정하려 들것이다. 만약 물가가 지난 몇 년 동안 매년 6퍼센트씩 상승했는데, 올해는 유달리 10퍼센트 상승했다면, 사람들은 과거의 자료를 비중 있게다루는 적응 모델adaptive model에 기초해 내년에 물가가 7퍼센트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이 경우 사람들은 보통 새로운 정보에 기초해 자신들의 기대를 바로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과거의 경험이나 정보에 기초해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본다. 물론 그 결과는 기대에 부합할수도 있고,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그들이 연방 정부가 화폐 공급량과 재정 지출을 대폭 늘릴 계획이라는 소식을 들었다면 어떤 식으로 반응할까? 적응 기대 가설에서 그들은 결정적인 증거를 찾을 때까지 자신들의 예측을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다. - P543
500년 전,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 The Merchant of Venice>에 나오는 주인공 안토니오Antonio가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다행스럽게도 난 화물을 한 배에만 실은 게 아니고, 내 거래처도 한두 군데가 아니거든. 또 전 재산이 금년 한 해의 운수에만 달려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내 물건에 문제가 생겨서 그 때문에 울적한 것은 아닐세.
그렇지만 이렇게 오래된 지혜도 마코위츠가 논문에 쓰기 전까지는 그저 흘러지나가며 하는 말에 지나지 않았다. 사실, 위대한 경제학자 케인스도 이런 생각을 거부했는데, 그는 한 기업에 큰돈을 뭉텅이로 투자하는 것이 여러 기업에 조금씩 분산 투자하는 것보다 더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코위츠는 큰돈을 분산 투자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것. 다시 말해 포트폴리오 투자가 더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그치지 않았다. 그는 주식 투자로 높은 수익을 올리거나 안전한 투자를 원한다면 분산 투자를 하더라도 같은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다른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입증해 보였다. 실제로 다양한 투자 종목, 즉 서로 상관관계가 없는 종목이나 분야에 투자해야 높고 안전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업계에 속하는 두 항공사나 두 제약회사의 주식에 투자하기보다는 종목이 전혀 다른 US항공과 존슨 앤 존스의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더 수익이 높고 안전하다. 정리하면, 마코위츠는 포트폴리오 투자를 하더라도 같은 업종이나 업계에속한 기업에 분산 투자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충고한다. 처음에 월스트리트는 마코위츠의 이런 충고에 긴가민가했지만, 사실상 지난 30년동안 월스트리트는 그의 충고를 그대로 따랐다. - P555
첫 번째 함의는 계량경제학 모델들은 과거의 자료에 의존하기 때문에 새로운 정부 정책이 가져올 결과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므로 별로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만약 정부가 야구 경기와 GDP사이에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야구 경기수를 늘려 GDP를 끌어올리려고 시도한다면, 경제 행위자들은 이러한 정부의정책변화에 따라 자신들의 기존 모델을 바꿀 것이다. 따라서 과거의 행위를 바탕으로 수립된 새로운 정책은 사람들이 과거와 다른 행동을 하도록 만듦으로써 의도한 효과를 가져오지 못한다. 이것을 루커스 비판Lucas Critique 이라 부른다‘ 미국 태생의 경제학자이자 시카고대학교 교수인 로버트 루커스RobertLucas, Jr.는 자신이 합리적 기대이론의 훌륭한 전도사가 될 수 있다는것을 몸소 보여준 대표적인 인물이다. 1995년 10월, 루커스는 그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는데, 흥미로운 것은 그의 전 부인이 그의 노벨상 수상 가능성을 미리 점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루커스가 노벨상을 수상하기 7년 전, 그는 부인과 이혼에 합의하는 조건으로 자신이 노벨상을 수상할 경우 상금의 절반을 지급해야 한다는 요구 사항을 받아들여 그것을 이혼 서류에 명문화했던 것이다. 하지만 누가 알았으랴? 어쨌든, 전 부인의 합리적 기대이론에 기대 만들어진 이 조항으로인해 그는 상금의 절반인 50만 달러를 전 부인에게 지급해야 했다. - P562
두 번째 함의는 정부의 물가, 고용, 금리 등 안정화 정책이 별다른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 오직 국민들이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기습 전략만이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경제가 높은 실업률을 보이며 깊은 침체로 빠져들고 있다고 가정하자. 주류 경제학자들은 팽창 정책을 촉구할 것이다. 대다수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총수요가 증가하면 생산량과 고용이 증가하고, 따라서 경제는 침체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합리적 기대이론가들에 따르면 사정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경제 행위자들은 경기 침체 시기에 정부는 항상 수요 진작을 통해 어떻게든 그것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경기 침체 시기에 제품 가격을 낮추거나 생산량을 늘리기보다는 오히려 제품의 가격을 올릴 것이다. 기업들은 항상 정부가 어떤 정책을 취할지 예측한다. 다시 말해, 경기 침체 시기에 정부가 총수요를 늘리는 정책을 채택할 것이 분명한데 굳이 제품의 가격을 낮출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것은 정부가 실업률이 7퍼센트에 도달할 때마다 FRB가 화폐공급을 늘리는 가속 페달을 밟도록 법으로 정해놓은 것과 마찬가지다. - P563
충격은 이것만이 아니다. 만일 합리적 기대이론이 옳다면, FRB는 인플레이션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어째서? 주류 경제학적접근에서는 통화 긴축 정책은 처음에는 경기 침체를 야기하지만, 뒤늦게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합리적 기대이론에따르면, FRB가 화폐 공급량을 0퍼센트 수준에서 유지하겠다고 선언하면, 기업들은 물가가 자동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상품의 가격과 임금을 스스로 낮춘다. 즉, 그들은 화폐 공급량 감소에 따른 경기 침체가 오지도 않았는데 FRB의 정책에 기초해 자동적으로 낮은 인플레이션 수준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것은 그들이 ‘적응 기대‘가 아닌 ‘합리적 기대‘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 P564
다. 합리적 기대이론을 비판하는 논자들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의문을제기한다.
1. 사람들은 오랜 습관(적응 기대)보다는 합리적 기대에 더 의존하는가? 2. 비록 그들이 합리적 기대에 의존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생각한대로 민첩하게 행동할 수 있는가?
이 둘 중 어느 한쪽이라도 ‘아니요‘라는 대답이 나온다면, 합리적 기대이론은 현실 경제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 P572
두 명의 이스라엘 출신 연구자들이 1950년대에 군복무 중에 힌트를얻어 각종 인터뷰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비합리적 경제 행동에대해 광범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수십 년 전에 이스라엘 군을 대상으로심리 적격 검사psychological screening test를 고안했던 인지심리학자이자심리학을 경제학에 통합한 공로로 2002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 Daniel Kahneman과 같은 인지심리학자이자 경제학자인아모스트버스키 Amos Tversky는 사람들이 위험 회피형 risk-averse 에서위험 추구형 risk-seeking 으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조금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다음과 같은 일반적인 경제적 사고방식을 예로 들어보자. 한 연구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실업률이 5퍼센트에서 10퍼센트로상승하는 것보다는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것을 그냥 용납하는 경향이있다. 그러나 질문을 바꿔서 취업률이 95퍼센트에서 90퍼센트로 떨어지는 것보다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지 묻자그들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말만 바꿨을 뿐 같은 내용의 질문에 그들은 다른 대답을 한 것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두 사람은 1981년에 아시아 전염병 Asiandisease Case 이라는 실험을 했다. 프로그램 A와 프로그램 B를 주고 아시아 전염병이라 불리는 전염병이 발병했을 때 어떤 식으로 대처할지 사람들에게 설문 조사했다. 프로그램 A는 200명을 구할 수 있다. 프로그램 B는 600명을 구할 수 있는 확률이 3분의 1이고 아무도 구하지 못할확률이 3분의 2다. 총 응답자 가운데 72퍼센트가 프로그램 A를 선택했다. 이유는 그것이 프로그램 B보다 확실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확실한 것을 좋아한다.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은 사람들이 뭔가를 잃는 것을 죽도록 싫어하고, 때로는 사소한 것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주식 투자자들은 자신들이보유한 주식이 약간 손실을 입었다고 해서 바로 보유한 주식을 매각하지 않는다. 이런 반응은 주식 전문가들이 현재 상황으로 볼 때 더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해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정서적으로자신들이 보유한 주식, 주택, 직장에 집착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 P574
심리학의 통찰력을 경제 현상, 특히 인간의 경제 행태에 대한 연구에 적용한 것으로 최근들어 인기를 끌고 있는 경제학의 한 분야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을 합리적인 이익 극대화추구자 maximazer가 아니라 만족 추구자 satisfier 로 여긴다. 언제나 최선의 합리적 선택이아니라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충분히 좋은 선택, 즉 만족스러운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의 핵심 개념은 제한적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으로 인간의 인식 능력의 한계(인지적 한계)로 인해 문제 해결 능력에 제약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기존의 주류 경제학이 논의의 기본 전제로 했던 완전한 합리성과는 완전히 구분된다. ‘행태경제학‘이라고도 번역한다. - P575
정부와 경제는 상호 작용하는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 둘의 작용과 반작용을 무시하지 않았고, 무시할 수도 없었다. 스미스는정부가 길드의 무역 규제를 지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맬서스는 빈민구제법이 빈곤을 조장하고 있다고 강하게 주장했고, 리카도는 보호주의가 영국을 새로운 중세의 심연으로 가라앉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르크스는 정부가 착취와 억압의 수단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케인스는정부 관료들을 깊고 위험한 잠에서 깨우려고 노력했다. 극단주의자들의 외로운 외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정부가 필요악이나선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비록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들이 경우에따라서는 구원적 또는 사탄적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지만, 정부의 본질은 구세주도 사탄도 아니다. 우리가 앞서 다룬 경제학자들은 서로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정부가 항상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경기 상황을 망칠 수 있는 조치들을 취하도록 하는 정치적 압력에 직면한다는 사실을 경고했다. 미국 의회의원들은 자신들의 임기를 자신들이 추진한 경제 정책으로 피해를 입은사람들을 위로하고 구제하느라 허비할 수 있다. 자유로운 국제 무역은일부 국내 생산자들에게, 낮은 인플레이션은 채무자들에게 해를 준다. 반면, 금리 하락은 채권자들에게 해를 준다. 기술 혁신은 일부 노동자들에게 해를 주고, 공해에 세금을 부과하는 공해세 taxes on pollution는기업들에게 해를 준다. 물론 정부의 경제 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그로 인해 이득을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좋은 경제 정책이란 철수에게 돌아갈 몫을 빼앗아 영희에게 주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비록 피해자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하더라도, 우리는 훌륭한 경제 정책을 다수에게 이득을 가져다주는 정책으로 정의할 수도 있다. - P587
인류의 기나긴 역사에서 볼 때, 지금 두 발로 걷는 인류가 네 발로 걸었을 때보다 더 잘 살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도 두 발로 걷고있는 지금이 네 발로 걸었을 때보다 분명히 나은 것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찾아내 우리에게 설명하고 납득시키고자 애썼고 애쓰고 있는 경제학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의 마음으로 신뢰를 보내도록 하자. - P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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