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복을 입은 원시인》에서 진화심리학자 탱크 데이비스(HankDavis는 현대인의 마음이 여전히 수렵 채집기의 원시 논리에 붙박여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현대인의 미신과 비이성, 그리고 종교가 어떤 진화론적 연원을 갖고 있는지를 밝힘으로써, 과학기술이 발전한 오늘날에도 인류 전체가 심하게 앓고 있는 ‘정신적 지체 현상‘에 관해 과학적 통찰을 제공합니다. 현대인은 그저 겁 많은 원시인의 두뇌를 그대로 간직한채 겉만 번듯한 양복을 입고 있는 우스꽝스런 존재라고 말이죠. 저자는 이 자화상이 미신, 외국인 혐오증, 국수주의, 전쟁, 테러, 종교 갈등의 배후라고 주장합니다. 이 주장에 대해 여러분들은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과거에 너무 많은 짐을 지운 것 같다는생각이 들지는 않나요? - P215

구달의 발자취를 따라 탄자니아에서 침팬지의 행동을 연구했고, 최근에 하버드 대학교 인간진화생물학 학과를 만든 리처드랭엄Richard Wrangham (1948~)은 <요리 본능>이라는 책에서 ‘먹을거리‘의 차이로 두 종의 근본적인 차이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는180만 년 전쯤에 우리의 조상이 불에 고기를 구워먹기 시작하면서 침팬지와 완전히 다른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고 주장합니다. 그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몸을 유지하는 데 드는 최소 에너지를‘날 음식‘만으로 충당해야 한다면 여분의 에너지는 생기기 힘듭니다. 소화를 하는 데만도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들기 때문입니다. 가령 날 음식만 먹는 침팬지는 하루 여섯 시간 동안이나 무언가를 씹고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인류의 진화역사에서 어떤 무리가 ‘화식‘을 발명하여 구운 고기를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하면서 운명이 갈라진 것이죠. 날 것을 소화하기위해 사용했어야 할 에너지와 시간의 일부를 뇌로 보낼 수 있기때문입니다. 랭엄은 인간이 침팬지에 비해 뇌가 큰 것은 바로 이런 먹을거리의 차이 때문이었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상대적으로 작은 턱과 입, 뭉뚝한 이빨, 그리고 짧은 소화관을 진화시킨 이유도 바로 화식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고작 요리 따위가 인간의 진화 경로를 결정했다니 놀랍지 않나요? 제가 생각하기에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우리가 요리 문화를 만들었지만, 그 요리 문화가 다시 우리를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좀 더 나아가면, 이것은 우리가 지금 만들고 있는 어떤 문화가 우리 미래를 결정할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 P226

데닛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감각질 같은 것은 없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객석 한가운데 앉아 뇌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관찰하고 통제하는 난쟁이(호문쿨루스 homunculus) 같은 의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데닛에 따르면, 사람들은 그동안 그가 ‘데카르트의 극장‘이라 부르는 곳에 감각 입력들이 모이고 통합되고 상영되는 내적 자아의 공간이 있다고 믿어왔습니다. 하지만 그는 실제로 뇌에 그런 장소는 없으며, 오히려 의식은 뇌의정보들이 다양한 메커니즘을 통해 분산적으로 처리되면서 연속적으로 생성되고 편집되는 이야기들의 흐름 같은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스스로를 단일한 의식을 가진 행위자인것처럼 느끼는 것일까요? 그것은 뇌에서 수많은 이야기가 병렬적으로 처리되는 과정에서 하나의 이야기로 쏠리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미국 드라마의 제작 과정과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미국 드라마를 제작할 때에는 한 편의 에피소드를 위해 여러 명의 작가들이 각자의 스토리를 만들어 경쟁하는데요, 이 경쟁을 통해 최고의 스토리가 선정되고 나면 다른 모든 작가들까지 합류하여 그것을 세련되게 다듬어 내보내는겁니다. 누구의 어떤 스토리가 선정될지는 그때마다 다르죠. 통합의 주체는 없고 매번 스토리가 편집되는 것입니다.
자, 이제 의식의 흐름을 쫓아가 봅시다. 사탕을 떠올려볼까요? ‘달다, 약, 의사, 축구, 김밥, 옆구리, 자두.......‘ 꼬리에 꼬리를 물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 연상 작용은 통합과는 거리가 멉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의식의 본질이지요. 그런데 그것이 마치 통합된 사적 느낌으로 인식되는 이유는, 뇌 속의 병렬처리 과정에서 매 순간 편집되는 수많은 원고들의 치열한 경쟁에서 결국 하나의 생생한 스토리만이 남기 때문입니다. 데닛은 이 사실을 알아야만 매우 매력적이지만 심각한 착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오대수의 만두 맛 느낌을 제3자는 접근할 수 없는 사적 경험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바로 이런 착각 때문입니다.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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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비화
Aux Champs

옥타브 미르보에게

작은 온천 도시에서 가까운 어느 언덕 발치에 초가집 두 채가 나란히 서 있었다. 농부 두 명이 어린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그 척박한 땅에서 힘들게 일했다. 두 가족은 아이가 넷씩 있었다. 이웃한 두 개의 문 앞에 아이들이 모두 모여 아침부터 저녁까지 득실거렸다. 나이가 가장 많은 두 아이는 여섯 살이었고, 가장 어린 두 아이는 15개월가량이었다. 결혼과 출산이 양쪽 집에서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일어났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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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문을 열었다. 그러자 시끄러운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발랭 부부가 돌아온 아들과 함께 성대한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였다.
샤를로는 발을 구르고는 부모를 향해 돌아서서 외쳤다.
"이런 시골뜨기 노인네들!"
그러고는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 P224

늑대
Le Loup

다음은 라벨 남작 집에서 생위베르‘ 축일 만찬이 끝나갈 때 늙은 다르빌 후작이 우리에게 해준 이야기다.
우리는 낮에 사슴 한 마리를 잡았지만, 다르빌 후작은 만찬 참석자들중 그 사냥에 참여하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는 절대 사냥을 하지않았기 때문이다.
만찬을 즐기는 내내 우리는 거의 짐승 죽이는 이야기만 했다. 여자들도 그 잔인하고 기괴한 이야기들에 흥미를 보였다. 사람들은 짐승들에대한 인간의 공격과 투쟁을 몸짓까지 해가며 자세히 묘사했다. 팔을 들어 올려 가면서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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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빌 후작이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누군가가 물었다.
"그 이야기는 하나의 전설로 봐야겠지요. 안 그렇습니까?"
그러자 후작이 대답했다.
"맹세컨대 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실이라오."
그러자 한 여자가 작고 온화한 목소리로 선언했다.
"둘 중 무엇이든, 그런 열정을 가진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에요" - P234

미뉴에트
Menuet

폴 부르제에게
나는 그 어떤 큰 불행에도 별로 슬퍼하지 않습니다. 장 브리델이 말했다. 그는 회의론자로 통하는 노총각이었다. 나는 아주 가까이에서 전쟁을 목격했지요. 아무런 연민도 느끼지 않고 시체들을 뛰어넘기도 했습니다. 자연이나 인간들의 난폭함이 우리로 하여금 공포와 분노의 외침을 토하게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사소하면서도 가슴을 에는 어떤 것을 보여 주지는 못하지요.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전율이나 비통한느낌은 결코 일으키지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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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 대한 추억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끊임없이 따라다니며 나를괴롭혔고 작은 상처로 내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아마도 여러분은 이것을 우습게 생각하겠지요? - P243

그렇게 해서 그날 나는 결코 잊을 수 없는 광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어린아이 같은 아양 부리는 태도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고, 미소를 짓고, 몸을 흔들고, 몸을 굽혀 인사하고, 깡충깡충 뛰었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먼 옛날 매우 솜씨 좋은 직공이 그 시대의 방법에 따라 만들었지만 이제는 망가져 버린 기계장치에 의해 춤을 추는 두 개의 낡은 인형 같았습니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러자 이상한 느낌으로 마음이 혼란스러워지고, 형언할 수 없는 서글픔으로 감동이 되었어요. 애처로우면서도 우스꽝스러운 어떤 망령을 한 세기는 뒤진 구식의 그림자를 보는 것 같았지요. 나는 웃고 싶기도 하고 울고 싶기도 했습니다.
갑자기 그들이 동작을 멈추더군요. 춤 시연을 끝낸 것이지요. 그들은 얼굴을 살짝 찌푸린 채 서로의 앞에 잠시 서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흐느끼면서 서로를 끌어안더군요. - P249

미친 여자
La Folle

로베르 드 보니에르에게
마티외 당돌랭 씨가 말했다. 멧도요들을 보면 전쟁 중에 있었던 음울한 일화가 떠오른다네.
자네들은 코르메유 교외에 있는 영지를 알고 있겠지. 프로이센 군인들이 왔을 때 나는 거기에 살고 있었다네.
그때 내 이웃집에는 미친 여자 하나가 살았지. 불행한 일로 충격을 받아 정신이 나가 버린 여자였어. 옛날에, 스물다섯 살 때 한 달 사이에 아버지, 남편, 갓난아기를 모두 잃었다더군.
죽음은 한 집안에 들어오면 이제 출입문을 알아 두었다는 듯이 곧바로 다시 찾아온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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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자신이 해왔던 대로 팔다리조차 움직이지 않은 채 두터운 눈 이불 아래에서 가만히 죽어 간 거야.
그리고 늑대들이 와서 그녀를 삼켜 버린 거지.
계절이 바뀌자 새들이 찢어진 침대 매트리스에서 나온 양모로 둥지를 지었고, 나는 그 서글프고 헐벗은 유골을 보관했다네. 그리고 우리의 후손들은 절대 전쟁을 경험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지. - P251

크리스마스 만찬
Nuit de Noël

"크리스마스 만찬! 크리스마스 만찬! 아, 싫어! 난 크리스마스 만찬을 열지 않을 거야!"
뚱뚱한 앙리 탕플리에가 비열한 짓거리라도 제안받은 것처럼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이 웃으면서 외쳤다. "자네 왜 그렇게 화를 내나?"
그가 대답했다. "크리스마스 만찬 때문에 지독히도 골탕을 먹었기 때문이야. 덕분에 나는 어리석은 즐거움이 넘쳐 나는 바보 같은 크리스마스밤에 대해 극복할 수 없는 공포를 갖게 되었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자네들 그걸 알고 싶나? 그렇다면 내 이야기를 들어 보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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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 불행이 절정에 달한 것은 그 여자가 병에서 회복한 뒤였다네 그녀가 그동안 나를 사랑하게 된 거야…… 그녀는, 그 매춘부는 나를 필사적으로 사랑했다네!

"그래서?"
"시간이 흐르자 그녀는 도둑고양이처럼 야위었지. 나는 그 해골 같은여자를 집 밖으로 쫓아 버렸네. 그러자 그 여자는 거리에서 나를 염탐하고, 내가 지나가는 것을 보려고 숨어서 기다리고, 내가 외출을 하면 앞을 막아서서는 손에 입을 맞추고 몹시 귀찮게 굴어서 내 화를 돋운다네.
바로 이것이 내가 크리스마스 만찬을 절대 열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야." - P257

승마
A cheval

그 가난한 부부는 남편의 적은 봉급으로 힘들게 살아갔다. 그들이 결혼한 후 두 아이가 태어났다. 부부는 결혼 초부터 부끄러운 곤궁함을 경험했지만, 그 곤궁함을 애써 숨기면서 귀족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싶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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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노파가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다고 신중한 결론을 내놓았다.
엑토르가 아내에게 이 소식을 전하자 아내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그 노파를 여기로 데려오는 게 낫겠어요. 그러면 돈이 덜들 테니까요"
엑토르가 펄쩍 뛰었다.
"여기로, 우리 집으로? 정말 그럴 작정이야?"
그녀는 체념하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려는 표정으로 눈에 눈물을 글썽이며 대답했다.
"그럼 어떡해요 여보 다른 방법이 없잖아요!"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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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러: 원래 ‘팔꿈치로 슬쩍 옆구리를 찌르다‘라는 뜻인데요, 행동경제학에서는 ‘타인의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는 의미로 확장되었죠.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의 남자화장실 소변기 중앙에는 파리 한 마리가 그려져 있어요. 이게남자의 승리욕을 자극하나 봅니다. 이 표적을 맞히려다 보니 소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량이 80퍼센트나 줄었다는군요. 이게 바로 넛지입니다. 금지나 명령이 아닌 부드러운 개입!
데닛: 그거 참 기발한 발상이네요. 예전에는 "한 발 앞으로"와 같은 명령조문구였다가 최근에는 "성숙한 시민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와 같이 부드러워지긴 했는데, 그게 어디 문구가아름답다고 잘 지켜질 일인가요? 소변기에 파리 그림이라니 정말 참신해요. 설마 거기에 "파리를 조준하시오"라는 문구는 없었겠죠. 하하.
탈러: 이런 넛지들은 전문 용어로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라 불립니다. 인간의 본성을 이용해 부드럽게 간섭하지만 여전히 개인에게 선택의 자유를 준다는 뜻이죠. 가령 학교 주변 도로에 "속도를 줄이시오"라고 명령하는 것은 넛지가 아니지만, 과속방지턱을 만들어놓는 것은 넛지입니다. 자기 차를 망가뜨리고싶은 운전자는 없잖아요. - P150

다윈이 <종의 기원> 초반부에서 비둘기사육사 개 육종사들의 입을 빌려 변이에 관해 얘기했던 것은그만한 문화적 배경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영국 사회에서는 육종이나 애완동물 품평회가 대유행이었습니다. 그래서 인공선택으로 만들어진 변이들에 대해 그야말로 누구나 관심이있었던 시대였죠 이런 사실을 배경에 깔고 다윈은 자연선택에의한 진화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육종사들은 선택적 교배를 통해 몇 세대 만에도 자신들이 원하는 동물들을 만들어낼 수있는데, ‘하물며‘ 자연은 그 엄청난 세월 동안 이토록 정교하고 다양한 동식물들을 만들어낼 수 없겠는가?" 이 위대한 유비 - 저는 이것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하물며‘라고 합니다 - 만는 당대의 유행과 문화를 사려 깊게 활용한 경우라 볼 수 있습니다.  - P201

그는 <빈 서판》, 원문으로는 TheBlank Slate라고 하는 책에서 17세기의 철학자 로크 이후로 오늘날까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인간 본성에 관한 이른바 ‘백지‘ 이론을 본격적으로 비판했습니다. 그는 인지신경학, 행동유전학, 진화심리학이 밝혀낸 놀라운 반대 증거들에도 불구하고 많은지식인들이 ‘빈 서판‘, ‘고상한 야만인‘, ‘기계 속의 유령‘이라는세 가지 독단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여기서 ‘빈 서판‘이라는 말은 마음에는 타고난 특성이 없다는 것이고, ‘고상한 야만인‘이라는 말은 인간은 선하게 태어나지만 사회 속에서 타락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계 속의 유령‘이라는 것은 우리 각자는 생물학적 제약 없이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영혼을 지니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가 이 세 가지 독단을 비판하는 요지는 이렇습니다. 우선지난 반세기 동안 ‘행동주의 behaviorism‘ - 인간의 마음을 블랙박스로 상정하고 자극과 반응의 관계만으로 이해하려던 사조-는 과학의 전 분야에서 축출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둘째, 인간의 심성도 수렵 채집기의 진화적 적응 환경에 잘 적응한 것일 뿐 본래 선한 것도 악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 수많은 증거들에 의해 밝혀졌다고 이야기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최근에 눈부신 발전을 보이고 있는 뇌과학을 언급하면서 이제는 뇌의 작용과 정신 활동을 분리하여 이해하기는 힘들다고 말합니다. - P209

핑커에 따르면 언어, 추론, 수리, 짝짓기 능력 등은 수렵 • 채집기에 우리를 옥죄었던 적응 문제들을 해결하게끔 자연선택에 의해 직접적으로 설계된 적응이고, 종교, 예술, 창의성, 유머 등은 다른 적응들의 부산물입니다. 그는 적응과 부산물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쉽게 설명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딸기 치즈케이크를 좋아하는데 이것은 치즈 케이크를 좋아하게끔 미각이 진화했기 때문이 아니라, 달고 기름진 음식을 선호하면 생존과 번식에 유리했던 수렵 채집기의 적응 부산물이라는 것입니다.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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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La Peur

J.K. 위스망스에게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우리는 갑판으로 올라갔다. 앞에는 지중해가 아무런 일렁임도 없이 펼쳐져 있었고, 커다란 달이 그 수면 위에 조용히 어른거렸다. 커다란 배는 별들이 흩뿌려진 하늘에 커다란 뱀 같은 검은연기를 토해 내며 미끄러져 갔다. 뒤쪽에는 육중한 배가 빠르게 나아가느라 스크루에 휘말려 요동친 바닷물이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휘어졌다. 그 모습이 주위를 너무나 환하게 만들어서 마치 달빛이 부글거리는것 같았다.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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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마음에 있는 수많은 가능성 중 무엇을 끄집어내 내 것과 만나게 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내 의지와 노력에 달렸다.
소설가 정아은

••••••

나와 아무리 맞지 않는 사람이라도 장점이 하나도 없을 수는 없다. 내가 애써 안 보고 싶을 뿐,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누구나 자신의 장점을 발견해 주고 말해 주는 상대를 좋아한다. 누군가의 좋은 구석,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면모를 찾아 주는 일.
그것은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이로운 일이다. - P153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진심으로 부럽다. 하지만 부러워한다고 가질 수 있는 성향, 성격이 아니라는 사실도 안다. 타고난 것을노력으로 이기기란 몹시 어려운 일이니까. 그것이 성격이든 재능이든. 다만 노력하는 건 내 성향을 인정하고 잘 가꾸는 일이라고예전부터 생각해 왔는데, 뒤통수를 치는 한마디를 읽었다. 마흔이넘은 나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화가윤석남의 인터뷰. "예술이란 99퍼센트가 노력이라고 생각한다는 말, "내가 하고 싶은 거라 하는 건데 재능이 있거나 말거나 무슨 상관이야?"라는 이야기를 읽고서 나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내가 내 성격 바꾸고 싶어서 노력하는데, 그것이 가능하든 불가능하든 무슨 상관이야? 앞으로 누군가 내 마음에 태클을 걸어오면 속으로 읊조리겠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하겠다는데 무슨 상관이야?" - P181

"하루를 산다"는 말, 예전에는 곱게 들리지 않았다. 고민 없는인생이구나, 걱정 없는 인생이구나,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인생이구나 싶어 혀를 찼다. 하나 지금의 나는 ‘잘 산 하루하루가 내일을 만든다는 진리를 몸소 깨치고 있다. 내일은 오늘을 잘 산 사람에게 오는 선물이니까. 내일의 나는 또 다른 모습이니까.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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