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건 크리시, 조시 엄마였어. 크리시가 풀밭에서,
바로 저기에서 팔로 누군가를 붙들고 나오는 걸 봤어. 잘 설명이 안 되는데, 내 말은, 마치 애가 도망치려고 해서 크리시가 붙잡은 것처럼 보였다는 거야. 붙들기는 했는데 완전히 제압하지는 못한 것 같았지. 그래서 둘이서 구르듯이 나왔어. 바로 저기에, 풀밭에서 우리 마당으로"
"엄마가 그날 몸이 안 좋아서 잘못 봤을 수도 있어."
"아주 또렷하게 봤어. 릭은 이 이야기를 싫어해서 어떻게든 부인하려고 하지."
"그러니까 조시 어머니가 아이를 데리고 풀밭에서 나오는걸 봤다는 말씀인가요? 조시 말고 다른 아이를요?" 내가 물었다.
"크리시가 애가 움직이지 못하게 하려고 힘을 썼고 그래서 어느 정도 억누른 상태였어. 바로 저기에서 크리시가 두팔로 여자아이를 꼭 안았지. 릭이 그때 내려와서 봤어. 그다음에 두 사람이 풀밭으로 다시 사라졌어."
"다른 사람이었을 수도 있어." 럭이 이제 좀 긴장이 풀린모습으로 어머니 옆에 앉아 내 뒤쪽 창밖을 쳐다보았다. "그래, 한 명은 조시 엄마였어. 그건 인정해. 하지만 다른 사람은•••••."
"다른 사람은 샐처럼 보였어." 헬렌 씨가 말했다. "조시 언니. 그래서 내가 릭을 부른 거야. 그때가 샐이 죽은 지 2년은 지났을 때였거든." - P221

나는 해가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는 걸 알았다. 손님을 맞을 때처럼 일어서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앉아있어야 프라이버시를 덜 침해하고 분노를 유발할 가능성이적을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내 몸의 모양을 최대한 접는의자의 형상에 맞추어 앉아 가만히 기다렸다. 햇살이 점점선명하고 진한 주황색으로 바뀌었다. 눈앞에 떠다니는 건초 조각수가 훨씬 더 늘어서, 빛살이 건초 더미에서 건초 조각을 잘라 내어 공중에 띄우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때, 내 생각이 옳다면, 해가 지금 이 순간 맥베인 씨의 헛간을 통과해 진짜 휴식 장소로 가고 있으니 계속 예의만차리고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회를 대담하게잡지 않으면 내 노력 전부와 릭의 도움마저 수포로 돌아가고 말 것이었다. 그래서 생각을 가다듬어 말을 하기 시작했다. 실제 입 밖에 내어 말하지는 않았다. 해에게는 그런 언어가 필요하지 않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대한 확실하게 하고 싶어서 머릿속에서 단어를 조용히 빠르게 떠올렸다.
"조시가 좋아지게 해 주세요. 거지 아저씨한테 한 것처럼요." - P244

모퉁이를 돌자 거기에, 조시가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 조시의 발이 내 어깨 높이 정도에 있었으니 아주 높이 있지는않았지만, 손과 손가락을 죽 뻗고 몸을 앞으로 숙이고 있어서 마치 떨어지는 도중에 얼어 버린 것처럼 보였다. 불빛이 여러 각도에서 조시를 비추고 있어 어디로도 숨을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얼굴은 진짜 조시하고 매우 비슷했지만,
입꼬리는 치켜 올라갔는데 눈가에 친절한 웃음이 없는,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한 표정이었다. 실망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듯한 얼굴이었다. 조시가 입은 옷은 진짜 옷이 아니라 박엽지로 티셔츠와 헐렁한 반바지 비슷한 모양을 만들어 입힌 것이었다. 종이가 연노란색이고 반투명해서 환한 불빛 속에서 조시의 팔다리가 더더욱 연약하게 보였다. 머리카락은 진짜 조시가 아플 때 잘 그러듯이 뒤로 묶었는데, 이 부분만은 별로 그럴듯하지 않았다. 머리카락이 다른 어떤 에이에프에게서도 보지 못한 재질로 되어 있었는데, 여기 이 조시는 틀림없이 머리카락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할 것 같았다. - P298

"크리시, 믿음을 잃으면 안 돼요."
어머니는 고개를 들었고 이제는 눈에 분노가 서려 있었다. "믿음의 문제가 아녜요. 내가 저 위에 있는 에이에프를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고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요? 아무리당신이 잘 만든다고 하더라도, 샐 때는 실패했잖아요. 그런데 왜 조시는 될 거라는 거예요?"
"샐의 경우하고는 비교할 수가 없죠. 전에 다 이야기했잖아요. 샐을 가지고 만든 것은 인형이었어요. 애도 인형이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그 이후로 아주 많은 발전이 있었어요. 이걸 알아야 해요. 새로운 조시는 모조품이 아니에요. 진짜 조시가 될 거예요. 조시가 계속 이어지는 거라고요." - P304

"아직도 잘 이해를 못 하고 있어." 카팔디 씨가 말했다. 카팔디 씨가 내 앞에 서 있는데도 내 시야 가장자리에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여전히 나에게는 어머니의 눈밖에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크리시, 내가 설명할게요.
그 편이 쉬울 것 같아. 클라라, 너한테 새 조시를 훈련하라는 게 아니야. 조시가 되라고 하는 거야. 저 위에 있는 조시는, 너도 알아차렸겠지만 속이 비어 있어. 그날이 오면,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네가 조시에 대한 모든 지식을 지닌 채로 저 위에 있는 조시 안에 들어가기를바라."
"안에 들어가길 바란다고요?"
"크리시가 너를 고를 때도 그걸 염두에 두고 있었어. 크리시는 네가 조시를 배우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지. 외형뿐 아니라 내면까지 전체를. 첫 번째 조시와 두 번째 조시사이에 아무 다른 점이 없어질 정도로 배울 수 있다고."
"헨리는 지금." 어머니가 말했고 이제는 더 이상 어머니는나뉘어 보이지 않았다. "모든 걸 다 사전에 계획한 것처럼 말하는데, 그런 건 절대 아니었어. 이게 과연 될 거라고 내가 믿었는지조차 몰랐으니까. 어쩌면 잠깐 믿었던 것도 같다. 하지만 저 위에서 그 초상화를 보고 나니까 이제는 모르겠어."
"이제 너한테 뭘 기대하는지 알겠지, 클라라." 카팔디 씨가 말했다. "조시의 외적 행동만 흉내 낸다고 되는 게 아니야. 크리시를 위해 조시로서 계속 살아야 해. 또 조시를 사랑하는 다른 모든 사람을 위해서"
"하지만 그게 가능할까요? 쟤가 정말 나에게 조시가 될수 있을까요?" 어머니가 말했다. - P306

"그래 어떻게 생각하니? 네가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 역할을 해낼 수 있어?"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계속 조시를 면밀하게 관찰하면 제 능력으로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다른 것도 좀 물어보자. 이런 걸 묻고 싶어. 너는인간의 마음이라는 걸 믿니? 신체 기관을 말하는 건 아냐.
시적인 의미에서 하는 말이야. 인간의 마음. 그런 게 존재한다고 생각해? 사람을 특별하고 개별적인 존재로 만드는 것? 만약에 정말 그런 게 있다면 말이야. 그렇다면 조시를 제대로 배우려면 조시의 습관이나 특징만 안다고 되는 게 아니라 내면 깊은 곳에 있는 걸 알아야 하지 않겠어? 조시의 마음을 배워야 하지 않아?"
"네, 그럼요."
"그게 어렵지 않겠니? 네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그건 능력 밖일 거야. 아무리 신통하게 해낸다 해도 흉내 내는것만으로는 턱도 없을 테니까. 조시의 마음을 배워야, 그걸 완전히 알아야 하지, 아니면 너는 절대로 조시가 될 수 없어."
"그게 어렵지 않겠니? 네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그건 능력 밖일 거야. 아무리 신통하게 해낸다 해도 흉내 내는것만으로는 턱도 없을 테니까. 조시의 마음을 배워야, 그걸완전히 알아야 하지, 아니면 너는 절대로 조시가 될 수 없어."
시내버스가 버려진 과일 상자 옆에 멈춰 섰다. 아버지가멈춘 버스를 돌아서 가려 하자 뒤에 있던 차가 화난 듯 빵빵거렸다. 그러고 또 다른 빵빵거리는 소리가 들렸는데 우리한테 화를 내는 건 아니고 멀리에서 나는 소리였다.
"말씀하신 마음이요." 내가 말했다. "그게 가장 배우기 어려운 부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방이 아주 많은 집하고비슷할 것 같아요. 그렇긴 하지만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고에이에프가 열심히 노력한다면 이 방들을 전부 돌아다니면서 차례로 신중하게 연구해서 자기 집처럼 익숙하게 만들수 있을 겁니다."
아버지도 옆길에서 끼어들려고 하는 차에 경적을 울렸다.
"하지만 네가 그 방 중 하나에 들어갔는데, 그 안에 또 다른 방이 있다고 해 봐. 그리고 그 방 안에는 또 다른 방이있고, 방 안에 방이 있고 그 안에 또 있고 또 있고, 조시의마음을 안다는 게 그런 식 아닐까? 아무리 오래 돌아다녀도 아직 들어가 보지 않은 방이 또 있지 않겠어?" - P320

나는 이 말을 잠시 생각해 본 다음 대답했다. "물론 인간의 마음은 복잡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어딘가에 한계가 있을 거예요. 폴 씨가 시적인 의미로 말씀하셨지만 그래도 배워야 할 것에는 끝이 있을 겁니다. 조시의 마음은 방안에 또 방이 있는 이상한 집을 닮았을 수 있지요. 하지만이게 조시를 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면 저는 최선을 다하겠어요. 제가 성공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 P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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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몸의 형태가 믹서기와 비슷한 덩치 큰 여자가 말했다. "똑똑해 보이는데요. 저런 애가 기회를 놓치다니 정말안됐네요."
"그냥 봤으면 몰랐을 것 같아요." 다른 목소리가 말했다.
"태도가 아주 반듯하네요. 영국 억양이 있지 않았어요?"
믹서기 여자가 말했다. "나는 이 세대 아이들이 모든 종류의 사람과 두루 편하게 지내는 법을 익히는 게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피터도 언제나 그렇게 말하죠." 다른 사람들도 동의한다는 듯한 소리를 냈다. 믹서기 여자가 어머니에게 물었다. "저 아이 가족은 그냥...... 안 하기로 결정한 거예요? 잘못될까봐 겁이 났나?"
어머니의 친절한 웃음이 싹 사라졌고 대화를 듣던 사람들도 갑자기 조용해졌다. 믹서기 여자는 놀란 듯 움직임을 멈췄다. 그러더니 손을 뻗어 어머니를 잡았다.
"아, 크리시, 내가 무슨 말을 한 거지? 그런 뜻이 아니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요." 어머니가 말했다.
"아, 크리시, 정말 미안해요. 내가 이렇게 가끔 바보 같아요. 내 말은 그냥........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거죠." 근처에서 단호한 목소리가 말했다. "우리 모두 다요."
"괜찮아요. 됐어요." 어머니가 말했다.
"크리시, 내 말은 그저 저렇게 괜찮은 애가......" 믹서기여자가 말했다.
"우리 중에 운이 좋은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는 거예요." 피부색이 진한 여자가 이렇게 말하며 앞으로 나와 어머니의 어깨를 다정하게 두드렸다.
"하지만 조시는 이제 괜찮죠? 그렇잖아요?" 다른 목소리가 물었다. "아주 좋아 보여요."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고 그래요." 어머니가 말했다.
"전보다 훨씬 좋아 보여요."
믹서기 여자가 말했다. "조시는 좋아질 거예요. 자기, 정말용감했어요. 그런 일이 있었는데, 나중에는 조시가 자기한테 정말 고마워할 거예요." - P106

"빨리." 스크럽이라는 아이가 외쳤다. "이쪽으로 던져. 조절이 안 되는 것 같으면 내가 받을게."
"말이 별로 없네." 팔이 긴 아이가 가까이 다가와 내 눈을들여다보았다. "태양광이 떨어졌나 봐."
"클라라한테는 아무 문제 없어." 조시가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 말고는 아무도 못 들었을 수도 있었다.
"클라라." 팔이 긴 아이가 말했다. "나한테 인사해 봐‘
나는 조시가 무어라 말을 하기를 기다리며 가만히 있었다.
"안 해? 아무것도?"
"조시, B3를 살 수도 있었지 않아? 왜 안 샀어?" 내 뒤쪽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조시가 웃으며 말했다. "이제 그럴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데."
그러자 다른 아이들도 웃었고 새로운 목소리가 이렇게 말하는 게 들렸다. "B3는 진짜 대단해." - P120

"그 말이 맞는 것 같아.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거. 향상된 애들 모임이니까."
"조시가 릭이 오기를 간절히 바랐기 때문에 릭은 왔어요?
"조시가 꼭 오라고 고집을 부렸지. 그런데 지금은 내가 파티를 즐기고 있는지 어쩐지 들여다볼 겨를도 없나 보네. 릭이 소파에 몸을 기대자 해의 무늬가 얼굴 위를 덮어 릭은눈을 감아야 했다. "문제는, 조시가 달라진다는 거야. 나는오늘 오면서, 바보 같은 생각이지만, 조시가 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조시는 그냥 조시일 거라고."
릭의 이 말에 교류 모임 동안 여러 상황에서 조시의 손 모양이 떠올랐다. 환영하는 손, 제안하는 손, 긴장한 손, 그리고 조시의 얼굴, 누군가가 왜 B3를 고르지 않았느냐고 물었을 때 조시가 웃으며 말하던 목소리도 떠올랐다. "이제 그럴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데." 그러자 매니저가 한 말이 생각났다. 아이들이 창가로 와서 약속을 하고는 다시오지 않거나 심지어는 다시 왔는데 다른 에이에프를 데려간다던 말. 나는 느리게 이동하는 택시 사이 틈으로 본 소년 에이에프를 생각했다. RPO 빌딩 쪽 인도에서 아이보다 세걸음 뒤에서 풀이 죽은 모습으로 따라가던 모습. 조시와 나도 그런 식으로 걷게 될지 궁금했다.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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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옆방에서 경쾌한 기타 선율이 들려온다. ‘더 펑크 소울 디스코‘라는 콘서트에 출연하기로 한 아들이 기타를 연습하고있다.
꽤 펑키한 이름을 내걸었지만 사실 프로들의 콘서트는 아니다. 중학교 강당에서 열리는 음악부의 발표회다. 11~16세의 중학생들이 연주하는데, 아들은 저학년 그룹이다. 콘서트에서 주역이 아닌 ‘기타 등등‘으로 분류되는 역할을 맡았지만, 아들은 성실한 성격대로 일요일 아침부터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 P7

백인 노동자 계급 아이들이 많은 학교일수록 인종차별이 극심해진다는 소문이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이민자들은 자신의 자녀를 백인 노동자 계급이많이 거주하는 지역의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학교를 선택하는 시기에 멈스넷Mumsnet 같은 육아 사이트의 게시판을 보면, "그 학교는 백인 노동자 계급 아이들이 많으니무조건 피할 것"이라고 중산층 영국인과 이민자들이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이런 풍조 탓에 오늘날 영국의 지방 도시에서는 ‘다양성격차‘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인종의다양성이 있으면 우수하고 부유한 학교‘라는 기묘한 구도가생긴 것이다. ‘구 밑바닥 중학교‘ 같은 곳은 얼핏 보면 백인 영국인밖에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견학 행사에서 돌아오는 길에 아들이 "거의 다 백인이더라." 하고 툭 내뱉기도했다. - P26

이게 그 숙제였구나 하며 보는데 불현듯 노트 오른쪽 위에아들이 낙서를 한 게 보였다. 파란 펜으로 쓴 글씨는 마치 노트 구석에 한껏 몸을 웅크린 채 숨을 죽이고 있는 듯했다.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뚝 소리를 내며 부러지는 것 같았다.
뭔가 경험해서 이런 글을 쓰고 싶어진 걸까?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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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경제사상사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을 제외하면 크게 고전파 경제학과 케인스학파로 나눌 수 있다. 이미 논의한 대로 고전파 경제학은 시장경제는 흔히 말하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자체 교정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은 오히려경제를 왜곡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케인스학파는 1930년대 대공황이 발생하면서 시장경제의 자체 조절 능력으로는 불황을 극복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대두되면서 정부가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 등을 통한 총수요 증대를 통해 시장의 불안정성을 보완해야한다고 주장한 케인스에 의해 발전되었다. 그리고 이 두 학파를 거점으로 다양한 학파들이형성되었는데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앨프리드 마셜로 대표되는 신고전파 경제학이 등장했고, 케인스학파에서는 1960년대에 신케인스학파 Neo-Keynesian school가 등장했다. 신고전파 경제학은 한계 혁명 이후의 효용 이론과 시장 균형 분석을 받아들였고, 한편 고전파경제학을 잇는 또 다른 학파로 밀턴 프리드먼으로 대표되는 통화주의는 케인스 또는 케인스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재정 정책이 민간 부문의 구축 효과를 야기한다는 이유로 거부하면서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에 대해 통화량 증가율을 경제성장률에 일정 비율로 유지하는 준칙에 따라 통화 정책을 시행할 것을 주문했다. 그리고 이 장에서 다루고 있는 합리적 기대이론학파로 대표되는 새고전파 경제학은 1970년대에 케인스 경제학에 미시적 기초가 결핍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출발했다. 한편, 케인스학파의 뒤를 이은 신케인스학파는 보통 신고전파종합neoclassical synthesis이라 불리는데, 이것은 케인스 이전의 신고전파 경제학과 케인스학파를 결합한 것으로 케인스의 재정 정책에 의해 완전 고용이 달성되면 시장가격 기구가 복원되어 신고전파 경제학 이론 역시 타당성이 증명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리고 1970년대 새고전파 경제학에 대한 대응으로 새케인스학파 NewKeynesian school가 등장했는데 이 학파는 불완전한 시장에 대해 수요 조절의 필요성을보여줌으로써 케인스 경제학에 대한 미시적 기초를 제공하려고 시도한다. 뿐만 아니라 초기 케인스보다 더 케인스적이라고 불리는 포스트케인스학파 Post-Keynesian school는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을 통한 시장경제의 통제를 강조한다. - P541

둘째, 합리적 기대이론은 사람들이 경제적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가능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경제에 대한 자신들의 모델 또는기대를 계속해서 갱신한다고 주장한다. 잠시 합리적 기대이론의 합리적 기대를 유행이 지난 적응 기대 가설 adaptive expectations과 비교해보자. 사람들이 적응이라는 측면에서 행동할 경우, 그들은 각종 변수들의지난 행동을 살펴본 다음에 점진적으로 자신들의 견해를 조정하려 들것이다. 만약 물가가 지난 몇 년 동안 매년 6퍼센트씩 상승했는데, 올해는 유달리 10퍼센트 상승했다면, 사람들은 과거의 자료를 비중 있게다루는 적응 모델adaptive model에 기초해 내년에 물가가 7퍼센트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이 경우 사람들은 보통 새로운 정보에 기초해 자신들의 기대를 바로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과거의 경험이나 정보에 기초해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본다. 물론 그 결과는 기대에 부합할수도 있고,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그들이 연방 정부가 화폐 공급량과 재정 지출을 대폭 늘릴 계획이라는 소식을 들었다면 어떤 식으로 반응할까? 적응 기대 가설에서 그들은 결정적인 증거를 찾을 때까지 자신들의 예측을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다. - P543

 500년 전,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 The Merchant of Venice>에 나오는 주인공 안토니오Antonio가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다행스럽게도 난 화물을 한 배에만 실은 게 아니고, 내 거래처도 한두 군데가 아니거든.
또 전 재산이 금년 한 해의 운수에만 달려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내 물건에 문제가 생겨서 그 때문에 울적한 것은 아닐세.

그렇지만 이렇게 오래된 지혜도 마코위츠가 논문에 쓰기 전까지는 그저 흘러지나가며 하는 말에 지나지 않았다. 사실, 위대한 경제학자 케인스도 이런 생각을 거부했는데, 그는 한 기업에 큰돈을 뭉텅이로 투자하는 것이 여러 기업에 조금씩 분산 투자하는 것보다 더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코위츠는 큰돈을 분산 투자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것. 다시 말해 포트폴리오 투자가 더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그치지 않았다. 그는 주식 투자로 높은 수익을 올리거나 안전한 투자를 원한다면 분산 투자를 하더라도 같은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다른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입증해 보였다. 실제로 다양한 투자 종목, 즉 서로 상관관계가 없는 종목이나 분야에 투자해야 높고 안전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업계에 속하는 두 항공사나 두 제약회사의 주식에 투자하기보다는 종목이 전혀 다른 US항공과 존슨 앤 존스의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더 수익이 높고 안전하다. 정리하면, 마코위츠는 포트폴리오 투자를 하더라도 같은 업종이나 업계에속한 기업에 분산 투자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충고한다. 처음에 월스트리트는 마코위츠의 이런 충고에 긴가민가했지만, 사실상 지난 30년동안 월스트리트는 그의 충고를 그대로 따랐다. - P555

첫 번째 함의는 계량경제학 모델들은 과거의 자료에 의존하기 때문에 새로운 정부 정책이 가져올 결과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므로 별로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만약 정부가 야구 경기와 GDP사이에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야구 경기수를 늘려 GDP를 끌어올리려고 시도한다면, 경제 행위자들은 이러한 정부의정책변화에 따라 자신들의 기존 모델을 바꿀 것이다. 따라서 과거의 행위를 바탕으로 수립된 새로운 정책은 사람들이 과거와 다른 행동을 하도록 만듦으로써 의도한 효과를 가져오지 못한다. 이것을 루커스 비판Lucas Critique 이라 부른다‘
미국 태생의 경제학자이자 시카고대학교 교수인 로버트 루커스RobertLucas, Jr.는 자신이 합리적 기대이론의 훌륭한 전도사가 될 수 있다는것을 몸소 보여준 대표적인 인물이다. 1995년 10월, 루커스는 그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는데, 흥미로운 것은 그의 전 부인이 그의 노벨상 수상 가능성을 미리 점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루커스가 노벨상을 수상하기 7년 전, 그는 부인과 이혼에 합의하는 조건으로 자신이 노벨상을 수상할 경우 상금의 절반을 지급해야 한다는 요구 사항을 받아들여 그것을 이혼 서류에 명문화했던 것이다. 하지만 누가 알았으랴? 어쨌든, 전 부인의 합리적 기대이론에 기대 만들어진 이 조항으로인해 그는 상금의 절반인 50만 달러를 전 부인에게 지급해야 했다. - P562

두 번째 함의는 정부의 물가, 고용, 금리 등 안정화 정책이 별다른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 오직 국민들이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기습 전략만이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경제가 높은 실업률을 보이며 깊은 침체로 빠져들고 있다고 가정하자. 주류 경제학자들은 팽창 정책을 촉구할 것이다.
대다수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총수요가 증가하면 생산량과 고용이 증가하고, 따라서 경제는 침체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합리적 기대이론가들에 따르면 사정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경제 행위자들은 경기 침체 시기에 정부는 항상 수요 진작을 통해 어떻게든 그것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경기 침체 시기에 제품 가격을 낮추거나 생산량을 늘리기보다는 오히려 제품의 가격을 올릴 것이다. 기업들은 항상 정부가 어떤 정책을 취할지 예측한다. 다시 말해, 경기 침체 시기에 정부가 총수요를 늘리는 정책을 채택할 것이 분명한데 굳이 제품의 가격을 낮출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것은 정부가 실업률이 7퍼센트에 도달할 때마다 FRB가 화폐공급을 늘리는 가속 페달을 밟도록 법으로 정해놓은 것과 마찬가지다. - P563

충격은 이것만이 아니다. 만일 합리적 기대이론이 옳다면, FRB는 인플레이션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어째서? 주류 경제학적접근에서는 통화 긴축 정책은 처음에는 경기 침체를 야기하지만, 뒤늦게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합리적 기대이론에따르면, FRB가 화폐 공급량을 0퍼센트 수준에서 유지하겠다고 선언하면, 기업들은 물가가 자동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상품의 가격과 임금을 스스로 낮춘다. 즉, 그들은 화폐 공급량 감소에 따른 경기 침체가 오지도 않았는데 FRB의 정책에 기초해 자동적으로 낮은 인플레이션 수준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것은 그들이 ‘적응 기대‘가 아닌
‘합리적 기대‘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 P564

다. 합리적 기대이론을 비판하는 논자들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의문을제기한다.

1. 사람들은 오랜 습관(적응 기대)보다는 합리적 기대에 더 의존하는가?
2. 비록 그들이 합리적 기대에 의존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생각한대로 민첩하게 행동할 수 있는가?

이 둘 중 어느 한쪽이라도 ‘아니요‘라는 대답이 나온다면, 합리적 기대이론은 현실 경제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 P572

두 명의 이스라엘 출신 연구자들이 1950년대에 군복무 중에 힌트를얻어 각종 인터뷰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비합리적 경제 행동에대해 광범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수십 년 전에 이스라엘 군을 대상으로심리 적격 검사psychological screening test를 고안했던 인지심리학자이자심리학을 경제학에 통합한 공로로 2002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 Daniel Kahneman과 같은 인지심리학자이자 경제학자인아모스트버스키 Amos Tversky는 사람들이 위험 회피형 risk-averse 에서위험 추구형 risk-seeking 으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조금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다음과 같은 일반적인 경제적 사고방식을 예로 들어보자.
한 연구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실업률이 5퍼센트에서 10퍼센트로상승하는 것보다는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것을 그냥 용납하는 경향이있다. 그러나 질문을 바꿔서 취업률이 95퍼센트에서 90퍼센트로 떨어지는 것보다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지 묻자그들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말만 바꿨을 뿐 같은 내용의 질문에 그들은 다른 대답을 한 것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두 사람은 1981년에 아시아 전염병 Asiandisease Case 이라는 실험을 했다. 프로그램 A와 프로그램 B를 주고 아시아 전염병이라 불리는 전염병이 발병했을 때 어떤 식으로 대처할지 사람들에게 설문 조사했다. 프로그램 A는 200명을 구할 수 있다. 프로그램 B는 600명을 구할 수 있는 확률이 3분의 1이고 아무도 구하지 못할확률이 3분의 2다. 총 응답자 가운데 72퍼센트가 프로그램 A를 선택했다. 이유는 그것이 프로그램 B보다 확실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확실한 것을 좋아한다.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은 사람들이 뭔가를 잃는 것을 죽도록 싫어하고, 때로는 사소한 것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주식 투자자들은 자신들이보유한 주식이 약간 손실을 입었다고 해서 바로 보유한 주식을 매각하지 않는다. 이런 반응은 주식 전문가들이 현재 상황으로 볼 때 더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해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정서적으로자신들이 보유한 주식, 주택, 직장에 집착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 P574

심리학의 통찰력을 경제 현상, 특히 인간의 경제 행태에 대한 연구에 적용한 것으로 최근들어 인기를 끌고 있는 경제학의 한 분야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을 합리적인 이익 극대화추구자 maximazer가 아니라 만족 추구자 satisfier 로 여긴다. 언제나 최선의 합리적 선택이아니라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충분히 좋은 선택, 즉 만족스러운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의 핵심 개념은 제한적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으로 인간의 인식 능력의 한계(인지적 한계)로 인해 문제 해결 능력에 제약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기존의 주류 경제학이 논의의 기본 전제로 했던 완전한 합리성과는 완전히 구분된다. ‘행태경제학‘이라고도 번역한다. - P575

정부와 경제는 상호 작용하는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 둘의 작용과 반작용을 무시하지 않았고, 무시할 수도 없었다. 스미스는정부가 길드의 무역 규제를 지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맬서스는 빈민구제법이 빈곤을 조장하고 있다고 강하게 주장했고, 리카도는 보호주의가 영국을 새로운 중세의 심연으로 가라앉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르크스는 정부가 착취와 억압의 수단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케인스는정부 관료들을 깊고 위험한 잠에서 깨우려고 노력했다.
극단주의자들의 외로운 외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정부가 필요악이나선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비록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들이 경우에따라서는 구원적 또는 사탄적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지만, 정부의 본질은 구세주도 사탄도 아니다.
우리가 앞서 다룬 경제학자들은 서로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정부가 항상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경기 상황을 망칠 수 있는 조치들을 취하도록 하는 정치적 압력에 직면한다는 사실을 경고했다. 미국 의회의원들은 자신들의 임기를 자신들이 추진한 경제 정책으로 피해를 입은사람들을 위로하고 구제하느라 허비할 수 있다. 자유로운 국제 무역은일부 국내 생산자들에게, 낮은 인플레이션은 채무자들에게 해를 준다. 반면, 금리 하락은 채권자들에게 해를 준다. 기술 혁신은 일부 노동자들에게 해를 주고, 공해에 세금을 부과하는 공해세 taxes on pollution는기업들에게 해를 준다.
물론 정부의 경제 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그로 인해 이득을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좋은 경제 정책이란 철수에게 돌아갈 몫을 빼앗아 영희에게 주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비록 피해자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하더라도, 우리는 훌륭한 경제 정책을 다수에게 이득을 가져다주는 정책으로 정의할 수도 있다. - P587

인류의 기나긴 역사에서 볼 때, 지금 두 발로 걷는 인류가 네 발로 걸었을 때보다 더 잘 살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도 두 발로 걷고있는 지금이 네 발로 걸었을 때보다 분명히 나은 것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찾아내 우리에게 설명하고 납득시키고자 애썼고 애쓰고 있는 경제학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의 마음으로 신뢰를 보내도록 하자. - P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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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선택학파는 공공선택이론이 다음과 같은 정치적, 경제적 문제들을 설명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 정부는 만성적인 예산 적자에 시달리는가? 왜 특수 이익 집단들special interest groups 이 번성하는가? 왜 매번 대통령 선거 때마나 나오는 공약과 달리 정부 부서들은 축소되지 않고 계속해서 비대해져만 가는가? 그리고 왜 정부 규제안들은 소비자보다는 기업가를 더 보호해주는가?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정치를 좋은 정책을 제안하고 추진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성가시고, 이해불가능하고, 비경제적인 존재 정도로 여긴다. 때로는 그것을 불필요한 존재로 간주하기도 한다. 반면, 공공선택학과 경제학자들은 정치를 경제학의 도구를 이용해 연구 분석되어야 하는 대상으로 본다. 다시 말해, 그들은 정치를 일종의 경제적 행위로 간주한다. 경제학자들은 정치를보면서 자포자기가 되거나 불쾌감을 표시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관료들과 입법자들이 왜 좋은 정책을 무시하거나 채택하지 않는지 물어야한다. 정치도 넓게 보면 비즈니스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 P486

 공공선택학파의 주요 논지는 매우 간단하다. 즉, 사업가가 이기적이라면, 정부의 관료들 역시 ‘정치적 사업가들political entrepreneur‘이라고 부르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서로 추구하는 것이 다를 뿐이다. 사업가들이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정치적 사업가들은 무엇을 가장 극대화하고 싶어 할까? 그들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권력과 능력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경제학자들은 지난 200년 동안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고, 그것에 기초해 모델을 만들어왔다. 그렇다면 정부의 행동에 대해서도 인간의 행동에 대해 했던 것처럼 똑같이 연구하고 모델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 P489

인위적인 가격 지지 정책은 국가 정치에 암을 유발할 수있다.
이런 문제는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이미 만성화된 문제다. 어떤 하나의 동기에서 똘똘 뭉친 이익 집단들은 국가 차원의 경제 정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그에 따른 결과에서 사소한 몫을 가져가는 개별 소비자들의 이해관계는 철저히 짓밟는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개별 소비자들은 이득은커녕 국가적 효율성과 소득의 하락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본다. 하지만 그들이 누구를 탓할 수 있겠는가? 분명한 대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개개 특수 이익 집단들은 공공의 복리에서 아주적은 몫만을 챙겨가기 때문이다. 물론 그 몫이 하나로 뭉치면 무시 못할 크기이지만. - P493

뉴욕 시티와 보스턴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시에 이용할 수 있는 택시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두 도시는 택시 면허 발급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것이 택시 운전사들의 소득은 올려줄지 몰라도시민들의 불편은 가중시킨다. 시당국은 시민들의 불편은 무시한 채 택시 운전사들의 불평에만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공공선택학파는 이것을 비판하기 위해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식으로문제에 접근하지 않는다. 대신 맨커 올슨과 그의 동료들은 이해관계로똘똘 뭉쳐 있는 집단들이 세력화되어 있지 않는 일반 대중보다 왜 훨씬 더 강력한 목소리를 내는지 가르친다.
올슨은 자신의 주장에 광범위한 역사 법칙을 끌어들임으로써 논쟁의 지형을 넓혀 나갔다. 그는 안정된 사회일수록 특수한 이해관계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가정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안정되어 있는 회는 상대적으로 새롭게 안정을 이룬 사회보다 더 느리게 성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거머리들은 번식에 번식을 거듭해 곳곳에서 국가의 피를 빨아 먹는다. 만약 이것을 방치하면, 어느 순간에는극단적인 혁명이나 전쟁이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도있다. 왜냐하면 특수 이익 집단들이 자신들의 목을 스스로 조를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 P494

왜 정부는 많은 산업들을 규제할까? 이에 대한 대답은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즉, 이런 산업들은 독점이거나 과점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이들 독과점의 부당한 착취에서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답이 함축하는 것은 이런 산업들이 규제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미국 태생의 경제학자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 스티글러의주도 아래 공공선택학파 경제학자들은 이 문제에 또 다른 가능한 해답하나를 추가했다. 산업들 또는 기업들은 규제가 치열한 경쟁에서 오는 위험에서 자신들을 보호해주기 때문에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실제로 규제를 위해 의회 의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한다. 경제학자들은 이것을 ‘포획 이론capture theory of regulation‘이라 부르는데, 규제를 당하는 대상이 규제자들을 사로잡는 꼴이기 때문이다. - P496

그렇다면 규제를 받는 산업들이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관들, 특히 정부를 포획하는 데 성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에서 다룬 합리적 무시, 즉 특수 이익 집단의 역설을 떠올려보자. 기업들은 정부나 정부 산하 기관들을 설득하기 위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학계 자료를 수집할 수 있다. 실제로 경제학자들은 경제 잡지나 법률 잡지에 자신들의전문 연구 성과를 게재함으로써 어떤 기업을 간접 대변하기도 한다. 정보의 우위나 전문성에 의존하는 것이다. 규제 당국은 종종 기업들의 이런 전략에 속아 넘어가 그들의 설득이나 로비에 넘어간다. 더구나 국민들은 이런 일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마지막으로 이보다 좀 더 냉소적인 설명도 있다. 규제하는 자들이 규제받는 자들과 모종의 관계를 맺고있는 경우가 있다. 정부 산하의 각종 기관과 위원회의 소속 위원들은대다수가 민간 부문 출신들로 임기가 끝나면 다시 민간 부문으로 되돌아간다. 눈살을 찌푸리는 것보다 친구가 되는 것이 서로를 위해 상부상조하는 길이다.  - P498

관료들의이기심이 표출되는 방식은 기업가들의 그것과 많이 다르다. 기업가들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경쟁한다. 물론 정부 관료들은 아마 뇌물을 제외하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다른 변수들, 예를 들어, 봉급, 수당, 권력, 위신, 퇴직연금 등을 극대화하려고 한다. 관료들은 어떻게 이것들을 극대화할수 있을까? 각종 예산을 늘리고 부서의 크기를 늘리면 된다. 니스커넨은 정부 부서들과 산하 기관들을 예산을 많이 받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조직들로 묘사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조직들의 규모는 업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보다 몇 배는 더 비대해질 수 있다. 이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은 납세자들의 지갑에서 나온다. 돈, 즉 배당되는 예산이 더 크다는 것은 관료들에게 더 많은 권력을 의미한다. 따라서 관료들은 비용을 줄이는데 별다른 동기를 갖지 않는다. 뭔가 허술해 보이는관료주의가 관료들을 까다로운 존재로 만든다. - P500

뷰캐넌은 예산 적자가 경제에 타격을 주기는 하지만, 그 고통은 간접적이고 분산적이라고 대답한다. 반면 균형 예산 또는 흑자 예산에 따른고통은 직접적이다. 왜 그럴까? 흑자 예산에 따른 직접적인 고통을 예산 적자에 따른 간접적인 고통과 비교해보자. 만일 우리가 균형 예산에서 시작해 흑자 예산을 달성하고 싶어 한다면, 우리는 (1) 세금을 더 많이 내거나 (2) 정부 지출을 삭감해야 한다. 이런 두 가지 전략은 우리에게 직접적인 고통을 안겨준다. 세금을 높이게 되면 민간 소비는 줄어들수밖에 없다. 한편, 정부가 지출을 삭감하면 시행 중인 각종 민생 정책들은 중단되거나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경기가 호황을 보인다고 해도 그혜택은 바로 나타나기보다는 늦게 나타난다. 그리고 세금을 높이거나정부 지출을 줄임으로써 피해를 보는 사람들에게 간접적으로 혜택이돌아갈 뿐이다.
그럼, 적자 예산일 경우를 예상해보자. 우리는 세금을 낮추거나 정부지출을 늘려 적자 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함으로써 납세자들과 적자 예산에 따른 수혜자들은 얼굴에 희색을 띨 것이다. 적자예산은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더 많은 돈을 지출할 수 있도록 한다. 즉,
적자 예산은 경제를 위축시키지만, 그에 따른 효과는 간접적이다. 사람들은 미래에 대해 생각해야 하고, 흑자 예산과 적자 예산의 경우에 각각 어떤 영향을 받을지 자문해봐야 한다‘ - P504

「왜 정치적 이기심은 공익에서 벗어나는가? 정부가 규제, 보조금 관세, 각종 인허가를 통해 소규모 정부 지출 microtransactions을 늘려나감에 따라 정부나 국민 모두에게 이에 필요한 정보 비용 information cost (일종의 기회비용)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정부의 공공 지출과정책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시민들은 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 시민들에게 이런 투자는 경제적으로 비합리적일 것이다. 왜냐하면 이때 들여야 하는 정보비용이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초과하기 때문이다. 국민 100명에게 100만 달러를 지원하는 정부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자. 뭔가 이상한 낌새를 차린 철수가 하루 종일 이 프로그램의 뒷조사를 하러 다닌다. 그러나 국민 개개인의 입장에서 이 프로그램을 반대하든 지지하든각자가 지불해야 하는 세금은 정말 눈곱만큼도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프로그램의 뒷조사를 하는 데 개인적으로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사정이 이렇다고 한다면, 앞서 언급한 합리적 무시가 더 속편한 처사일수 있다. 따라서 정부의 규모나 정부 지출 증대 경향은 정치인들의 행동이 국민들의 알권리에서 계속해서 멀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관료들은 나쁜 일이건 좋은 일이건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그런 행동은 정치적 보이지 않는 손의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간다. - P534

정치적 보이지 않는 손은 복잡한 세계에서는 그 기능을 상실한다.
미국 태생의 경제학자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케네스 애로우가 지적했던 것처럼, 어떤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은 시장에서 어떤 한 상품을 구매하는 것과 다르다. 경제학자들은 시장 질서를 그대로 반영하는논리적인 정치 체제를 고안할 수 없다. 「민주주의에서 유권자들이 특정 후보에 투표하는 것은 전자레인지 같은 특정 상품을 구매하는 것을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패키지 상품을 구입하는 것과 같다. 보통은 유권자가 뽑은 후보가 유권자가 원하는 정책을 입안하거나시행하지만, 반드시 그럴 것이라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사실, 유권자는 자신이 무엇을 얻을지 확신할 수 없다. 민주주의는 슈퍼마켓 선반과 복주머니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무엇이다. - P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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